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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1~4

1.

내가 기르는 실장석은 취미가 많다.
머리가 상당히 좋은 부류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벨 마크를 모으겠다고 하더니 재주 좋게 가위로 오려내서는 깡통 안에 모은다.
(*벨 마크 : 학교 비품 등을 위한 기금 모으기에 쓰이는 종 모양 마크.)

"지금 몇 점 모았어?"

"데스우~." (200점 넘은 데스우~)


요즘은 초등학생도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깡통에 쌓인 벨 마크를 귓가에서 흔들며 소리를 즐기는 실장석.
아아, 정말 기쁜 것 같다. 그녀가 벨 마크를 모으기 시작한 계기는 이렇다.


"데스데스데스~."

"응? 뭐 하냐고? 벨 마크를 잘라내는 거야."

지역 자치단체에서 초등학교 비품을 위해 벨 마크를 모으는 운동이 있었다.
번거로워서 싫었지만 동네 사람들과 트러블이 생기는 것은 더욱 싫어서 옆집 아주머니에게 웃으며 20점 모으겠다고 말해버렸다.
막상 모으려니 요즘 상품에는 벨 마크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온갖 상품에 붙어있었는데 말이다.
문득 보니 실장용 고급 콘페이토 봉투에 벨 마크 2점 분량이 붙어있었다.

"오. 럭키. 2점이잖아. 이제 9점 남았다."

"데스우~♪ 데스우~♪" (2점 데스우~ 2점 데스우~)

이 녀석 뜻은 알고 말하는 건가.
남은 건 10점. 귀찮으니까 이 콘페이토를 5개만 사 올까.
1주일에 1번만 받을 수 있는 고급 콘페이토를 5개나 사 와서 실장석이 크게 기뻐한다.

"좋았어. 이걸로 할당량 달성. 이런 귀찮은 일은 이제 끝!"

이 콘페이토 상자에는 1점이 2장 붙어있어서 결국 1점이 남게 된다.

"데~?" (어라? 안 주는 데스까?)

가장 중요한 콘페이토를 받을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실장석. 귀여운 녀석 같으니.

"자, 줄게."

나는 콘페이토 하나를 실장석에게 준다.

"데스우~♪ 데스우~♪"

"자, 이것도 줄게."

나는 1점을 주었다.

"데?" (이건 뭐인 데스까?)

"벨 마크, 1점이야."


    1점이야...1점이야...1점이야...1점이야...


부들...부르르르...

실장석이 희미하게 떨고 있었다. 어라? 콘페이토가 그렇게 맛있었나.
그런데 실장석의 시점은 내가 준 1점 벨 마크에 고정되어 있었다.

"야... 실장...."

"데데데데데스스스스스스우우우우우!!!!!!!"

우와. 깜짝 놀랐다.
놀랍게도 갉아먹던 콘페이토를 그대로 두고, 그녀는 두 손으로 1점 벨마크를 머리 위로 올리고 큰 소리로 외치며 방을 뛰어다니고 있다.

"야, 임마...."

"데스우우우우우우우!!!!" (우에서 좌로)

"조용히 하라고. 이제 밤이다."

"데스우우우우우우우!!!!" (좌에서 우로)

그리고 옆집 아주머니에게 시끄럽다고 불평을 듣고, 둘이서 머리를 숙였다.
너, 그렇게 좋았던 거냐.

"데스우..."


그렇게 그녀의 벨 마크 수집이 시작되었다.

"데스우!"

"어, 이거? 너, 이거 싫어하지 않았어?"

녀석이 가리킨 것은 녹즙 첨가 실장 푸드. 벨 마크 3점 분량이 붙은 대물이다.

"데스데스데스우~."

"응, 알았어. 나중에 맛없다고 안 먹으면 안 된다?"

우리는 쇼핑하러 갈 때마다 의식적으로 벨 마크가 붙은 상품을 고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금방 질릴 줄 알았는데, 100점을 넘기 시작했을 즈음부터 녀석의 활동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터다.
나도 가능한 그녀의 활동에 협력해줄 생각이다.
비록 1점이라도 건네줬을 때의 그녀의 기쁨. 그 뿌듯한 표정. 상기된 볼.
실장석을 기르고 있다면 그 표정과 행동을 볼 수 있는 것만 해도 벨 마크는 싸게 먹힌 편이다.

"와, 오늘만 해도 10점이네. 너 대단한데."

"데후~."

자랑스러워하는 실장석. 지금은 솜씨 좋게 가위를 써서 스스로 벨 마크를 오려내는 기술까지 터득했다.

'실과 장'을 보아도 이런 실장석은 일본 전국을 찾아봐도 우리 집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속에서 몰래 우리 집 아이를 자랑하면서 몇 달이 지났다.
그녀가 모은 벨 마크가 300점, 400점, 그리고 500점을 넘으려 했을 때, 실장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데스우~."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는 데스까?)

? 뭐지? '실과 장'의 발매일...은 다음 주다. 내 생일은... 저번 달에 끝났다. 쓰레기 버리는 날인가?

"데스데스데스우~." (사실 오늘은 와타시와 주인님이 만난 지 1년이 되는 기념일 데스.)

두둥. 이럴 수가. 우리 애가 달력이라는 개념이 있었구나!

"데스데스데스데스우~" (이거... 주인님한테 주는 데스.)

그것은 깡통에 수북이 쌓인 벨 마크.
실장석이 싫어하는 녹즙 실장푸드까지 먹어가며 모은 벨 마크.
가위에 손가락을 베이며 피투성이가 되어가며 모은 피 묻은 벨 마크.

"실장!"

"데스우!"

나는 옆집 아주머니에게 전부 드렸다.




"전부 드리고 왔어. 옆집 아주머니한테."

나는 돌아와서 실장석에게 그렇게 전달했다.

"........"

"500점이나 되면ㅡ 휠체어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스."

"너 대단하구나. 휠체어야 휠체어. 사회 공헌이라고 사회 공헌."

"......데스."

"...왜 그래?"

"데... 데갸아아아아아아아!!!!"

똥을 가득 지리며 우리 집 아이는 밤새도록 울었다.
옆집 아주머니도 무슨 일이냐며 야단을 친다. 아아아아... 어라?
나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 실장석과 방에 감도는 똥냄새, 그리고 옆집 아주머니의 호통을 견디며 생각한다.
우리 집 아이가 영리하다는 것은 취소하자.

내가 기르는 실장석은 취미가 많다.
하지만 머리가 좋은 부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2.

내가 기르는 실장석은 취미가 많다.
머리가 상당히 좋은 부류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사진 촬영에 빠져서 매일 거리의 풍경화를 찍는다.

"데스데스데스우~."

"오~ 오늘 사진은 꽤 정취가 있잖아."

얼마 전에 나는 휴대전화를 새 기종으로 교체했다.
기존 기종은 버리려고 했다. 그 휴대전화를 실장석 녀석이 갖고 싶어했다.
뭐, 번호는 새 기종으로 이전했으니 통화 요금이 나올 일도 없다.
100만 화소 정도지만 카메라 기능도 있다.

"여기를 눌러봐."

나는 흥미 본위로 그녀에게 카메라 기능 조작을 가르쳐주었다.

찰칵

"오ㅡ 찍혔네. 잘 하는데."

핸드폰 화면에 약간 흐린 내 얼굴이 찍혀있었다. 실장석, 문명의 힘에 깜놀.
? 하는 표정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두세 번 촬영을 반복하니 '카메라'라는 시스템을 이해한 것 같다.

"데...데데데데데데스스스우우우우우!!!!"

찍는다. 찍는다. 찍는다. 집안의 온갖 물건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는다.
간식인 고급 콘페이토를 찍고는 침을 흘리며 사진을 바라본다.
내가 웃는 사진을 찍고는 멍하니 뺨을 붉히며 허리를 흔든다.

"데스데스데스데스우~!!"

"하하하하,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그날은 기세가 지나친 나머지 옆집 아주머니의 치마 속까지 파파라치해버렸다.
둘이 함께 혼나면서 다시 머리를 숙이지만, 나는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이러쿵저러쿵해서 실장석의 사진 촬영이 시작되었다.
실장석의 시선으로 본 동네는 내가 모르는 풍경을 자아낸다.

앵글, 빛의 가감, 동과 정이 어우러진 한 장의 작품.
공원 벤치 아래서 새끼를 키우는 친실장 한 장.
다친 자실장의 상처를 핥아주는 것 같다. 제목으로 친자의 사랑.

이것은 자실장과 마라실장. 사이좋게 술래잡기. 남매일까?
그녀는 사진의 매력에 흠뻑 매료된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주인은 응원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어디 보자, 그게 어디 있었더라.
나는 대학생 시절, 사진부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세련된 디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은염의 아날로그 카메라의 시대.
버리지 않고 뒀으면 아마도 이 벽장에 있을 것이다.

"야ㅡ 실장. 이거 너 줄게."

그것은 내가 옛날에 쓰던 낡은 코닥 필름 카메라였다.
카메라가 들어있던 골판지 상자에는 내가 옛날에 찍었던 작품도 같이 있었다.

"자, 봐봐. 나도 옛날엔 어엿한 카메라맨이었다고."

아침 이슬에 싹트는 초목과 빛의 콘트라스트.
눈 속에서 떨면서 두루미가 날아오르는 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
나의 그런 청춘의 작품을 한 장 한 장 떠올리면서 실장에게 설명해주니,
그녀는 볼을 상기시키며 디지털로는 만들 수 없는 은염 카메라의 화질에 홀려있었다.

"데스우 데스우~." (이 카메라를 쓰면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데스까?)

"응. 프로라면 당연히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지."


    프로...프로...프로...프로...


부들...부르르르・・・・

나는 실장의 목에 걸 수 있게 끈 길이를 조절하고 그녀의 목에 카메라를 걸어주었다.

"데스우~~~~♪ 데스우~~~~♪"

오오. 기뻐하고 있다. 흐뭇한 광경이다.
이렇게 예술 감각이 있는 영리한 실장석은 전국 어디를 찾아보아도 우리 집 아이밖에 없을 것이다.

"데스우~~~~♪"

그렇게 은염 카메라를 사용한 그녀의 본격적인 사진 촬영이 시작되었다.
거리의 민낯을 찍기 위해 한결같이 파인더를 들여다보는 그녀.
아침. 낮. 밤. 그리고 새벽까지.
개에게 쫓길 때도 있다. 한 장의 필름도 헛되이 할 수 없다.
떨리는 손가락이 셔터를 누를 것 같다.

몇 번의 망설임을 넘어서 마침내 만족스러운 한 장을 만날 때까지 거듭하는 갈등.
그렇다. 24장의 필름 한 통을 다 찍을 때까지 무려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24매 필름의 23번째를 찍었을 때 그녀는 말했다.

"데스데스데스우~." (마지막 한 장. 주인님하고 찍고 싶은 데스.)

"어? 그래도 되겠어?"

"데스데스데스우~." (처음 한 장을 찍고 나서 마지막 한 장은 그러기로 정한 데스.)

"실장... 너...."

"데스."

마지막 한 장. 나는 웃는 표정을 만들려고 애썼지만 이상한 얼굴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쭈글쭈글한 표정의 나를 마지막으로, 실장석은 거대한 하나의 작업을 마친 것이다.

"데후~." (메모리 카드는 어딨는 데스까. 딸깍.)

"...아."

"데스~♪" (빨리 컴퓨터로 출력하는 데스~♪)

"......"

그날 밤, 늘어난 필름을 빵콘 상태로 온몸에 감고,
은염 카메라의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하염없이 울부짖는 실장석의 곁에서,
옆집 아주머니에게 설교를 들으며 나는 생각한다.
역시 우리 집 아이가 영리하다는 것은 취소하자.

내가 기르는 실장석은 취미가 많다.
하지만 머리가 좋은 부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3.

내가 기르는 실장석은 취미가 많다.
머리가 상당히 좋은 부류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화폐 개념을 이해해서 간단한 쇼핑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데스우?" (이건 뭐인 데스까?)

실장석은 건네받은 10엔 동전을 손에 들고서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건 10엔 동전. 그 10엔 동전이 10개 모여서 100엔 동전."

"데스우~?"

"100엔이 되면 이 고급 콘페이토와 교환할 수 있어."

"데스우우우!!"

화폐 개념을 알고서 실장 깜놀.

"데스데스스스우우??" (이 10엔이 잔뜩 있으면 콘페이토를 더 살 수 있는 데스까?)

"응. 맞아."








"데데데데데스스우우!!!"

눈빛이 ¥마크가 되어서 만화 같다.

"오케이. 그럼 이 10엔 동전은 용돈이다."


    용돈...용돈...용돈...용돈


부들...부르르르...

"데데데데데스스스스스스우우우우우!!!!!!!"

10엔 동전을 두 손으로 이마 위로 치켜들고 방 안에서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실장석.

"하하하, 아직 더 있어."

이어서 작은 파란색 동전 지갑을 선물하자 실장석의 기어가 한 단계 올라간다.

"데데데데데스스스스스스우우우우우!!!!!!!"

너무 떠들어서 구역질하는 실장석 곁에서, 또 시끄럽다고 불평을 하러 온 옆집 아주머니에게 머리를 숙이는 나.

좀 자중하라고, 너.

"데스우...."

그렇다. 우리 집 실장석은 화폐 개념을 배우고 있다.
실장석은 근처 막과자 가게에서 쇼핑하는 법을 익혔다.
우마이봉, 티롤초코, 풍선껌, 소스전병.
추억 어린 막과자 등이 지금도 10엔 안팎으로 팔리고 있다.
실장석은 그중에서 '실장초코'를 선택.
떨리는 손으로 파란 지갑에서 10엔 동전을 꺼내서 막과자 가게 할머니에게 건넨다.

"아이고. 귀여운 손님이구나."

첫 쇼핑을 끝내고 입수한 초콜릿을 두 손에 들고 내 얼굴을 바라보는 실장석.
먹어도 되는지 허락을 기다리는 것 같다.

"뭐야. 네 돈으로 산 물건이니까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데...데스우♪"

실장석은 그 자리에서 초콜릿 포장지를 뜯고 내 얼굴을 올려다보더니, 잠시 생각하고 초콜릿을 반으로 가른다.
서투른 손으로 쪼갠 초코는 언밸런스하게 갈라져 버렸다.

"데후~."

실장, 좌우의 초콜릿을 번갈아 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큰 쪽을 나에게 내밀었다.

"데스♪"

"실장... 너...."

돌아오는 길에 같이 먹은 초콜릿 맛은 조금 씁쓸한 맛이 났다.
그 이후로 실장석은 다양한 것을 배운다.
돈이 부족할 경우는 그것을 구입할 수 없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돈을 모아야 한다.
용돈은 착한 아이로 있으면 점프 발매일에 주인님이 준다.

"실장. 이번 주 용돈이다."

나는 10엔 동전 3개를 실장석에게 준다. 그녀에게 주는 용돈은 일주일에 30엔으로 정했다.

"데스데스우~♪"

짤랑

실장석의 지갑에는 상당한 양의 10엔 동전이 쌓였다.
뭔가 원하는 물건이 있을 것이다. 녀석은 그것을 노리기 위해 용돈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근처의 막과자 가게에서 쇼핑하지도 않는 모양이다.

"데후~."

짤랑짤랑

틈만 나면 지갑 안에서 10엔 동전을 꺼내 쌓아 올리고는 그것을 센다.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자꾸 되풀이하는 광경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우리 아이는 어쩜 이렇게 영리한 실장석인지 원!
녀석이 노리는 것은 뭐지? 막과자 가게 벽에 걸려있는 오래된 게일라 연(Gayla Kite)?
아니면 씨몽키 세트인가? 뭐, 지금은 굳이 캐묻지 않도록 하자.

그러던 어느 날, 실장석이 쇼핑을 가고 싶다고 한다.
가볍게 폴짝거리며 파란 지갑을 두 손에 들고 콧노래를 부르는 실장석.
그렇군. 드디어 네가 노리는 물건을 사러 가는 모양이구나.

슈퍼 도착.
온 김에 저녁 식사 장을 보려고 식재료를 사는 나.
그랬는데 실장석이 작은 머그컵을 소중히 안고 있었다.

"뭐야? 네 전용 머그컵 있잖아... 아."

그러고 보니 일주일 전, 나는 아끼는 머그컵을 깨뜨려버려서 오늘까지 종이컵으로 대체했던 것이다.
귀찮아서 다시 살 겨를이 없었지만 그녀는 눈썰미 좋게 그것을 보고 있던 것이다.

"데스데스데스~." (주인님의 머그컵... 와타시의 용돈으로 사고 싶은 데스.)

"실장... 너...."

"데스우~."

실장석은 그렇게 울고는 종종걸음으로 머그컵을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내가 도와줄까 하고 말을 걸려 하자 그것을 눈으로 제지했다.
녀석이 손에 든 머그컵을 판매대에서 확인하니 가격은 210엔(소비세 포함).
내가 주는 용돈으로 살 수 있는 범위였다.
계산대의 여성이 뜻밖의 손님에 놀랐지만 주인인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준다.
실장석은 지갑에서 10엔... 또 10엔... 서투른 손으로 10엔 동전을 쌓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계산대에는 이미 몇 사람의 줄이 생겼다.
한 사람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힘내...)"

"(조금만 더 하면 돼...)"

계산대에 선 사람들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21개의 10엔 동전이 계산대 앞에 쌓였다.

"데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작은 박수.
주인님에게 받은 용돈. 달콤한 초콜릿을 참으며 모은 용돈.
과자와 초콜릿도 잔뜩 먹고 싶었지만 괜찮다. 주인님이 웃어준다면.
실장석은 텅 비어서 가벼운 파란 지갑을 두 손에 쥐고 홍조를 띤 얼굴로 계산대 아가씨를 바라본다.
계산대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

"손님. 죄송하지만 저희 가게는 같은 동전을 21개 이상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데쟈아아아아아아아아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앗!!"

나는 저녁 식사 재료를 찾는 나른한 오후의 주부의 차가운 눈총을 받으며,
깨진 머그컵 손잡이를 들고 빵콘 상태로 울부짖는 실장석을 억누르면서,
슈퍼 안에 충만한 똥 냄새와 점장의 호통 소리에 시달리며 나는 생각한다.
우리 집 아이가 영리하다는 것은 취소하자.

내가 기르는 실장석은 취미가 많다.
하지만 머리가 좋은 부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4.

내가 기르는 실장석은 취미가 많다.
머리가 상당히 좋은 부류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요즘은 컴퓨터 조작을 익혀서 주식 거래 등을 하고 있다.

"데스데스~." (여기선 테크니컬 측면으로 보아 추가 매수 데스.)

"어? 그런 건가."

"데스데스데~스." (작년 차트하고 흐름이 같은 데스.)

나는 주식에 대한 것은 잘 모른다.
요즘 개인의 주식 거래가 유행하는 것 같아서 그 입문서를 1권 구입했지만,
게으른 나는 몇 페이지만 읽고 어려워서 포기해버렸다.
그 책을 실장이 독파했다.
나에게 계좌를 열어달라고 애원하길래 열어줬더니 녀석은 처음에 투자한 1만 엔을 순식간에 몇 배로 불려 나갔다.

"대단한걸. 너 주식 천재야?"

"데스데스~."

실장은 엣헴이라는 듯이 콧김을 거칠게 뿜는다.
그런데 이 녀석, 1만 엔이란 단위를 알기는 하는 건가.
나는 저번부터 실장에게 용돈을 주게 되어서 우리 집 아이는 10엔에서 100엔대의 화폐 개념은 알고 있다.
나는 노트북을 바라보는 실장의 옆에 앉아 그 화면에 나타난 인터넷 증권 계좌의 잔액을 가리키며 말한다. 잔액은 10만 가까이 들어있다.
처음의 투자 금액에서 약 10배. 엄청난 실적이다.

"10만 엔. 아는 거야? 실장?"

"데? 데스데~스." (100엔 말인 데스까?)

"아니야. 100엔의 위의 위라고."

나는 콘페이토 수에 빗대어 그 금액의 규모를 전달한다.

"그러니까 고급 콘페이토로 치면 1000개 분량이야, 1000개."


    1000개...1000개...1000개...1000개


부들...부르르르...

"데데데! 데데데스스스스우우우!!!!"

자기가 번 금액의 크기를 알았는지 실장, 마우스를 쥔 팔도 떨리기 시작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매도와 매수를 헷갈려서 다음 날 빵콘하기도 했지만 실장은 특유의 감과 승부욕으로 순식간에 자산을 늘려나갔다.

"그나저나 실장, 그렇게 자산을 쌓아서 어쩌려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실장이 얼굴을 붉히고 우물쭈물하며 나에게 말한다.

"데스데ㅡ스." (실은 주인님하고 살 집을 얻고 싶은 데스.)

"데스데스데ㅡ스." (주인님하고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데스.)

"아...!"

나는 떠올렸다.
얼마 전, 둘이서 꿈의 마이홈 특집 TV 방송을 보고 있었다.
그때 내가 "언젠가는 정원 있는 집에 살고 싶은걸."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린 것이다.

"실장, 너...."

"데스!"


실장의 데이 트레이드는 계속된다.
일목균형표를 보고는 데스데스라고 중얼거리며 매수 주문을 넣는다.
절묘한 타이밍에 하락세를 주워서 스윙을 반복한다.
쉬는 것도 투자. 야생의 감각으로 뭔가를 느꼈을 때는 전부 손을 털고 차트만 관찰한다.
나는 주식에 관한 것은 잘 모르기에 그때는 몰랐는데,
사실 실장은 작은 마이홈 정도는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거래하던 것이다.
어쩜 이렇게 영리한 아이인지. 나는 주식에 대한 것은 잘 모르지만.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실장이 컴퓨터를 부팅하려고 해도 Windows 실행에서 멈춰버린다.

"데?"

실장, 노트북의 키보드를 ? 하는 표정으로 탁탁 두드리고 있다.

"무슨 일 있어?"

내가 컴퓨터를 보자 화면이 블루 스크린에서 멈춰있다.

"아ㅡ 이제 수명이 다 됐나. 낡았으니까, 이 Let's Note."

내가 노트북이 고장 난 것을 알려주자 실장은 당황해서 "데스데스!"라고 외치고 있다.

"뭐, 방법도 없고... 아 맞다, 네가 번 것으로 새 컴퓨터를 사러 가자."

"...! 데스! 데스데스! " (...! 집 말고도 살 수 있는 데스까!)

"그래. 네가 얼마나 벌었는진 모르지만 그 정도는 살 수 있을걸."

"데스우우우우우!!!! 데스우우우우우!!!"

기뻐서 날뛰는 실장석.

"아...."

그러나 컴퓨터가 없으면 인터넷 증권에서 은행 계좌로 출금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
그 사실을 실장에게 말해주니,

"데에에에...."하고 울었다.

"그렇게 울지 마. 일주일 뒤에 월급날이니까. 그걸로 사러 가자, 응?"

"데스우...."

그날 낮, 우리는 소멘을 먹으며 오후 뉴스를 보고 있었다.

"가끔은 NHK 뉴스라도 볼까."

나는 젓가락을 문 채로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꾼다.

"지금 여기는 롯폰기 힐즈입니다. 지금 라이○도어에 가택 수색이 들어갔습니다!"

"응? 뭔가 큰일 났네, 실장."

"데스아아아아아아!!"

으악, 깜짝 놀랐다! 너 왜 그래.

"데갸아아아아아아아!! 데갸아아아아아아아!! 데갸아아아아아아아!!"

실장은 그 자리에서 빵콘 상태가 되어 노트북을 다시 부팅하려고 한다.
기동할 때마다 노트북은 파란 화면이 되고, 그때마다 소리 지르며 화면을 탁탁 두드리고 절규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아우성친다.

"야, 왜 그래... 도대체...."

"데데에에에...."

뉴스는 계속된다.

"이 수색으로 인해 닛케이 평균 주가는 연속 하한가. 추가증거금을 위한 매도가 계속하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하하, 뭔가 큰일이네."

나는 주식에 관해서는 전혀 모른 채 소멘을 뒤적거렸다.


그 이후로 컴퓨터를 사러 갈 때까지 일주일.
실장은 날이 갈수록 수척해진다.

"오늘 닛케이 평균 주가는 ▲500으로 3영업일 연속 하락이었습니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아!!"

뉴스를 보고 소리 지르는 나날이 이어진다.
실장은 하루 종일 "신용... 3배 계약.", 또는 "추증금..."이라고 중얼거리고,
틈만 나면 고장 난 컴퓨터를 탁탁 두드린다.

"어? 컴퓨터를 사러 가자고? 아니 그러니까 월급날까지 돈이 없다니까."

"데스아아아아아아!!"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떠는 듯이 소리 지르는 실장.

띠리리리리리리링♪

"아, 전화다. 여보세요~."

전화가 울릴 때마다, 실장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방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 엉덩이만을 내놓고 하염없이 떨고 있다.
그리고, 그 전화가 왔다.

띠리리리리리리링♪

"아, 전화다. 여보세요~."

실장은 전화 소리에 정신을 차리더니,
"뎃!!"하고 떨면서 침대 속으로 숨는다.

"네? 증권 회사? 네. 추가증거금? 다음 영업일까지 이체? 하아...."

나는 일단 전화를 끊고 침대 속에서 떨고 있는 실장에게 말을 건다.

"야ㅡ 실장. 웬 증권 회사에서 전화 왔는데, 내일까지 뭘 입금 안 하면 계좌가 동결이래..."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실장은 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빵콘 상태로,
 죄송한 데스 죄송한 데스 죄송한 데스
하고 도게자를 반복하고 있다.
? 하는 표정을 짓는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그 비참한 상황을 이해한 것은 실장이 울면서 설명하고 나서부터였다.

결국 실장이 따로 사둔 신흥 종목이 증권 전체가 하락하는 와중에 상한가를 반복하여,
신용 매수로 부채를 상쇄하는 형태로 납부 금액은 소량으로 해결되었다.
그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실장은 주식 매매를 그만두었다.

그런데...

띠리리리리리리링♪

"데스아아아아아아!!"

전화가 울릴 때마다 똥을 지리며 침대 속에서 떠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침대 속의 실장을 꺼내고 똥 범벅이 된 시트를 교체하며 나는 생각한다.
우리 집 아이가 영리하다는 것은 취소하자.

내가 기르는 실장석은 취미가 많다.
하지만 머리가 좋은 부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끝

댓글 6개:

  1. 주인 겁나 즐겁게 사시네, 은근슬쩍 놀려먹는 맛이 이 이렇게 진국이니 길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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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갤러 실장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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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멍청해 보이는 천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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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뭐야? 주인이 케어만 잘해 줬으면
    리얼 돈방석을 안겨주는 능력있는 실장인데
    주인이 그걸 다 말아먹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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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골때리네 씹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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