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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이 있는 일요일

우리집에는 고양이와 실장석이 있다.

고양이는 길고양이를 주워온 것이지만, 실장석은 펫숍에서 재고품을 떨이할때 사온 것이다.

변성기가 오기 직전의 『자실장』이라니, 그야말로 악성재고였으리라.

이 실장석에게 「바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자, 이름이 주어졌다며 크게 기뻐했다.

이녀석은 재고품이라서 그런지, 말하자면 바보였다.






12시 전, 슬슬 점심먹을 시간이다.

「이봐, 바튼, 편의점 가자. 냥이는 집봐라」

바튼은 외출한다며 기뻐했고, 고양이는 드러누운 채로 꼬리를 살랑 흔들었다.





이녀석이 요즘 좋아하는 것은 컵 야키소바이다. 저렴해서 다행이지만.

「테스테스!!」

「뭐야? 신제품 호화 컵 야키소바, 지역한정 600엔? 비싸!」

「테스우♪ 테스우〜웅♪」

「안돼!」

「테스테스테스우ー! 테스우우우우우우우우우!」

아첨해도 안통한다고 느끼자, 이녀석은 바닥을 뒹굴고 손발을 바둥거리며 떼를 쓰기 시작한다.

이쿠라쨩이냐 너는! 어쨌거나 주위의 시선이 따가워진다. 어쩔수없지.

(*역자주 : 이쿠라쨩 - 사자에상의 등장인물 나미노 이쿠라波野イクラ. 한번 꽂힌걸 안해주면 발악하는 성격)





주전자를 불에 얹는 동안, 바튼은 손가락이 없는 두 손과 입으로 솜씨있게, 포장과 뚜껑을 열었다.

꽤나 기분이 좋은 것인지, 박자가 안 맞는 노래같은 소리를 내고있다.

아무래도 소스와 양념 봉지는 잘 집을수가 없기에, 도와주었다.

「어디보자, 양념1과 양념2를 넣고 끓는 물을 부으세요, 인가」

「테엣스♪」

직접 하고싶어하는 바튼에게, 양념 봉지를 건네준다.

끄트머리를 입으로 물고 두 손으로 잡아당지가, 봉지가 깨끗하게 찢어진다.

「자, 양념1」

「테스!」

「자, 양념2」

「테스!」

「자, 소스」

「테스!…테스우?」

「아ー, 미안, 잘못봤다. 소스는 물 버리고나서 하는건데 ㅋ」

「테에엣!!」

놀란 바튼은 소스 봉지를 면발 위에 떨어뜨려 버린다.

손가락이 없는 손은 봉지를 제대로 쥐지 못했고,면발은 순식간에 검게 물들었다.

「아아〜, 이래서야 이젠 못먹겠구나」

국어책 읽는듯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니, 바튼은 울기 시작했다.

나는 U.F.O.의 뚜껑을 닫고, 기다리는 동안에 캣푸드 캔을 열었다.

(* 역자주: U.F.O.- 닛신식품의 컵라면 브랜드)



훌쩍훌쩍 콧물을 들이키며, 바튼은 여기에라도 물을 부어달라며, 방금의 야키소바를 내밀었다.

「이젠 못 먹을텐데, 괜찮겠냐, 바튼?」

「…테스우」

뭔가 말하고싶은 표정을 잠깐 보였지만, 바로 집어삼킨다.

끓는 물을 부어주니, 소스의 향기가 흠뻑 피어오른다.





이윽고 시간이 되었기에, 물붓는 구멍을 열고 물을 버린다.

바튼은 뜨거워진 용기와 악전고투 하고있었기에, 대신해서 물붓는 구멍을 넉넉하게 열어주었다.

「바튼, 뜨거우니까 조심해라」

「테스ー!」

준비된 의자에 올라, 싱크대에 컵을 기울이는 바튼.

그러자, 크게 열린 구멍에서 술술 쏟아져나오는 면발.

「테에? 데아앗! 데아아ー악!!」

비명지르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싱크대에 면발더미가 출현하더니, 싱크대가 터엉, 하는 소리를 냈다.

부들부들 떨면서, 바튼은 뚜껑을 벗기고 안을 본다.

면발은 간신히 한 가닥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테에에에……」

충격으로 컵을 든 채로 울기 시작하는 바튼.

그러는 동안에 바로 수도꼭지를 틀어 면발에 끼얹고, 식은 후에 쓰레기통에 던져넣는다.

「테에스우우우! 테스—! 테스—! 테스우ー!!」

면발이 한가닥 남은 컵을 살며시 내려놓고, 의자에서 뛰어내려와 항의하는 것처럼 울부짖는 바튼.

「근데 저건 괜찮냐?」

「테스?」

컵은 이녀석이 뛰어내릴 때에 뒤집혀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바튼의 비명이 다시 한 번 울린다..



그러니까, 못 먹을거라고 했잖아?





지금 정한 우리집 가훈, 나와 고양이가 식사를 마칠때까지 바튼은 동석.

바튼은 자기 지정석인, 유아용 의자에 꽁꽁 묶여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성대하게 울리며 울고있는 것을 곁눈질하며, 고양이는 오랜만의 캣푸드에 입맛을 다시고있다.

간장소스 향기가 끝내주지않니, 바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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