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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화가


「네,접종 끝났습니다. 너도 힘냈구나.」

「정말로 감사합니다. 자, 하나쨩도 인사드려야지.」

「데스우...」

주사가 아픈 모양이었는지, 예방접종을 마친 사육실장 『하나쨩』은 눈물을 머금으며 저를 향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최근 『중앙 녹지 공원』의 들실장이 줄어든 덕분에 안심하고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허어,그런가요.」

제가 했지만 굳이 그렇다고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아,선생님.공원이란 말이 나온 김에 『니지우라 토시아키 기념 공원의 사신』에 대한 소문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사신... 입니까?」

「네에, 무려 백발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데요. 그리고, 그 노인은 실장석 1마리를 골라 그  실장석의 그림을 그린다고 하네요.」

「그런가요.」

「잠시 뒤 그림이 완성되면, 실장석은 『빨리 보여 달라는 데스우』 등의 말을 한다고 해요.」

「......」

「그런데 그 노인의 그림을 보는 실장석은 『데에———엣』이라고 큰 소리를 지르더니 죽어버린다고 하네요.」

「......」

「그리고,그 그림을 보면...무려 그려져 있어야할 실장석이 깨끗이 사라진다고 해요.」

「허어...」

사실 이 이야기를 들은 건 오늘로 5번째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도시전설이 확산되는 데엔 그 나름대로의 뒷배경이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 니지우라 토시아키 기념 공원은 여기에서 전철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었습니다. 흥미를 느끼며 저는 그 『사신』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 날은 휴진이어서,저는 기념 공원 안을 걷고 있었습니다.그랬더니...

「어이!! 오랜만이구만.」

「!!!!!」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그 목소리가 저의 몸을 얼어붙게 했습니다.
뒤돌아보니 거기엔 백발노인이 서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후타바 대학 명예교수이며 저의 은사로,학생시절은커녕 졸업해서도 감히 고개를 들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실장 의학계에서 그의 공적은 굉장하였으며,업계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러나, 그는 동시에 실장석의 『분충성』과 『비 위생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호소했던 『구제파의 선구자』로서 알려지 있습니다.

「교수님! 오랫동안 격조했습니다.」

저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음,건강해 보이는구만....」
저는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지금 심정을 예로 들자면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럼,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이만 실례하겠네!!」

(어라?)

그렇게 말하고 교수는 재빨리 이곳에서 떠나갔습니다.
평소라면 거의 1시간 동안 설교를 계속했을텐데 말이죠....

(어라?)

방금전 교수에게 정신이 팔려있어서 깨닫지 못했었지만 교수는 옆에 『화판』같은 걸 안고 있었던 것 같네요.
『그림』과 『백발의 노인』
저는 신경 쓰여서 그의 뒤따라 가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조금 떨어진 그늘에 몸을 숨기고 교수의 모습을 살폈습니다.
교수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화판을 들었습니다.아무래도 정말 그림을 그리려는 모양입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실장석 몇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개중엔 교수가 하는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세를 잡은 놈도 있었습니다.
『아양』하는 포즈를 취한 놈, 『교태』를 부리는 놈, 교수를 향해 가랑이를 벌리는 목숨이 아까운지 모르는 놈마저....

교수는 잠시 실장석들을 보다가,갑자기 링갈을 꺼내들곤

「좋아!! 너로 정했다!! 오늘의 모델은 너로 결정하겠어!!」

「뎃스웅♪」 「테츄ー웅♪」

교수가 선택한 건 왼편의 아양을 부리던 부모와 자식 한쌍이었습니다.

「데스웃!!」 「데샤앗!!」

선택받지 못한 실장석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습니다.
교수는 그녀들을 째려보더니

「씨끄러워어!!!! 이 분충 놈들아!!!! 너희 따위에게 볼일은 없어!! 빨리 사라져버렷!!!」

「「「「「「데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호통 한번에...실장석들은 쏜살같이 도망갔습니다.
역시나 교수,기백으로 실장석을 도망가게 할 줄은....

「자아, 방해꾼은 사라졌다. 빨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야겠구만...」

「데엣스웃♪.」

교수가 들실장의 그림을 그리다니...수상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소름이 돋는 거 같네요.

——마마아,저 닌겐은 뭐하고 있는 테치?

——저건 와타시타치(우리들)의 아름다움을 그림에 옮기려하는 것인 데스.
저 노예 닌겐은 와타시의 아름다움에 포로가 된 뎃승♪

——정말인 테치? 마마 대단한 테치!!

——이 일이 끝나면 와타시타치는 사육실장인 뎃승♪ 스테이크도 스시도 산더미처럼 먹을 수 있는 데스.

「자아! 자세를 잡아라!!」

「뎃스웅♪」 「테츄ー웅♪」

실장석 친자는 모두 아양하는 자세를 취했습니다.그랬더니 교수는....

「뭐야 그 자세느은?!!!!! 이 몸을 바보 취급하는 거냐!!!!」

「데엣.」 「테챠앗.」

「알아들었냐!! 내 말대로 하라고옷!!! 일다안은...」

아직도 호통치고 있네요.실장 친자는 교수의 명령대로 발레리나처럼 한쪽 발을 든 자세를 취했습니다.
왼발로 서서 왼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오른손 오른발은 쭉 옆으로 뻗은 불안정한 자세...

——...마마아...

자실장이 모친에게 호소하나 보네요.무리한 포즈 때문일까요,전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네요.

——...참으라는 데스우...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서인 데스. 스테이크를 먹고 싶지 않은 데스? 스시를 먹고 싶지 않은 데스?

——...스테이크 먹고 싶은 테츄...스시 먹고 싶은 테츄...콘페이토 먹고 싶은 테츄...

「뭐어를 중얼중얼대는 거야아!!!!! 다물고 이쪽을 보라고오!!!」

「데엣.」 「테챠앗.」

교수의 호통 소리에 실장석 친자는 황급히 입을 닫았습니다. 그 표정은 고통으로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1시간 후

——...마마아...아픈 테츄우

——참으란 데스우...사육실장이 되면 매일 맛있는 걸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데스우...매일 욕조에 들어갈 수 있는 데스우...

실장석 친자는 양 눈에서 피눈물(색깔 있는 눈물)을 흘리며,온몸을 와들와들 떨고 있었습니다.

——맛있는 거 먹고 싶은 테츄우우...욕조에 들어가고 싶은 테츄우우...

——양복도 잔뜩 입을 수 있는 데스...밤엔 포근한 침대에서 잘 수 있는 데스우...

——양복...가지고 싶은 테츄우우...침대...가지고 싶은 테츄우우...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콧김으로 콧구멍이 팽창되는 게 제가 있는 곳에서도 알 수 있는 지경이었습니다.

——이 일이 끝나면 닌겐 노예에게 『마사지』시키는 데스우...

——...테에에...『마사지』라는 건 뭐인 테치이...!?

——...잘 모르겠는 데스우...세레브의 증거인 데스우...정말로 기분 좋다는 데스우...

「후음...뭔가 좀 부족하구만...」

교수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실장석을 노려보았습니다.그리고 빙긋 웃더니만....

「너희들!!」

「데엣.」
「테챠앗.」

「뭐야!! 그 울상인 표정으은!!」

「데뎃!!」

「웃어!!」

「뎃!?」

「들리지 않는 거냐!! 웃으라고 말했어!! 웃지 못할까앗!!!」

「...데프프프.」
「...데츄츄.」

친자는 얼굴이 경련한 상태로 웃어보았습니다,그랬더니...

「뭐야앗!! 그거언?!!!!! 그걸 웃는 거라고 할 참이냐앗!!! 이 몸을 바보 취급 하는 거냐아!!!!」

「테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
「테츄츄츄츄츄츄츄츄츄...」

「웃는 표정이 아니잖아앗!!!」

「데에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
「테에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

2마리는 필사적으로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미간의 주름, 일그러진 눈빛, 벌름벌름 콧김으로 벌어지는 콧구멍, 일그러진 입가, 피눈물, 땀, 콧물, 식은땀.
도대체 누가 이런 걸 그리겠다고 생각할까요?
그러나 교수는 활짝 웃은 채로 붓질을 해나갔습니다.

——...마아...마아...

——...참으라는 데스우...지금 저 노예 닌겐의 그림을 보려고 아주 많은 닌겐이 노예가 되기 위해 오는 데스우...

——...노예...잔뜩...

——마음대로...골라잡는... 데스우... 모두에게... 공물을... 가져오게 하는...데스우....

——테츄우... 공물이... 잔뜩인 테츄우

——...가장 호화스러운 공물을 가져온 놈을... 노예의 우두머리로 하고... 다른 놈들은...

——노예...잔뜩... 마마... 대단한 테츄... 세레브 테츄...

——그러니 힘내라는 데스...
  
   ♪태어나니 세계는 낙원
   포근한 침대에 닌겐 노예
   양복도 마음대로 골라
   스테이크에 스시, 콘페이토
   잔뜩 먹으면 잔뜩 똥을 싸
   잔뜩 싸면 기분 좋은 데스
   잔뜩 잔뜩 아이를 낳고...
   
친실장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자실장을 격려하기 위해서라기보단, 오히려 자신을 격려하는 것 같네요.

「바보오 녀석아앗!!! 누우가 노래를 부르라고 했냐앗!!! 웃으라고!!!」

「데에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

「테에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츄...」

2시간 후

「좋아!! 다 그렸다!!」

「......데에에...에.」

「......테츄우...우.」

아무래도 교수가 그림을 다 그린 모양입니다.

「자 그럼,돌아가볼까...」

「...데에에...스우우우... 우우.」

——기다리란 데스우... 와타시타치를 데리고 돌아가란...

그림 도구를 정리하고 돌아가려는 교수의 발밑에 친실장이 매달렸습니다.

「응?」

「데에에스우...데스우우우우.」

——맛있는 거하고...양복하고...

「그래 그런 거였구만,내 그림을 보고 싶었던 거구만.」

그렇게 말하고 교수는 그 그림을 친실장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데에에...뎃!!!」

——목욕하고...!!!

친실장은 눈을 확 부릅뜬 채 그림과 교수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습니다.

「뎃...뎃...」

「흥.」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대체 이건 어떻게 된 일이죠? 교수의 그림을 본 실장석이 갑자기 소리치더니 바동바동대며 뒹굴어대는군요.


『백발노인의 모습이라네요.그 노인은 실장석의 그림을 그린다네요.』

『잠시 뒤 그림이 완성되면,실장석은 『빨리 보여 달라는 데스우』 등의 말을 한다네요.』

『그 노인의 그림을 본 실장석은 큰 소리를 지르더니....』


소문대로의 상황이네요.
틀림없습니다.
『니지우라 토시아키 기념 공원의 사신』의 정체는...
저는 견딜 수 없어서 교수 근처로 뛰쳐나갔습니다.

「교수님!.」

「어, 있었는가... 뭐, 보게나.」

「데걋!! 데끼잇!! 낏낏끼이이이이이잇.」

교수 발밑에 있던 친실장이 몸부림쳤습니다. 이젠 링갈을 사용해도 그 소리를 번역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교깃!! 데게쿠갸앗!! 쁘깃!!쁘깃!!쁘깃!!쁘깃!!쁘깃!!쁘깃!!쁘깃!!쁘깃!!쁘깃!!」

결국....

「쁘응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파킨)

더 큰 소리를 지르다가 친실장은 절명했습니다. 흰색으로 변색된 눈을 부릅뜨며, 악문 입술엔 피가 배어있었습니다.

「지잇!! 지잇!!」

——마맛!! 마마앗!!

완전히 풀린 총배설구에서,소리 없이 똥을 싸대는 어미를 붙잡으며 자실장이 울부짖었습니다...

『죽어버렸네요. 이 그림을 보면... 믿기 힘들지만 그려져 있는 실장석이 없어진다던데요.』

교수의 그림을 보니 풍경만 그려져 있을 뿐, 실장석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교수님... 이건 도대체?」

「알고 싶은가?」

저는 조용히 수긍했습니다.

「그럼 잘듣게나. 실장석이 가장 싫어하는 건 뭔가?」

「그것은... 『무시』입니다만... 아아, 그렇다면!!」

「말 그대롤세.
 나는 처음부터 실장석 따윌 그리지 않았던 걸세!!」

「과연 그렇군요... 일부러 실장석에게 대가를 기대하게 하고,장기간 자신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당해, 스트레스가 쌓일 때를 가늠하고 자신이 그려지지 않은 그림을 보여주게 하는 거였군요....」

「그렇다네. 기대했던 대가는 받을 수 없을 뿐더러,장기간 자신이 『무시』당했단 것을 깨닫게 함에 따라 스트레스를 폭발시킨다.
이후는 보는 대로... 정말 한심한 생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이후 한층 더 『설교』를 한 뒤, 내가 풀려날 무렵엔 서쪽으로 태양이 지고 있었습니다.
『사신의 수수께끼』는 풀렸습니다. 그러나 저의 마음에 남아있는 건 『휴일을 통째로 시궁창에 버린 것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허무감 뿐이었습니다.

「지이잇! 지잇!」

——마마가 죽어버린 테츄. 와타치를 책임지고 기르라는 테츄.

발밑에서 자실장이 울부짖고 있었지만, 상대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군요.

「......자, 콘페이토야...」

「테츄웃!!」

저는 주머니에서 『그걸』 꺼내들고 자실장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받아라.」

「테츄웃!!」

그걸 수풀 속으로 던져넣자 자실장은 『그걸』 쫓아 자취를 감췄습니다.

「돌아갈까...」

내일부턴 또 일을 해야합니다.다음에 휴진을 하면 조금 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저는 가장 먼저 보이는 별을 보고 그렇게 빌면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끝



 명작

댓글 3개:

  1. 남은 자실장은 밟아 죽였어야 하는 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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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남은 자실장은 밟아 죽였어야 하는 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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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궃이 [그걸] 이라고 표현하는걸 보고도
    보통 콘페이토가 아니란걸 깨닫지 못하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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