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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를 만든 구더기

「레후?」

그 저실장은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여기는 어디인레후? 마마는 어디인레후, 누가 프니프니해주는레훙ー」



주위는 어스레한 어둠으로 차있다.

저실장이 수상쩍은 표정으로 둘러보아도 마찬가지.

옆으로 길고 둥근 장소. 여기가 저실장이 있는 세계였다.

「마마ー마마ー, 노예닝겐ー, 우지쨩 프니프니하는레후ー」

레후레후 큰소리로 울어보지만 반응은 없다.


잠시 그 자리에 드러누워서 프니프니해줄 존재를 모집해보지만, 아무도 오지않았다.

「마마도 없는레후, 아무도 우지쨩 프니프니해주지 않는레후〜 외로운레후ー 오네챠 이모우토챠도 없는레후ー」

저실장은 얼굴도 본적 없는 모친과 태내에서 함께 있었던 자매에 대해 생각한다.

하지만 곧이어 공복에 의해 잊어버리게 되었다.

저실장의 나쁜 머리는 건망이 심한 실장석 중에서도 최강클래스인 것이다.

「배고픈레후ー, 목마른레후ー. 레후? 뭔가 흘려있는레후, 핥짝핥짝 해보는레후」

바닥에 흐른 액체를 저실장은 핥아본다.

「달지않은레후, 우지쨩 달콤한것 나메나메 하고싶은레후ー」

불만의 뜻을 나타내면서 뿌지직 하고 딱딱한 똥을 흘린다.

하지만 결국 그 액체를 핥을수밖에 없었다.

저실장이 고생해서 배회해본 결과, 그 액체 이외에는 먹을것도 마실것도 찾을수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저실장이 자벌레처럼 움직여서(무서울정도로 동작이 느린데다 금방 지친다) 십수분밖에 안걸리는 정도의 넓이 밖에 안되는 이 공간.

이것이 저실장이 있는 세계의 모든것이었다.

「레후ー레후ー, 이젠 싫은레후, 프니프니도 안해주고 마마도 없는것은 싫은레후, 우지쨩 파킨하고싶은레후-!」

구더기가 이 세계에 내던져지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스스로 뒹굴뒹굴 굴러서 유사 프니프니를 하고, 정기적으로 흘러오는 액체를 핥고, 뿌직뿌직 똥을 흘린다.

그것을 반복한다. 극히 단조롭고 의미없는 생활.

먹을것은 없었지만 액체를 핥는것 만으로 어떻게든 살 수 있었다.

보호자는 없지만 천적도 없었고, 구더기는 오로지 고독했다.

실장석이라는 종은 고독을 굉장히 싫어한다.

특히 보호자가 없으면 생존할수 없는 저실장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레후레에에에에에, 우지쨩 외로운레후ー, 마마ー마마, 어떻게든 해주는레후ー」

고독에 시달린 저실장은 그저 마마를 계속 불러댔다.

그리고, 슬슬 위석이 삐걱거리기 시작할 무렵.

「레훗! 마마, 마마가 말해준 것을 우지쨩 생각해낸레후!!」

의식이 혼탁해져서인지, 저실장은 마마의 말을 떠올렸다.

저실장이 다른 자매들과 함께 태내에 있던 무렵.

언제나 모친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친의 목소리는 언제나 언제나 같은 것을 말하고있었다.

「우지쨩은 고치를 만드는데스〜 고치를 만들면 파라다이스인데스〜 손도 발도 생겨서 즐거운 일이 잔뜩인데스〜 손과 발이 생긴 자는 공주님인데스〜 뎃데로게〜 데에에에……」

저실장에 있어서 마마란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유일한 존재.

태내에 있던 때에도 이 세상에 태어난 후에도 목소리를 들은 것은 마마 뿐이었다.

「마마가 말했던레후. 고치를 만들고 잠자고나면, 우지쨩은 커지는레후. 노예닝겐이 떠받들어주고 왕궁생활을 즐기게되는레후」

그래서일까.

구더기는 마마의 가르침을 무조건적으로 믿었다.

애초에 구더기 정도의 지성으로는 말의 의미를 음미하거나 의심을 품는것도 무리였겠지만.

「알겠는레후, 우지쨩, 마마가 말한 대로 고치를 만드는레후, 고치를 만들어 커지게 되면 공주님인레후, 성공스토리의 시작인레후〜」

구더기는 그렇게 중얼거린 후 눈을 감고 그저 기원했다.

고치가 만들어지기를.
고치가 만들어지기를.
고치가 만들어지기를.
고치가 만들어지기를.
고치가 만들어지기를.

저실장의 의식이 깊은 장소로 떨어져간다.

체내에 있던 똥과 노폐물이 급격한 대사에 의해 분대에 모이고, 총배설구로 배출된다.

「고치를 만드는레후ー, 우지쨩의 고치인레후ー, 멋진 손씨와 발씨를 만드는레후ー」

저실장의 잠꼬대와 함께, 저실장의 입과 코에서 연두색 실이 슈르륵 하고 나왔다.

실은 꾀죄죄한 타이즈처럼 실장복의 안쪽으로 들어가서, 육체와 옷을 실의 층으로 차단한다.

그리고 부풀어 빵빵해진 실의 층에 의하여 실장복은 안쪽에서 찢겨나가고, 옷의 파편이 되어 바닥에 흩어진다.

「새로운 옷이 기대되는레후ー, 마마랑 놀고 닝겐에게 봉사받는레후ー」

실이 벽에 달라붙고, 저실장은 완전히 감싸이게 되었다……










겨울의 어느날, 후타바시 교외에 실장석을 사육하는 농가의 비닐하우스 안.

농가의 부자가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토벽 앞에서 수확의 준비를 하고있다.

「오늘이 회수일이지」
「지난번보다 수가 많으면 좋을텐데요 아버지」
「그렇지, 네가 처음 이 이야기를 가져왔을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괜찮게 자라게되었구나」
「자 그러면, 우지쨩들의 상태는 어떨까나?」

아들은 토벽에 넣은 파이프관의 뚜껑이 되어있는 발포스티로폼을 퐁 하고 뽑았다.

열린 구멍에서는 희미하게 똥냄새가 흘러나온다.

아들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걸레를 꺼내어 파이프 안에 있는 녹색의 똥을 닦아내고 안을 들여다본다.

어스레한 안쪽의 파이프 벽에, 매달려있는 녹색의 고치.

그것을 확인한 아들의 표정이 웃음을 띈다.

「오, 시작이 좋은데요 아버지. 1번부터 월동고치가 되어있어요!」



산실장은 겨울이 가까워오면 저실장을 구멍에 넣고 고독과 스트레스를 줘서 생체기능을 활성화시켜 고치가 되는것을 촉진하는 습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산실장은 생산성이 전무한 저실장을 필요로 하지않는다. 저실장은 기본적으로 먹이를 먹고 프니프니를 요구하고 똥을 흘릴 뿐인 밥벌레이기 때문이다.

봄에 태어난 구더기들은 무리에 의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그자리에서 솎아내어진다.

그런 저실장들이 가을에 태어나는 경우에 이 시기까지 살려놓는 것은 월동고치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구더기들이 겨울을 지내기 위해 만드는 고치는 굉장히 보온성이 뛰어나기에, 집락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기 위한 귀중한 방한구가 된다.

고치를 얻은 후의 알맹이도 영양가가 높은 비상식이 된다.

소모시키는 것 밖에 모르는 저실장이 무리에 공헌하는 방법은 이것이 유일하다.

그렇기에 월동고치를 만든 저실장이 봄을 맞아 자실장이 되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십중팔구, 고치는 실장복이나 짚깔개 대신으로 사용되고, 알맹이는 무리를 살리기 위한 자양분이 된다.



지금까지는 월동고치가 인간의 입에 들어오는 일이 별로 없었다.

농가와 사냥꾼이 겨울산에서 산실장의 집락이나 시골실장의 집을 덮칠때에 둥지의 벽에 매달려있는 것을 『운좋게』 입수하는 경우 뿐.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로, 전설의 식재료로 취급되어왔다.



하지만 인간의 음식에 대한 집념과 탐욕은 실장석 이상일지도 모른다.

산실장의 습성을 연구하고, 월동고치를 만드는 시스템을 규명해냈다.

수백에 이르는 산실장과 수만에 이르는 저실장의 희생을 겪은 끝에, 월동고치의 양식화에 성공한 것이다.



양식방법은 산실장이 월동고치를 촉성하는 것과 유사하다.

비닐하우스 안에 만든 토벽에 짧은 파이프를 꽂아넣어 옆구멍을 만든다

옆구멍에 저실장을 한마리씩 넣은 후 작은 구멍이 뚫린 마개로 옆구멍을 폐쇄.

마개는 발포스티로폼으로 되어있어서, 밖의 일광이 희미하게 스며들어 컴컴한 옆구멍에서 유일한 조명이 된다.

공기는 구멍으로 들어가므로 문제는 없다. 다만 저실장에게 쌀쌀한 정도로 파이프안은 온도를 조정하고있다.

저실장이 흘리는 딱딱한 똥은 아래쪽에 있는 파이프 벽에 몇개인가 구멍이 뚫려있어 그곳으로 배출된다.

환기도 토벽의 중앙에 깔려있는 통기구가 있기에, 똥의 냄새나 실장취가 고이지 않게 되어있다.

식사는 하루에 약간씩 구멍을 통하는 빨대로 흘려넣는 영양드링크(달지 않은 타입) 뿐.

영양은 있어도 포만감은 전무하기에 당연히 저실장은 불만과 공복감에 시달리게 된다.

며칠동안이라고 해도, 타인과 동족이 없는 컴컴한 공간은 저실장에 있어 이 이상 없는 스트레스를 발생시킨다.



보통이라면 저실장은 고독을 견디지못하고 위석을 자괴시키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키우는 구더기는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다른 행동을 보인다.



고치를 만들려고 하게된다

고치를 만들어 이 어두운 세상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모친에게 태교를 받은 대로, 필사적으로 고치를 만드는 것을 염원한다.



고치를 만들면 어떻게든 된다.

고치를 만들고 그 안에 틀어박혀있으면, 손발이 생겨나고 행복하게 된다.

그렇게 믿으며 저실장들은 월동고치가 되는 것이다.



월동고치가 도달하는 곳은 인간의 식탁 이외에는 없다는 것도 모르고서.



「좋아ー, 이녀석도 고치가 되어있네. 괜찮은 비율이야」

부친은 신중하게 파이프에서 꺼낸 월동고치를 완충재가 들어있는 칸막이 상자에 살며시 넣는다.

모처럼 품과 짬을 들여서 만든 상품이다. 여기까지 와서 흠이 생기면 벌받는다.

「아들, 그쪽은 어떠냐?」
「네, 괜찮게 고치가 되어있네요…… 얼레레」

어느 옆구멍을 들여다본 아들이, 약간 유감스러운 목소리를 낸다.

그 파이프에 들어있는 월동고치는 출하하기에는 약간 크기가 부족했던 것이다.

「……약ー간 일렀던걸까. 좀 작네요」
「이래서는 출하하기에는 부족하지」
「그렇죠」

뭐, 이럴때도 있는 법이다. 그 정도밖에 안되는 일이기에 작업은 금방 재개되었다.

부자는 차례차례 옆구멍의 뚜껑을 열고, 안에 있는 똥을 걸레로 닦아낸 후 월동고치, 또는 고치를 만들지 않고 죽은 저실장의 사체를 들어낸다.

「여기는 죽어있는데요 아버지. 이번에는 350마리에서 196마리네요, 고치 만든거」
「그런가ー, 그래도 처음에 비교하면 꽤 안정됐구나. 오늘저녁은 이 쪼끄만 녀석 안주로 한잔 해야겠다
  침넘어가는구만. 월동고치 알맹이를 집된장에 섞어서 산적에 발라 구우면 술이 술술 넘어가잖냐」
「아버지, 그러고보니 식육용으로 어미가 죽은 자충이 몇마리 있었죠? 그걸로 산적 만들죠」

자그마한 고치——— 말하자면 저실장의 월동고치를, 부친은 출하용의 상자와는 다른 플라스틱 상자에 조용히 담는다.

출하상자에 들어간 고치만큼 정중한 취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치가 부서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모든것은 저녁의 술안주를 위한 것. 조금이라도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음식에 대한 농가의 예의인 것이다.



「그러면 나는 출하 준비하러 갈테니까 친충들 보고와라」
「알고있어요」

출하상자와 플라스틱상자를 소중하게 안고 집으로 걸어가는 부친과는 반대방향으로 아들이 걸어갔다.

그 손에는 바구니가 거칠게 들려있고, 바구니 안에는 고치가 되지못하고 쇠약사 또는 고독사한 구더기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다.

아들이 도착한 곳에는 우사牛舎를 개조한 식용 시골실장의 사육사가 몇 개나 있었다.

그 중에 하나, 월동고치용의 출산석을 사육하고 있는 곳에 아들이 들어갔다.

「정말이지, 언제 와도 시끄럽구나 이녀석들」

들어서자 마자 데스데스의 대합창.

합창을 하고있는 출산석은 당연히 독라였다.

유일하게, 번호가 적혀있는 목걸이를 걸치고있기는 했지만.

식육용은 예외를 제외하고는 위생상의 원칙으로 독라로 하는것이 정해져있다.

겨울에는 독라가 동사나 쇠약사 하기 쉽기 때문에, 난방에 들어가는 비용이 농가에 있어서는 고충의 하나이기도 하다.

「데샤아아아아아아!!」
「뎃승ー♪」
「데, 데승, 데스ー!」

반응은 다양하다.

겁먹어 짚깔개 구석에 모여서 벌벌 떠는 놈들

울타리에 매달려 소리지르는 놈

다리를 벌리고 쾌락에 빠져서 아들을 유혹하는 놈.

피눈물을 흘리면서 울부짖으며 목숨구걸을 하는 놈.

자신의 배를 끌어안고 위협의 소리를 지르는 두 눈이 녹색인 놈.

꽤 부푼 배를 안고 피눈물을 흘리며 하염없이 우는 놈.

데ー데ー하고 울면서 뿌옇게 되기 직전인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는 놈.

합동으로 연습이라도 했는지, 라인댄스같은 춤을 추는 놈들도 있다.

꽤나 호흡과 동작이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연습의 보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독라에 비만체를 뒤뚱뒤뚱 움직이면서 피눈물을 흘리고, 경련이 일어나는 아양떠는 웃음을 띄우고 있어서 말짱 꽝이었지만.



아들은 그것들을 일절 무시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식육용의 가축이 뭐라고 소리지르건, 아들에게는 관심이 없으니까.

아들의 실장석에 대한 개념은 단 둘. 『가축』 또는 『해수』 뿐이다.

어리석든 똑똑하든 추하든 바보든 간에 터럭만한 흥미도 없다.



탁자 위에 놓인 업무용 푸드 믹서에 바구니 안의 저실장을 털어넣는다.

그리고 탁자 위에 둔 배합용 사료를 적정량 넣으면 준비 완료.

「아 그렇지」

남자는 생각이 난 듯이 중얼거리더니, 하나의 우리 안에서 데ー데ー 울고있는 실장석을 집어들었다.

통산 84회나 월동용의 구더기를 생산한 출산석이다.

출산석의 주위에 자실장은 없다. 이곳은 구더기를 낳기 위한 축사이기에 성체 뿐이다.

이곳의 출산석은 기본적으로 저실장밖에는 낳지않고, 태어난 구더기들은 즉시 아까의 그 비닐하우스로 들어간다.

비닐하우스의 그 구더기들은 상당수가 이 개체에 의해 태어난 것이다.

이 출산석이 구더기를 낳은 횟수는 84회. 잘 버틴 편이다. 하지만 이정도 했으면 더는 쓸 수 없다.

이렇게 된 출산석의 대부분은 몸을 열어보면 위석이 붕괴직전이 되어있다.

그런 상태로 새끼를 낳는다해도 사산이나 기형을 낳는 것이 고작.

쓸모도 없는 밥벌레를 키울 정도로 농가는 무르지 않고, 실장석에 정이 들 정도로 기특한 농가도 또한 없다.

아들은 그녀석에게 실장게로리를 억지로 삼키게해서 분대의 내용물을 쏟아내었다.

그리고 변색한 적색과 녹색의 얼룩이 무수히 묻어있는 플라스틱 도마에 얹고, 목걸이를 풀어버린 후 큰 칼로 목을 떨어뜨렸다.

「데븃!」

떨어져나온 검게 변색된 위석을 식칼의 등으로 부수고, 서걱서걱 하고 적당히 썬다.

물론 해체쇼의 모습은 울타리 안의 실장석들에게 그대로 보여져서 실황라이브되는 중이다.

태반이 이빨을 딱딱 부딛히면서 떨고있고, 나머지는 의미없는 목숨구걸과 아첨을 계속한다.

정신적 부하로 파킨하지 않는 것은 식용실장석의 품종개량을 통해 위석이 들실장보다 상당히 강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위석이 강화되었다고 해도 실장석에 플러스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튼튼해진 만큼 육질향상을 위해 가열차게 괴롭힘당하고, 지금까지 이상으로 새끼의 증산을 위해 출산을 강요당할 뿐.

결국 더 괴로운 생지옥을 강요당할 뿐인 것이다.

「휙휙」

썰려서 고기토막이 된 출산석을 푸드 믹서에 집어넣고, 뚜껑을 덮은 후 버튼을 누른다.

위잉 저걱저걱 우적우적 하는 적나라한 소리가 1분 정도 계속된 후, 믹서 안에 녹색의 페이스트가 형성되었다.

이제는 원료가 성체실장석과 구더기와 사료의 혼합체라고는 생각할수 없을 정도.

드문드문 빨간 점이 떠올라있는, 무서울 정도의 녹색 페이스트가 되어있다.



아들은 완성한 페이스트를 양동이에 담고 축사 안으로 걸어간다.

이것은 먹이……이지만, 식육용의 실장석들에게 먹이기 위한 것은 아니다.



식육용의 실장석들에는 실장육을 주지 않는 것이 식용실장사육의 원칙이다.

동족식을 하는 실장석의 고기는 심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서 먹을만한 물건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실장반죽은 무엇에 쓰는가 하면……

「야, 마라양반, 먹이 시간이다」
「아후ー, 아후ー」

안쪽의 엄중한 울타리 안에 있는 70cm급 실장석에게 아들이 말을 걸었다.

×자 모양의 나무틀에 손발이 쇠못으로 박히고, 관절마다 철사로 단단하게 묶여있는 커다란 몸집의 실장석.

몸집이 큰것만이 아니다. 사타구니에는 40cm나 되는 거대하고 묵직한 남근이 솟구쳐있다.

남근의 뿌리쪽에는 고무로 된 구속고리가 칭칭 감겨있어, 아무리 발버둥쳐도 사정할 수 없게 되어있다.

「우히, 부히, 부우히이이이이!!」
「정말이지, 한결같은 녀석이네. 자, 입 벌려라」
「보호, 호고고고고!?」

아들은 깔대기가 달린 고무호스 끝을 언청이입 안에 쑤셔박는다.

턱뼈를 완전히 부순 후, 턱의 근육을 태워놓았기에 입은 열린 채로 있다.

위에 도달할 정도로 고무호스를 집어넣은 후, 깔대기를 들고 그 안에 페이스트를 붓는다

「으걱, 으걱, 으걱……」
「맛있냐? 하하, 아마 모르겠지. 삼키는데에 방해되는 혀도 도려내고 태워놨으니까」

이 마라실장은 이 실장농가의 씨받이 전문 실장석.

우연히 태어난 마라실장을 선별하여 그 안에서도 체격이 크고 정력이 강한 개체를 사용한다.

선별에서 탈락한 마라실장은 물론 선별된 쪽에 주어지는 먹이가 되었고, 선별된 놈은 이렇게 씨받이를 위해 살려두고 있다.

식사는 폐기되는 출산석과 출하에 적합하지않은 자실장, 월동고치가 되지못한 저실장을 사료와 함께 준다.

몸에도 좋고 폐기물 처리도 되는데다, 분쇄된 위석과 동족의 고기를 먹으면 생기가 돋는다고 한다(들의 마라실장의 태반이 동족식을 하는것도 이때문이라나 뭐라나).

마라실장의 마라는 매일 터질것이 부풀어있지만…… 씨받이 작업이 없는 한은 사정시켜주지 않는다.



이 마라실장의 위석은 특별히 실장활성제가 들어있는 시험관 안에 넣어뒀다.

그 때문에 마라실장이 성욕을 발산하지못해 스트레스가 쌓여도 위석이 깨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마라실장은 스트레스로 죽는 것도,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으며, 발광하는 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인간에 의한 해방의 때(전용의 흡입기에 의한 강제사정)를 기다리면서 괴로워할 뿐이다.



그렇게 참고 참아서 모아둔 정액은 양질의 새끼를 낳는 씨앗이 되는 일이 많다.

지금 이 마라실장석은 다른 농가에서 구매요청이 있을 정도로 좋은 육질을 가진 혈통을 낳고있다.

다른 두개의 실장축사에도 마라실장(이 마라실장의 딸)은 있지만, 그녀석들도 이 마라실장에는 미치지 못한다.

보통의 실장석보다 다소 비용이 높게 들어가지만, 마라실장의 사육에 품과 짬을 들이는 것은 실장농가로서 당연한 일이다.



먹이를 준 후에는 채종의 시간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팽팽하게 젖혀진 마라에 전용흡입기를 들이댄다.

뿌리부분의 구속을 푼 아들이 스위치를 누르자 위이이잉〜 하면서, 마치 청소기 같은 소리를 내며 거근의 끝을 빨아들인다.

참지못하고 뭉쳐있던 정액을 엄청난 기세로 발사하는 마라실장. 순식간에 흡입기의 탱크는 누런 정액으로 가득 찬다.

「자 끝이다」

수십초만에 기계를 멈추고 다시 마라의 뿌리에 고무고리로 구속을 채운다.

마라는 우어우어 외치면서 아직 부족하다, 더 싸고싶다고 의사를 표명하지만, 아들은 완전히 무시한다.



흡입된 씨를 들고 시골실장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수십번이나 반복되어 왔기에, 아직 임신하지 않은 실장석들이 날뛴다.

「데스으ー데에에!!」
「데갸아, 히, 히갸아아아!!」
「즈아아아, 데샤아아…… 테갹!!」

울고, 소리지르고, 위협하고, 목숨구걸.

행동은 각각이지만 결과는 같다.

위협하거나 울타리에 매달리는 놈에는 곤봉으로 천벌을 내린다.

아무렇게나 울타리에서 끄집어내서, 탱크에서 관장주사기로 빨아들인 정액을 총배설구에 집어넣은 후 울타리로 돌려놓는다.

이렇게 하면 보통 주고있는 사료의 효과와 시너지를 내서 98% 이상의 확률로 임신한다.

다음날에 씨를 뿌린 실장석을 확인해서 임신해있으면 그걸로 좋고, 임신하지 않았다면 그자리에서 재차 씨를 뿌린다.



새끼를 가진 후에는 태교에 의해 월동고치가 되기 위한 교육이다.

시골실장에는 그저 새끼들에게 『고치를 만들자, 고치를 만들면 멋진 결과가 기다린다』라고  태교하도록 명령해놓았다.

명령을 어기면 그자리에서 죽이고, 거짓말을 해도 즉시 들통난다는 것(링갈이 붙은 녹음기)도 고지해두었다.

다소는 새끼에 애정이 있더라도, 결국은 자신의 몸이 가장 소중한 실장석이다.

본보기로 눈앞에서 『명령을 어긴 실장석을 처단』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간단히 따른다.

어떤 바보같은 개체라도, 수미터 앞에서 산 채로 전신의 껍질이 벗겨지고 신경이 뽑혀나가는 동족을 보면 생각이 바뀔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인간에게 반항하는 특급의 바보도 있지만, 있으면 있는대로 본보기용으로 처단하는 실장석이 늘어나는것 뿐이다.

고치에 대한 기본적인 문구만 넣어주면 태교의 세부사항은 개입하지 않는다.

요는 어미가 배 안의 새끼에게 『고치를 만드는 것의 중요함』을 각인시키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실장석의 태교는 새끼들의 지성과 성격에 크게 영향을 준다.

대개의 실장석이 분충이나 바보인 것은, 대개의 어미실장이 태교에서 제멋대로의 몽상이나 헛소리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기의 어미실장은 태교에서 『고치를 만들어라, 고치를 만들면 실장생은 파라다이스』라고밖에 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 태교를 이용한 월동고치용 저실장의 육성을 하면서부터는 저실장이 월동고치가 되는 확률이 확 뛰어올랐다.



구더기들의 금붕어 이하의 지성으로도, 태내에 있는 동안 꾸준히 들려준 것은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자신들의 형편에 좋은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줄어가는 식사의 양과 어두운 장소의 스트레스와 불안과 고독을 체감한 구더기의 대부분은 고치를 만들려고 시도한다.



고치를 만들면 괜찮다.

고치를 만들면 무척 즐거운 일이 있다고 마마가 말했다.

그러니까 괜찮다. 고치를 만들고, 안에서 손과 발이 생기면 자신은 공주님이 된다.



거기에 따라서 고치를 만들면 지금의 곤경을 타개할수 있다.

구더기들은 태교에 의해 심어진 생각과 함께 어둡고 추운 옆구멍의 빈약한 식량사정에서 도망치기위해 월동고치로 변한다.

월동고치가 되는 것은 구원이 아니라 인간의 음식이 되는 것이라는 것도 모르고.



그리고 오늘도 새로운 저실장이 태어나서 몇분도 되지않아 어미로부터 떨어져나오고, 비닐하우스 안에 만들어진 토벽의 옆구멍에 들어간다.

「자아, 고치를 만들어라. 고치를 만들어 맛있는 맛있는 번데기가 되어라……」

아들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멈추고, 폐쇄된 옆구멍 안은 컴컴해졌다.

「레후?」

그리고 또다시, 저실장은 눈을 뜬다.

「여기는 어디인레후? 마마는 어디인레후, 누가 프니프니해주는레훙ー」

어두운 옆구멍의 안.
구더기의 목소리에 답하는 자는 없다.






-끝




※작가 주 : 스크 『가족의 온기』에서 월동고치의 설정을 빌려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가족의 온기 : https://dechajissou.blogspot.kr/2017/05/blog-post_71.html)

※역자 주 : 사실 고치(繭)와 번데기(蛹)는 다른 물건이지만 구분해서 서술하자니 뭔가 난잡해져서 대충 뭉뚱그렸습니다...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면 구분할지도?

댓글 2개:

  1. 실로 생산성있는 농가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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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번데기 ; 완전변태곤충이 성충으로 변태하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신체를 분해하고 성충의 신체로 변화합니다.
    고치 ; 일부 번데기 과정을 거치는 곤충들이 번데기를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방어막입니다. 몇몇 벌레는 보호색이나 위장전술을 통해 연약한 상태에서의 공격을 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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