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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연구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예상하지 못한 일에 관여할 수 있지.
내 경우 그 계기는 공원 산책.

정년 퇴직 후 특별히 취미 다운 취미를 가지고 있지 않던 나는
한가한 시간을 주체 못해 근처 공원 산책에 나갔던 것이다.

분수 주위에 설치된 벤치에 걸터앉아 깡통 커피를 마시고 있을때
"레훗"이라는 구더기 실장의 독특한 울음 소리가 등받이 뒤 쪽에서 들려 오는게 아닌가.

흥미를 가진 나는 울음 소리가 나는 쪽을 살폈다.
그러자 한마리의 구더기 실장이 있었다.
야생 구더기 실장의 목격은 극히 드물다는데
그 중에서도 상당한 크기로 성장한 대구더기인 것이다.

구더기 실장은 태어나자마자 죽어 버리거나 동족의 먹이가 되는 것이 대부분으로
운좋게 살아남아도 무리들 사이에서는 생존 불가능하므로
대개 부모 실장이 둥지에 숨겨서 밖에 내놓지 않느다.

드문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 실장석의 가족이 있었다.
자실장이 재잘거리는 걸 보니 온 가족이 모여 하는 첫 외출 같다.

평소 같으면 둥지에서 내놓지 않는 구더기 실장도
전원이 나가면 지켜줄 수가 없으니 오히려 위험하다고 판단해 데리고 왔을까.
이러한 점에서 그 실장석의 가족은 상당히 똑똑한 집단임에 틀림 없다.

그러는 사이 언니로 보이는 자실장들 중에서
가장 체격이 좋은 개체가 구더기 실장에게 다가왔다.
구더기 실장도 그것에 눈치 채서 유난히 큰 소리로 어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새끼 실장이 눈앞에 왔을 때였다.
갑자기, 구더기 실장이 상체를 일으켜 자실장의 가슴에 기댄 것이다.

구더기 실장은 미숙아로 기본 신체 능력이 낮아
기어다니는 일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구더기 실장도 성장하면 신체 능력이 발달해 나가는 것일까?
그것이 지금까지 신경도 쓰지 않던 구더기 실장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었다.


그 뒤 나는 구더기 실장에 관한 문헌을 모으며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고 다녔다.
일반에 알려지기는, 구더기 실장은 미숙아로서
대체로 지능이 낮아 이동도 기어서 하는 것밖에 못하고
항상 총배설구 로부터 물똥을 흘리고 있다.
또 복부에의 자극을 무엇보다 좋아해, 어떤 상대에 대해서도 그것을 요구한다.
대충 이런 느낌이다.

하지만, 내가 목격한 구더기 실장의 신체 능력의 발달에 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하였다.
그리고 조사하는 동안에 한가지 일을 깨달았다.
구더기 실장에는 두가지가 태어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미숙아로 태어나는 경우.
또 하나는 태어나자마자
점막이 제거되지 않아 그대로 굳어져 구더기화하는 경우.

나는 이 점에 주목했다.
미숙아와 구더기화한 개체는 뭔가 차이가 있는 지도 모른다.
나는 곧 샘플을 수집했다.

미숙아로 태어난 구더기 실장의 샘플로는 애완동물용 생사료로 파는 것을 샀다.
그리고 점막 제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구더기화한 것의
샘플로서 공원 공중 변소에서 출산 중인 실장석을 찾아
갓 태어난 새끼 실장을 채취했다.
(일단 근처의 수도에서 점막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탁)
참고로, 항의하며 다가온 친실장을 이용해 강제 출산으로 낳은 구더기 실장도 채취했다.

집으로 가져가 일단 육체 강도를 확인하기로 했다.

우선 원래 생사료였던 그룹이다.
적당히 하나를 집어내 그릇에 옮겨, 각 부분을 유리 막대로 찔러서 알아보자.
역시 머리 이외에 골격이 있는 것 같지 않다.
등뼈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오징어의 연골 같은 반응밖에 없었다.
뒤집어 배를 찌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레-히, 레-힛” 하며 기세 좋게 물똥을 총배설구부터 단속적으로 분출시키는 것이다.
계속하면 돌기 모양의 작은 손발을 심하게 움직이고 몸을 비틀다.
왠지 흥미로워서, 찌르기를 계속 하면 갑자기 파킨이라는 작은 소리가 나고 절명했다.
쾌감의 자극이 너무 강해 위석이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 무너진 것 같다.
허무-...

다음에 강제 출산에서 낳게 한 구더기 실장을 똑같이 찔러 봤다.
하지만, 강제 출산으로 낳게 한 탓인지 아까보다 더 약하다
머리는 아주 얇은 껍질 모양으로 조금 찍었느데 부서졌다.
어쩔 수 없으니 한마리 꺼내 아까처럼 몸을 찌르려고 했지만 닿자마자
찌그러져서 복부를 자극해 보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여리다...

그러는 사이에 적당히 점막이 굳어 자실장이 구더기화했다.
씹다 뱉은 껌처럼 된 점막을 꼼꼼히 제거해
한마리를 그릇에 옮겨 전과 똑같이 조사했다.

역시 생각한 대로다.
탄력이 풍부한 반응이 있다, 몸에는 한벌의 골격이 있어
아까의 것과 비교해 몸이 튼튼하다. 쉽게 찌그러지지 않는다.
머리도 같이 자실장과 같은 정도의 강도가 있어
유리 막대기로 누른 정도로 부서지지 않았다.

이들 세가지 다른 탄생 방법을 쓴 구더기 실장은 육체 강도가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것들의 차이를 조사하기 위해서 사육해 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다수는 사육할 수 없으니,
각각 건강한 것을 5마리씩 고르고 나머지는 처분했다.

60cm 수조를 세개 준비해 온도식 제어 히터와
점등과 소등을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타이머가 달린 조명을 설치.
바닥에는 구더기매트라는 상품명의 전용 사육토를 깔았다.
부드럽고 충격 흡수성이 높아 구더기 실장이 다치지 않게 하고
항상 싸대는 상태의 배설물을 흡수해 청소를 쉽게 해 준단다.
먹이로는 젤리 타입의 구더기 실장 전용 사료를 하루 두번 자동 급사기로 공급하도록 했다.

스스로도 찜찜한 부분이 있으면, 멈추지 않는 성품이 원망스럽다.
뜻밖의 지출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불가피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프니프니이다.
구더기 실장은 스트레스에 약해 사소한 일로 곧 죽는다.
프니프니는 구더기 실장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소중한 행위이다.
매일은 역시 힘들어 하루 간격으로 했다.
강제 출산 조에서 태어난 그룹은 특히 취약해
부드러운 붓으로 신중하게 쓰다듬기로 했다.

사육 개시부터 한주일이 지나지 않아 빨리도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제 출산에서 태어난 그룹이 잇달아 죽어 버린 것이다.
사육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경과한 즈음에서
식욕의 감퇴나 동작 완만 등 이변이 시작되기 시작한 것이다.
8일째에 한마리가 죽은 것을 시작으로 줄줄이 죽어 갔다.
원인을 몰라도 감염증의 가능성도 의심했는데,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결국 10일째 아침, 마지막 한마리가 죽고 강제 출산의 그룹은 전멸했다.

아무래도 빠르게 형성되고 낳아지는 되는 바람에
생명력 자체가 지극히 약한 모양이다.
이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이후에 안 일이지만, 미숙한 상태나 강제 출산에서 태어난 구더기 실장은
일정 기간은 전용 유동식으로 사육해야 했다.
야생인 경우 부모의 똥을 먹는가 하는 건 향후의 관찰 대상)

그 후 한달은 특히 큰 변화가 없고 남은 두 그룹은 쑥쑥 커갔다.
하지만 그 발육에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었다.

생사료 그룹은 입수 당시 평균 길이가 약 8mm 정도였다
현재 12mm 정도까지 성장한데 있는 것에 비해
구더기화한 새끼 실장의 그룹은
채취 당시는 8mm 정도였지만, 한달에 무려 30mm 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영양 상태보다 원래 몸을 지탱하는 골격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지,
아닌지의 차이가 반영된 것이리라.

신체 능력의 발달도 구더기화한 그룹은 대단해
생사료 그룹과 비교해 활발하게 움직였다.
또 요즘이 되면 지능 면에서도 발육 차이가 명확하게 되어 왔다.
실장 링갈을 통한 대화나 질문에 대해
생사료의 그룹은 간단한 토막말 밖에 하지 않고
또 이쪽의 질문도 단순한 내용 이외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에 대해 구더기화한 그룹은 비교적 탄탄한 말을 알아듣고
질문에 대한 이해와 대답도 나름대로 조리가 맞고 있다.
내가 수조에 다가가면 프니프니을 찾아 몰려드는 정도이다
내가 다가가자 상체를 일으켜 이쪽을 본다는 행동을 하게 됐다.

여기에 와서 나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구더기 실장이라 해도 잘 키우면 적당한 지능과 신체를 갖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야생 생활 환경이
이 취약한 존재에 대해 얼마나 어렵고 무상한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들실장 가족은 실장석으로는 드물게 보는
지혜로움과 강한 친자의 정을 가진 귀중한 존재였다.
오래도록 건강했으면 좋겠어.

앞으로의 계획이지만 구더기 실장의 고치화를 꼭 관찰하려 해서,
구더기 실장은 계속 사육하려고 한다.
이런 것은 역시 실제 자기 눈으로 관찰하는 것이 재미 있는 것이다.
당분간 새로운 취미로 구더기 실장의 사육 관찰에 몰두해 버릴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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