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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


눈을 헤치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데 눈보라 치는게... 매섭다. 지도를 확인하며 주위를 둘러보지만, 가을에 마련해 둔 곳 이라도 이렇게 온통 눈에 묻혀 버리면 좀처럼 찾기 힘든 것?

더 행군을 계속해 겨우 목적지인 오두막에 도착했다. 자그마한 이 오두막은 내가 일부러 세운 것이다.


창문의 눈을 털고 안을 들여다 보니... 있다! 실장석들이다!

나는 동면하는 실장석들을 위해 이 오두막을 지었다. 출입구로 인간용 문 아래에 흔한 애완동물용 문이 달려 있고, 안에는 난방 따위는 없지만 눈이나 눈보라에 노출되지도 않는다. 동료들 끼리 붙어 있으면 충분히 따뜻할 것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며 연 문이지만, 틈으로 찬바람이 들어가자 부르르 떠는 실장석들. 나는 서둘러 문을 닫았다.

그다지 넓지 않은 오두막 안에 실장석들이 잠들어 있다. 행복한 얼굴로 데프-데프-하고 코를 골고 있는 녀석이나, 친실장에게 안겨 잠든 아기 실장석들, 옹알-옹알-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이런 어려운 환경의 산속에서 필사적으로 살아온 실장석들은 지금 더없이 행복한 걸까? 도대체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아, 내가 보고 싶었던 광경이 여기에 있다.... 실장석들의 겨울 천국.

혼자 오두막을 짓느라 힘들었지만, 이렇게 행복하게 잠든 실장석들을 보니 정말 보답받은 느낌이야... 만족, 대만족...


















근데, 내가 애호파는 아니쟎아? 전부 이제부터를 위한 준비였던 거야!!

나는 녀석들을 깨우지 않도록 조용히 오두막의 중앙으로 가서 카세트 라디오를 놓았다. 그런 다음, 갖고 온 짐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 어깨에 멘 후, 안전을 해제하는 트리거를 작동.

3...2...1...

"기상 바주카-아-아-!!!!"

쾅!! (https://www.youtube.com/watch?v=IISfD7SBAeM 참고)







"데에에에!?"
"데스!? 데스!? 뎃!?"
"데에에엣!?"


와하하! 하하하! 패닉이네! 완전 패닉!! 돌발상황에 얼굴을 들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구먼.

계속 제 2탄, 쾅!!

"데캬!?"
"데히이이이이이이!?"
"데!? 데슷데슷!?"

폭음에 벌떡 일어나서 주위의 자실장들을 짓밟으며 갈팡질팡하는 개체.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웅크리고 덜덜 떠는 개체. 충격으로 그대로 파킨해 버린 자실장들... 허무하네.

거기다, 간발의 틈도 허락치 않고 카세트 스위치 온!!!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

"데에에에에에에에!?"
"데스!? 데에에!?"

음량은 물론 MAX. 후하하하하, 귀을 누르고 괴로워하며 뒹굴고 있구먼.


거기다, 짐에서 중국 냄비를 꺼내 땅땅 두드리고 다닌다.

"자-자-, 일어나 돼지새끼들아!! 언제까지 잘거야?!"

"데갸아아아아아아!"
"데히이이이이이이이!"

바주카·카세트 라디오 음량 MAX, 중국냄비 꽹가리 콤보에 실장석들은 패닉상태이다....응?

"데피, 데피, 데푸푸푸~"

우와, 이 상황에서도 아직 자는 강적이 있어요. 가져온 보온병에서 뜨거운 커피를 컵에.... 아니, 실장석의 귀에 붓는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뜨거움에 벌떡 일어나는 실장석. 오, 부기맨! 아니, 부기짓소의 완성이다!!

"데스!데슷!데슷!! (뭐 하는 데스! 죽일 생각인 데스!!)"
"부기맨은 대사가 없어요!!"
퍽-
"데갸!"
벽까지 날아가 박히는 실장석.

이렇게 실장석을 전부 두드려 깨우긴 했지만.... 뭔가 냄새가 난다, 실장취랄까... 이렇게 실장석들이 밀집해 있으면 당연히 환기를 시켜야지. 환기.

창문을 여니, 밖의 상쾌한 공기에 더해 눈보라가 들이치며 실내에 냉기를 몰아넣는다.

"데에에에에에에앳? 뎃츄! 데데-데데데데데-"

어라? 전혀 냄새가 사라지질 않네? 아, 맞다. 옷에서 나는 냄새네.

"자! 네놈들 세탁 시간이다!!"

추위로 움직임이 둔해진 실장석들의 옷을 벗겨 물이 찬 대야에 던져 넣는다. 처마 밑에 걸쳐 놓은 밧줄에 옷을 널어 보니, 당장 얼어붙기 시작한다. 추위로 덜덜 떠는 알몸 실장들.

어딘지 리더 같아 보이는 한마리가 내 쪽으로 왔다.

"데스 데스, 데쓰 데스 데스 (우리는 조용히 겨울잠만 잤던 데스우! 이런 어중간한 시기에 깨우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 데스우?!)"

"아, 여기는 동면중인 실장석들을 두드려 깨울 목적으로 내가 특별히 지은 오두막이야. 아무것도 잘못된 것은 안 했어요~!"

"데!? 와와와와타시들은 댁의 장난감이 아닌 데스!! 힘내서 다시 잠드는 데스! 와타시들이 여기 주인인 데스! 인간은 냉큼 돌아가는 데스!!"

리더의 큰소리에 주위의 실장석들도 데스-데스-거리고 있다. 할 수 없이,

"오케이, 오케이, 알았어. 알았다. 나도 귀신이나 악마는 아냐. 봄이 올 때까지 여기에 있어도 괜찮아. 방해했구나. 아, 옷은 적당히 가져 가라."

나는 재빨리 짐을 싼 뒤, 밖에 세워 있는 스노우 모빌의 시동을 걸었다. 오두막 안의 실장은 나를 몰아냈다는 데 들떠서, 데스-데스-데프-데프-하고 떠들어대고 있다. 뭐, 마음대로 지껄이라지. 나는 오두막의 지붕에 줄을 걸고, 스노우 모빌의 뒤에 연결했다.

그럼 건강하게 잘 지내! 실장석들 모두!

브로로로 로로로로로로,

멀어지는 스노우 모빌을 보며 기뻐하는 실장들. 로프에 당겨지며 삐걱거리던 지붕은 마침내 끌려가서 떨어져 버리고, 지붕의 무게로부터 해방된 4면 벽은 벌렁 바깥쪽으로 쓰러졌다.

나 혼자 만든 거야. 그리 튼튼하진 않지만.

"데?"

칼바람 휘몰아치는 중에 아연실색하는 실장석들. 그들을 추위로부터 지켜 주는 것은 이미 아무것도 없다.

음. 원하던 대로 그곳에 있으면 좋겠지.

나는 귀신도 악마도 아닌 학대파.

실장석 학대를 위해서라면 어떤 수고도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음은 어떤 소재로 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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