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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 미식가 -1-

『 실장석의 미식가 후타바 공원 쓰레기통의 매실짱아찌』


" 못 보던 놀이기구들인 데스"
후타바 시 당국은 후타바 공원 동쪽 구획의 노후화된 그네를 철거하고 새로운 기구들의
도입을 결정했다. 몇 주 동안 그 구획은 비닐 시트 등으로 둘러싸인 채 인부들만 드나들었다.

이 공원의 베타랑 실장석인 친실장은 새롭게 바뀐 공원의 풍경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둘러보고 있다.

친실장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늘 막 새롭게 도장을 마친 미끄럼틀과 회전접시였다. 놀이기구들은
이제 막 도장을 마친 터라 번쩍번쩍 빛을 내며 친실장의 시선을 빼앗았다.

‘데에...’

화려한 색깔의 놀이기구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미끄럼들에 다가가는 친실장.

" 킁킁…쇠냄새인 데스"

친실장은 새 미끄럼툴 주변을 돌며 손으로 이리저리 만져본다. 그리고 주변을 살핀다.

‘아직 인간은 없는 데스’

가슴을 두근거리며 친실장은 뭉툭한 손발로 겨우겨우 계단을 기어 올라간 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간다.

‘데스---읏! (풀석)’

모래밭에 부드럽게 착지하며 친실장은 새 미끄럼틀을 올려본다. 태양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미끄럼틀 위로는 친실장의 속옷에서 스며나온 똥으로 인해 녹색 얼룩이 일직선으로 생겼다.

‘데에...더 이상 미끄럼틀 탈 나이는 아닌데스’

친실장은 자조하며 모래밭에서 기어나왔다.


친실장은 이 공원의 베테랑 실장석이다. 이미 이 공원에서 4번의 출산을 거쳤다.
죽은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개념실장도 있었고, 분충도 물론 있었다.
그 중에는 운 좋게 성체까지 자라, 친실장의 곁에서 떠나 독립한 새끼들도 몇 마리나 있다.
그런 때마다 친실장은 가슴에서 올라오는,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행복감과 뿌듯함을 느꼈다.
친실장은 지금으로서 5번째 출산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친실장은 오드아이의 눈으로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며 공원을 활보한다.
길가에 있는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임신기에 접어든 성체 실장들이라면 희번득거리며 낚아챘을
테지만 친실장은 신중하다.

‘식량을 좀 더 모으는 데스’

새끼를 가지기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 임신을 하면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평시 이상으로
체력이 소모된다. 그래서 영양소의 높은 도토리, 열매를 자기 집(보금자리)인 둥지에 모아
둘 필요가 있다.
수많은 경험으로 친실장은 그 지혜를 터득했다.
친실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공원 북쪽 지역의 은행나무의 앞으로 향한다.
도토리나 은행열매,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나무 열매를 골라 편의점 봉투에 집어넣는다.

"데스...많이 모은 데스“

1시간이나 지났을까. 친실장이 손에 쥔 편의점 봉투에는 각종 열매들이 수북하다.
친실장은 가까운 화단의 연석에 걸터앉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반년 전 주운 분홍색 손수건. 친실장이 맘에 들어하는 것 중 하나다.

"땀을 잔뜩 흘린 데스"

친실장은 두건을 벗어 내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기 시작한다.

"데스?"

하늘을 올려다보니 1개의 비행기 구름이 흐르고 있다.

"데에...“

홀린 것처럼 비행기를 올려다 보는 친실장의 손 사이로 손수건이 스르륵 흘러내린다.

"...데“

오랫동안 고개 치켜들어 머리에 피가 몰렸다. 친실장은 눈을 끔뻑이며 다시 공원으로
시선을 돌린다. 몇 마리의 다른 실장석들도 친실장과 마찬가지로 낙엽 사이를 들추며
열매를 모으고 있다.

"......"

옛날에는 이 공원에도 많은 실장석들이 있었다.
이 계절이 되면 은행나무의 열매가 풍성히 열렸고, 실장석들은 대자연의 은혜를 만끽하며
맘껏 번식해나갔다. 그러나 지난해 실행된 대규모 구제작업 끝에 실장석의 개체수는 급감하였다.
지금 돌아다니는 동족들의 숫자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구제작업 덕분에 친실장은 비교적 편하게 출산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친실장은 생각한다.
"그래도 역시 구제는 싫은 데스“

떠올린 듯 데뎃!거리며 하늘을 올려다 보며 비행기 구름을 다시 한 번 보려고 한다.
"데에……"
하지만 비행기 구름은 이미 푸른 하늘에 녹아 없어진 뒤였다.


친실장의 집(보금자리)는 새로 단장한 골판지 하우스였다.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친실장의 뛰어난 골판지 하우스 제작기술은 친실장의 자랑 중 하나였다.
우선 골판지의 바닥.
옛날 손에 넣은 녹슨 칼을 이용해 바닥을 자유롭게 떼어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마루 밑에는
초가을에 채집한 보존식(나무열매)를 저장해놓았다.
땅에 깊은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박스를 설치하여 만일에 있을 사태를 대비한 친실장 나름의
지혜다.

" 입구를 굳게 막아야 바람이 들어가지 않고 오래 보존 할 수 있는 데스 "

넓은 골판지 하우스 안에는 친실장 혼자였지만,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있는지 계속 중얼거린다.
골판지 하우스가 자들로 복닥거리던 시기 늘 일상일을 하며 자들에게 지혜를 구전해주던 버릇이
아직도 남이있는 것이다.
골판지의 바닥의 지하 창고에는 입구가 묶인 편의점 봉투 4개가 놓여져있다.
이것들은 긴 겨울을 대비한 비상식량. 지금 손을 대서는 안 되는 비상식량이다.

"배고픈 데스……“

친실장은 골판지 하우스에서 나와서 크게 기지개를 켠다.

"데승♪ 뎃스웅♪ 오마에들, 뭐가 먹고 싶은 뎃승 ♪"

임신해 있지도 않는 배를 쓰다듬으며 친실장은 공원 밖으로 나온다.
오늘의 먹이를 조달하기 위해서 음식물 쓰레기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인접한 주택가의 쓰레기 집하장이 있었다.
구제 이후 공원에서는 먹이 경쟁률도 낮아져 안전하게 음식을 구할 수 있다.

"오늘은 무엇으로 하는 데스~?"

친실장은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며 손에 잡히는 것들을 입에 집어넣으며 음미한다.

"데뎃! 대단한 데스. 아직 살이 많이 붙어 있는 데스"

첫 번째 쓰레기통에서 월척을 건졌다. 먹다 남은 닭다리뼈에는 아직 살점이 꽤 붙어있었다.

"데스~♪ 데스~♪ 오늘은 운이 좋은 데스~♪“

친실장은 그 이후로 마른 밥, 매실 짱이찌, 사과껍질, 달걀껍질 등 간만에 호화로운 먹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 대단한 데스“

집으로 돌아온 친실장은 아까 손에 놓은 먹이들을 마루 위에 늘어놓아 봤다.
골판지의 바닥이 식재료로 보이지 않는 정도다.

" 그런 데스. 집 밖에서 먹으면 더 신선해지는 지도 모르는 데스"

친실장은 밖으로 음식을 꺼낸다. 친실장의 골판지 하우스는 공원 안 쪽 으슥한 곳이라
인간이나 다른 동족들에게 발견된 확률은 낮다.
친실장은 신문지를 펴고 재료를 그 위에 늘어놓는다.

"우선 이거부터 먹어보는 데스"

친실장은 군침을 삼키면서 먼저 말린 밥덩이를 잡았다.

"쳡쳡……“

딱딱하게 굳은 쌀알들은 침에 섞여 점점 녹았고, 쌀의 녹말이 풀어지며 친실장의 입을 휘감는다.

"데에……이 맛인 데스“

침과 섞이면 전분(녹말)은 단맛을 더한다.

"송...쿠차, 쿠차. 달콤한 데스"

꿀꺽하고 삼키면, 자연스럽게 볼이 붉어진다.

"…데. 새끼들에게도 먹이고 싶은 데스 “

그것은 앞의 출산 때 아사했던 막내의 일이다. 작년 겨울은 출산 후 눈보라가 몰아쳤다.
눈의 무게에도 견디도록 골판지의 지붕을 가공한 친실장의 집은 눈의 무게에도 견디어 냈다.
그러나 눈이 쌓여 출구를 막아버리는 바람에 친실장과 자들은 1개월 가까이 눈 속에 갇혔었다.
힘이 약한 새끼들은 곧이어 줄줄이 굶어 죽어 나갔다.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앞의 식사도 손을 댈 수 없다.

" 이미 지난 일인 데스. 앞으로가 중요한 데스. "
친실장은 머리를 흔들며 죽어나간 자들의 생각을 뿌리친다.
지금은 그 죽어나간 자들의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힘을 비축해야할 때이다.

"이번엔 이 빨간 것을 먹어보는 데스"

친실장이 집은 것은 매실 장아찌이다.

" 맛있는 데스..달콤한 데스"

친살장의 입가에는 침줄기가 길게 흘러내린다.

"그 자들도 단 것을 좋아했던 데스“

아직도 그 자들의 생각을 완전히 뿌리치지 못했는지 친실장은 늘 자들을 생각한다.
달콤하다.
친실장은 입안에서 굴리던 매실짱아찌를 깨물고, 순간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맛에
물고 있던 것을 황급히 뱉어버린다.

"데퍄아아아!! 데뎃! 뎃! 신 데스~!!“

깜짝 놀란 탓인지 탈분을 한다.

"뎃승~…뎃승~...혼이 난 데스 "

그러면서 잠시 입 안에 남아있는 산미에 얼굴을 찡그리며 내뱉은 매실 잔해를 바라본다.
몸이 저릴 정도의 신맛이었다.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뱉어 낸 후 남은 입 안의 미묘한 단맛은 무엇인가?
친실장은 데이 잠시 생각에 잠기다 이렇게 결론지었다.

" 이러면 어떤 데스?"

친실장은 말린 밥을 입에 털어넣고, 곧 이어 방금 내뱉은 모래투성이의 매실 장아찌를 입에 넣는다.

"데뎃...! 달콤한 데스! 입안에서 꽃이 피는 것 같은 데스...“

붉은 것은 너무 시다. 하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 아무 맛있게 된다.
이는 대단하다. 대단한 발견이다.

"데에... 맛있는 데스.. 태어날...아이들에게도... 가르치는 데스"

그리고 달걀 껍질을 잡고, 아작아작 음미하다.
"데스..."
입가심으로는 산뜻한 달걀 껍질. 밥에는 역시 이것밖에 없다.

"데....데...데에..?“
문득 올려다보니 하늘은 다시 새로운 비행기 구름이 그려지고 있었다.
"데에....데....“
멍하니 벌린 입에서는 씹다 만 밥이 뚝뚝 떨어졌다.

『 실장석의 미식가』

댓글 4개:

  1. 데에에... 부러운데스.... 들주제에 누리기 힘든 사치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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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피떡되는 이야기도 좋지만 이런 소소한 일상 묘사도 좋은데스우. 똥닌겐이 어줍잖게 자기욕구를 위해 휘갈겨쓴 중2병 학대물보다 훨씬 나은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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