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고치 같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휴대용 애완동물 미도리치.
이것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실존하지 않는 동물, 실장석을 멋대로 카피한 것이다.
그런데 어째선지 이 상품에 대한 항의가 거의 없다.
그렇기는커녕 절찬하는 소리만 들린다.
그 이유를 파헤치고 어떤 일에 이용하기 위해 나는 이것을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구입했다.
그저 흔한 전자 애완동물 육성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놀랍게도 이 게임에는 '학대' 요소가 제대로 들어있었다!
본체 옆에 있는, 설명서에도 설명이 없는 수수께끼의 스위치.
이것은 실장석(※정식명칭은 미도리치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이 처음으로 자실장 이상으로 성장했을 때부터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만지기' '먹이' '가르치기' '혼내기' '흘리기'의 5개의 육성용 아이콘에 '학대'를 추가하는 버튼이었다.
상황적으로는 이 버튼을 누름으로써 실장석에게 "이제부터 학대할게"라는 태도를 나타낸 것이 되는 모양인지 자동으로 구속된 상태가 된다.
나는 일단 위석을 빼내고 영양제에 절여 이 녀석을 불사 상태로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인터넷으로 두 번째 '미도리치'를 낙찰.
이번에는 치열한 접전으로 낙찰가가 무려 13000엔까지 올라버렸다.
...지출이 엄청 뼈 아프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어차피 나중에 돌아올 돈이니까.
거래를 최고속으로 끝내게 해서 사흘 정도에는 도착하도록 출품자에게 부탁한다.
그리고 물건이 올 때까지 지금 있는 자실장 미도리로 이것저것 시험해보기로 했다.
열심히 나를 즐겁게 해주렴, 13대 미도리♪
테치ㅡ테치ㅡ테치ㅡ
"테에에... 닝겐상, 왜 심한 일을 하는 테치? 와타치, 닝겐상이 좋은 테치. 아픈 일 그만하는 테치."
호출 소리와 함께 애원하는 메시지가 표시되어 나의 가학심을 적절히 자극한다.
다음은 어떻게 해줄까?
다시 '학대'를 선택, 이번에는 '독라' 명령을 선택한다.
머리카락을 뜯는다
옷을 벗긴다
예상대로인 선택지가 표시되었다.
그럼 우선 머리카락부터 받을까.
테치ㅡ테치ㅡ테치ㅡ
"그만하는 테치! 부탁하는 테치! 머리카락 뽑지 말아 주는 테치!"
펜치 같은 그림이 나와서 미도리의 앞머리를 쥐고 휙휙 잡아당긴다.
굳이 클로즈업으로 전환되어 표시되는 미도리의 애처로운 우는 얼굴.
흑백 도트 그림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리얼하게 털이 툭툭 뽑혀나간다.
뭐, 효과음은 안 나오지만.
마음속으로 재현하기로 하자.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싫어어어어어! 닝겐상 용서해주는 테치ㅡ!"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테치ㅡ!"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닝겐상이 하는 말 잘 듣는 테치! 더 착한 자가 되는 테치!"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싫어어어! 머리카락, 싫어어어어!"
...아ㅡ 시끄럽다.
필사적인 외침도 허무하게 미도리는 앞머리부터 뒷머리까지 전부 빼앗겨버렸다.
물론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옷을 벗긴다'!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싫어어어어어! 제발 닝겐상 용서하는 테치ㅡ!"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테치ㅡ!"
아, 역시 대사는 돌려쓰는 건가.
조금 아쉽지만 화면 안에서는 날붙이 같은 그림에 차례차례 옷을 찢기는 미도리의 그림이 표시되고 있다.
굳이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부분이 정말 뭘 좀 아는 모양이다.
작업이 대략 끝나고, 완전히 볼품없어진 독라 미도리의 모습이 표시된다.
꼼짝도 안 하고 그저 멍하니 서 있는 느낌이다.
충격을 받은 모습을 재현한 걸까?
정말로 실장석을 독라로 만들면 이런 태도를 취할 것 같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갑자기 눈물 마크를 뿅뿅 날리며 울기 시작하는 미도리.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기껏 위석을 뺐는데 좀 더 여러 가지로 놀아야지.
그 후 나는 '꺾는다'→'손'이나 '찌른다'→'몸'을 선택하여 미도리에게 조금씩조금씩 고통을 주었다.
그때마다 전자음이 연발로 울린다. 꽤 시끄럽지만 실장석의 비명 대신이라고 생각하면 이것도 제법 기분 좋게 들린다.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테챠아아아아! 손이, 손이잇?!"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싫어어어어! 배 아픈 테치! 비틀지 말아주는 테치!"
테치ㅡ테치ㅡ테치ㅡ
"닝겐상, 잘못한 테치이! 이제 용서해주는 테치이!"
오ㅡ오ㅡ 정말로 잘 운다.
그런데 어쩐지 인간의 말로 비명을 지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러면 점점 실장석을 학대하는 기분이 안 들게 되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화면을 확인하니 어느새 '학대' 안에 '링갈'이라는 선택지가 뜬 것을 깨달았다.
시험 삼아 선택해보니 'ON', 'OFF'라는 선택지가 나온다.
커서는 디폴트로 'OFF'에 맞춰져 있다.
잘 모르겠지만 시험해보자.
테치ㅡ테치ㅡ테치ㅡ
"테챠아아아아!! 테갸아아아아! 테에에에엥!!"
오? 미도리의 대사가 '실장어'로만 나온다.?
아무래도 이것은 자동 번역 기능을 중지하는 명령인 것 같다.
나중에 알았지만 인간처럼 구는 실장석 학대가 싫은 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한다.
음, 꼼꼼하다고 해야 하나.
당분간 계속 이 상태로 해볼까?
느닷없는 갖은 학대에 미도리는 그저 울기만 할 뿐이다.
그동안 행복하고 평온한 생활을 보낸 탓일까?
플레이어에 대한 불만, 험담이 전혀 없다.(도중부터 번역 안 했지만)
좋은 느낌이다. 내가 해보고 싶었던 영리하고 얌전한 실장석을 괴롭히는 것이 실현될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울음 소리가 시끄럽다.
'취소'를 누르면서 '결정'을 누르면 음소거 모드가 된다.
이렇게 하면 테치ㅡ테치ㅡ하는 시끄러운 전자음이 들리지 않는다.
그때 나는 무심코 '취소'를 한 번 더 눌러버렸다.
그러자 화면이 옆으로 비켜나가고 웬 글자가 표시되었다.
・나이 : 5
・성격 : 얌전함
오, 최소한의 스테이터스 표시가 있었나.
'나이'는 일수 환산으로 표현된 실장석의 나이.
'성격'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인터넷에서 조금 알아보니 꽤 많은 성격이 설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밖에도 '장난꾸러기', '머리 좋음', '분충', '착함', '겁쟁이', '외도', '요염함'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요염함? 뭐야 그거?
이런저런 보충 설명이 적혀있지만 일단 스포일러는 피하기로 한다.
미도리의 '얌전함'은, '영리함'과 '착함'이 높고 '분충'이 낮은 상태인 것 같다.
이른바 '양충' 상태인 모양이다.
흠, 그렇다면... 이건 병행해서 분충 녀석을 키워보고 싶군.
두 번째 미도리치는 꼭 그런 방향으로 가도록 하자.
일단 자기 전에 미도리의 울음을 '혼내기'→'금지'로 중지시켰다.
흑백 도트 그림으로 재현된 미도리의 비통한 표정에 대폭소하고 나서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확인해보니 아무래도 전날 받은 학대의 데미지가 회복된 것 같았다.
시스템이나 플레이 밸류의 사정도 있겠지만.
10일째.
매뉴얼에 있는 간단한 참고 자료를 본 바로는, 원래대로면 미도리는 이제 성체실장으로 성장하는 나이에 이른 것 같다.
그것을 안 나는 시험 삼아 9일째에 먹이를 전혀 주지 않기로 했다.
그랬더니 자실장에서 성장이 멈춘 듯 성체가 되지 않았다.
예전의 사이트에 기록된 것을 슬쩍 본 기억에 의하면 이로 인해 성장에 제약이 걸리는 구조 같다.
자실장도 엄지만큼은 아니지만 식욕이 왕성해서 반나절 식사를 못 한 것만으로도 위험하다.
그런데 완전히 방치되어 있으니 꽤 괴로울 것이다.
안 그래도 툭하면 놀고 싶어하는 나이인데 그것도 안 되니 스트레스도 많이 쌓였을 것이다.
'훈육'으로 화장실을 가르치니 실장석이 내 조작이 없어도 알아서 변기를 꺼내 볼일을 보게 된다.
일단 변기에 똥을 싸면 똥이 자동으로 소멸하는 것 같다.
이는 아마도 게임의 성질상 처리하는 수고를 줄이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충분한 먹이를 얻지 못하고 굶주림에 시달리기 시작하면 실장석은 기껏 교육받은 화장실을 쓰지 않고 일부러 변기가 아닌 곳에 볼일을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똥을 먹고 굶주림을 달래는 것이다.
물론 이 게임은 명목상 일반용이어서 식분을 나타내는 비도덕적인 표현은 전혀 없지만 화면을 보다 보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이쪽에서 뭔가 입력하지 않는 한, 실장석이 주인의 행동을 알 수 없는 것을 이용하여 나는 또 다른 미도리치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슬슬 식분 행위를 '금지'시키려고 버튼에 손가락을 댔지만, 문득 어떤 것이 궁금해져서 '취소'로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얌전함' 성격인 미도리를 방치해서 식분까지 시켰다. 무언가 변화가 없을까?
그랬더니...
・나이 : 7
・성격 : 겁쟁이
오, 성격 표시가 변했다?!
예상대로 하루 동안의 방치가 파라미터에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별로 호출을 안 하게 되었군.
그럼 겁쟁이가 된 미도리에게 어떤 가혹한 시련을 줄까?
오늘의 메뉴는 철저하게...
'학대'→'벤다'→'다리'
칼날에 싹둑 잘려 굴러가는 두 다리!
"테갸아아아아!!!"
'학대'→'찌른다'→'머리'
두꺼운 바늘이 이마에서 뒤통수까지 관통한다!
"테히이이이이! 테기이이이!!"
'학대'→'딱밤'→'강하게'×3회
들어간다! 움푹 들어간다! 미도리의 머리!
"테히...테히이...히이...."
두 다리를 잃고 피투성이(를 표현하는 것 같은 온통 검정색) 도트 그림이 클로즈업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도리는 머리가 크게 함몰된 반달마 상태가 되었다.
그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해서 다시 명령을 더듬어 보니 어느새 새로운 선택지가 표시되고 있었다.
'학대'→'찌른다'→'눈'
눈을 망가뜨리는 건가?
이거 참... 잔인하기 짝이 없군.
실장석의 눈은 특별하니까 망가뜨리기보다 좀 더 다르게 활용했으면 싶은데.
...일단 시험은 해보기로 한다.
뭐니 뭐니 해도 호기심,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는 법이니까.
명령을 선택하니 뭔가 이상한 모양의 도구가 나와 미도리를 쫓아간다.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 비참한 표정이 비친다.
"테캬...테히이...!"
수상한 기구의 끝이 미도리의 왼쪽 눈에 다가간다.
처음에는 바늘인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기구가 눈에 꽂히지 않고 뭔가 액체(를 나타내는 것)를 흘렸다.
"테? 테, 테, 테...테챠아아아아!!"
비명과 함께 미도리의 전신이 표시되어 점점 배가 부푼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흔들고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을 계속 지르지만 팽창은 멈추지 않는다.
순식간에 두 배 정도의 크기가 된 배가 기분 나쁘게 꿈틀거린다.
아무래도 이것은 '강제출산' 스위치였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지금 미도리는 스포이트로 두 눈이 빨갛게 된 건가.
"텟챠아아아아!!!"
미도리의 발밑에 조그마한 구더기실장 두 마리가 출현했다.
그렇게 부풀었으니까 더 나올 줄 알았는데 다소 의외.
잠시 후 아이들의 이름 입력이 요구된다.
귀찮으니까 이름은 무시.
"테에에...테치...."
역시 미도리가 많이 약해진 것 같다.
먹이도 못 받고 잔뜩 학대를 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강제출산이니까.
분명히 파라미터가 지독해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미도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기로 정했다.
당연히 구더기들도 마찬가지다.
그때...
딩동♪
택배가 온 것 같다.
드디어 두 번째 '미도리치'를 손에 넣을 때가 왔다!
이번에 낙찰받은 것은 금 간 위석 버전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희귀한 '블랙 버전'.
본체 색깔만 다를 뿐 알맹이는 똑같지만.
나는 즉시 절연체를 뽑고 설정 입력을 시작했다.
건너뛰어서 14일째
그때부터 나는 미도리치 두 대를 병행 플레이해서 각각 다른 타입의 실장석을 키워보기로 했다.
일단 첫 번째 기기의 상황.
그 이후로도 한동안 먹이를 주지 않았는데, 미도리는 마침내 똥만 아니라 자기 자식까지 잡아먹게 되었고 성격도 완전히 '분충'으로 표시되게 되었다.
알아보니 이는 '분충'의 파라미터가 돌출하면 변모해버리는 것 같다.
그동안 미도리의 수난과 행동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12일째부터는 대응을 바꾸어 '실장푸드 C'와 '고기'를 줘보기로 했다.
미도리는 이것을 기쁘게 먹고 지금까지의 부진을 만회하듯 순식간에 성체로 성장해버렸다.
정말이지 대충대충인 녀석이다.
이제서야 전신과 표정이 충분히 확인 가능하게 되었다.
지금은 생각날 때만 학대하고 있지만 태도는 완전히 돌변했다.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배고픈 데스 닝겐. 빨리 밥 내놓는 데스!"
독라에 '얌전함'이었던 미도리가 지금은 이 꼴이다.
학대로 주입되었을 공포도 없어지니 자실장 시절의 소극적인 태도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아무래도 하기에 따라서 독라도 분충도를 올리는 것이 가능한 모양이다.
당초의 예정은 빗나갔지만 이건 이것대로 재미있어서 계속하기로 한다.
이런 태도를 보일 때는 먹이를 먹인 직후에...
'학대'→'찌른다'→'머리'
두꺼운 바늘 관통! 이거 비례적으로 아무리 봐도 4cm는 된다고!
테치ㅡ테치ㅡ테치ㅡ
"데갸앗! 아파아파, 아픈 데즈우우우!!"
'학대'→'벤다'→'머리'
자광진공검, 정면 양단!
테치ㅡ테치ㅡ테치ㅡ
"데베챠베뎃!!"
...그렇게 연거푸 혼쭐을 내본다.
머리가 정가운데에서 두 동강이 나서 상처가 V자 형태로 벌어진다.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열심히 휘두르는 팔이 서글프고 우스꽝스럽다.
여기서 이번에는 '학대'가 아닌 '만지기'를 사용해본다.
이것은 최근 발견한 새로운 학대법이다.
'만지기'→'빙글빙글'
테치ㅡ테치ㅡ테치ㅡ
"텟갸보게베베베! 아파아파 빙글빙글 싫은 데즈베데베!!"
머리가 베인 상태에서 이것을 하면 상처를 건드리는 것이 되는 모양인지 정말 재미있는 비명을 들을 수 있다.
지금은 링갈 Off로 하면 너무 심심해서 예외적으로 켜놓고 실행하고 있다.
설마 이렇게 응용 폭이 넓을 줄은 몰랐다.
이거 즐거운데♪
한편 두 번째 기기 쪽.
이쪽은 반대로 애지중지 키워주기로 했다.
이름은 '에메랄드'쨩이다.
성격은 '귀여움'으로 나와서 첫 플레이 때부터 그대로 키워보기로 했다.
'먹이'는 '실장푸드' ABC를 적당히 섞어서 주었고,
자실장이 되고부터는 너무 풀어주지도 너무 엄하지도 않게 신중하게 '가르치기'와 '훈육'을 해줬다.
말투도 예의 바르고, 무엇보다 놀랄 만큼 실수가 없고 어리광도 적다.
호출도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하지 않고 놀 때도 불평하지 않는다.
물론 '학대'모드는 봉인했다.
확실히 자실장 시절의 13대 미도리보다도 됨됨이가 좋다.
성격도 '귀여움' 그대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기에 이쪽은 미도리의 대척점에 위치하도록 대우하여 성체가 되면 적외선 포트로 양자를 대면시켜보기로 했다.
테치ㅡ테치ㅡ테치ㅡ
"마마, 배가 고파요 테츄. 밥을 부탁드려요 테츄!"
이 자는 미도리와 다르게 나를 마마라고 부른다.
뭐가 달라서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지 흥미롭다.
에메랄드의 호출을 받은 나는 이번에는 '실장푸드 B'를 선택한다.
그러자 처음으로 에메랄드가 난색을 보였다.
"마마, 스테이크란 건 어떤 맛인 테츄? 와타치 궁금한 테츄."
스테이크?
그런 사치스러운 것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 게임의 경우는 단순한 선택지 중 하나니까. 내 주머니가 고통받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선택해본 적이 없었으니 시험 삼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나.
에메랄드도 태도가 양호하니 가끔 이런 상도 나쁘지 않을까?
나는 다시 '먹이'→'스테이크'를 선택했다.
폴짝거리며 좋아하는 자실장의 도트 그림.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만세 테츄♪ 스테이크 얻은 테츄☆"
웃는 얼굴로 먹기 시작하는 에메랄드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정말로 실장석이 있어서 요청대로 스테이크를 주면 이런 태도를 보일까?
애호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기분이 들었다.
"치프프프♪"
순간, 아주 잠깐, 서브 모니터에 이상한 대사가 표시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 봤지만 딱히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았다.
한번 표시된 메시지는 내가 임의로 바꾸지 않는 한 몇 번이든 반복 표시될 것이다.
아마도 기분 탓이겠지.
"잘 먹었습니다 테츄♪ 마마 정말 좋은 테츄♪"
만세를 하며 좋아하는 에메랄드.
음, 정말 좋은 아이로 자라고 있구나♪
...그에 비해서....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배고픈 데스우. 얼른 밥 내놔라 데스우~."
테치ㅡ테치ㅡ테치ㅡ
"똥닝겐은 와타시들의 노예가 되어 일하는 데스ㅡ."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뭘 멍하게 있는 데스우. 귀여운 와타시를 굶겨 죽일 작정인 데스우?"
날이 갈수록 점점 자기 처지를 분간하지 못하는 미도리 이즈 분충.
후후후, 하지만 참아야 한다.
에메랄드가 성체가 되면 두 마리를 만나게 하자.
에메랄드는 착하고 귀여우니까 분명 미도리를 모욕하거나 학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민의 시선 같은 것을 보내거나 하겠지.
그리고 미도리는 자신의 비참함을 재차 자각하고 괴로워하려나.
어차피 성체가 되면 '훈육'도 더는 통하지 않고, 그때까지는 실컷 마음대로 하게 하자.
사실은 지금 당장 만나게 해도 되지만 혹시라도 에메랄드가 미도리에게 습격당하면 큰일이니까 굳이 건들지 않기로 한다.
나는 X데이의 도래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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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적외선 통신으로 실장석 두 마리를 만나게 했는데, 갑자기 한쪽의 태도가 변했습니다.
원래대로 되돌려도 태도가 고쳐지지 않아요.
이것도 버그인가요?
A:이것은 버그가 아니고 '미도리치'의 어두운 면의 일부입니다.
사실 적외선 포트를 이용한 실장석 간의 커뮤니케이션에는 상성에 따라 잘 되거나 안 되는 것이 있어서 실장석이 서로 영향을 받습니다.
그 결과, 일부 파라미터가 크게 변화하거나 상대로부터 받은 행동으로 기본값이 증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플레이어의 기대를 크게 배신하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는 초보자에게는 꽤 충격적이니 자세한 것은 다른 페이지의 '여기'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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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째.
이날 오전, 에메랄드가 성체로 성장한 것을 확인했다.
실장석의 성장은 자고 있을 때 이뤄지며, 잠에서 깼을 때 성격이 바뀌어 있다.
그래서 포●몬처럼 바뀌는 순간을 플레이어가 볼 수는 없다.
나는 기뻐하며 성장한 상으로 '스시'를 주고 즉시 미도리와 만나게 할 준비를 했다.
귀찮았기에 미도리 쪽은 어제저녁부터 방치 상태다.
아침밥도 안 주고 갑자기 '학대'로 두들겨 깨워 두 기기의 적외선 포트를 마주 보게 한다.
이 상태에서 '학대 모드 돌입 버튼'을 누르면 통신이 전개되는 구조다.
과연, 이것이 이 스위치의 표면상의 용도인가.
그건 그렇고 통신 방법이 매뉴얼에 적혀있지 않다니 불친절하다.
어쩌면 뭔가 또 '적히지 않은 이유'가 있는 걸까?
서로의 포트 인식이 끝나고 각각의 화면에,
→외출?
초대?
그런 선택지가 표시된다.
에메랄드를 '외출', 미도리를 '초대'로 해보자.
양쪽의 선택이 완료된 후 최종 확인 메시지가 표시된다.
"외출하면 미도리치의 집이 비게 됩니다.
도둑이 들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메시지를 읽은 뒤 '결정'을 눌러 통신 개시!
잠시 데이터 전송 표시가 나온 뒤, 에메랄드 쪽의 화면은 공백이 되었다.
미도리 쪽의 화면 안에는 약간 축소 표시된 에메랄드와 미도리가 우두커니 서 있다.
오, 이렇게 해서 실장석끼리 만나게 하는 건가!
에메랄드 (이하 '에') "데뎃?! 독라 데스!"
에메랄드의 대사 후, 이쪽의 전환 입력을 기다리지 않고 미도리의 대사가 표시된다.
실장석끼리 만나면 대화가 풀 오토로 진행되는 모양이다.
이런, 그럼 한눈을 팔 수 없잖아!
미도리 (이하 '미') "데에에에? 오마에는 뭐인 데스우?"
에 "데프프프♪ 어쩜 이렇게 흉측하고 볼품없는 녀석인 데스♪ 사는 게 창피하지 않은 데스?"
미 "데, 데에에? 갑자기 무슨 말인 데스! 무례한 녀석 데스!"
에 "오마에 같은 녀석은 노예로 만들어주는 데스♪ 똥이나 받는 데스♪"
말하기가 무섭게 에메랄드는 팬티 속에 손을 넣어 미도리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미 "데뱌?! 데히이이이! 운치 데스우〜."
에 "데햐햐햐햐♪ 오마에 같은 똥노예는 운치가 어울리는 데스! 더 받는 데스♪"
미 "데뱌아아♪ 더 내놓는 데스우! 배가 고픈 데스우!"
에 "운치를 먹고 있는 데스! 역시 최악의 똥노예 데스! 와타시가 노예답게 더 교육시켜주는 데스♪"
미 "데, 데뱌아아아."
잠깐만.
뭐야, 뭐야 이 전개는?!
에메랄드가, 그 착하고 얌전하고 온화한 에메랄드가.
미도리를 만나게 한 순간, 갑자기 거짓말 같은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화면을 지켜보았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예쁘고 귀엽고 멋지고 이상적인 에메랄드를 질투한 미도리가 발끈하고, 나는 그것을 구실로 미도리를 더욱 지옥에 빠뜨릴 생각이었다.
...아, 물론 어느 정도는 나의 뇌내 연출이 들어갔지만.
그나저나 에메랄드의 태도가 돌변하다니 이상하다.
'취소'로 스테이터스 확인을 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이 상태에서는 먹히지 않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예전의 정보 사이트에서 이 불가해한 현상에 대해 확인하기로 했다.
곧 Q&A에서 전송 후의 성격 변화에 대한 해답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상세 링크를 탔다.
링크를 탄 곳은 '심각한 스포일러 페이지'라는 타이틀이었는데, 부득이하게 부분적으로 정보를 취하기로 했다.
●성격이 바뀌지 않은 패턴
얼핏 성격이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바뀌지 않은 패턴도 있습니다.
실장석의 성격 중에 '외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강함' '영리함' '분충'이 높으면 확정되기 쉬운 것으로, 이른바 '연기로 주인을 속이는 것'이 가능한 분충 성질입니다.
이 성격이 되면 '얌전함'이나 '착함' 성격 같은 태도를 취하지만, 가끔 주인을 비웃거나 공손한 태도로 호화로운 먹이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물론 스테이터스 확인으로 바로 알 수 있고, 착한 자인데 부자연스럽게 느닷없이 스테이크를 요구하기도 해서
뻔히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실장석에 과한 애정을 가져버린 플레이어는 많이 속아 넘어가는 듯 합니다.
'외도'가 되면 다른 실장과 만나게 함으로써 가면이 벗겨집니다.
상대를 업신여기고 무시하거나, 때로는 과격한 괴롭힘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되면 더는 얌전한 태도나 예의 바른 태도를 볼 수 없게 되고 호칭도 '닝겐'이나 '바보 닝겐' 같이 도발적인 것으로 바뀝니다.
상당히 악의 어린 장치(관리인은 그렇게 생각합니다...)이므로 애호 플레이를 하시는 분은 특히 조심하세요.
화면에서 눈을 떼고 망연자실 하는 나.
이럴 수가, 그런 장치가 있었다니!
아무래도 나는 똑똑하고 마음씨 착하고 동정심 많은 실장을 기르려다가 전혀 다른 벡터의 성격으로 길러버린 모양이다.
실장 스크에 자주 있는 '애호파가 학대파로 돌아서는 심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원래부터 학대 취향이었던 나조차도 적잖은 충격을 받을 정도니 말이다.
정말로 실장석이 있어서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때려치울 만도 하지...
아차, 이러는 동안에도 에메랄드가 미도리를 계속 학대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미도리의 본체를 집으려고 했는데... 문득 위화감이 들어서 에메랄드의 본체를 먼저 집었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 액정 화면 안에 어쩐지 성체 실장석과 자실장이 있다.
잠깐, 뭐야 이놈들은?!
어째서 아무도 없어야 할 에메랄드의 본체 안에 실장석이 멋대로 솟아난 거지?!
테치ㅡ테치ㅡ
"데프프프♪ 살기 좋아 보이는 집을 구한 데스우!"
테치ㅡ테치ㅡ테치ㅡ
"해낸 테치 마마♪ 야 닝겐, 빨리 먹이를 가져오는 테치! 콘페이토랑 스테이크가 좋은 테치!"
......아아?!
혹시 이놈들... 들실장 같은 건가?!
설마 집을 비우면 점거당할 수도 있다는 건가?
어, 어떡해야 하는 거야?!
나는 일단 '학대 모드 돌입 버튼'을 눌러본다.
그러자 평소와 같이 '학대' 아이콘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다음의 선택지가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실장 코로리
도돈파
박살 낸다
딱밤
꺾는다
찢는다
독라
나왔다! 코로리와 도돈파!
윽, 이런 상황에서야 겨우 나오는 건가, 이 구제용 아이템!
그리고 '박살 낸다'라니, 이건 뭐...
나는 일단 '박살 낸다'→'자 미도리치'를 선택하고 들자실장을 커다란 손 그림으로 철썩 뭉개주었다.
테치ㅡ
"치벳!"
테치ㅡ테치ㅡ
"데갸아아아아! 와타시의 아이가아아아아! 이제 책임지고 와타시를 기르는 데스♪"
.........반응하기 곤란해하며 계속해서 선택지를 고르는 나.
그래, 사용하겠어 '실장 코로리'!
테치ㅡ테치ㅡ
(콘페이토 데스우! 닝겐, 싹수가 있는 데스. 상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저스한 와타시를 기르는 것을 허락하는 데스우♪)
실컷 지껄여라.
정석적인 반응 후, 생각보다 귀여운 동작으로 콘페이... 정정, 코로리를 밀어 넣는 들실장.
다음 순간, 갑자기 쓰러져서 버둥버둥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고통받는 과정을 굳이 재현하려는 점이 마음이 들었다.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데, 데, 게에에에에에!!! 괴, 괴로운 데즈우우우우!!!"
테치ㅡ테치ㅡ테치ㅡ테치ㅡ
"데, 데겍... 똥닝ㄱ......데베챠!"
테치ㅡ테치ㅡ
"웨, 웨엑......"
들실장은 대량의 피(처럼 보이는 도트 그림)를 토해내고 움직임이 멈췄다.
오오, 이 기기 첫 천사 마크 출현!
역시 이번에는 '한 번 더'가 나오지 않았는데...
과연, 이동시키는 것에는 이런 디메리트도 있는 건가.
그런데 왜 이런 장치가? 그런 생각이 들어 다시 사이트를 본다.
그랬더니 이런 질문과 답변을 발견했다.
Q:'실장 코로리'나 '도돈파', '실장 소리굽쇠' '빠루 같은 것' 같은 단골 구제 아이템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원래 이런가요?
A:코로리와 도돈파, 소리굽쇠와 빠루 같은...도 제대로 나옵니다.
순수한 살상 목적의 아이템은 이 네 종류로 되어있습니다.
이 중에 도돈파만 화장실 '훈육' 과정에서 나오지만,
플레이어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도돈파는 특별한 방법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밖에도 아이템은 아니지만 '박살 낸다'라는 새로운 선택지도 나옵니다.
이 네 종류 아이템(+1)은 모두 '통신 기능'을 사용해야 합니다.
별도 항목에서 언급했습니다만 집을 비웠을 때 본체 안에 들실장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구제할 때 비로소 네 종류 아이템이 랜덤으로 출현합니다.
이후 이것을 한 번이라도 사용하면 다음부터 그 기기 내에서 상시 사용 가능해집니다.
단, 원하는 선택지가 매번 추가되는 것은 아니기에 4개(+1)의 선택지를 다 모으기 위해서는 여러 번 전송을 하여 들실장을 격퇴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돈파를 자실장에게 사용하면 고속으로 화면 밖으로 날아가서 시간차를 두고 떨어져 내립니다. 화면이 매우 웃기니까 꼭 보세요♪
그랬구나.
그렇군. 이런 식으로 학대거리를 늘리기 위해 다른 기종과 통신을 자주 해야 한다는 건가.
자잘한 게임성 같은 것일까. 정말 잘 만들어졌다.
그 이후, 이 통신 시스템에 의한 영향에 대해 관심이 생긴 나는,
스포일러는 가급적 안 본다는 금기를 살짝 깨고 상세 페이지를 마구 읽어버렸다.
'빠루 같은 것'을 쓰면 맞아 죽은 실장석을 제외한 녀석들(주로 자실장)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거나,
'박살 낸다'는 플레이어의 의지로 자 솎아내기에 쓸 수 있다거나,
'소리굽쇠'... 즉 실장 소리굽쇠는 모든 육성을 포기하고 강제 리셋하는 효과가 있다거나,
'도돈파'도 '학대 모드 돌입 버튼'으로 먼저 구속하고 사용하면 죽이지 않고 똥빼기를 할 수 있는 등, 응용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읽어나가려다가... 본체를 계속 방치했던 것을 떠올렸다!
다급히 확인해보니,
에메랄드의 본체에서는 또 다른 들실장 친자가 발생했고, 에메랄드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똥을 뿌려대는 등 제멋대로 굴고 있었다.
한편 미도리의 본체 쪽에서는... 미도리가 괴롭힘당해서 망가져 있었다.
심지어 강제출산까지 당한 모양이어서 여러 마리의 구더기실장에게 몸을 먹히고 있다.
거의 다 먹혀버린 것 같다.
이래서는 아무리 위석을 제거했어도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레후레후♪ 마마의 고기 맛있는 레후ㅡ♪"
"마마는 구더기쨩들의 밥이 되어서 행복한 레후ㅡ♪"
"레뺘아아♪ 구더기쨩 먹지 마는 레후. 먹지 마는 레후ㅡ!"
에 "쩝쩝... 구더기쨩은 우마우마 데스우♪"
마음씨 착하고 우아하며, 청순하고 얌전하며 어른스러웠던, 예쁘고 아름다웠던 에메랄드는 이제 미도리 못지 않다.
분충성을 발휘하여 미도리의 아이들을 입에 쏙쏙 집어넣고 있었다.
에 "똥닝겐, 이 노예의 구더기쨩은 최고의 먹이 뎃츄~웅♪"
대단히 추잡한 미소가 클로즈업으로 표시되고 에메랄드가 아양 포즈로 이쪽을 보며 웃는다.
그 행동거지가 내 안에 있는 스위치를 전력으로 On으로 바꿨다.
학대모드!! 스타트!
"데갸아아아!!! 똥닝겐 놓는 데스우우우!!!"
본체 옆의 버튼을 누르자 미도리의 시체와 구더기실장의 그림이 소멸하고 줄에 묶여 매달린 에메랄드의 모습이 뜬다.
'학대'→'독라'→'머리카락을 뜯는다'
"데갸아아아! 머리카락 그만두는 데스! 뽑지 마는 데스 이 노예 닝겐ㅡ!"
'학대'→'독라'→'옷을 벗긴다'
"데프프프♪ 오마에도 와타시의 몸에 반한 데스우? 특별히 마음대로 하게 해주는 데스우♪"
...이런 착각 메시지까지 있었나... 대단하다.
그나저나 이 게임, 윤리 표현 기준을 어떻게 해결한 거지?
게임이라고 그리 깊게 파헤치지 않은 건가?!
'학대'→'꺾는다'→'다리'
'학대'→'찌른다'→'머리'
'학대'→'찢는다'→'손'
3연속 콤보를... 받아라아아!!
"뎃갸바샤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에메랄드.
매달려있는 상태인데 어떻게 옷을 벗겼는지 좀 이상했지만 상관없나.
"데게베베... 이, 이제 용서...게베바... 데지이이이...."
그 후 적당히 연속 공격을 때려 넣고 비명을 잔뜩 만끽한 다음, 슬슬 초필살기를 날리기로 했다.
'학대'→'빼낸다'→'먹인다'
미도리 때와 마찬가지로 시원스럽게 몸 안에서 위석을 제거한다.
그리고 그것을 에메랄드의 입으로 이동시킨다.
...이쪽이 조작하는 게 아니고 화면 안에서 멋대로 움직이는 것뿐이지만.
위석을 입에 물린 에메랄드가 클로즈업으로 경악의 표정을 짓는다.
뭔가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모양이지만 서브 모니터에는 이제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는다.
잠시 기다리니 바늘 같은 것을 든 손이 나타나 에메랄드의 입을 꿰매는...듯한 동작을 한다.
에메랄드의 A자형 입은 순식간에 단순한 하나의 문자로 변한다.
아무래도 명령으로서의 동작은 이것으로 끝인 것 같아서 나는 연이어서 '벤다'→'머리'를 선택했다.
잠시 버둥대더니…
파킨!
순간 그런 커다란 글자가 표시되고 갑자기 에메랄드가 축 늘어져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아무래도 날뛰는 사이에 자기 위석을 깨물어서 부숴버린 것 같다.
그대로 매달려있는 그림이 십수초 간 표시된 뒤, 낯익은 천사 마크가 표시되었다.
에메랄드, 잘 가라!
그리고 다시 '한 번 더?'가 표시되었다.
일단 이번에는 '아니오'를 선택한다.
그 후, 미도리가 낳은 구더기실장 중 살아남은 것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아쉽게도 표시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학대 모드로 돌입한 시점에서 존재가 리셋된 것 같다.
그렇다기보다 '한 번 더'가 표시된 시점에서 그동안 있었던 일이 없던 일이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손수 길러온 두 실장석을 잃은 나는 앞으로 어떡하면 좋을까?
일단 그동안 조용히 작성해오던 플레이 리포트를 재확인해봤지만 아직도 불확정 요소가 많다.
이런 내용으로는 상사가 도저히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할 수 없이 아주 대충대충 실장석 육성을 다시 시작하고, 이번에는 공략 사이트의 정보를 그대로 베껴서 보고서로 제출하기로 했다.
어차피 모든 항목을 살펴보고 싶은 욕구도 있었으니까.
그로부터 이틀에 걸쳐 보고서를 잠정 완성한 나는 다음 날 상사에게 제출했다.
제목은 '휴대용 액정 육성 게임 테치치(가명) 개발을 위한 연구 보고서'.
그러고 보니 아직 내 소개를 하지 않았다.
나는 전혀 팔리지 않는 약소 완구 제작사의 사원.
'미도리치'의 폭발적인 인기에 주목한 윗선의 무모한 기획...
쉽게 말하면 '카피 상품 판매' 제작을 위해서 이 게임을 철저히 분석하도록 의뢰받았다.
인터넷의 '인'자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노땅들은 보고서의 내용이 표절이더라도 납득할 것이다.
나에게는 그런 계산이 있었다.
그런데 '미도리치'의 카피 상품을 내고 싶다면 그냥 데이터를 뽑아내고 그래픽이나 일부 표시 단어를 바꾸면 그만이다.
굳이 이런 플레이 리포트를 아울러서 검토할 필요는 없다.
도대체 우리 부장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나는 전지를 빼고 리셋한 미도리치 두 대를 리포트와 함께 제출한다.
경비로 구입한 것이니 아쉬워도 이럴 수밖에 없다.
잠깐, 나 제대로 경비 청구 서류 제출했었나?
대략적인 보고서 작성 방침은 '미도리치는 얼핏 보면 전자 애완동물 애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동물을 적당히 학대하는 요소에 무게가 실려
있으며 이것이 인기와 결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그 결론에 이르는 이유로 논리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이것이면 머리가 굳은 윗선도 이해를 해줄 것이다.
나중에는 적당히 롬을 카피하고 개조를 하면 간단 신제품 완성.
팔릴 가능성 따위는 몰라도 나의 일은 끝이다.
훗날.
나는 '테치치' 개발 담당팀(웃음)과 함께 부장에게 소환되어 대폭적인 사양 변경과 이를 위한 어드바이스 담당을 명받았다.
부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도리치는 지나치게 잔인하다. 소동물을 자기중심적인 이유로 학대하거나 죽이는 것을 즐기다니 정말 괘씸하지 않은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테치치의 사양을 이대로 발매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판단했다.'
'테치치는 학대 요소 일체를 철폐하고 누구나 쉽게 편안한 마음으로 귀여운 애완동물을 키워나갈 수 있는 내용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미안하지만 자네들은 미도리치의 시스템 중에서 학대나 잔혹한 묘사로 이어지는 부분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부터 착수해주길 바란다. 이상.'
이후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그 부장은 내가 사용했던 미도리치를 직접 플레이하다가 깜빡하고 학대 요소를 전개시켜버리고 하룻밤을 분노와 슬픔으로 베개를 적시고 나서,
다음 날 회의에서 학대 철폐를 주장했다고 한다.
...부장, 애호파였나... 애호파 속성이었던 건가....
그리고 몇 개월 뒤, '테치치'는 거의 원형이 남지 않은 내용이 되어 발매되었다.
당초에는 미도리치와의 비교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지만 결국은 카피 상품.
학대를 제외하고 미도리치의 내용과 거의 똑같은 점이 폭로된 데다가, 실장석의 '나쁜 성격'에 관해서는 완전히 그대로였던 바람에 시스템이 파탄,
쓸데없이 난이도를 높여서 팬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꼴이 되었다.
또한 테치치 발매와 거의 동시에 재생산판 미도리치가 널리 보급된 것도 한몫했다.
그런데도 부장은 지론을 굽히지 않은 것도 모자라 완성도를 높인 새로운 테치치의 개발 계획을 제출해서 주위로부터 빈축을 샀다.
어휴, 현실에 있어도 없어도 실장석은 사람에게 민폐만 끼치는 존재구나.
나는 새삼 그 사실을 깊이 절감했다.
테치ㅡ테치ㅡ테치ㅡ
오, 호출음이다!
슬슬 고치가 부화할 무렵일 것 같았는데... 어디, 어떤 최종형태가 되었을까?!
테치ㅡ테치ㅡ
"...짜샤...데스우."
노려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과 온통 검은색인 실장복, 짙은 색깔의 머리카락...그리고 욕설.
으악! 하필이면 '초분충'이 되어버렸다!
젠장! 또 취성석으로 만들지 못 했다아아아!!
화면 안에서 안하무인으로 날뛰는 초분충에게서 눈을 못 떼고 있을 때, 친구에게서 핸드폰으로 메일이 왔다.
나와 같은 날에 플레이를 시작한 녀석이 놀랍게도 '초기실장'의 육성에 성공했다고 한다!
굉장해! 가장 어려운 녀석이잖아! 그것보다 정말로 키우는 게 가능한 거였나!
나는 즉시 찬사의 답장 메일을 보내고 나중에 초기실장을 보여달라고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두절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농담).
테치치가 일부 옥션에서 '똥겜으로서의 레어도'가 높아져 고가에 거래되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 뒤의 일이다.
그렇다고 본사에는 아무 혜택도 없으니 그런 것을 두고 기뻐하기도 뭐하지만 말이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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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주 : 옛날 다마고치 시리즈의 시스템을 응용해서 써보았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겐 이상한 내용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운데수 아구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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