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현명한 실장석의 예상 밖

나는 공원에 와서 별사탕을 조금 뿌렸다.

얼마 안있어 들실장들이 바글바글 몰려들어 뿌린 별사탕을 먹어치우더니 나를 향해 데스데스 짖기 시작했다.

링갈을 보니까 예상대로, 더 내놓아라 나를 키워라 하는 소리를 말하고있는 모양이다.

그런 들실장들에게 링갈을 통해서 말해주었다.

「너희들 중에서 한 마리만 키워주마」

그 말에 반색을 하는 들실장들.




불손한 태도의 녀석, 이미 자신이 선택되었다고 착각하는 녀석 등등,

뭐, 실장석답다고 할 반응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다만,」

나는 그러는 녀석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나에게 키워지는 녀석은, 머리털을 뽑고 알몸이 되어라. 그게 인간님에게 키워지는 조건이다」

그 말을 듣고,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술렁이기 시작하는 들실장들.



실장석에 있어 머리털과 옷은 목숨 다음으로 소중한 것이다.

내놓으라고 해도 본능적으로 거부해버리겠지.

하지만 들실장인 이녀석들에 있어 사육실장이라는 지위는, 그야말로 꿈에도 그릴 정도로 갖고싶은 것일 것이다.

본능적인 거절과 욕구에 끼어서 머리를 싸매는 들실장들.

얼마간 그 꼬라지를 즐기고있으니, 들실장 중의 한 마리가,

「데슷!」하고 기합을 넣는것처럼 짖더니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한 마리가 시작하니 나머지도 낚인것처럼 옷을 벗는다.

이윽고 들실장은 모두 알몸이 되었고, 다음은 드디어 머리털이다.

역시 머리털을 뽑는것은 옷과는 다르다.

상당한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리라.

머리털을 쥐고는 살짝 당기고는 「데에에!?」하면서 무심코 머리털을 손에서 놓아버린다.

한동한 그 꼴을 즐기고 있었는데,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머리털을 뽑지를 못한다.



들실장들에게 싫증이 난 나는,

「아〜아, 민머리에 알몸인 실장이 없으면 돌아가야겠네〜」

하고 일부러 말했다.

그러자 초조해진 들실장의 한 마리가 「데즈우!」하고 기합을 넣으며 머리털을 뽑으려하던 그 때,



「잠깐 기다리는데스!」

그것을 제지하는 목소리가 났다.

들실장들과 내가 목소리가 난 쪽을 보니, 그곳에는 한 마리의 실장석이 있었다.



나왔구만……이녀석이, 현명한 실장석이라는 건가.



내가 이 공원에서 이런 꼴같잖은 학대 흉내를 내고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전날에 학대사인 친구가 똑똑한 들실장에게 말빨로 밀려서 속쓰린 체험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호오, 너는 어때? 사육실장이 되고싶지 않냐?」

「와타시는 딱히 사육실장이 되고싶지 않은데스. 그런것보다 닝겐상, 어째서 닝겐상의 집에 가려면 민머리에 알몸이 아니면 안되는데스?」

그 말에, 나는 일부러 친구가 했던 말과 똑같이 대답해주었다.

「내 집에 사는데에 머리털과 옷이 있으면 안되거든」

그 말에, 이 실장석은 들은바 대로 대답해온다.

「그러면, 어째서 닝겐상은 옷을 입고 머리털을 기르고있는데스?」

그 말에 나는 침묵한다.

그 모습을 보고 다그치는 것처럼 말하는 실장석.

「와타시들보다 현명하고 이지적인 닝겐상이 먼저 견본을 보여주기 바라는데스」

흐음. 여기까지는 정해진 대로의 문답이다.

여기에서 친구는 실장 따위에게 말문이 막혀서 제 무덤을 파버렸다.

애초에 이녀석들과 대등하게 회화를 하려고 한 그녀석이 학대사로서 반푼이인 것이지만.



학대사라고 이름을 달려면, 여기에서 돌려줄 대답은 하나 뿐이다.

「나는 민머리에 알몸인 실장석이 좋으니까 그렇다. 그것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야」

「데에!?」

예상외의 대답에 말을 잇지 못하는 실장석.

이녀석들에게 인간과 대등한 대화를 허용한다는것 자체가 잘못이다.

어디까지나 갑과 을이고, 사육주와 애완동물이 아니면 안된다.

개와 고양이를 키운다고 해도, 어느 세상에 견묘와 같은 입장에서 대화를 하는 바보가 있단 말인가.

하물며 학대파인 우리들은, 똑똑하든 어떻든간에 분충에게 말대답 따위는 허용하지 않는다.

「하고싶은 말은 그것 뿐이냐?」

「데!?」

내 눈길에 쩔쩔매는 실장석.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면서 외친다.

「와, 와타시는 현명한 개체 등록을 받아둔데스! 와타시를 학대하면 닝겐상은 모두에게 혼쭐이 나는데스요!」

하하하, 꽤나 똑똑한 소리를 지껄이지않는가.



「걱정해줘서 고맙구나. 하지만, 널 조지는 것은 내가 아니야」

「데에?」

내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실장석.

나는 그러는 녀석에게 히죽 웃어주고,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고있던 들실장들에게 말을 던졌다.

「좋ー아. 그러면 머리털과 옷은 그대로도 괜찮은 것으로 하는 대신에,

  이 실장석을 패죽이는 녀석을 내 집에서 키워주겠어〜」

「데에에!?」

내 말에 놀란 소리를 지르는 실장석.

등 뒤에는 눈을 번들거리는 들실장이 수 십 마리.

그것이 천천히 똑똑한 실장석에게 닥쳐간다.

「데에에!? 그만두는데스! 오마에들은 속고있는데스! 모르겠는데스까!」

필사적으로 설득을 시도하는 실장석.

하지만 유감이구나. 그녀석들은 너같이 똑똑한 실장석이 아니라 분충이야.

자신을 위해서라면 동족이라도 기꺼이 잡아먹는 녀석들이지.



「데즈우ー!」

이윽고 한 마리의 들실장이 똑똑한 실장석에게 달려드는 것을 시작으로, 몰려들어간 들실장들이 한 마리의 실장석에게 처절한 린치를 가하기 시작한다.

「데갸아아아아! 데즈아아아아! 뎃뱌아아아아아!!!」

그 들실장들의 무더기 중심에서 절규가 메아리친다.

음〜, 좋은 울림이야.

역시 실장석의 비명은 최고구만.

똑똑한 실장일수록 좋은 소리로 울어젖히는게.

「뭐, 뭐야 이건!?」

얼마 있으니 어디선가 본듯한 남자가 공원에 들어오더니, 린치를 가하고있는 들실장들을 차서 날렸다.

모든 들실장이 없어진 그 한가운데에, 사지를 잃고 온몸이 너덜너덜하게 된 똑똑한 실장석의 사체가 굴러다니고있었다.

그 사체에 매달려 우는 남자.



「아〜아, 죽어버렸네」

나는 남자의 어께 너머로 사체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 표정은 공포때문인지, 아니면 도우려고 했던 동족에게 공격당한 원망때문인지, 추하게 일그러진 채로 얼어붙어있었다.

「다, 당신! 당신 보고있었잖아! 어째서 돕지않은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나에게 따져묻는 남자.

아아, 그렇지.

어디서 봤나 했는데, 학대사 주제에 똑똑한 실장석을 키운다고 하던 어중간한 녀석인가.

나는 멱살을 잡은 남자의 손을 난폭하게 떨어냈다.

「글쎄올시다. 어쨌거나 실장석이 하는 짓이니까, 애호파인 나로서는 거친 수단은 취할수가 없었지뭐요」

「뭐, 뭐가 애호파야! 네녀석 학대파지!」

「글쎄?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나는 여기에 와서 실장석에게는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았는데?」



비아냥을 들은 남자는 분노로 얼굴을 붉그락 푸르락 하면서 뭔가 말하려는듯 입을 뻐끔뻐끔 하였다.

「뭐, 댁도 실장석 키울 때에는, 사람보다 들실장에 조심하는게 좋을것 같소」

나는 그렇게 쏘아붙이고 공원을 떠났다.



-끝

댓글 7개:

  1. 저런류의 씹새끼가 제일 빡치지
    남이 중요하게 여기는걸 ㅈ으로 보거든
    심지어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유도 했다는
    점에서 더 악질이지 저런 씹새는 복날에
    개 잡듯이 매달아서 패야된다.

    답글삭제
    답글
    1. 찐따새끼 한마리 학교에서 일진한테 자기물건 뺏겨서 박살난거 떠올라서 오지게 화났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삭제
    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때는 매달아서 못팼누 ㅋㅋㅋㅋㅋㅋㅋ

      삭제
    3. 학교에서 샤프 뺏김? ㅋㅋㅋㅋ

      삭제
  2. 글보다 댓글이 더 웃기네 ㅋㅋㅋㅋㅋㅋ

    답글삭제
  3. 그렇게 소중하면 들실장 사이에서 풀어놓고 아예 방치해놓질 말던가 아니면 쭉 지켜봤었어야지..주인공이 댕수작 부리고있을땐 어디서 뭐하고있다가 그제와서 저러누..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