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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

계절은 이미 가을이라기보다 겨울이 되기 시작했다.
공원의 나무들에는 때까치의 보존식이 된 자실장이 반 건조된 상태로 방치되어있다.
거기서 눈을 아래로 돌리면, 나무 밑동에는 자실장을 내려주려고 애를 썼을 실장석이 차가워져 나뒹굴고 있었다.

바깥세상에 비하면 안식의 땅인 공원은, 그럼에도 실장석들이 살아가기에는 혹독한 장소였다.


"데스우...데스우..."

배를 부풀린 실장석이 하나, 좌변기에 걸터앉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약간의 부주의로 마라실장에게 범해진 실장석은 운 나쁘게 임신하여 이 시기에 출산이라는 중대한 에너지 손실에 직면했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첫 출산인 실장석에게는 앞으로 태어날 자실장이 소중한 존재로 느껴졌다.

"데스우... 데슷!"

푸득

"챠아!"
가장 먼저 태어난 자실장은 변기 물 속이 아닌 어미실장석의 팬티 속에 태어났다.
애석하게도 이 모성애 넘치는 실장석은 팬티를 내리는 것을 깜빡할 정도로 머리가 부자유했던 것이다.

"테.. 테곳 홋!? 테게보오!"

태어나서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어미실장의 팬티가 풍기는 악취에 기껏 이 세상에 삶을 얻은 자실장은 구토를 하며 죽었다.

"데아아!?"

푸득  푸득

슬픈 최후를 맞은 장녀에 놀란 어미실장은 무심코 힘주어버려 차녀, 삼녀를 출산했지만
물론 그녀들도 어미의 얼굴을 못 보고 팬티 속에서 죽어갔다.

어미실장은 이 세상의 절망을 빼곡히 칠한 듯한 표정의 자실장들을 자신의 팬티에 조심스레 감싸 변기 옆에 살며시 놓았다.
아직 산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앞으로 두 마리 정도 태어날 것이니 그 뒤에 애도해줄 생각이었다.

"데아아... 데아!"

푸드득

"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재차 변기에 걸터앉아 기합을 지른다.
갓 태어난 자실장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자실장에게는 너무 혹독한 냉수에 태어난 쇼크로 죽었다.
남은 한 마리는 겔 형태의 점액 덕분에 살았지만 바로 건져 올려주어야 한다.
어미실장은 있는 힘껏 일어나다가 그 박자에 변기의 레버를 내렸다.

"떼쥬아아아아아아보보보보보보보!!!"

꼬르륵꼬르륵 절망적인 소리를 울리며 자실장은 깊은 변기 바닥으로 빨려 들어간다.

"데아아아아아!!!"

마지막 자실장을 구하기 위해 황급히 손을 뻗은 어미실장은 자실장의 시신을 감싼 덕분에
그 겔로 인해 심하게 미끄러워진 팬티를 짓밟고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쳐 정신을 잃었다.

십수분 뒤에 눈을 뜬 어미실장은 이미 차가운 고깃덩이가 된 자실장 세 마리를 묻어주려 했지만 대충 생겨먹은 손으로는 구멍을 팔 수 없어 울고 울며 시신을 늘어놓은 옆에 막대기를 세워줄 따름이었다.


인간 흉내를 내어 손을 모으고 아이들을 위해 가만히 기원하는 어미실장이지만, 그 물렁한 머리가 멍하니 있는 사이에
아이들의 시신은 지나가는 실장석에게 전부 먹혀버렸다.

기원에서 눈을 뜬 어미실장은 눈앞에 벌어진 참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순식간에 깨달았다.
자신이 식사를 한 뒤에도 이랬으니 바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장석은 생각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인가. 왜 아이들은 이런 꼴을 당해야 했는가.
그리고 길다고 믿고 있지만 짧은 명상 속에서 답에 도달했다.
팬티가 나쁜 것이다.
팬티를 입고 있던 탓에 장녀~삼녀는 죽음에, 오녀도 변소의 물귀신으로 화했다. 사녀는 운이 없었던 것이겠지.
거기서부터 실장석의 행동은 재빨랐다. 두 번 다시 팬티를 입지 않을 것을 결심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그동안 신세 졌던 자신의 팬티를 조금 전 아이들에게 바친 막대기로 찌르고, 휘두르고, 내려치고, 너무나 분노한 나머지 물어뜯는 바람에 악취를 견디지 못하고 쇼크사했다.

이렇게 해서 순박하고, 머리가 모자랐지만 그럼에도 상냥한 마음을 가졌던 실장석이 죽었다.
실장석은 나쁜 녀석이 아니었다. 주어진 상황은 불행 그 자체였지만 그것은 다른 실장석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죽었는가.
그것은 그녀가 바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뿐만 아니라 모든 실장석은 하나같이 바보다.

무지와 바보는 전혀 다르다.
무지는 알면 되지만 바보는 알아도 진보할 수 없다. 오히려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실장석은 바보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행복해질 수 없다.

아아, 지독하게 바보이기에 불행한 실장석들이여, 힘껏 살아다오.
너희의 삶 그 자체가 신이 너희에게 내리는 학대이며, 내 마음은 그것만으로도 채워진다.
낳아라, 길러라, 그리고 다시 낳아라, 영원한 번영 속을 살아가라 실장석!
살아감에 있어 탐욕스러운 너희의 비명과 눈물, 번민하는 표정이야말로 너희에게 유일한 가치를 보장한다.

아아, 태어나줘서 고맙구나 실장석. 자, 미련없이 죽어다오.
나는 너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끝

댓글 2개:

  1. 멍청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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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팬티가 뭔 생화학병기급이네 ㅋㅋㅋ 얼마나 드러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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