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그 실장석은 내가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우리집에 살고 있었다.

그 아이는 나와 어렸을 적부터 마치 남매와 같이 자랐다.

조금 작고, 조금은 건방지고, 너무 귀여운 여동생...

여동생이 제일 마음에 들어 한 것은, 내가 어렸을 적에 준 작은 공이었는데 그것은 핑크색으로 토끼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내가 오빠로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여동생은, 잠시도 공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공기가 조금 빠져 헐렁해져도, 더러워져도, 밥 먹을 때도, 목욕을 할 때에도 결코 옆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그런 여동생의 모습을 보고, 나도 무척이나 기뻤다.

이대로 쭉, 쭉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여동생은 유리창에 의해 나뉘어진 저편에, 아침 햇살 속에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때마저도 안고 놓지 않았던 토끼그림의 공은,

그녀의 손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굴러가 있었다.

반 광란상태가 되어 난장판을 피우는 나를 설득하는 부모님의 말씀은, 지금은 더 이상 기억도 나지 않는다.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이제와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문득 떠올려보면, 실정석의 눈에서는 끝도 없이 투명한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실장석이 없어진 후 몇 년이 지났던 것일까.

그날 이후의 나는 무모했다.

그 불합리한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실장석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도록 나는 실장석 수의사를 목표로 했다.

지켜줄 수 없었던 여동생에 대한 속죄라도 하는 듯이, 나는 무모하게 공부했다.

그 덕택에, 염원하고 있던 실장석 수의사가 되고 수년간이 흘렀다.

그러나 결국 건강을 해쳐, 입원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어느날 밤, 꿈을 꾸었다.

집의 한쪽 구석에 만들어진 작고 작은 제단.

어린 나이에 죽은 여동생이 잠들어 있는 장소.

나의 의식은, 거기에 있었다.

그 공도 오도카니 그곳에 놓여져 있었다.

그런데 공 뒤쪽에서 구더기실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나의 얼굴을 그 작은 눈동자로 응시해 왔다.

…

아무런 증거도 없다. 근거도 없다. 그래도 확신이 들었다.

여동생이다. 여동생이 다시 태어난 모습이다.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렇지만 속마음이 전해져 왔다.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죽고나서 쭉 여동생은 나의 옆에 있어준 것이다, 지켜봐준 것이다.

지금도 나를 걱정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 여동생은 새로운 생명이 되지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작별을 위해 내 앞에 모습을 나타내 준 것이었다.

"쓸모없는 오빠라 미안해. 그렇지만 이제 괜찮아.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스스로 해 나갈테니까."

나는 소리내어 말했다.

구더기실장이 미약하게 미소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서 마지막 말을 주고 받았다.

"사요나라. (안녕)"

의식이 멀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병원의 침대 위였다.

집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실장석의 제단을 확인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여동생의 기념품인 공이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역시나 벌써 다녀갔을 것이다.

"빠르네..."

나는 작은 소리로 '훗'하고 웃었다.

-끝

사요나라에는 안녕보다는 작별이다- 혹은 잘가라- 가 뉘앙스적으로도 맞는거 같은데 처음 번역한 사람이 놔뒀으니 저도 수정하지 않고 놔뒀습니다.

참 일러스트와 맞물려서 좋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