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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의 맛

1월, 자실장은 어미실장의 품에 안겨 자고있었다.

비축해둔 식량도 바닥을 보이려 하고있다.

실장석 친자는 가만히 움직이지않고 체력을 온존하며 굶주림을 견딘다.

어미는 조용히 자고있는 새끼를 살며시 깨우고는 입을 열도록 한다.

눈을 뜬 새끼는 기뻐하며 입을 연다.

오늘은 특별한 진미를 받는 것이다.


어미는 자신이 씹어 부드럽게 한 것을 입으로 옮겨서 먹게 한다.

가을부터 보존해둔 나무열매는 결코 맛있는 것이 아니다.

딱딱하고 푸석해서 맛대가리가 없다.

하지만 가끔씩 어미실장이 입으로 옮겨 먹여주는 무언가는 달랐다.

무척 맛있기에, 자실장은 그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입으로 옮겨주는 행위가, 어미에게 사랑받는다는 실감을 새끼에게 준다.

어미는 새끼에게 말을 건다.

봄이 되면 같이 맛있는 것을 찾으러 가자꾸나.

새끼는 어미의 품 안에서 아직 먼 봄에 대한 기대를 부풀린다.

지금은 배가 고파서 무척 괴롭다.

그래도 마마의 따쓰한 품에 안겨서 무척 행복하다.

봄이 오면 맛있는 것이 잔뜩 나온다고 말한다.

그러면, 봄이 오면 자신은 얼마나 더 행복해지는 걸까.

그런 것을 생각하는 새끼에게 어미는 부드럽게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봄이라는 것, 먹이장소, 어미가 좋아하는 비밀의 장소,

생활의 지혜, 육아의 지혜, 동료들, 위험한 적과 닝겐.

기나긴 겨울, 자신의 품 안에서 잠자는 딸에게, 봄에의 기대와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되풀이하여 말한다.

자실장은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어미가 먹여주는 먹이도, 어미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어미의 품 안도,

모두 모두 좋아했다.

냉엄한 자연 속에서, 실장석 친자는 가만히 견디며 봄을 기다린다.









3월,실장석 친자는 틀어박혀있던 구멍에서 기어나온다.

아직 눈이 남아있는 곳도 있지만, 볕이 잘 드는 장소는 지면이 얼굴을 보이고있다.

작년 가을에 태어난 자실장.

태어나자마자 구멍에 들어갔으니 처음 보는 바깥세상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자실장은 겨울의 빈곤한 식량사정을 간신히 넘겼고, 중실장 정도까지 성장해있다.

어미는 새끼의 손을 끌고 먹이를 찾아 나선다.

보통의 경우, 어미는 새끼를 기다리게하고 먹이를 찾으러 가지만, 새끼는 이미 중실장이 되어있다.

사회공부도 겸하여 새끼를 데리고 간다.

주의깊게 경계하면서 친자가 걸어간다.

봄은 실장석에 있어 기쁨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동면에서 막 눈을 뜬 시기는 상당히 위험하기도 하다.

공복으로 체력이 돌아오지 않은 실장석은, 다른 동물에 있어 절호의 먹이감이기 떄문이다.

체력이 충분해도 움직임이 굼떠 사냥당해버리는 실장석.

체력이 없는 이 시기는, 자신보다 작은 들쥐에게 조차 잡아먹히는 일도 있다고 한다.

개울을 건너고 숲을 지나, 이윽고 친자는 볕이 잘 드는 둑에 도달한다.

큰개불알풀이 작고 파란 꽃을 피우는 둑.

거기에는 뱀밥과 머위가 자라고있다.

어미가 그 어미로부터, 그 어미가 또한 어미로부터 전해들은, 대대로 이어내려온 비밀의 먹이장소.

어미는 새끼에게 뱀밥을 주고, 자신은 머위를 먹는다.

새끼는 어미가 먹는 녹색 음식에 흥미를 보이며 자신도 먹어본다.

하지만 쓴맛과 풀냄새때문에 무심고 뱉어버린다.

어미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면서, 머위보다는 담백한 뱀밥을 건넨다.

그리고 떠올린다.

작년 이맘때, 자신도 딸과 마찬가지의 행동을 했었다.

지금은 아직 이런것밖에 없지만, 점점 맛있는 것이 나올테니까.

어미는 새끼에게 상냥하게 말을 건넨다.

친자는 쌉쌀하지만 싱그러운 봄의 행복을 실컷 맛보고, 배가 가득 차는 기쁨을 만끽한다.

뱀밥 아래에 다른 실장친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 어미가 마마라고 중얼거린다.

그녀들은 작년 봄, 꽃가루로 낳은 딸과 그 아이.

뱀밥 아래의 친실장으로부터 보면 지금 데리고 있는 아이의 언니와 손녀였다.

딸이 커지게되어 겨울을 넘기고, 가르쳐준 이 장소에 들르게 된 것이다.

혹독한 자연을 살아남은 친자의 재회.

이렇게 기쁜 것이 또 있을까, 어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실장석들에게도 기쁨의 봄이 찾아왔다.





헤어짐의 순간, 그것을 친절하게 미리 알려주는 경우는 없다.

벚꽃의 봉우리가 벌어지기 시작할 무렵, 싸늘한 비가 내린다.

어미는 새끼의 몸을 걱정하여, 오늘은 혼자서 먹이를 가지러간다고 말한다.

추우니까 오늘은 집을 지키고있으렴.

그렇게 말하고 어미는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5월, 자실장은 성체가 되어있었다.

얼마간은 혼자서 먹이도 먹지않고 배가 고픈 채로 어미를 기다리며 쓸쓸함에 울었다.

하지만 자실장은 결심하고, 어느날 혼자서 먹이를 가지러 밖에 나섰다.

혼자서 걷는것은 언제나 불안했고, 몇 번인가 위험한 꼴도 겪었다.

하지만 겨울에 어미 품 안에서 들은 가르침을 떠올리며, 현명하고 꿋꿋하게 살아남아왔다.

그리고 갖가지 꽃이 뿌려대는 꽃가루가 춤추는 계절을 지나자,

이번에는 자신이 마마가 되는 것이다.

나도 상냥하던 마마처럼 되고싶어.

비가 내리는 계절이 되면 산딸기라는 맛있는 것이 나온다고 들었다.

마마가 무척 좋아하던 산딸기, 그것이 잔뜩 열리는 비밀의 장소.

거기에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하자.

그런 행복한 광경을 그리며, 자장가를 부른다.

그리고 신참 어미실장은 6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많은 가족에 둘러싸여 행복했다.





새끼를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실장석은 많이 먹는다.

먹이를 대량으로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제멋대로인 아이도 있다.

갖가지 개성의 새끼들을 다스려서 외적에게 습격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신참 어미실장에게는 쉴 틈이 없었다.

이런저런 곤란한 일이 벌어졌지만, 어미의 가르침 덕분에 잘 넘길수가 있었다.

바쁘지만 활기차고 즐겁고, 충실했다.

그런 어미실장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목숨의 선택. 냉엄한 자연에서 살아남아갈수있는 현명한 새끼를 선별하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어미실장은 선별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구멍 안에서, 철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자신 1마리가 되어있었고, 그녀는 오랜동안 자신이 외동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태어나게될 아이도 1마리 뿐일거라고 지레짐작했다.

태어난 아이가 여럿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 경위가 있었기에, 어미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실감하지 못했다.

그랬던것이 자신이 어미가 되어보니, 태어난 아이는 6마리.

오랜 기억을 더듬어보니 자신에게도 자매가 있었던것같은 기분도 든다.

어미는 자신을 선택하여 남겨준 것이라는 것을 지금와서야 이해할수 있었다.

사실은 있었을터인 자매, 그녀들을 생각하면 서글픈 기분이 된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자신을 남겨준 어미를 향한 감사의 마음이 솟아난다.

어미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처음에는 도저히 엄격해지지 못했던 신참 어미실장이었지만,

자실장이 원인이 된 전멸의 위기를 몇 번인가 넘기고나니 간신히 결심이 섰다.

여기에서 자신이 자손을 남기지 못하면, 돌아오지 못하게 된 어미에게 얼굴을 들지 못한다.

신참 어미실장은 우선, 가장 제멋대로이고 시끄럽게 울어젖히는 아이를 다른 새끼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용히 불러냈다.

구멍의 입구 가까이까지 그 자실장을 끌어들인다.

비밀스런 부름에, 자실장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며 우월감에 젖는다.

그 자실장을 어미가 부드럽게 안아들고・・・

일격, 비명을 지를 틈도 주지않고 단번에 머리를 베어물었다.

비명으로 다른 아이들을 동요시키지 말라는 어미의 가르침이다.

크게 벌린 어미의 입, 그것이 제멋대로였던 자실장이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마마・・・

어미실장이 중얼거린다.

마마, 마마・・・・・・

어미실장이 되풀이한다.

따쓰한 품에 안겨 잠들던 그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마마, 마마・・・・・・

입 안에 퍼지던 고기의 맛.

그것은 겨울의 구멍 안에서 어미가 먹여주던, 그 특별한 진미의 맛이었다.

몸통만 남은 자실장은 손에 쥐어진채 움직이지 않는다.

마마, 마마・・・진미・・・

공허한 눈을 한 어미실장이 되풀이한다.

손에 남겨진 자실장의 몸통을 입에 털어넣고, 으적으적 씹는다.

마마, 진미 맛있어・・・마마・・・

입으로 물어 씹을때마다 어미와의 추억이 차례차례 떠올랐다가 사라져간다.

무척 좋아하던 어미에게 지켜져 행복하던 그 시절.

입은 칠칠맞게 벌어지고, 침을 흘리고있다.

마마・・・쓸쓸했어, 마마・・・

드디어 돌아와주었구나, 마마・・・





다른 아이들이 구멍 입구에 버티고서있는 어미의 모습을 보고 다가왔다.

아이들은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의 상냥한 어미와 약간 상태가 다른것같다.

가장 상냥한 아이가 어미를 걱정하여 곁에 다가간다.

그 새끼가 어미를 잡는다.

무슨일이야? 마마.

상냥한 아이는 어미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말을 건넨다.

안아올려져 가까이서 바라본 어미의 눈동자는,

촛점이 맞지않고 멍해있는 것이, 어딘가 먼 곳을 보고있는것같았다.



「테츄오오오오오오오오!!」



갑자기 상냥한 아이의 왼팔에서 몸통에 걸쳐 물어뜯겼다.

그리고 갑작스런 쇼크에 날뛰지도 못하고 움찔움찔 떨던 새끼를,

커다란 입을 벌리고, 이번에는 머리부터 집어삼킨다.

그 모습을 목격한 아이들이 공황에 빠진다.

놀라는 녀석, 멈추려고 하는 녀석, 도망치려고 하는 녀석,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녀석.



「테칫, 테치이이이ーーーーー!!」

「테, 테슷, 테슷!!」

「테츄, 테테테테테테테・・・」

「테츄?」





「데스우, 데스우・・・」

「테, 테, 테, 테, 테, 텟츄ーーーー웅!!」

「테슷, 테슷, 테, 테에에에에에에에!?」

「테치ー, 테치이이이이이!!」

「테츄?」



「테츄텟츄ーーー・・・・・・테프프」

「테슷, 테슷, 테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테에ーーーーー!! 테에ーーーーー!!」

「테?」





「데스우, 데스우・・・」

「테프프프프프프・・・・」

「테ーーーーーー!! 테츄ーーーーーー!!」

「테치?」



「테프프・・・・・・」

「테츄ー테츄ーーーーー!!」

「테, 테치이잇!!」





「데스우, 데스우・・・」

「테프프프프프, 테픗!?」

「테ー, 테체에에에에에에에에에!!」



「테츄, 테ー, 테츄ーーー웅, 텟츄ーーーー웅, 텟츙!・・・테, 테에・・・테삣!!」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엥!!」





「데스우, 데스우・・・」

「테에에에에에, 테에!?」



「데스우・・・」

「테츄ー테츄ーーーーー・・・・・・테츄!?」



「테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데스우・・・데스우・・・」





마마, 마마, 어미실장이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리고 자실장은 없어졌다.





혹독한 자연 속에서, 실장석은 새끼를 선별하여 똑똑한 녀석만을 키운다.

겨울을 나면서 식량이 부족해지면 솎아낸 새끼를 눈 안에 묻어서 보존하고, 그것을 주는 일도 있다.

그때에는 알아채지 못하지만, 자신이 어미가 되어 선별을 하게될 때,

주어진 것이 자신의 자매였다는 것을 알아챈다.

봄에서 가을, 먹을수 있는 것은 그 외에도 많으니까,

동족의 맛을 깨우친 실장석들은 필사적으로 동족식의 유혹을 억누르려고한다.

그리고 선택된 똑똑한 새끼는 그 유혹을 이겨내고,

자신도 현명한 어미가 되어 자손을 남긴다.

하지만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해 새끼를 먹게되는 녀석도 있다.

이 어미실장처럼.





마마, 진미 다음에는 마마가 좋아하던 산딸기를 먹으러 데려가줘.

산딸기, 어떤 맛일까.

그래, 마마와 함께 산딸기를 먹으러 가자.

산딸기를 잔뜩 먹자.

마마와 함께 먹는 산딸기, 기대되는걸.

다같이 산딸기를 먹으러 가자.





자실장으로서의 자신과 어미실장으로서의 자신.

그것이 뒤섞인 혼잣말이 구멍 안에서 되풀이된다.

텅빈 눈으로 침을 흘리며 중얼거릴 뿐.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있지도 않은 어미에게 말을 건넨다.

있지도 않은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얼마 후, 어미실장은 산딸기, 진미, 라고 중얼거리며 구멍을 나와, 숲 안으로 사라져갔다.









11월, 이 지방의 실장사냥의 최적기이다.

겨울을 나는 실장석은 동족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고기에 누린내가 배인다.

여름의 실장석은 새끼라면 괜찮지만, 어미는 선별하면서 새끼를 먹는 경우가 많아, 역시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겨울을 나는 실장석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우며 겨울준비를 하는 지금 정도가,

실장석이 가장 맛있는 시기이다.

동족식을 하며 겨울을 넘긴 실장도, 봄에 어미가 된 실장도,

반년 가까이 자연식을 계속하면 누린내도 대부분 빠진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겨울준비를 위해 통통하게 살져있다.

늦가을의 실장석이라면 실패할 일이 거의 없다.





노인과 손자 앞에 1마리의 실장석이 앉아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노인은 한숨을 내쉬고있다.



「새끼 먹는 녀석이죠, 할아버지」

「그래・・・」



노인은 힘없이 대답한다.

새끼먹는 실장석은 맛없다.

붙잡은 실장석이 새끼먹는놈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사냥꾼은 양식된 자실장을 몇 마리 집어준다.

산에서 실장석을 잡으면 양식된 자실장을 주어, 새끼를 먹는지 아닌지 확인한다.





이 지방의 실장석의 특징으로, 단독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들수있다.

이 지방의 겨울은 춥고 눈도 쌓이지만, 폭설지대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활동하는 동물이 많다.

따라서 실장석은 가을이 되면 식량을 모아 동면의 준비에 들어간다.

움직임이 굼뜬데다 녹색이라 눈 위에서 돋보이는 실장석은, 돌아다니는것보다 잠들어있는 쪽이 상책이다.

그런 경우, 무리를 지어 넓은 동굴에 모여있으면, 발각되어 침입당했을때 오히려 전멸하기 십상이다.

실장석들은 제각각 잠자리를 확보하여 따로따로 겨울을 난다.

추운 겨울을 넘기면 풍요로운 계절이 온다.

이 지방은 나무열매, 산나물, 버섯 따위의 식량이 풍부하다.

실장석을 포식하는 동물도 많지만, 지형을 이용하여 숨을 장소도 많다.

여기에서는 무리를 지어 행동하면 오히려 눈에 띄어버리고, 동료에 얽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경계심이 강한 현명한 실장석이라면, 오히려 단독행동을 하는쪽이 안전하다 할수있다.

그리고 이 지방의 실장석들은 동료끼리도 별로 간섭하지 않는다.

실장석끼리 만날때에도 도와준다든가 하는일도 거의 없고, 반대로 방해도 거의 없다.

살아남은 녀석을 제거하려고 들면, 자신이 위험에 처할 확률이 올라간다.

가능한한 최소단위로 흩어져있는 쪽이 낫다.

살아남기 위해, 씨앗을 남기기 위해 현명한 새끼를 골라 소중히 키운다.

그것이 이 지방에 살아가기위해 실장석이 획득한 생태인 것일까.





그러한 생태를 가진 이 지방의 실장석들은, 자신의 새끼를 솎아내어도, 남의 새끼를 붙잡아도, 먹는다든가 하는일은 거의 없다.

자실장을 주어 바로 잡아먹으려 드는 개체는, 새끼를 먹는 상습범이다.

오늘 사로잡은 실장석은, 주어진 자실장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입에 털어넣었다.

불쾌한 씹는소리가 조용한 실내를 가득 채운다.

올해는 도통 실장석을 잡지 못했다.

수가 적고, 새끼도 거의 보이지않는다.

원인은 이 새끼먹는 놈일지도 모른다고 노인은 생각했다.

타락하여 새끼를 먹는 실장석은 이성을 잃고, 손에 잡히는 대로 새끼를 먹어치우려고든다.

하지만 이성을 잃음과 동시에 지혜도 어디론가 날아가는 경우가 많기에, 다른 동물에게 공격당하거나 사고를 당해 죽어버리게 된다.

지내기는 편할지 몰라도, 지혜를 잃어 경계심이 없어진 녀석이 살아갈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는 않다.

하지만 가끔씩 타락해버려 새끼를 먹으면서도 어느정도의 지혜가 남는 녀석도 있다.

그런 새끼먹는 놈이 운좋게 살아남으면 골치아픈 일이다.

머리를 굴리는데다 고기를 먹기때문에 다른 개체보다 강하다.

새끼를 먹어치우기때문에 실장석의 수가 격감해버린다.

예의 그 새끼먹는 놈은, 제정신을 못차리면서도 어미의 가르침을 충실히 지켜, 주의깊게 진미를 사냥해왔다.

붙잡을 때에도 덤불에 몸을 숨길때를 이용했다.

거리낌없는 태도로, 실장석은 방 가운데에 철퍽 주저앉아 자실장을 먹는다.

불쾌한 씹는소리가 멈추자, 이번에는 박자가 안맞는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들을 위해서.

부풀어있지도 않은 배를 쓰다듬으며.

그런 모습을 노려보며,

올해에 손자 줄 크리스마스 선물은 빈약해질것같다며, 노인은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1월, 쌓인 눈을 헤치며 노인과 손자가 산 안에 들어간다.

눈 위에 녹색의 얼룩과 질질 끌린 자국이 있다.

배를 곯은 여우나 너구리가 동면중인 실장석을 잠자리에서 잡아채어간 것이리라.

실장석의 감소에 의한 먹이부족으로 다른 동물들도 어려워졌다.

봄까지 얼마만큼의 실장석이 살아남을지 불안해진다.

잠시후, 두 사람은 목적한 장소에 도달했다.



「할아버지, 먹혀있어요!!」



손자는 기뻐했다.

노인이 바라본 쪽에는, 나무에 매달린 알몸의 실장석의 모습이 있었다.

그것은 손자의 머리정도의 높이에 매달려있다.

그 실장석은 허리 아래가 먹혀 뜯겨나가있다.

이 정도의 높이로 뛰어오른다면 여우인 것일까.

전부 먹히지는 않도록 조절이 되어있다.

목이 아닌 가슴 언저리를 묶어둔 것이기에 아직도 살아있다.

노인은 칠칠맞게 벌어진 입 안에 별사탕을 몇 알 던져넣었다.



「이렇게하면, 조금 더 살아있게된단다」



손자는 그렇구나 하는 표정으로 끄덕인다.

뒤이어 노인은 새빨간 고추가루를, 실장석의 왼눈에 뿌렸다.



「데엣, 데교에에에에에에에에・・・・・・」



실장석이 괴로워하는 소리와 함께, 먹혀 뜯겨진 내장 끄트머리에서 저실장이 맺혀 떨어진다.



「구더기는 새와 작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지.

 좋아, 이제 족제비 발자국이라도 찾으면서 돌아갈까!」

「응!」



새끼 먹는 실장석은 산의 동물들의 먹이가 되어있다.

위석은 소주와 영양제를 섞은 것에 담가져있고, 맑은 날에는 본체에도 별사탕을 주어 회복력을 높인다.

노인과 손자는 동물의 발자국을 찾아다니며, 그 영역에 실장석을 매달아둔다.

오늘은 여우, 다음에는 족제비 하는 식으로, 여러가지 동물에게 먹이를 준다.

야생동물이 놓아둔 먹이에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위치를 바꿔가며 놓아두도록 한다.

이것은 동면중의 실장석이 과도하게 사냥당하지 않게하기위한,

실장석의 전멸을 막기위한 예로부터의 지혜, 관습이었다.

팔 수 없는 새끼먹는 놈을 유용하게 이용하는 방법이다.

지금은 양식되는 실장석이 있기때문에, 그런 귀찮은 짓은 하지 않아도 괜찮긴 하다.

필요하다면 돈으로 산 실장석을 산의 동물들에게 주어도 된다.

실제로 올해에는 수가 너무 적었기에, 마을에서 의논하여 새끼먹는놈 이외에도 양식 실장석을 몇 마리인가 매달아두고있다.

먹이를 너무많이주면 산의 동물들의 밸런스가 무너지니까 최소한으로 하긴 했지만.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고 노인은 깊이 통감했다.

야생의 실장석을 위해 양식된 실장석이 사용된다.

지금은 아직 괜찮지만, 언젠가 야생의 실장석따위 거들떠보지도 않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있죠, 할아버지」

「음?」



손자의 목소리에 노인이 돌아본다.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실장석을 잡기 시작한건, 언제에요?」

「・・・토시아키와 비슷할 정도였을까.

 할아버지도 말이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에게 배운거란다」



그래, 토시아키와 비슷할 정도의 나이였지.

실장석의 피가 기분나쁘다면서 할아버지한테 칭얼거렸었는데.



「저기, 할아버지・・・」

「음?」

「나도 할아버지같은 실장사냥꾼이 되고싶어요・・・」



실장사냥을 하는 사람은 매년 줄어들고있다.

안정된 수입을 얻을수 없다는 것과 양식실장석의 품질향상 등이 주된 요인이다.

손자도 크고나면 화려한 도시로 나가버릴지도 모른다.

이어받을것인지 아닌지는 손자의 자유이고, 자신이 원하는 길로 나아가면 된다.

쓸쓸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이리라.

어쩌면 실장사냥은 자신의 대에서 맥이 끊어질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손자가 해주는 말은 기뻤다.

노인은 손자를 데리고 걸어간다.

불편하고 귀찮던 옛날부터 해온 방법을, 지금 확실하게, 보여주고싶었다.

이렇게해서 전통은 받아 이어져간다.

그리고 새끼먹는 실장석은, 겨울동안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된다.

위석이 부서지는 그 날까지.









「데스우・・・」



겨울의 얼어붙을듯이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며,

매달린 실장석은 한 마디, 마마, 라고 중얼거렸다.




-끝

댓글 2개:

  1. 분충에게 해피엔딩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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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래서 추자는 안되는데스우.친실장이 고르고골라서 선별해봤자 어차피 분충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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