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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채도 될까요?


저녁녘부터 흐려지기 시작한 하늘은, 두꺼운 구름에 뒤덮여서 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적에 휩싸인 한적한 주택가, 그 한 모퉁이에 있는 이층집 안에서는, 한 마리의 실장석이 쉬고 있었다.
꽤나 한가한지, 소파 위에서 뒹굴 거리거나, 의미 없이 폴짝폴짝 뛰거나 하고 있다.
TV도 재미있는 방송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검은 화면에는 아무도 없는 거실의 모습이 비치고 있을 뿐이다.


"하아, 따분한 데스"


실장석 미도리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분홍색 실장복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소파에 풀썩 뛰어들었다.

미도리는 이 집에 살기 시작해 꽤나 지난 성체 실장석이다.
딱히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일도 없고, 사람과의 접촉을 거절하고 틀어박히는 성격도 아닌, 아주 평범한 실장석이었다.
하지만 그렇긴 해도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장시간 혼자서 있으면,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온다.
미도리는 가구를 부수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었지만, 새로운 자극에 굶주리고 있었다.

"하~, 뭔가 재미있는 일이라도 안 일어나는 데스?"

들을 사람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려 본다.
창 밖에는 이미 밤의 장막이 내려와, 완전히 어두워졌다.
이제 자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는…… 정말로 따분한 시간을 조금이라고 해소하려고, 미도리는 거실의 큰 창문을 열고 마당에 나가보기로 했다.
잠깐 정도라면 집 밖에 나가도 괜찮을 것이라는, 실장 특유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의해 움직인다.
불쑥 마당의 잔디 위에 올라선 미도리는, 약간 차가운 바깥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콜록! 콜록콜록!!"

사레 들렀다.


풋, 키득키득


그때, 어디에선가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처마 아래에서 누군가가 웅크리고 있는 듯 했다.

"누가 있는 데스? 어느 틈에 들어온 데스!!"

"데프프, 분홍분홍한 녀석이 온 데스☆"

보아하니, 그것은 더러운 옷을 입고, 너덜너덜한 머리를 끌고다니는 들실장 이었다.
몸을 웅크리고, 밤의 냉기를 버티려고 하고 있다.
미도리는 자신의 옷과 들실장의 옷을 비교하고는, 약간 거친 목소리로 접근했다.

"누구 허락으로 이 집에 들어온 데스? 뻔뻔한 데스, 빨리 나가는 데스"

날카롭게 내려다보며, 위협하는 듯이 외친다.
하지만 들실장은, 그런 미도리를 보고 오히려 웃기 시작했다.

"오마에야 말로, 어째서 이 집에 살고 있는 데스?"

"그건, 여기가 와타시가 있을 장소여서 그런 데스"

"오마에가 그렇다면, 와타시도 그런 데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데스? 자, 빨리 나가는 데스!"

"히, 히에에!"

다소 팔 힘에는 자신이 있는 미도리는, 들실장을 마당 밖으로 밀어냈다.
때리거나 물어뜯지는 않고, 어디까지나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폭력을 휘둘러 어쩌다 피라도 튀면, 소중한 옷이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지혜는 가지고 있는, (자칭)현명한 미도리였다.

집 대문에서 날려버릴 듯 쫓아내자, 들실장은 순식간에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 ◇ ◇


다음날 밤에도, 들실장은 집 마당에 모습을 나타냈다.
다음날에도 마찬가지로, 심심풀이로 마당에 나온 미도리는, 미간에 주름을 지고, 침입자를 쫓는다.

"또 온 데스? 여기는 오마에가 있을 곳이 아닌 데스! 적당히 하는 데스!"

미도리의 거친 말에 굴하는 모습도 없이, 들실장은 실실 웃고 있다.

"뭐, 그렇게 말하지 마는 데스. 오마에와 와타시는 일련탁생오월동주(一蓮托生 呉越同舟) 아닌 데스?"

"어, 어려운 닌겐 말을 써서 얼버무리지 마는 데스!"

그렇게 말하곤, 어제와 똑같이, 미도리는 들실장을 대문 밖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들실장은 처마 밑에 왔다.
그리고 그 때마다 미도리는 화내고 위협하며, 실실 웃는 들실장을 마당 밖으로 내쫓는다.

그런 패턴을 반복하며, 열흘이 지날 무렵……

"그런데, 오마에는 보기보다 가벼운 데스~. 제대로 먹고 다니는 데스?"

"무슨 터무니없는걸 묻는 데스?"

"잘 모르니까 어쩔 수 없는 데스"

"알고 싶다면 알려주는 데스"

어느 샌가 미도리는, 들실장을 대문까지 밀어내면서,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들실장이 마당에 들어오기 시작하고부터, 미도리는 그녀가 나타나는 타이밍을 목 빠지게 기다리기까지 하게 되었다.

"저기, 그런데 이렇게 얘기 할 거면 무리해서 와타시를 쫓아내지 않아도 되지 않는 데스?"

"데? 그러고 보니 그런 데스. 오마에, 꽤나 머리 좋은 데스!"

"……"

처음 만나서 2주 정도나 지날 무렵, 미도리는, 이제 들실장을 쫓아내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들실장은 확실히 매우 머리가 좋고, 미도리가 모르는 지식이나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대화 주제 폭이 넓다.
공원에서의 생활, 닌겐들이 만들어내는 사건, 길에서 본 신기한 일, 또는 동료의 죽음, 사고, 혹은 그것에서 배우는 대책 등.
들실장의 얘기는 이제 미도리에게 있어서, 더 이상 없을 정도의 심심풀이가 되었다.

"더 들려주는 데스,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데스!"

"그럼, 학대파라는 닌겐에 대한걸 알려주는 데스. 닌겐 중에는, 와타시타치 실장석을 잡아서는 심한 짓을 즐기는, 악취미적인 녀석들이 있는 데스"

"데에……그거 정말인 데스?"

"진짜 데스"

들실장은, 마치 괴담이라도 말하는 듯이, 무서운 분위기를 잡고 말한다.
그 박력에, 미도리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이 근처에는 실장석을 좁은 곳에다 며칠 동안이나 가둬두고, 쇠약하게 만들곤 산채로 해체하는, 매우 잔혹한 학대파가 있었다고 한다.
공원에 사는 들실장 중에도, 그 희생양이 된 녀석들이 많고, 어미나 새끼 관계없이 사냥감이 된 것이다.
그것은, 미도리에게 있어서 상상할 수도 없는 무서운 얘기였다.

"하, 하지만, 집 안에 있으면 안전한 데스? 그러면, 오마에도 우리 집에 사는 데스"

"정말인 데스? 그건 기쁜 데스!"

어느 샌가 들실장에게 마음을 품게 된 미도리는, 나름대로 그녀를 걱정하게 되었다.
게다가, 들실장이 있다면, 이제 길고 긴 무료함에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들실장은 미도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처마가 아니라 무려 집 안에서 사는 것을 허락받았다.


◇ ◇ ◇


미도리와 들실장의 생활은, 매우 재미있고 이상한 것이 되었다.
밤이 되면, 들실장은 지금까지 보고 들은 것을 즐겁게, 가끔씩은 무섭게, 미도리에게 들려준다.
그 내용은 바리에이션도 풍부하고, 미도리를 푹 빠지게 하는 것뿐이었고, 언제까지고 소재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즉흥적으로 지어낸 얘기가 아니라는 것은, 얘기에서 느껴지는 리얼리티로 대충 알 수 있다.
미도리는 어느 샌가, 들실장과 함께, 집 밖의 세계에 접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날 밤도, 들실장은 미도리에게, 얘기를 들려주었다.
오늘 밤은, 오랜만의 '무서운 얘기'인 듯 하다.

"언젠가 했었던 학대파 얘기를 기억하는 데스?"

"그건 잊으라는 게 무리인 데스"

"오늘은 그 뒷이야기 데스"

"데에에, 무서운 데스~"

들실장의 오늘 얘기는 이전보다 더 리얼리티가 있었다.

이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는, 예전에는 매우 많은 실장석이 살고 있었고, 누구도 닌겐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 없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근처에 살고 있던 닌겐 남자가 한명, 그런 공원의 실장석에게 접근하기 시작하고, 점점 이상하게 변해갔다.
그는, 닌겐의 음식을 실장석들에게 주고, 매일 우호적으로 접해왔다.
처음에야말로, 남자는 매우 환영받았고, 특히 자실장들로부터의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또한 추위가 심해져, 먹을 것이 적어지는 겨울에는, 방한구로 쓸 것이나 보존식도 많이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신과 같이 여겨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윽고, 그는 맛있는 먹이나 편리한 지급품을 가져다주는 노예 닌겐이라는 취급이 되어갔다.
이쪽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여러 물건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실장석들이 거만해지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변함없이, 계속해서 실장석들에게 여러 가지를 베풀어주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실장석들은 자신들에게 일어난 이상사태에 눈치 채기 시작했다.
동료나 아이가 조금씩 줄어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원인을 알아내지 못하고, 그중에는 자기 아이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분 탓'으로 넘겨버리는 어리석은 녀석까지 존재했다.

어느 날, 남자는 공원의 실장석들에게 "이 중의 누군가를 사육실장으로 삼고 싶다" 라고 말했다.
당연하게도 희망자가 쇄도했지만, 그 모든 녀석들은 노예 닌겐의 집에 살면 의식주의 보장에 더해, 편리한 노예까지 얻을 수 있다는 괘씸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남자는 한 번에 전원을 데려갈 수는 없다고, 1~2마리만을 골라 데려갔다.
물론, 남겨진 녀석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며칠이 지나고, 남자는 다시 다른 실장석을 데려간다.
이러면, 기다리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자신의 차례가 올 것이라고, 실장석들도 납득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다음에야말로 자신이 선택되도록, 동료를 습격해 크게 다치게 해, 경쟁률을 내리려고 하는 녀석들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며칠 간격으로 나타나, 실장석을 골라 데려간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그는 공원의 실장석들에게 베풀어주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래서, 공원은 이윽고 심각한 식량난에 빠졌다.
하지만 실장석들은, 언젠가 자신도 사육실장이 될 것이라고 믿고, 먹이를 찾기보다 남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을 우선하게 되어갔다.

하지만, 남자가 데려간 실장석들이, 그 뒤에 어떤 생활을 보내고 있는지, 공원의 녀석들에겐 알 턱이 없다.
어떤 녀석은, 그렇게 많은 실장석을 데려가, 닌겐의 집은 괜찮은 건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공원의 실장석 한마리가, 우연히도 남자의 집을 찾았다.
그가 사는 집은, 닌겐의 집으로는 아주 평범한 크기로, 아무리 봐도 많은 실장석을 기를 정도의 규모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우연히 외출하고 있었던 남자에게 발견되어, 집에 들여지게 되었다.




"그, 그래서 어떻게 된 데스?"

조마조마 두근두근 하면서, 미도리는 들실장의 얘기의 뒷이야기를 요구한다.

"심각한 꼴이었던 데스. 닌겐은, 집에 들인 실장석을 학대하고는 죽이고 있었던 데스"

들실장의 얘기는 계속 이어진다.
집에 들여진 실장석이 본 것은, 참혹한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남자의 방에는, 엄청난 시체 냄새, 썩는 냄새, 피 냄새가 가득 차있었다.
다다미는 검은 얼룩이 단단히 굳어있고, 벽에는 실장석들이 착용하고 있던 옷이 핀이나 못으로 박혀있었다.
몇 단이나 쌓인 대형 수조 안에는, 손발을 빼앗긴 실장석들이, 몸을 비틀어서 밀어 넣어져 있었다.
당연히, 아랫단 녀석은 이미 숨이 끊어져, 시체는 부패를 시작하고 있었다.

굴러다니고 있는 쓰레기봉투 안에는, 토막 난 실장석의 사체가 대충 넣어져 있었다.
천장에서는 몇 개의 로프같은 것이 매달려 있고, 거기에는 몇 마리나 되는 실장석이 매달려 있었다.
전부 목을 태웠는지,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숨을 쉰다.
실장복과 머리를 뜯긴 그녀들의 몸에는, 무수한 못이나 바늘, 부러진 커터의 날 등이 박혀있었다.

제대로 된 상태의 실장석은, 이제 막 데리고 온 그녀 단 한 마리 뿐.
남자의 손은, 이윽고 그녀에게 가까워지고-


들실장의 얘기는, 거기에서 끝났다.

"벌써 끝난 데스? 제일 중요한 무서운 부분이 듣고 싶은 데스!"

미도리의 불만에, 들실장은 고개를 옆으로 젖는다.

"이런 얘기는, 중요한 부분이 없는 것이 좋은 데스"

"그런 것인 데스?"

"왜냐면, 잘 생각해보는 데스? 이 얘기는, 누가 누구에게 말했던 데스? 방을 본 실장석은, 그 뒤로 어떻게 해서, 이 얘기를 전할 수 있었던 데스?"

"데에? 아, 그런가"

미도리는, 그제야 알아들었다.
화자가 죽어있을 얘기를, 다른 녀석이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 ◇ ◇


들실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된 것은, 그 다음날 밤부터였다.
평소처럼, 거실에서 들실장을 기다리고 있던 미도리는, 하늘이 하얘지기 직전까지 계속 참았다.
하지만 결국 그 날, 그녀는 마지막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또 다음날 밤도, 그 다음날도, 들실장은 거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미도리는 어려운 일은 생각하지 않는 타입이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1주일이나 지나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애초에, 그 녀석은 항상 어디에 있는 데스? 집 안에 있을 텐데……"

결심한 미도리는, 오늘 밤은 그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기로 했다.
상주하고 있는 거실을 나와, 일층의 어두운 복도에 나와 본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흐릿한 달빛에 의지해, 미도리는 부엌을 찾고, 일본식 방을 들여다보고, 욕실에도 들어갔다.

"그 녀석, 정말로 어디에 가버린 데스? 전혀 기척이 없는 데스!"

몇 시간이나 걸쳐 열심히 찾았지만, 일층의 어디에도 들실장의 모습은 없었다.
미도리는 다음으로 이층으로 향하기로 했다.
계단 앞에 서서 위를 바라본 순간, 미도리의 가슴이 어째선지 크게 뛰었다.

이 이상 가면 안 된다
이 계단을 오르면 안 된다

마음속에서, 뭔가가 열심히 경종을 울리고 있다.
걸음을 내딛어야 될지 고민했지만, 미도리는 역시 앞으로 나가기로 했다.

어느 샌가 미도리의 안에서는, 들실장은 단순한 식객이 아니라, 자신을 재밌고 즐겁게 해주는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런 친구의 행방을, 모르는 채 있을 수는 없었다.


◇ ◇ ◇


겨우겨우 이층에 올라온 미도리는, 그곳의 모습이, 일층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바로 눈치 챘다.
일층에는, 사람이 살고 있던 분위기라고 할까, 기척 같은 것이 느껴졌지만, 여기는 그런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무인이었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 사람이 있었던 흔적은 남아있다.
묘하게 사용감이 적은 두개의 방을, 꽤나 시간을 들여서 들여다 본 미도리는, 복도의 제일 끝에 있는 문 앞에 선다.
이제 그 방 이외에, 들실장이 있을 가능성은 생각할 수 없다.

가슴의 경종이, 더욱 크게 울려 퍼져,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미도리는, 크게 심호흡 하고, 결심하고 문을 지나가기로 했다.



들어온 방은,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지옥"이었다.

다다미는 검은 얼룩이 단단히 굳어있고, 벽에는 무수한 실장복이 핀이나 못으로 박혀있었다.
몇 단이나 쌓인 대형 수조 안에는, 바싹 마른 검은 덩어리가, 잔뜩 밀어 넣어져있었다.

굴러다니고 있는 쓰레기봉투 안에는, 미이라화 한 동물의 사체 같은 것이 무수히 넣어져 있었다.
천장에서는 몇 개의 로프같은 것이 매달려 있고, 거기에는 검은 인형 같은 뭔가가 매달려 있었다.
검은 인형 같은 것에는, 무수한 못이나 바늘, 부러진 커터의 날 등이 박혀있었다.

그곳에 산 것의 기척은 없다
있는 것은 그저, 명백한 "죽은 자"의 뼈와, 그것을 낳은 광기의 흔적뿐이다.
물론, 들실장의 모습은, 그곳에 있을 리가 없었다.

"무슨 일인 데스? 무슨 일인 데스?!"

너무나도 무서운 광경에, 미도리는 격하게 당황했다.
눈앞에 펼쳐져있는 것은, 들실장이 얘기한 학대파의 집의 광경에,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아니, 아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떠올린 광경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무슨……"

미도리의 시선은, 어느 샌가, 벽에 박힌 실장복에 향했다.
분홍색의, 화려한 색채의, 애완용 실장복.
그것은 격하게 찢겨져 있고, 곳곳에 피라고 생각되는 흔적이 검게 달라붙어 있다.
그 옆에는, 너덜너덜하게 썩어버린, 검정에 가까운 녹색도 매달려 있었다.

'……'

그 의미를 이해한 미도리는, 어떤 경위로 이 집에 온 것인지를 겨우 기억해냈다.



하얀 하늘의 빛이, 커튼이 없는 창을 통해서, 아무도 없는 방을 비춘다.

그 방의 시간은, 계속 멈춰있었던 것이다.



◇ ◇ ◇


집 주인이 사라진 집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몇년이나 남겨져 있는 일이 있다.
소위 "폐허"라고 불리는 것이지만, 그 중에는 전 주인의 생활 모습이 뚜렷하게 남아있는 것도 적지 않다.
그들이, 어떤 사정으로 그 집을 비우고, 모습을 감춘 것인지는, 이제 알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중에는 몇 년, 몇십년이라는 시간이 멈춘 상태로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두 번 다시 움직일 일은 없다.

언젠가 썩어 문드러져, 모든 것이 붕괴를 맞이하는, 그 때까지-


-끝







※역주 :
일련탁생(一蓮托生)
'죽은 뒤에 극락정토에서 같은 연꽃 위에 다시 태어난다'는 뜻.
사물의 선악이나 결과의 선악에 관계 없이 행동이나 운명을 함께함을 뜻함.

오월동주(呉越同舟)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 배에 타고있다는 뜻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서로 원수라도 협력하게 된다는 뜻.
뜻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있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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