중국산 링갈

새삼스럽지만 실장석에게 흥미가 생겨 키워보기로 했다.

그렇지만 나는 주머니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아서 중고품이었던 수조, 1000원짜리 장난감, 헌 수건으로 만든 이불.

그리고 얄팍한 지식을 동원해가며 실장석이 살 공간을 겨우겨우 만들어 갔다.  

아, 중요한 것을 까먹었다.

뭐였지, 아 실장 링갈(통역기)을 빼 먹었네.

나는 실장석을 키우는데 초심자라 실장석의 감정과 사고의 패턴을 읽을 수 없어 링갈이 필요했다.

그러나, 링갈은 비싼 물건이다.

그러니 싸게 구하기해서라도 귀찮지만 전자상가까지 나가보도록 할까.

쓸 만한 링갈을 찾지 못하고 뒷골목에서 어슬렁거리자, 외국인이 하고 있는 노점상이 있었다.

뭐라고, 「실장 링갈 하나에 5000원」?

나는 칙칙한 색이 칠해진 플라스틱에 새겨진 「made in china」 라고 쓰여진 문자에 손가락을 대보았다.

정품과 별로 구조도 다르지 않고, 쓸데없는 기능도 없어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이 링갈을 사기로 결정했다.

나는 실장석을 기른다고는 했지만 정작 중요한 실장석은 친구인 토시아키에게 받았다.

토시아키는 실장석을 훈육하는 데 능숙했기에, 금방 적당한 자실장을 골라 주었다.

토시아키가 말하길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조교해놔서 그 녀석은 튼튼할 거야. 훈육할 필요도 없어, 그저 넌 즐기기만 하면 돼.」

잘 모르겠지만 튼튼한 실장석을 받은 것 같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토시아키에게 물어보기로 해야겠다.

집으로 돌아와서 상자에서 실장석을 꺼내 수조에 넣어주었다.

이름은… ‘모스’로 할까.

그렇게 나와 모스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

【먹이는 스테이크(ステーキ, 스테이키)밖에 인정하지 않는 테츄.】  

( 【】 안에 있는 말이 실장석이 원래 말하려던 말임 )

실장 푸드를 먹이통에 집어넣으니, 수조 근처에서 모스가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링갈을 기동시켰다.

『그런 건 먹고 싶지 않은 테츄. 먹이를 내다버리는(捨て遺棄, 스테 이키) 것만 인정하는 테츄.』

내다버리라고… 가만히 둘 수 없겠는데.

먹이를 먹지 않으려는 건가, 버리기엔 아깝다.

계속 먹으라고 말해봤지만 소용이 없었기에 먹이를 통에서 꺼내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아, 그러고 보니 밥 먹는 걸 잊고 있었다.

나는 간단하게 고깃덩어리를 구워 저녁거리로 삼았다. 나는 이래뵈도 꽤 요리를 잘하는 편이다.

그냥 구운 고기라도 내가 간을 한번만 하면 맛이 확 달라진다.

고기 굽는 냄새가 방에 충만했다.

「테에? 테에에에 테츄테츄 테츄!」

모스가 날뛰고 있군. 지금 바쁘니깐 나중에 상대해야겠다.

근데 어쩌면 고기 굽는 냄새에 식욕을 느끼는 건 아닐까?

나는 구워진 고기를 수조 앞에 가져가, 모스의 상태를 봤다.

그러자 모스가 테에테에 울면서 뭐라고 말하며 수조를 두드리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나는 링갈을 보았다.

『내다 버려 내다 버려 내다 버리란 테츄우!』

나는 모스가 고기의 냄새를 맡으면, 생각을 바꿀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진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모스의 식욕을 자극하도록, 맛있게 고기를 먹어치웠지만 모스의 말은 변함이 없었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테에에엥」

모스는 울고 말았다.

＊＊＊＊＊＊＊＊＊＊＊＊＊＊＊＊＊＊＊＊＊＊＊＊＊＊＊＊＊＊＊＊＊＊＊＊

【따뜻한(あたたかい, 아타타카이) 잠자리를 요구하는 테츄.】

슬슬 0시가 되어간다.

그러고 보니 깜박하고 모스의 잠자리를 수조에 넣지 않고 있었다.

내가 헌 수건과 빈 상자로 만든 모스의 잠자리를 가지고 수조 쪽으로 가자,

아까까지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던 모스가 맹렬히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뭐하고 있다가 온 테츄. 때려 부순(叩壊, 타타쿠카이) 잠자리를 요구하는 테츄. 빨리 부시란 테츄. 정말이지 쓸모없는 닌겐인 테츄.』

때려 부수라고? 잠자리를?

나는 손에 놔둔 내가 직접 만든 모스의 잠자리를 내려다봤다.

그런 거였나,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냥 잠자리 없이 땅바닥에서 자는 게 좋다는 거였나.

나는 뭐든지 인간의 척도로만 따진 것을, 정말 부끄럽게 여겼다.

그리고 빈 상자를 꾸깃꾸깃 뭉쳐서, 수건과 함께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테!? 테챠아아아아!?」

이걸로 만족했지?

안심하렴, 밤중에는 이 방에 오지 않을 테니깐.

그렇게 수조가 있는 방의 불을 끄고, 나는 침실로 갔다.

＊＊＊＊＊＊＊＊＊＊＊＊＊＊＊＊＊＊＊＊＊＊＊＊＊＊＊＊＊＊＊＊＊＊＊＊

【똥을 치우란(片付ける, 카타즈케루) 테츄. 청결(清潔, 세이케츠)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테츄.】

모스가 내 집에 온지 2일이 지났다.

내가 사놨던 고기 대신 맛이 별로인 음식을 먹고 있자니,

모스의 수조에서 악취가 풍겨오는 게 느껴졌다.

아차, 그러고 보니 화장실을 준비하지 않았다. 모스의 상태를 보기로 해야겠다.

우와, 수조 절반이 똥에 잠겨, 모스는 그 이외 남은 공간에서밖에 살지 못하고 있었다.

『닌겐 빨리 똥을 내던지란(叩付ける, 타타키츠케루) 테츄. ‘엉덩이(盛ケツ, 세이케츠)가 불룩해지지 않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인 테츄!』

모스는 맹렬히 소리 지르고 있었다.

우웩, 이 참상을 이대로 내두는 건 좀 참기 어렵지만, 그걸로 만족한다면 어쩔 수 없군.

구석에 쌓인 똥을 편의점에서 준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모스를 향해 내던졌다.

「테쟈아!?」 

나는 혹시 부족할까봐, 점점 세차게 똥을 내던졌다.

「데보아 테에 부바아!?」

얼굴에도, 옷에도, 머리카락에도, 점점 똥이 묻기 시작했다. 대단한 광경이었다.

「게보 부바아 데에에에…」 뿌지지지지지직

마침내 모스는 웅크리고 앉아 팬티 속에 똥을 지리고 있었다.

아아, 이게 ‘불룩해진 엉덩이’…빵콘이란 건가.

이런 걸 요구할 줄은, 정말로 실장석은 이상한 생물이다.

그러나, 나는 그 냄새를 참기 어려워, 수조의 뚜껑을 닫고 이후 열지 않기로 했다.

＊＊＊＊＊＊＊＊＊＊＊＊＊＊＊＊＊＊＊＊＊＊＊＊＊＊＊＊＊＊＊＊＊＊＊＊

【머리를 빗으란(梳かす, 토카스) 테츄. 옷도 빨리 깨끗하게(キレイ, 키레이) 하란 테츄】

똥을 내던지라고 요구하라고 말한 날로부터 하루가 지났다.

모스의 상태를 보니 모스는 수조 한쪽에 전신이 똥으로 얼룩져 쓰러진 채로 있었다.

모스는 「테에에…」라고 가냘픈 소리를 낼 정도밖에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모스는 아직 살아있는 것 같았지만, 이미 이건 생물이라 부르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모스를 목욕탕에서 씻겨주기로 했다.

나는 일단 대충 샤워로 얼룩을 빼고, 가볍게 비누질을 했다. 하지만 가볍게 비누질을 하는 것만으론 똥 투성이인 모스를 씻기긴 힘들었다.

그 다음, 대야에 물을 받고, 모스를 그 안에 넣어주었다.

「테치이이이이♪」

아무래도 겨우 기운을 차린 것 같다. 정말 수고스럽게 만드는 생물이다.

음? 또 뭔가 이쪽을 향해 테치테치 말하는군. 링갈을 볼까…

…응? 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빨리 하라고? 그렇게 말하면 할 수 없지.

나는 목욕탕 구석에 있던 강력세제를 가볍게 브러시에 묻혀, 겨우 원래 모습을 되찾은 길면서 약간 갈색 빛을 띠는 머리카락에 문질렀다.

팡 팡 팡 그렇게 거품이 터지는 소리가 나면, 모스의 뒷머리와 앞머리 모두가 없어져버렸다.

역시 강력세제다. 단백질을 대해선 발군의 파괴력을 보여 준다. 

는 피부에 영향이 갈까봐, 빨리 모스를 물로 씻겨주었다.

「테치이이! 테샤테샤!」

모스는 갑자기 물을 맞아서 놀란 것 같다.

그럼, 다음 요구도 들어주지 않으면 안되겠지.

나는 대야 안에서 빨아도 깨끗해지지 않는 모스의 옷과 바지를 벗겼다.

대야에 손을 넣은 채로 옷을 빨면 깨끗해지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정중하게 비누로 옷을 빨기 시작했다.

모스는 그 장면을 만족해하며 보고 있었다.

다른 상자에 들어있던 모스를 청소가 끝난 수조 안으로 되돌려줬다.

그러고 나니 모스의 옷도 완전히 말라있었다. 시간이 딱 맞았다.

깨끗해진 수조에서 기쁘게 소리치는 모스 앞에, 녹색 천 조각을 두었다.

모스가 신기하다는 듯이 그걸 손에 들자 원래 모스의 옷이었던 것이 네모난 조각들로 바뀌어 우수수 바닥에 떨어졌다.

「테? 테테!? 테챠아아아!?」

요구한대로 했다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모스의 모습을 보면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든다.

나는 다시 한 번 목욕탕에 있었을 때 사용한 링갈을 확인해봤다.

『머리카락을 녹이란(溶かす, 토카스) 테츄. 옷도 빨리 조각(キレ, 키레)내버리란 테츄.』

음, 역시 문제없다. 조각낸 사이즈가 너무 작았던 것일까.

모스는 설마 더 크게 조각내주길 바란 건가…

「테갸아?! 테샤아아아아아!? 테에에에에에엥!!」

그렇게 소리치는 모스를 보면 반짝거리는 수조에 자신이 비친 모습을 보고, 더욱 충격을 먹은 듯했다.

머리카락만 녹였을 뿐이라고. 괜찮아. 피부는 거칠어지지 않을 테니.

＊＊＊＊＊＊＊＊＊＊＊＊＊＊＊＊＊＊＊＊＊＊＊＊＊＊＊＊＊＊＊＊＊＊＊＊

【물을 내놓으란(よこす, 요코스) 테츄.】

목욕탕에서 일을 당하고 난 뒤, 모스는 완전히 기운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수조 구석에서 어쩌다 한 번씩 똥을 싸고서 그대로 쓰러져 자버렸다.

머리카락을 잃고 옷도 잃었기에, 모스의 작은 몸은 더 작게 보였다.

먹이를 먹지 않아도 죽진 않겠지만, 슬슬 물을 마시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이다.

물그릇을 가져오자, 모스는 언제나 같이 이상한 말을 꺼냈다.

『빨리 그 물을 더럽히란(汚す, 요고스) 테츄. 목말라 죽을 거 같은 테츄…』

깨끗한 물은 마시지 않겠단 건가? 어쩔 수 없이 나는 수조에 떨어진 모스의 똥을 물 안에 집어넣어 녹인 다음, 수조를 청소할 때 쓴 세제를 조금 부어넣었다.

그러자 훌륭하게 물이 더러워졌다.

수조에 물그릇을 놓자 모스는 기를 쓰면서 그 물을 마시고는

「테붸에에에」 뿌지직

입과 엉덩이로 온갖 것을 분출시키며 모스는 기절해버렸다.

마조히스트란…건가? 나는 실장석이 점점 더 어떻게 된 생물인지 모르게 되었다.

＊＊＊＊＊＊＊＊＊＊＊＊＊＊＊＊＊＊＊＊＊＊＊＊＊＊＊＊＊＊＊＊＊＊＊＊

【마마를 보고 싶은(会いたい, 아이타이) 테츄. 마마가 있는 곳에 돌려달란(もとに帰りたい, 모토니카이리타이) 테츄.】

이번에도 나는 링갈에 표시된 문자를 보고, 나는 머리를 쥐어 싸맸다.

힘없는 모스에게 무엇이든지 한 가지 소원을 말해 보라고 했는데…

설마 이런 엄청난 말을 꺼낼 줄이야.

이제 이건 나 혼자만의 판단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겠다. 토시아키에게 전화를 해보자.

「미안한데, 얼마 전에 받은 실장석에 대해 물어볼게 있어」

「어 그래, 꽤 귀여워해주고 있나 보네. 여기에 있는 돌(위석) 색깔이 아주 칙칙해져가고 있다고」

「돌? 어쨌든, 그 실장석…모스에 대한 건데」

어떻게 해야 할지 토시아키에게 묻자, 토시아키는 금방 친실장을 데리고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말했다.

「너는 자질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라던가 「디 모르토.* 아주 좋은데」라면서 토시아키는 영문도 모를 말을 했지만,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 Di molto, 이탈리아어로 '대단해'.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에 등장하는 캐릭터 멜로네의 말버릇

토시아키가 데리고 온 친실장의 모습은 완벽히 대머리에 알몸인 상태였다.

토시아키는 그것은 독라 상태라고 알려주었다.

「데!? 데데 데스우우~~~~!」

「테치! 테챠 테챠아아아앙!!」

독라인 부모와 자식이 피눈물(색깔 있는 눈물)을 흘리며 재회에 기뻐했다.

나는 독라가 된 실장석들의 모습을 보며

그렇군, 실장석은 옷과 머리카락은 없애줘야 하는 게 당연한 거였나 보네.

라고 내 나름대로 실장석은 독라로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재회한 것도 좋지만, 슬슬 모스의 소원을 들어줘야겠다.

떼어지기 싫어하는 모스를 부모로부터 떼어놓고, 친실장을 부엌으로 데리고 갔다.

링갈을 대고 부모에게 말했다.

『너에게는 모스가 소중하니? 』

『당연한 데스』

『모스를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니? 』

『물론인 데스』

동의를 얻었다. 과연, 실장석에게는 이 정돈 보통이란 건가…

나는 곰곰이 자연이란 건 정말 심오한 것이라 느끼면서, 인간의 가치관이란 얼마나 얄팍한 것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열심히 요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구수한 된장 냄새가 풍기는 냄비를 한 손에 들고, 모스의 수조를 들여다보았다.

친실장으로부터 떨어지게 돼서 모스는 테에에엥테에에엥 울고 있었지만, 냄새를 맡고 식욕이 난 것 같았다.

모스는 일어서서 테치테치라고 떠들어댔다.

옳지옳지, 날뛰지 마렴.

접시 위에 요리를 올려놓자, 모스는 맹렬히 음식을 먹어댔다.

그것을 보고 토시아키가 히죽히죽 웃어댔다.

「이야, 정말 마음 아픈 일인데, 부모를 고아서 자식에게 먹이다니…」

「어쩔 수 없어, 모스가 바란 일이었으니깐…」

나는 링갈에 떠올랐던 문자를 생각했다.

『마마를 삶아먹고(煮食い, 쿠이타이) 싶은 테츄. 마마를 내장탕으로 만들어 먹고(モツ煮齧りたい, 모츠니카지리타이) 싶은 테츄.』

모스는 순식간에 그 요리를 먹어치웠다.

오랜만에 식사를 해서 그런지 아직 더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이런이런, 이럴 때를 대비해 다른 부위도 요리해두길 잘했다.

나는 친실장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내장 이외 다른 부위도 확실하게 요리해놨었다.

어쨌든 요리를 더 달라고 하니까 나는 두 번째로

《실장석의 머리를 삶은 요리》

를 모스 앞에 내밀었다.

「테, 테테, 테테테, 테뽀하 게보오오오오오오!!」

왜인지 갑자기 위속에 있는 것들을 전부 토해내고는 피눈물을 흘리며 그 《실장석의 머리를 삶은 요리》에 매달린 모스를 보며, 토시아키는 미친 듯이 웃어댔다.



조미료 냄새를 버티지 못해서 그런 걸까. 미안해, 모처럼 만난 마마를 마음에 들지 않게 요리해버려서.
나는 정말 나쁜 주인인 것 같다…

＊＊＊＊＊＊＊＊＊＊＊＊＊＊＊＊＊＊＊＊＊＊＊＊＊＊＊＊＊＊＊＊＊＊＊＊


【이 자는 와타시가 처음으로(初めて, 하지메테) 나은 자인 테스. 귀여운(かわいい, 카와이이) 자인 테스. 적어도(せめて, 세메테) 귀여워해주셨으면(かわいがってやって, 카와이갓테얏테) 하는 테스.】


지금까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모르겠던 모스였지만 계절이 지나고 몸이 조금 커지자,
어느새 임신해있었다. 모스의 양 눈은 아름다운 녹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아마 수조의 먼지를 털어낼 때 먼지떨이에 묻어있던 꽃가루가 원인일 것이다.
모스는 팬티가 없었기 때문에 그 꽃가루에 간단히 수정된 것 같았다.
그렇게 모스는 아직 정말로 작았지만 모친이 되었기에 낙심하고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최근에는 제대로 실장 푸드도 먹으면서 날마다 태교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나는 모스가 어떤 아이를 낳을지 기대가 됐다.

이윽고 모스는 출산의 때를 맞이했다.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모스는 건강한 엄지 3마리를 출산했다.
아직 모스는 중실장도 되지 못했기에 출산을 하면 어떻게 될지 걱정됐지만, 다행히도 모스는 무사했다.
모스는 나를 향해 새끼를 들어 올리고는 열심히 뭐라고 호소해댔다.
그러고 보니 잠시 동안 링갈을 사용하지 않았었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링갈을 켰다.




『이 자는 와타시의 부끄러운(辱めて, 하즈카시메테) 자인 테스. 위험한(怖い, 코와이) 자인 테스. 가죽을 벗겨 고통을 주다가(責めて, 세메테) 죽여주길(皮衣狩って殺って, 카와기누캇테얏테) 바라는 테스.』


잠시 뒤 토시아키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짓을 했기에 모스의 위석이 새까맣게 갈라져 버렸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그렇게 토시아키가 말했지만, 나는 그 말에 대답해줄 수가 없었다.

면도칼로 가죽이 벗겨져 두 배쯤 부은 핏자루 3개와,
그 핏자루를 들고 장렬한 얼굴로 절명해버린 모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



지금, 내 집 뜰 한 구석에는 막대기 하나가 꽂혀진 자그마한 무덤이 있다.
거기에는 모스의 어머니가 남긴 잔해와, 모스의 시체, 모스의 아이들이 잠들어 있다.

그 묘비에는, 중국산 싸구려 링갈이 역할을 다 끝마친 것처럼 걸려있다.



-끝


카페의 개정판에 달린 주석들을 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