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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석의 비밀

"테, 테, 테, 테갸아아아아아아아아앗?!?!?!"


자실장이 외친다, 외친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있는 힘껏 큰 소리로 외친다.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되는데도 어떻게 인간님이 귀를 막고 싶을 정도의 대음량으로 외칠 수 있는 걸까?
하여간 실장석이란 것은 불가사의한 생물이다.


"테챠아아아아...테치이이이이이..."

왼손 위에 서 있는 자실장.
내 오른손 손가락에서 찰랑찰랑 흘러내리는 아마색의 아름다운 머리카락.
이 녀석은 내 손에 의해 순식간에 머리카락을 잡아 뽑히고, 실장복과 팬티를 갈기갈기 찢겼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는 전말.
오랜 경험을 쌓아온 학대파인 나로서는 당연한 조치이다.


"테에에에...테치테치이이이......"

그동안 귀하게 자란 녀석이다. 이런 취급을 받은 적은 없을 것이다.
작은 얼굴을 눈물로 흠뻑 적시고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라고 말하고 싶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나는 그런 순진무구하고 얌전한 훈육된 실장석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심리적 데미지를 주는 것이 특기이며, 무엇보다도 좋아한다.

자실장에게 저항할 틈을 주지 않고 스피디하게 '벗기는' 것에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상황판단이 따라가지 못해서 뒤늦게 울부짖는 자실장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인 것이다.
삼 년이나 거저 산에 틀어박혔던 게 아니라고.
아니란 말이다.
 
아무튼 불쌍한 자실장아.
나에게 와버린 불운을 원망하거라.
너의 주인이 너무 경솔했던 거야.
히토미도 나한테 맡기지 말고 애완동물 호텔에 맡기거나 했으면 됐을............

——-- 아,  아  뿔  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이 자실장 '피치'는 저번 달에 겨우 생긴 여자친구, 히토미한테서 일시적으로 맡고 있던 중요한 사육실장이었다!
급한 일로 부모님 집에 돌아가서 사흘만 돌봐주기로 했었지.
그것을 깜빡하고 평소 버릇대로 '벗기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거 거의 조건반사 아니냐!
아무리 숙련된 나라지만 실장석의 옷이나 머리털을 완전히 되돌리는 방법은 모른다고!
어쩔 거냐고! 이제 돌이킬 수 없잖아!


"테, 테츄아......테에에에......테에에에......"

피치가 추욱 늘어져서 등을 보이며 하염없이 울고 있다.
이제 통곡을 뛰어넘어 지금은 그저 자신의 불운을 원망하는 것 같다.
나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기 이전에 자신에게 닥친 비극을 슬퍼하는 태도에 이 녀석의 얌전하고 평화로운 성격의 일면이 보인다.
그것이... 참으로 참을 수 없다.
이런 말 하면 뭐하지만 피치는 나에게 최고로 학대할 보람이 있는 자실장인 것 같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피치는 잘 훈육된 고급사육실장으로 결코 나쁜 녀석이 아니지만...
사흘 정도면 문제 일으키지 않고 잘 있을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내 쪽에서 문제를 일으켜 버리다니!

안 좋아... 히토미는 이 녀석을 엄청 아끼고 있으니까.
듣자 하니 어릴 때 죽은 여동생 대신이라고 했지.
실장석 따위가 죽은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 리가 없고, 그런 해괴한 감각은 이해가 안 가지만 그렇다고 이 녀석을 학대해도 되는 이유는 못 된다.

하지만... 그래도... 아니 잠깐...... 으음......
왠지 괜히 열 받는데 이 분노는 도대체 어디로 향해야 할까?
역시 이 녀석밖에 없지.
자, 다음은 얼마나 괴롭혀줄까?
하반신 믹서냐, 똥 빼고 줄로 묶어서 기절할 때까지 회전 형벌이냐,
아니면 눈앞에서 다른 자실장 해체를 보여줄까, 강제출산시켜서 자를 끄트머리부터 잡아먹게 할까......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니까아아!!!


"테챠아......테에에에......텟챠아......"

피치가 질리지도 않고 다시 울고 있다.
그 울음소리가 기분 좋기도 하고 한편으론 난처하기도 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무의식적으로 준비한 실장석용 학대・고문 상품이 바로 옆에 죽 늘어서 있다.
그리고 손안에는 독라로 벗겨진 자실장.
그 다리 아래의 상황과 손 안에 펼쳐진 뜨뜻하고 불쾌한 감촉, 그리고 코가 휠 정도의 냄새가 순식간에 내 안에 있는 무언가의 스위치를 켠다.


——어어어, 이게 뭐야!
이 꼬맹이, 하필이면 이 몸의 손안에서 똥을 지렸잖아.
그래, 그렇구나. 이제부터 신세 질 인간님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거냐.
이건 좋은 구실이 될... 그게 아니고 벌을 줄 필요가 있겠구나아아아아♪

나는 자실장을 평소처럼 '처치'에 사용하는 도마 위에 내팽개친다.
떨어지는 기세에 왼팔이 망가진 듯 "치벳!" 하고 비명을 질렀다.
안심해라. 그 정도는 금방 나아.
나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자실장의 사지에 사정없이 가는 못을 박아 도마에 고정했다.

"테갸아아아아아앗!!!!"

이번에는 몸이 찢어질세라(웃음) 격렬한 비명.
하도 시끄러워서 입속에 검지를 박고 턱뼈를 우두둑 뺀다.
어버버버 소리가 되지 않는 소리를 지르는 자실장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고선, 나는 아직 다섯 마리밖에 찢어발기지 않은 비교적 새로운 커터칼을 꺼내 자실장의 배에 세웠다.
조금씩 뚫고 들어오는 커터칼 끝을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는 자실장.

"그만, 제발 그만!"이라고 말하고 싶기라도 한 걸까. 그 공포에 질린 표정이 참으로 훌륭하다.
적당히 사디즘을 자극받은 나는 "걱정 안 해도 된단다."하고 말을 걸어준다.
아주 살짝 "에?"하고 긴장을 푼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는 커터 칼날을 푹! 박았다.
그리고 단숨에 하복부까지 쓱쓱~~! 절개!!

"테쟈갸보와아아앗!!!"

뭐야, 턱 빠진 주제에 잘도 처운다.
왠지 짜증이 난 나는 미소를 지은 채 자실장의 안면에 조금 조심스럽게 펀치를 날려준다.
세 번 정도 때리자 울음소리를 내지 않게 되었기에 갈라진 뱃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위석을 찾는다.
일부러 난폭하게, 일부러 세게, 필요 이상으로 시간을 들여서.
처음에 손으로 만져서 위치를 확인해놓아도 되지만, 대충 자르고 대충 찾고 그만큼 쓸데없이 괴롭게 하는 것도 좋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위석은 금방 발견되었다.
예정의 반도 즐기지 못한 것에 살짝 열 받은 나는 안면에 한 방 더 펀치를 날려준다.
숙달된 움직임으로 그것을 꺼내고 지체 없이 영양제에 담근다.
좋았어, 이제 준비는 끝났다!

.........아니, 도대체 뭔 준비?



"테히이......테히이......"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이 약해진 (그러나 죽을 수 없게 된) 불쌍한 피치의 모습.
나, 무언가의 스위치 OFF.
순식간에 의식이 냉정하게 돌아온다.
이마에 땀이 밴다.
상황을 인식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소용돌이친다.
할 수만 있다면 도망치고 싶은 심정에 빠진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앗!!!


뭐, 뭐 야 이 게 에 에 에?!?!


이게 뭐야! 나 설마 또 저지른 건가?!
하필이면 위석 제거냐!!!
나 혹시 무슨 병인가?!?!

오랫동안 쌓은 학대의 기술과 지식, 경험이 화근이 되어 아무래도 나는 자실장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처치'를 해버리는 체질이 된 모양이다.
안면이 만신창이가 된 것도 모자라 피와 침, 체액과 눈물로 원형이 남지 않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된 피치는 사지를 고정 당한 채로 이미 다 죽어가고 있다.
위석을 제거했으니 죽지는 않겠지만......
음, 내 잘못이긴 하지만 도대체 앞으로 어떡해야 하지?
왜 이렇게 차례차례 상황이 악화해 가는 걸까~.
이것도 분명히 이 자실장 때문이다. 틀림없이 그렇다. 그래 결정했어.
오케이, 다음은......

아니야, 그래. 전부 다 이 단락적 사고 때문이군.
어쨌든 고작 실장석 때문에 겨우 생긴 여친을 잃을 수는 없다.
나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피치를 어떻게든 완전 복원할 방법을 검토했다.
어? 회복이 아니냐고?
아니, 복원이다. 복원! 요컨대 겉모습이 원래대로 팍 되돌아오면 되는 거야!
결국엔 분충, 그 정도 취급으로 충분하다고!
...그렇게 생각한 것은 좋은데 문제가 산더미로군.



히이히이 가냘픈 소리를 계속 내는 피치를 앞에 두고 나는 팔짱을 끼며 생각한다.
이 정도로 머리를 쓰는 것은 중학교 2학년 기말고사 이후로 처음이다.

이것저것 생각했지만 피치의 육체 그 자체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일단 가능하긴 하다.
머리카락도 예전에 다른 학대사에게서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법을 배운 것이 떠올랐으니 괜찮다고 친다.

문제는 실장복의 복원과 나에게 학대받았다는 기억의 리셋이다.
특히 후자는 가장 어려울 것이다.

피치가 기억력이 제법 좋은 개체라는 것은 예전부터 잘 알고 있다.
며칠 만에 만나도 나를 제대로 기억하는 놈이었고, 훈육도 확실하게 몸에 뱄고 그것을 잊은 적도 없는 듯하다.
역시 히토미가 저축을 전부 털어 구입한 고급사육실장답다.
그렇기 때문에 히토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실장 링갈 따위를 쓰면...... 안 좋다. 그것만은 절망적으로 안 좋다!
땅을 뒤흔들 정도의 극성 애호파・히토미인 것이다.
아무리 육체가 온전히 돌아오더라도 나한테 호되게 학대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즉시 절교를 선언할 것이다.
아니, 아마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나를 철저히 규탄할 것이다.
야한 짓은커녕 아직 손도 못 잡은 상대다. 그런 전개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양이다!

일단 나는 비장의 비약・실장활성제를 선반 속에서 꺼냈다.
이게 있으면 신체의 손상은 대체로 어떻게든 된다.
이제 옷과 기억...... 이 문제를 어떻게 할까.


더욱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에 있는 HDD 레코더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CS튜너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녹화를 시작한 모양이다.
이 시간이면 '패밀●극장'에서 방영 중인 '역전 ●발맨'이군.
확실히 오늘은 31화, 카쿠레타 마●로에게 당해 패배한 일●맨이 부활하는 편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사실은 그동안 나온 일발●은 주인공과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였다는 결말은 참 뭐하다고 생각했지.

? 안드로이드?
부활? 변신?

......다음 순간, 내 머리 위에 전구가 떠올라 팡하고 깨졌다.

그래, 딱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



이제부터 행할 일은 나로서는 첫 시도다.
솔직히 성공할지 말지 도무지 자신이 없다.
이른바 '도박'이지만 할 수밖에 없으며, 이 경험은 분명히 장래의 학대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무엇을 생각해냈는지는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참고해주세요.

생각지 못한 곳에서 뜻밖의 아이디어가 나온 나는 우선 근처의 공원에 갔다.
그리고 실장석들이 숨어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근에 무작위로 콘페이토를 뿌려 유인한다.

데스데스, 테치테치하고 울면서 뛰쳐나오는 놈들 중에서 비교적 깔끔하고 피치와 비슷한 체격의 자실장을 세 마리 정도 골라 순식간에 낚아챈다.
울음소리는 일절 나게 하지 않는다. 도구 따위 필요 없다.
바람보다 빠른 기술, 불꽃보다 뜨거운 마음이 있다면 나에겐 손쉬운 일이다.

...그런 거창한 것은 없고 그냥 무리의 뒤로 돌아가서 팔을 뻗었을 뿐이지만.
동료가 몇 마리 없어진 것도 모르고 야단법석을 떠는 놈들을 모른 체하고 나는 꿈을 안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서 링갈을 사용, 세 마리와 대화하여 이쪽에 악의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각각의 지적 수준을 관찰한다.
이미 사육실장이 된 기분이 충만한 첫 번째와 세 번째에 비해 아직 경계심을 풀지 않은 두 번째.
이건 체크다.
다음으로 자실장들을 욕실에 데려가 옷을 벗긴다.
저항하면 콘페이토 줄게 작전으로 달랜다.
응, 진단한 대로 전부 피치와 거의 다르지 않은 체격이라서 이것이면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이 가득 든 탕에 잠기도록 하며 정성스럽게 몸을 씻겨주는 과정에서 손가락으로 각각의 위석 위치를 확인한다.
하는 김에 옷을 세탁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손빨래한 다음에 유연제도 사용, 게다가 그늘에서 말리는 거야.
나한테서 세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몸도 상쾌해져 신이 난 알몸의 세 마리에게 냉장고에서 꺼낸 비장의 기호품・게맛살을 하나씩 통째로 준다.
생각도 못 한 좋은 대우에 테치테치하며 기쁨의 소리를 지르는 자실장들.
그리고 나는 그런 세 마리의 모습을 더욱 자세히 관찰한다...

욕실 안에서 나를 바보 닝겐이라고 부르던 첫 번째는 제외다.
다른 놈의 게맛살을 가로채려고 한데다가 행동에 품위가 보이지 않는 세 번째도 논외.
하지만 두 번째만은 도저히 들실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태도가 좋고, 또한 행동거지도 분충 같지 않고 영리하고 이지적인 일면을 내비친다.
역시 이 중에서 제대로 된 것은 이 녀석뿐인 것 같다.
다행히 이 녀석도 위석은 배에 있다.
식사하느라 정신없는 세 마리 중에서 탈락한 두 마리의 목덜미를 뒤에서 움켜잡고 순식간에 방 반대편으로 내던진다!
두번째 자실장에게 그 순간을 보이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테챠아아아아앗?! ×2

뿌직! ×2


슬프도다, 벽의 얼룩이 되어 생애를 마친 자실장들.
나무아미타불.


"테치?"

무슨 일 있었냐는 표정의 두번째 자실장에게 너를 기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연이어서 "너에게 이름을 줄게. 오늘부터 너는 Pichi야." 라고 덧붙인다.
그 순간 크게 기뻐하는 자실장.
사육실장이 된 것도 모자라 이름까지 받은 것이 너무나도 좋은 모양이다.
성대하게 브리브리 지리며 뛰어오르고 있는데...... 지, 지금은 참는다.
수차례 켜지는 무언가의 스위치를 마음속에서 열심히 되돌린다.
여, 여기서 이 녀석까지 망가뜨리면 계획이 전부 파토다! 참아라 나!!

두 마리가 먹다 남긴(웃음) 게맛살도 전부 주고 포만 만족 상태로 만든 다음,
따뜻한 수건으로 보호하고 푹 쉬게 한다.
두번째 자실장이 곤히 잠들었을 때를 틈타 조금 전 던져 죽인 두 마리의 시체를 회수하고 청소한다.
놈들은 머리와 하반신이 완전히 박살 나 숨통이 끊어졌다.
이 몸 나이스 컨트롤.



그러면 피치 쪽은...... 엷게 바른 활성제 덕분에 상처는 거의 아물었지만 아직 의식이 흐린 것 같다.
못으로 구속한 것도 풀어주지 않아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다.
위석 제거를 안 했다면 벌써 파킨하고 죽었을 것이다.

나는 영양제를 넣은 병을 한 병 더 준비하고는 그것을 피치 것과는 따로 마련한 도마 옆에 놓는다.
그리고 곤히 잠든 'Pichi라고 이름 붙인' 자실장의 몸을 조용히 올려놓고,
눈가리개를 씌운 다음 순식간에 커터칼로 배를 가른다!
이번에는 피치 때처럼 느긋하게 천천히 할 수 없다. 스피드 대결이다.

"테챠아아아앗?!?! 테기이이이이익!!!"

격통에 잠에서 깨어나 날뛰는 자실장을 가능한 한 다치지 않게 누르고 위석 적출 조치를 한다.
자칫하면 몸을 뭉개버릴 것 같아서 힘 조절이 꽤 어렵지만 어찌어찌 적출에 성공한다.
위석은 바로 피를 닦아내고 영양제가 든 새로운 병에 담는다.
어차피 곧 꺼내게 되겠지만 자칫 내버려 둬서 파킨하게 되면 곤란하니까 보험 대신이다.



그러면...... 한다!!

작업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피치의 위석을 병에서 꺼내 자실장의 뱃속에 심는다.
대강 위치를 맞춘 뒤, 나는 좌우로 갈라진 배를 가운데로 끌어모으고 체액을 닦아내고 나서
활성제를 원액 그대로 흘려 넣고 붕대로 돌돌 감았다.
마치 할복 상처를 누르는 무명천 같은 상태다. ......아니 그 자체인가.

"테에에에에......"

자신의 위석이 다른 개체의 몸속에 들어간 피치는... 아니, '피치였던 육체'가 갑자기 가냘픈 비명을 지른다.
뭔가 위화감을 느낀 걸까?

'피치의 몸'이 움찔움찔 경련하기 시작한다.
문득 예전에 들은 '실장석에게만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신경망' 이야기가 떠오르더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조금 위험한 분위기가 나므로 재빨리 다음 처치로 넘어가도록 하자.


이번에는 조금 전 자실장에게서 꺼낸 위석을 '피치의 몸'에 넣는다.
그리고 아까와 같이 조치를 하고 붕대를 감는다.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어가는 자실장 두 마리.
피치의 육체가 내는 가냘픈 비명이 멎었다.
자실장이었던 육체 쪽은 딱히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고 일단 여기까지는 성공했다는 것을 확신한다.

계속해서 들자실장의 앞머리와 뒷머리를 두피째로 떼어낸다.
동시에 피치의 육체에서 같은 부위를 떼어낸다.
양쪽의 두피를 교환하고 상처에 다시 활성제를 엷게 바른다.
이것도 상당한 격통이 뒤따를 텐데 왠지 두 마리는 살짝 움찔하며 몸이 반응했을 뿐, 딱히 소리를 지르거나 떠들지는 않았다.
각자의 위석이 아직 융합되지 않아서 반응이 둔해진 걸까?
어느 쪽이건 귀찮지 않은 건 좋은 일이다.
상처가 어느 정도 붙고 나서 머리도 붕대로 둘둘 감아준다.
미라 실장 페어의 탄생이다.

휴우, 이런 이런.
이로써 해야 할 일은 일단 끝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어느 주제로 불이 붙어서, 실장석 학대가 취미인 우리 신사들이 모여 매우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다.
주제는 '실장석에게 있어 위석이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가?' 하는 것.
사실 이에 관해서는 아직도 명확한 연구결과가 정리되지 않은 듯하다.

위석은 실장석이라는 생명체 최대의 블랙박스다.
과거에 여러 연구자, 연구기관에 의해 실험 조사가 반복되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 기능,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추론을 짜 맞추는 정도에 그쳤다.
그렇게 된 것도 실장석의 위석은 다른 기존 생물의 신체 기관 어느 곳에도 해당하지 않는, 또한 공통점이 없는 특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개체에 따라 존재하는 위치가 전혀 다르거나, 몸속에서 꺼내도 본체는 계속 살아있거나,
위석을 깨면 본체가 멀쩡해도 죽거나, 접착제나 코팅제로 감싸면 생체 열화를 일으키지 않게 되는 등, 확실히 기존의 생물학 지식에 비추어 생각하기엔 어려울 것이다.
생체 구조가 허술한 만큼 그 시스템을 이해하려 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난해하기 짝이 없다.
그것이 실장석인 것이다.

 

앞서 인터넷에서 나왔던 설 중 하나로 '위석은 컴퓨터의 HDD(하드디스크, 기록저장매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있었다.
또한 실장석의 '뇌'는 컴퓨터의 CPU(중앙처리장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위석을 HDD라고 한다면, 단순히 개체의 기억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생체정보 등 실장석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각종 정보가 들어있을 것이다.
육체재생 프로그램이나 생활환경에 대한 적응성 등, 대략 그런 세세한 것이 인스톨되어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뇌를 CPU라고 한다면, 위석이 저장한 각종 정보를 적절하게 판단, 처리하여 몸 곳곳에 명령을 내려 종합 관리한다는 것이 된다.
하지만 메모리에 해당하는 기능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뇌는 항상 위석의 정보를 끊임없이 읽어 들여야 하게 된다.
이런 어중간한 메커니즘이 실장석 특유의 사고력과 엉망진창인 생태와 연관된 것은 아닐까?

또한 위석과 실장석의 육체 사이에 인간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신경망 같은 것이 있다고 가정하면,
위석이 몸에서 떨어져 있어도 생체・기억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니 일단 문제는 없게 된다.
그것뿐이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빼앗긴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위석이 깨지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읽어들이는 작업이 송두리째 강제 중단되는 것이니, 그야 뇌가 무사해도 죽어버리는 게 당연하다.
보이지 않는 신경망(가칭)은 각 방면의 연구자를 가장 괴롭히는 문제이기에 나 또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지만,
이 설은 굉장한 설득력이 있어서 나를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게 했다.


그러면 이 설을 바탕으로 조금 전 '피치'와 'Pichi라고 이름 붙인 들자실장'에게 행한 위석 교체의 개념을 설명하겠다.

HDD(기억중추)를 교환한 양자는 각기 정신이 뒤바뀌게 될 것이다.
즉, Pichi는 피치가 되고, 피치는 Pichi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육 자실장 피치의 육체만 잘 낫게 하면 아무리 정신이 들자실장이라도 외관상으론 피치로 통할 것이다.

한편 들자실장 Pichi의 육체를 얻은 피치는, 사육실장으로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도 피치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어 들자실장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애석하지만 나에게 학대받은 기억을 계속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이상 이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진짜 피치는 가까운 시일에 사라져주게 하자.

요컨대 히토미에게 '심신 양면 문제없는 피치의 육체를 가진 자실장'이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수술 전에 일부러 목욕, 먹이, 세탁과 좋은 대우를 베푼 것은 들자실장의 기억에 나에 대한 신뢰와 안심, 잘 대해준 추억을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다른 두 마리를 순식간에 말살한 것도 들자실장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수술 중에도 눈이 가려져 있었기에 나에게 심한 일을 당한 기억도 없을 것이다.
또한 수술 전에 이름을 부여받았으니 이 녀석은 다른 실장석의 이름을 사칭하는 것이 아니게 된다.
자신이 'Pichi'라는 이름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물론 히토미에게 돌아간 뒤에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있지만 그때는 '환경이 바뀌면 실장석이란 놈은 어쩌구저쩌구'라든지 나중에 적당한 변명을 하면 된다.
이제부터는 약속한 날에 히토미가 데리러 올 때까지 피치의 육체를 가진 들자실장을 귀여워하고 소중히 다루면 된다.

음, 역시 나.
완벽하다. 너무나 완벽하다!
한때는 어떻게 되는 줄 알았지만 이래저래 해서 교묘하게 속여넘기다니,
혹시 천재인 거 아닐까?!
그건 됐고 어쨌든 지금은 이 두 마리의 회복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사실 들실장의 육체 쪽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헷갈리니까 이제부터는 들실장의 육체에 사육실장의 위석을 넣은 쪽을 피치, 사육실장의 육체에 들실장의 위석을 넣은 쪽을 Pichi라고 부르자.
간단히 위석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그날은 아침까지 두 마리를 푹 쉬게 해주기로 했다.
두 마리를 다른 골판지 안에 나눠서 재우고 각자 떨어진 방에 놔두고 왔다.
물론 구속을 푼 다음에.






다음날이 되자 두 마리는 완전히 부활해서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리와 몸의 붕대 때문에 움직이기 힘든 것 같다.
우선 'Pichi'부터.
수건 이불에서 일어나 졸린 듯이 눈을 비비며 내 얼굴을 올려다본다.
잠이 덜 깼는지 아직 멍한 상태다.
나는 링갈을 준비하고 다정하게 아침 인사를 한다.

"테에......?"

아직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다.
너는 어제저녁에 피곤해서 저도 모르게 잠들어 버린 거라고 거짓된 설명을 했다.
Pichi는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머리를 감싸고 생각에 잠겨있다가 곧 얼굴을 들고 내게 말을 걸었다.

"닝겐상, 배고픈 테츄."

곧바로 공복을 호소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예상했지만 어떻게 되먹은 생태구조야, 이 녀석들.
히토미가 두고 간 고급 실장 푸드를 그릇에 담아 물그릇과 같이 준다.
정신이 들실장인 Pichi에게 이것은 첫 진수성찬 체험이 될 것이다.
실장 푸드를 손에 들고 잠시 신기한 듯이 바라보다가 이윽고 천천히 입에 넣는다.

"테에? 테...테츄테츄.........잘 먹겠습니다 테츄."

모서리 쪽부터 아작아작 베어먹기 시작하는 Pichi에게 나는 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먹으라고 말을 걸어준다.
그러나 Pichi는 반응하지 않고 계속 정신없이 먹고 있다.
아무래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안심한다.
나는 실장복은 지금 세탁 중이니까 마르면 바로 돌려준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Pichi는 반응 없이 눈길도 안 주고 열심히 식사를 계속한다.
아작아작 오독오독 깨작깨작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조용히 방을 나왔다.
그대로 계속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간 언제 다시 스위치가 켜질지 모르잖아.





이어서 '피치'를 넣은 골판지를 들여다본다.
이쪽은 아직 태평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야 야, 아무리 외모가 사육실장(독라)이라도 태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
나는 코ㅡ 코ㅡ 숨소리를 내는 피치의 옆 통수에 찌그러지지 않을 정도로 조절한 딱밤을 수직 방향에서 날려준다.

"삐깃?!"

느닷없는 격통에 벌떡 일어난 피치가 당황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테치......테, 테에에에에엣!!! 테, 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자신이 알몸인 것을 깨닫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린다.
당연히 그 순간 안면 정중앙에 딱밤이 작렬한다.
이번에는 조금 전의 배로 힘을 준다.

"떼뺫?!"

덤블링하며 쓰러지는 피치.
정신은 사육실장이지만 외모는 들실장인 이 녀석은 이제 나에게는 순수한 학대 대상에 불과하다.
그럼 이번에는 망설일 것 없이 스위치 On이다.

원래부터 나는 이 녀석이 마음에 안 들었어.
분충 주제에 히토미와 붙어 다니고, 그것도 모자라 (나도 아직 아득한 이상향인) 침대에서 함께 자니까!
손으로 다 쥘 수 없을 정도로 큼직한, 심지어 모양 좋은 가슴에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몇 번이나 들러붙질 않나!
심지어 자기 특등석이라는 양 실컷 보란 듯이 볼을 비벼대질 않나...


몇 번을 "나랑 바꿔!" 라고 말하고 싶었던가!
나도 아직 만지지도 못했는데 부럽기 짝이 없다고 젠장!!
애초에 말이다. 분충이란 건 어쩌고저쩌고……… 그 버릇하며 주저리주저리……

일단 이 기회에 실장석이란 무엇인지 확실하게 박아넣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마지막은 실장석으로서 가장 비참한 결말을 주도록 하지♪
그동안 나의 히토미에게 제멋대로 한 벌이다.

"테챠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

"테기이이잇!! 테챠쟈아아아앗!!!"

이번에는 맹렬하게 위협하기 시작하지만 이제 이놈과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다.
따라서 링갈은 사용 안 함.
아까보다 더욱 강한 딱밤으로 박스 구석까지 처 날린다.

"테갸옷!!"

위협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이번에는 피치가 겁에 질려 박스 구석에서 바들바들 몸을 떤다.
하지만 가차 없이 붙잡아 강제로 끌고 와서 우선 인사 대신에 오른팔을 똑 분질러준다.
몇 초 간격을 두고 소리를 지르는 피치.

"——텟쟈아아아아아앗?!?!"

아아, 치유된다...♪
멋져... 멋지구나, 너의 비명은 나를 취하게 만들어♪
부러진 팔을 가볍게 잡고 몸을 공중으로 띄워 흔들~ 흔들~♪

"테쟈뱌아아아앗!!! 테챠챠챠, 테쟈아아아아앗!!!"

점점 알 수 없는 비명이 되어가지만 어쨌건 상관없다!
적당히 휘둘러 팔이 떨어지기 직전까지 즐기게 해준 다음,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몸을 단단히 고정한다.

"테...테히이..."

기묘한 부유감에 기분이 상했는지 아니면 격통 때문인지, 피치는 제발 이제 용서해줘...라고 애원하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그건 나의 학대혼에 액셀을 밟는 거란다♪

자 피치, 들실장으로 다시 태어난 원고급사육실장아.
이 세상에 실장석으로 생을 받은 이상, 지금까지 쌓일 대로 쌓였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자꾸나.
닝겐님께 극한의 고통을 맛보는, 가장 중요한 의무를 말이다♪

커터칼로 복부를 세로로 여러 번 째고 상처에 천연소금을 듬뿍 문질러준다.

"테, 테, 텟챠캬와와아아아아앗?!?!?"

음~ 실로 좋은 목소리로 우네♪

자 그럼 이번에는 귀 청소 하자~♪ 맨날 히토미한테 받아서 좋았지~?
흔해빠진 대나무 귀후비개를 거꾸로 들고 하낫 둘.........푸욱!

"치뱌아아아아아앗?!?!"

팡하고 고막을 뚫는 감촉이 묘하게 심금을 울렸다.
자, 다른 한쪽도~♪
......푸욱!!

"키베갸아아아아앗?!?!"

앗차, 미안 아팠어?
어디가 아팠어? 쓰담쓰담해줄게~♪
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

"테베뺫, 테베뺫, 테베뺫, 테베뺫!!"

고막을 뚫은 다음 반고리관을 마구 긁어대자, 피치는 평형감각을 유지하지 못하고 멋대로 데굴데굴 굴러댄다.
처음으로 귀에 들어오는 기괴한 비명이 우스꽝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표정이 누그러진다.
이건 이것대로 매우 웃기지만 어쩐지 아직 부족한 기분이 든다.

——그래! 갑자기 생각났는데 사족(四足) 실장석을 만들어보자♪
우선 다리가 붙어있는 곳까지 세로로 이등분으로 가르고,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절단면에 활성제를 살짝 바르고 나서 단단히 붕대를 감는다.
가랑이에서 네 개의 다리가 자란 징그럽기 짝이 없는 실장석 완성!

"도뱌아아아앗!!! 떼뺘아아아아아앗?!?!"

지금껏 이상으로 날뛰며 저항하는 피치.
음, 버둥거리고 시끄러우니까 일단 척추도 꺾어서 조용하게 만들까.
머리를 위에서 억누르면서 상체를 젖혀주면... 오독♪

"떼......!!!  테, 테, 테 테챠.........?!?!"

보기 좋게 등이 부러졌다!
하지만 아직이다...... 아직 안 끝났어♪
나는 녹색 물감을 푼 물을 스포이트로 빨아들여 피치의 오른쪽 눈에 점안한다.
순식간에 배가 부풀어 오르지만 출산에 이르지는 않는다.

"테, 테기이이이이이?!?! 기・기・기・규베에에에에엣!!!"

점점 부풀어 오르는 자신의 배를 보며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는 피치.
이 녀석은 표정이 정말 풍부해서 나를 즐겁게 해준다.
좋은 들자실장을 주워왔단 말이지, 나♪

너무 연속으로 들볶으면 교환한 지 얼마 안 된 위석에 어떤 부담이 가해질지 모르기에,
사실은 강제출산을 시키고 싶지만 꾹 참고 임신으로 봐준다.
뭐 그게 더 오래 놀 수 있으니까 상관없지만.
물론 영양은 직접 '주사기로' 듬뿍 보급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아아, 즐겁다♪
역시 실장 학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궁극의 취미다!

그 후 어중간한 것은 안 된다고 생각을 바꾼 나는 양팔도 다리처럼 갈라서 팔족(八足)으로 개조한 다음, 적당한 천으로 만든 재갈을 물린다.
영양제를 넉넉하게 처넣어주면 충분할 거라 생각하여 진득하게 1분 정도 시간을 들여 미간에 주삿바늘을 찔러넣는다.
일부러 피치에게 보이도록 말이지.
조금씩 조금씩 바늘을 가까이했더니 찌르기 직전에 실신하고 자빠졌다.
뭐야, 의외로 근성이 없네.
미간으로 영양제가 들어간 피치는 얼굴 전체가 흉측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로 골판지 안에 방치.
더 놀고 싶지만 이번에는 이쯤에서 그만하자.



이제 'Pichi'의 상태를 보러 가야지.

"테츄? 텟츄우."

방에 들어가니 Pichi는 식사를 완전히 끝내놓고 내 모습을 보고 머리를 숙였다.
조금 안색이 나쁜 것 같지만 이른바 후유증 같은 것이니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 녀석, 들실장 주제에 제법 단단히 훈육 받았던 모양이군.
너무 얌전해서 참을 수 없었지만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킬 수 없으니까 무시하기로 한다.


드디어 실장복이 말라서 Pichi에게 입혀주기로 한다.
진단했던 대로 거의 딱 맞았다.

"테챠아♪ 옷도 돌아온 테츄!"

"좋은 냄새가 나는 테츄, 깨끗깨끗 테츄♪"

이것은 사실상 다른 몸이 입던 것이기 때문에 피치의 육체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알맹이인 들실장 Pichi에게는 틀림없는 자신의 옷이기에 애착이 강할 것이다.
이로써 Pichi는 외모를 완벽하게 복원하고, 나에게 독라가 된 기억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아자, 올 그린이다!
이제 남은 것은 오늘을 포함한 남은 이틀 동안 필사적으로 학대파로서의 욕망을 억누르는 것뿐.
물론 쌓인 울분은 팔족 피치를 학대하는 것으로 풀까.
이 얼마나 합리적인 전개인지! 역시 나 천재잖아?!

"테에......"

문득 보니 Pichi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생각을 읽어낼 수가 없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지만 Pichi는 그저 고개를 젓기만 하고 말이 없다.
대체 뭐지?


그 후, 가짜 애호파로 변한 나는 Pichi에게 최고의 대우를 거듭하고 나아가 스킨십도 취해 전보다 훨씬 친해졌다.
나 자신은 극한까지 참고 있었지만.

"테츄우! 닝겐상 더 놀아주는 테츄우."

들러붙는 Pichi를 적당히 피하면서도 기분 상하지 않을 정도로는 상대해준다.
일 년 전에 올렸다 내리기를 해줬던 자실장의 장난감을 주어 적당히 만족시켜 주거나, 질릴 때까지 쎄쎄쎄를 해주거나,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냐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속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것을 발산하기 위해서 피치의 존재는 중요하다.
나는 나중에 기다리는 즐거움에 몸이 근질거리면서도 오로지 인내하며 Pichi의 놀이에 어울렸다.
 
문득 스펀지볼이 멈춘다.
Pichi가 또 무표정하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닝겐상, 또 저쪽 방에 가는 테츄?"

"아니면 Pichi하고 노는 테츄?"

갑자기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당황한다.
이 녀석에게 피치의 존재를 알릴 수는 없으므로 적당히 핑계를 대고 자리를 뜬다.
그 학대 전문 방의 비명이 여기까지 닿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에 몇 번이나 확인을 마쳤다.
그렇기에 안심하고 놀다 올 수 있다.
그래 Pichi, 사실은 놀러 가는 거란다, 피치한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Pichi를 남겨놓고 방을 나왔다.


팔족 피치는 그 뒤에도 나에게서 더욱 가혹한 학대를 받고 있었다.
강제 임신이 출산모드로 전환될 때까지 먹이는 일절 주지 않는다.
전부 미간에 영양제 주사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영양도 출산의 에너지로만 소비된다.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극한의 굶주림에 시달리는 상태의 피치는 유착을 시작했다.
다리 여덟 개로 꼴사납게 골판지 바닥을 기어 다니며 온몸으로 괴로움을 표현한다.
그 모습이 너무나 웃겨서 가짜 애호로 황폐해진 내 마음을 채워준다.
반고리관이 복원되어 평형감각은 돌아온 것 같지만 팔족에는 아직 적응되지 않은 듯 여전히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다.

굶주린 탓인지 눈이 살기를 띠고 있다...... 이 상태면 아이를 낳자마자 잡아먹을 것 같군.
나는 출산용 물그릇을 놔두고 "아이는 전부 낳아라. 한 마리도 죽이지 마. 전부 무사히 자라면 먹이를 듬뿍 먹게 해준 다음 가족 전부 풀어주겠다." 라고 못을 박았다.
"테에..." 하고 짧게 신음하는 피치를 비웃는 나.
자, 내 말을 어기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아마도 무리겠지만 여기서 원고급사육실장의 고집을 보여줘야지? 라고 더욱 부채질한다.
하지만 피치의 반응은 거의 없다.
좀 시시하다고 생각한 나는 일단 피치의 뒤통수를 갈겨줬다.

"테베체엣!!"


그날 밤 피치는 즉시 여덟 마리의 자를 낳았다.
그리고 그중 두 마리를 일부러 물그릇에서 건지지 않고 익사시켜 그 육체를 탐식했다.
나는 한 마리도 죽이지 말라고 했는데.
테치테치 울면서 눈물 젖은 눈으로 비극을 호소하는 피치와 그 뒤에 숨어 떨고 있는 엄지들에게 나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말을 해주기로 했다.


"마음이 변했다. 지금 당장 그 애들을 전부 잡아먹어."


「「「「레, 레챠아아아———앗!!」」」」
「「레뺘아———앗!!」」

비명을 지르는 엄지와 구더기들.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이번만은 피치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피치가 귀여운 아이들을 뒤돌아본 것은 그 직후였다--





약속한 사흘이 지났다.
히토미가 피치를 데리러 왔다.
나는 맡았던 케이지에 담은 Pichi를 주고 아쉬워 보이는 태도를 연출한다.
히토미는 반할 것 같은 사랑스러운 미소로 Pichi를 바라보며 나에게 깊이 머리를 숙였다.

이 일의 답례로 이번 주말은 둘이서 보낸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앗싸아아아아아아!  드디어, 드디어!  기회 강림!!

표정에 드러내진 않았지만 히토미의 제의에 내 마음은 격렬하게 흔들린다.
아니, 사실은 실컷 히죽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얏호——♪
이, 이제... 이제! 나도, 드드드, 드디어 동ㅈ(생략)
그 왕가슴을, 이번에야말로 이 손으로 실컷 주므ㄹ(생략)



——한편.

그 후 보기 좋게 아이들을 전부 먹어치운 팔족 괴물 피치는,
대량의 분변을 마구 뿌리며 골판지 안에서 뻔뻔스럽게 뒤집어져 있었다.
어지간히도 영양상태가 좋았는지 이런 단 시간 내에 상당히 살찐 듯이 보인다.
이제는 도저히 원사육실장(알맹이)같지 않은 분충이다.
동족식, 그것도 자신의 아이에게 행한 것으로 뭔가 나사가 빠진 걸까.
지금까지 가혹한 학대・고문을 받던 것조차 잊어버렸다는 태도로 점점 가관이 되어간다.
내 얼굴을 보더니 귀찮은 듯이 얼굴을 들고 똥을 던져댈 정도다.
두 갈래로 갈라진 팔로 잘도 그런 재주를 부리는구나.
무진장 열 받지만 이 녀석이 없었으면 사흘 동안 가짜 애호는 도저히 할 수 없었으니 오히려 고마워해야 마땅하다.

당초 약속과는 다르지만 나는 적게나마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이 녀석을 풀어주기로 했다.
그 말을 하자마자 얍삽하게 기운을 차리고 테치테치 난리를 피우는 분충.
상당히 열 받지만 약속이니까 여기서 손을 댈 수는 없다.



인적이 드문 기회를 엿봐서 골판지째로 공원에 가져가서 실장석들을 불러내고서 방생!!

골판지에서 똥과 함께 철퍼덕하고 바닥에 떨어진 팔족 피치는 곧바로 들실장들의 비웃음을 산다.
그리고 즉시 시작되는 집단 린치!
"테챠아아아앗?!?!" 하는 비통한 절규가 귀에 듣기 좋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따뜻한 것으로 채워나간다.

안녕이다 사육실장 피치, 너는 히토미도 모르게 여기서 이놈들의 먹이가 되어 끝나는 거야.
내 손에서 응가를 지린 죄를 죽도록 후회하도록!

...어? 뭔가 깜빡하지 않았냐고? 기분 탓이겠지.


신명 나게 몰매를 맞고 똥과 모래, 피투성이가 된 팔족.
이윽고 걸레짝이 되자 온몸을 잡아 뜯기기 시작한다.
팔이 흩날린다. 다리가 찢어진다
또다시 울리는 피치의 비통한 비명.
잘 보니 특정한 들실장에게 자꾸 말을 거는 것 같이도 보인다.
나는 실장 링갈의 스위치를 켰다.
딸깍.



피치
"테챠아아아!! 마마, 마마ㅡ앗! 죽이지 마는 테치! 와타치, 마마의 아이 테치ㅡ잇!! 잊어버린 테치ㅡ잇?!"

들실장
"뭔 소리 데스 이 괴물! 오마에처럼 기분 나쁜 녀석은 낳은 기억이 없는 데슷!"

피치
"테치이이이잇!!! 이렇게 된 건 그 닝겐 때문 테치ㅡ잇!! 와타치의 마마———앗!!! 살려———치벳!"

머리를 짓밟힘과 동시에 파킨하는 마른 소리가 울린다.
한편 나는 번역된 피치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서 잠시 당혹감을 느꼈다.


마마? 마마라고?

이 녀석은 사육실장 피치의 위석을 이식한 들자실장인데?!
외모는 몰라도 정신은 히토미의 애완동물이었던 피치라고.
그런데 어떻게 들시절의 어미에 대해 기억할 수가 있지?!


——아니, 설마?

나는 어쩌면 터무니없이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등에 대량의 식은땀이 흐른다.
셔츠가 순식간에 땀에 젖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잠깐...... 침착해라, 침착해라, 냉정해지는 거야.
이건 뭔가 착각이야, 착각인 거야...... 천재인 나에게 실수 따윈 있을 수 없어.
그도 그럴게 실제로 이 이틀간 '피치'인 놈은.........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진동한 것은 사고가 맴돌기 시작했을 때였다.
보고 싶지 않아, 정말 보고 싶지 않아, 그런데 받지 않을 수는 없어.
각오를 다지고 핸드폰 액정화면을 본다.
아니나 다를까, 히토미에게서 온 전화였다.
받을 수밖에 없어... 너무나도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며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핸드폰을 귀에 댄 순간, 귀에 닿은 것은... 격노한 히토미의 고함이었다.










그 후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나는 너덜너덜한 폐인 상태로 귀가했다.

히토미는 나에게 문답 무용으로 절연 선언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실장석 학대 취향을 주변에 공표하고 철저하게 규탄해서 몰아붙일 것을 선언했다.
달달한 한때도, 동정상실의 기회도, 꿈에 그리던 왕가슴도, 모든 것이 멀어져간다.

왜냐고?
그것은 내가 피치와 Pichi에게 저지른 일이 전부 히토미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때 이후, 히토미는 집에서 링갈로 피치와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자 피치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나에게 옷과 머리털을 빼앗긴 일,
위석이 제거되고 나서 다른 실장석의 것과 교환된 일,
나아가 날마다 그 실장석에게 처참한 학대 행위를 행한 일 등을 빠짐없이 모조리 폭로한 것이다.
그 고백 내용에 정신이 나간 히토미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이하생략...
그렇게 된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감쪽같이 Pichi...... 아니, 피치에게 속아 넘어간 것 같다.


나는... 아니, 인터넷에서 설을 부르짖던 놈들은 큰 착각을 한 것 같다.
그렇다기보다는 나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그 설은 정반대도 성립한다는 가능성을 망각했던 것이다.
기억을 관장하는 것은 위석이 아닌 뇌 쪽이었다.
나는 이를테면 그 녀석들의 CPU만을 교환하고 HDD는 그대로 두었던 것이 된다.
그랬으니 피치가 내게 받은 학대를 기억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실장석 본체와 위석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신경망은 다른 실장석의 몸속에 들어가서도 계속 살아있던 모양이라,
피치는 위석을 통해 팔족 Pichi가 받던 학대 정보도 실시간으로 수신하고 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상황을 파악하고 나를 살갑게 대하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는 얘기는 Pichi도 피치가 받던 가짜 애호 경험을 수신하고 있었던 것이 된다.
팔족 Pichi의 마지막 태도는 들실장이 좋은 대우를 받고 기고만장해졌을 때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그토록 가혹한 학대를 받았는데도 그런 태도를 보였던 것도 이것이 관련되었기 때문인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위석의 성능은 개체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지식이나 기억・경험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 성능에 달려있다는 견해도 있는 모양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육실장 피치는 보다 더 고도의 성능을 지닌 들실장 Pichi의 위석을 받음으로써 슬기와 지혜의 활용이 극적인 향상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를 속일 수 있었을지도?
그리고 보다 떨어지는 성능의 위석을 얻은 들실장 Pichi는 그런 꼴이......?

아무튼 나는 그때 위석과 함께 뇌도 교환했어야 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전문 연구자들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메커니즘을 아마추어가 다루려고 했던 것이다.
이런 페널티는 충분히 상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숙고하고 더 철저해야 했던 것이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자기 여동생 같은 존재에게 참혹한 경험과 공포를 줌으로써 히토미는 애호의 마음을 더욱 강화함과 동시에 학대파에 대한 증오를 폭발적으로 부풀린 것 같다.
이제 그 멋진 왕가슴을 마구 주무르는 꿈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렇기는커녕.........아아아아아아!


——나, 앞으로 어떡하지?



그로부터 며칠 뒤.
히토미의 요청을 받은 경찰관 몇 명이 내 집을 방문했고, 나는 실장석 학대 행위에 대해서 모조리 토해내는 신세가 되었다.
그 후의 내 인생에 대해서는......... 알아서 상상해줘.


꾸엑.




-끝

댓글 10개:

  1. 인분충은 죽는 게 나은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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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서스펜스한 전개에 권선징악 결말까지 흠잡을 데 없는 수작인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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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닌겐상 머리가 나쁜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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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어이없는게 왜 마지막까지 끝까지 재대로 확인도 안하고 대충 일처리를 할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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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찌질한 인분충에겐 과분한 여친이었던 데스우. 이런 인과응보 결말 아주 좋은데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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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왕가슴밖에 기억에 남는게 없는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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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빡대가리 인분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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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중간에 위석 바꾸고 링갈 안 켠다고한 순간부터 이런 똥결말이 예상된 데스. 쓰레기같은 분충 따위도 제대로 처리못한 인분충은 뒈지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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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대개 좆같은 스크의 경우 린간이 있다고하면서 안 켜더라...
    보는 사람 답답하게 할려고 일부러 모친출타하게 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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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 씨발 린갈좀 켜라고 없는것도 아니고 일부러 안쓰는거 좆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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