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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愚賢)한 고급사육실장 자매

오네챠의 말투는 이러하였다.

"테에! 다메테치! 와타치타치는 그런 짓 하면 다메인 테치!"

이모토챠의 말투는 이러하였다.

"와타치의 이름은 초승달(二十三夜)테치. 오네챠의 이름은 보름달(十六夜)테치. 이름의 숫자는 가격의 숫자테치. 와타치 쪽이 높은 테치. 그러니까 오네챠는 와타치의 명령을 듣는 테치"



실장석 답지 않게 백자처럼 빛나는 피부. 비단 같은 머리칼. 반짝이는 눈동자.

보름달처럼 점잖고 너그러운 오네챠.

초승달처럼 실장석 치고는 화사한 이모토챠.

자매는 서민은 손대기도 힘든 가격의 고급실장석이었다.
그런 자매의 주인은 안정된 대기업을 세습 받은 젊은 사장이었다.


금요일 밤.
이모토챠 초승달은 드러누워 있는 주인을 마음껏 꾸욱꾸욱 밟아대고 있었다.

"월요일부터 쭈욱 잘도 고귀한 와타시를 내버려 둔 테치. 이건 벌인 테치. 잔뜩 밟히는 테치"

간단한 집안 일을 마친 보름달은 벌써 삼십분은 밟히고 있었던 주인님을 보고 황급히 이모토챠를 떼어놓으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모토챠가 터무니없는 짓을 한 테치!! 죄송한 테치! 죄송한 테치!"

주인님은 관대했다.
조용히 자매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시더니, 그대로 침실로 가버렸다.

하지만 이모토챠는 토라져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오네챠는 멍청이테치"



다음날 주인의 저택. 넓고 호화로운 응접실에서 킥킥하고 웃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날씬한 모델 체형의 미녀들.
미녀들이 들고 있는 명품에서는 돈 냄새가 풀풀 풍겨온다.

그 중심에 자매가 있었다.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호화로운 요리. 그것들은 한 입씩만 먹고 방치되어 있었다.

"이 똥노예, 좀 더 우마이한 것을 내놓는 테치. 이런 운치 같은 요리 우지챠도 먹지 않는 테치"

이모토챠 초승달은 그렇게 말하더니 주인의 얼굴에 고급 스테이크를 집어 던졌다.

"텟챠아아아아!! 이모토챠아!! 무슨 말을 하는 테치! 무슨 짓을 하는 테치!"

오네챠 보름달은 황급히 주인을 감쌌다.
실장석 따위에게 보호받는 불쌍하고 연약한 주인.
그것은 미녀들의 한층 더 웃게 만들었다.

주인의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그는 그대로 자신의 방에 틀어박혔다.
홈 파티는 쫑나고 말았다.

보름달 오네챠는 피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주저앉아 있었다.

"도대체, 도대체 이모토챠는 어떻게 된 테치? 주인님이 주신 밥은 키레이하게 먹지 않으면 다메테치. 그런데 요즘 이모토챠는 투정만 부리고 남기고 마는 테치. 오늘은 키레이하고 화려한 닌겐상들이 잔뜩 온 테치. 분명 주인님의 신부 후보테치. 그런데 왜 이모토챠는 그런, 그런 짓을 한 테치? 엉망진창. 이제 무엇이든지 엉망진창인 테치"

하지만 이모토챠 초승달은 시선을 회피하더니

"오네챠는 멍청이테치"

라고 말할 뿐이었다.



다음날, 닌겐 가정부가 청소한 응접실에는 점잖은 노부인과 단정한 커리어 우먼 풍의 숙녀가 있었다.

"어라, 여기에 왠 실장석쨩이 있는걸까? 후후, 거짓말해도 소용없어요. 이렇게 보여도 전 코가 꽤 좋답니다"

노부인은 상냥하게 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주인님의 소개가 없으면 와타치타치는 나오지 않으려고 한 테치. 하지만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는 테치. 실수하지 않도록 인사해야 하는 테치"

귀를 세우고 있었던 보름달 오네챠는 문을 노크하고 응접실로 들어갔다.

발성식 목걸이 고급링갈은 오네챠의 말을 노부인에게 전했다.

"처음 뵙는 테치. 와타치 여기서 신세를 지고 있는 테치. 이름은 보름달 테치.

실장석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예의 바른 인사. 노부인은 무심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갑자기 거기서 이모토챠 초승달이 난입해 왔다.

"웃기지 마는 테치! 와타치타치는 여기서 길러진 기억은 없는 테치! 여기는 가짜 집인 테치! 와타시타치의 진짜 주인님은 토시아키님인 테치!"

그렇게 쏘아붙이더니 보름달 오네챠를 억지로 붙잡더니 실장방으로 돌아갔다.

"어라 불쌍한 녀석들. 저는 오랜만에 실장석쨩들과 놀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저 아이들, 당신의 친구랬던가? 토시아키씨의 것이었군요"

노부인은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보름달 오네챠는 화들짝 놀라며 이모토챠에게 따졌다.

"테챠아아아아?! 도, 도대체 무슨 생각인 테치? 와타치타치의 주인님은 주인님뿐인 테치!"

"오네챠는 멍청이테치"

하지만 이모토챠는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보름달 오네챠는 주인님의 친구, 토시아키님을 떠올렸다.
축 늘어져서 한심한 꼴을 하는 경우가 많은 주인님보다도, 언제나 쫙 빠진 양복을 입고 있는 토시아키님 쪽이 멋지다.
겁쟁이라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주인님보다도, 척척 일을 추진해내는 토시아키님 쪽이 남자답고 유능하다.
분명 사회적 지위도 토시아키님이 위일 것이다.

떨면서 오네챠는 물었다.

"이모토챠는 지금의 주인님을 배신하고 토시아키님으로 갈아탈 속셈인 테치?"

"오네챠는 멍청이테치"

하지만 이모토챠는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그날 밤. 주인님은 토시아키에게 상담하고 있었다.

"곤란해. 가격차가 정말 그렇게나 나는데.. 이제 보기 싫어.. 자매 중 그쪽을 좀 맡아주라. 토시아키라면 여유잖아? 좀 부탁한다!"

"아 이모토챠는 이것을 노렸던 테치? 하지만 이걸로 괜찮은 테치. 이러는 편이 서로가 행복해지는 테치"

엿듣고 있던 오네챠는 눈물을 흘리며 이모토챠를 끌어안았다.

"오네챠는 멍청이테치. 바보테치. 왕바보테치!!"

이모토챠는 무엇을 생각해냈는지 갑자기 오네챠를 때렸다.
허를 찔린 오네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옷을 빼앗기고, 머리카락을 뜯겨 버렸다.

무슨 짓을,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이모토챠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히도이테치, 히도이테치! 추한 독라는 싫은 테치! 버려지는 테치! 이런 짓을 저지른 이모토챠도 함께 버려지는 테치!"

독라가 되버린 오네챠는 그저 서럽게 울면서 떨 뿐이었다.

"보는 테치! 추한 독라테치! 이녀석은 와타치의 노예테치! 와타치의, 와타치의 것인 테치! 와타시가 하는 말을 듣는 테치!"

이모토챠 초승달은 뜯어낸 머리카락으로 보름달 오네챠를 묶더니, 주인님과 토시아키의 앞에 등장했다.
경악하는 두사람. 그러나 토시아키는 곧 평정을 되찾더니 히죽 웃었다.

"이야, 초승달쨩. 넌 실장석치고는 머리가 좀 돌아가는 것 같구나. 하지만 안타깝고도 분하겠구나. 너의 계산 미스야. 나는 말야, 독라도 OK인 사람이란다"

그리고 마지막에 살짝 속삭였다.

"독라도 OK. 현명한 너라면 그 의미를 알겠지"

이모토챠 초승달은 새파래지더니 쓰러졌다.

보름달 오네챠는 독라가 되어버린 절망에서 기사회생. 기쁨에 떨고 있었다.
똥벌레 이모토챠와 연좌되어 파멸하지 않았다.
게다가 예전 주인님보다도 훨씬 멋진 토시아키님이 새로운 주인님이 되는 것이다.



이모토챠 초승달은 절망에 위석을 검게 물들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오네챠는 멍청이테치. 왕바보테치. 꾸욱꾸욱은 주인님 성벽(性癖)인 테치. 주인님은 그런 걸 좋아하는 테치. 주인님은 직장에서 사람들에게 명령하면서 피곤해지는 테치.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하니까 피곤해지는 테치. 그래서 주말에는 그런 '플레이'를 했던 테치"

"오네챠는 멍청이테치. 왕바보테치. 주인님은 '남을 웃기는' 건 정말 좋아하는 테치. 하지만 '웃음거리가 되는' 건 정말 싫어하는 테치"

현명한 초승달은 어리석은 보름달은 알지 못했던 것을,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해하고 있었다.

주인님은 날씬한 타입이 취향이라는 것. 따라서 식사는 참고 조금만 먹었다.

그 노부인과 커리어 우먼은 주인님의 어머니와 누나라는 것.
언제나 빙글빙글 웃고 있는 닌겐은 정말로 무섭다는 것.
독신 남성이 실장석을 기른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킨 것은, 닌겐들의 사회에서는 여러가지로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

토시아키가 언제나 쫙 빼입은 정장 차림인 것은 부려먹히는 쪽이기 때문이라는 것.
주인님이 축 늘어져서 한심한 꼴을 하고 있는 것은 직장 모드의 반동이라는 것.

현명한 초승달은 주인님이 재산 다툼 때문에 '육친의 애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리적인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네챠를 '독라 노예'라는 것으로 만들면 토시아키도 키우기 싫어할 것이고, 주인님의 이해도 얻는 한편, 어리석은 언니도 조종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네챠는 멍청이테치. 왕바보테치. 와타치는 이렇게나, 이렇게나 오네챠를 사랑했던 테치. 그런데도... 오네챠는 멍청이테치. 왕바보테치"

오네챠의 가혹한 운명, 이해되지 않은 애정, 현명하기 때문에 보이는 많은 것들.
실장석에게선 드문 현명함이 압도적인 고독이 되어 그녀를 짓눌러 온다.
그것은 이모토챠 초승달을 파킨시키기에 충분했다.

2300만엔의 실장석은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 가면서 16만엔의 언니 실장석과 같이 있기를 원했다.
초승달은 그것을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실장석이었다.
그러나 그 애정은 전부 허사가 되고 말았다.

대부분의 실장석의 불행은 TPO를 가릴 수 없다는 것에서 온다.
실장석의 상식은 닌겐의 비상식(非常識).
그것이 그녀들의 불행의 원흉인 것이다.
그것을 아는 '분위기를 읽는' 레어한 실장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토시아키는 기쁘게 독라 보름달 오네챠를 휘휘 돌리고 있었다.

"그 묘하게 슬기로운 척하는 실장석, 정말로 끔찍했어. 상사의 실장석에 손을 댈 순 없으니 포기했었는데 운이 좋구만. 지금쯤 초승달쨩은 울고 있겠지, 고통스러워하고 있겠지. 어쩌면 파킨해버렸을지도 모르네"

토시아키는 휘휘 돌려져 토할 것처럼 보이는 보름달을 문득 손바닥 위에 올려 놓더니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참, 보름달쨩은 바보긴 하지만 그 초승달쨩의 혈연이구나. 어쩌면 현명한 새끼가 태어날지도? 좋아, 잔뜩 잔뜩 낳게 해줄게"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보름달은 닌겐씨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그저 사육실장인데도 귀여운 새끼들을 잔뜩 잔뜩 낳게 해준다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토시아키님, 아니.. 주인님은 와타치에게 메로메로인 테치!"

아아, 얼마나 행복한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여위어갈 뿐인 밤하늘의 보름달.
그 이름대로 가혹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모르고 보름달은 뺨을 붉히며 기쁜듯이 '텟츄웅'하고 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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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우현은 바보같고 현명한 이라는 뜻.



따로 돌아다니고 있는 이 작가의 짤인데 아무래도 이 소설용, 혹은 원래 첨부되어있는게 아닌가 싶음.

글 중간에 꾸욱꾸욱과 주인공의 성벽인테치... 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거.


결국 실장석에게 부려지면서 흥분하는 파오후였다는 것인데 잘 전달이 안되네요.

댓글 6개:

  1.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테치. 실은 이모토챠는 주인보다 덜떨어진 토시아키같은 학대파한테 입양되는걸 막기위해 오네챠를 독라로 만들었던것인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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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명한 초승달은 주인님이 재산 다툼 때문에 '육친의 애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리적인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네챠를 '독라 노예'라는 것으로 만들면 토시아키도 키우기 싫어할 것이고, 주인님의 이해도 얻는 한편, 어리석은 언니도 조종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
      주인은 언니쪽을 처분하고 싶어하는데 언니와 헤어지기 싫다고 빌어봐야 혈육간의 정에 염증을 느끼는 주인한테는 씨알도 안먹히는데스
      대신 독라로 만들어서 상품가치를 없애 버리고 자기 노예라고 주장하면 데려가려는 사람도 없을것이고 같이 있을 핑계도 생기는데스
      함부로 나돌아 다니지 못할테니 자신도 모르는 새 주인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도 안할것이라 생각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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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반전개쩌는데? 이해하면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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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혹시 밟히는걸 좋아하나? 싶었는데 저런반전일줄은 몰랐던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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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초반만읽고 판단하면 안돼는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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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니 설명을 해주면 보름달이 괜히 주인 심기 거슬러서 팽당하는일도 없었을텐데 왜 지혼자 다 떠안고있다가 같이 파멸하냐;;' 했는데 마지막 언니실장 말하는 꼬라지 보니까 말해줘봤자 소용없는거 알아서 안말했거나 어쩌면 설명해줬는데 분충ㄴ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린걸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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