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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주세요

실장석에 있어 사육주로부터 주어진 이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사육실장의 징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육주와의 인연, 이름 없는 다른 실장석과 자신의 격이 다르다고 자부하게 하는 마법의 칭호.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있다. 현명하고 상냥한 새끼만 있는 4자매를 10팀 준비하고, 각 팀에 1마리만 이름을 준 것이다.


그 결과 10팀 모두가 이름이 붙은 자실장이 참혹한 린치를 받고 잡혀먹혔다고 한다.

또한, 같은 조건으로 1마리씩만 이름을 주지 않았더니, 10마리의 이름없는 실장 모두가 노예로 괴롭힘당하다 죽임당했다.



어떠한 실장석이라도 주어지면 우월감에 미치고, 받지 못하면 질투로 미치는, 그것이 이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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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중실장A는 수조 안에서 신문지를 두르고 뒤척이고 있었다.

중실장이라고는 해도 몸은 이미 성숙해있어, 생일인 내일이 되면 성체로 인정받는다.



주인은 라이트한 학대파였지만, 머리털도 옷도 빼앗지 않았고 굶주리지도 않았다. 아픈것도 가볍게 찌르거나 타코야키를 만드는 침으로 꿰어 굴리는 정도였다.

아니, 후자는 정말로 장난 아니게 괴로웠지만, 견디지 못하고 자괴해버린 자매들과는 달리 살아남았다.



성체가 되는 축하선물로, 방 구석에 전용 골판지하우스를 받게된다. 춥고 불편한 수조와는 다른, 고대하던 독방이다.

이젠 아픈 것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서운 주인이지만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

심지어 새끼를 낳아도 좋다고 했다. 한 마리 뿐이니까 동시에 태어나는 몇 마리는 공원에 버려지겠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낳고싶다.

그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와타시에게 이름을 준다는 것이다!

기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기쁘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늘까지 아팠던 것은 학대가 아니라 선별이었던 것이다.

멍청하고 못생기고 나약한 자매들은 떨어져나갔고, 현명하고 아름답고 강한 와타시가 선택된 것이다.



잠도 거의 자지 못한 채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난 A는, 사육주로부터 30분 후에 다시 올테니 그때까지 몸가짐을 정돈하라고 지시를 받았다.



트레이에 들어있는 마실 물로 얼굴을 씻은 후, 옷을 벗고 트레이 안에서 몸을 씻는다.

너덜너덜한 수건으로 때를 닦아낸다. 특히 총배설구는 신경써서 씻는다. 혹시 낳아도 된다고 하는 새끼라는게 주인과의 새끼인지도 모른다. 언제 요구되어도 괜찮도록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데오오오오! 데아앗! 데히이이ー!」



씻는 도중에 두 번 정도 오르가즘에 이른 A였지만, 데하앗데하앗 하고 숨을 고르고, 때를 닦은 수건을 쥐어짜 몸의 물기를 닦는다.

옷은 세탁하고 싶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 마지막으로, 때와 똥 찌꺼기로 녹색이 된 물을 마셔서 목을 축인다.

품위라든가 하는것에는 동떨어져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심신의 천박한 강고함이야 말로 살아남은 이유이리라.



그리고 30분이 지나고, 돌아온 사육주 앞에 차렷자세로 서는 A.



방에 들어온 사육주는 창 가까이에 통신판매업자의 골판지하우스를 놓고, 그 안에 새 얼굴수건을 5장 놓았다.

A가 앞으로 몸을 기댄다.

저것이! 저것이 와타시의 마이홈! 안되겟어! 감동으로 운치 지릴것같아!



수조의 유리에 얼굴을 찰싹 붙인 A앞에 돌아와 말을 거는 사육주.

「약속 대로, 아프게 하는것은 어제자로 종료.」

「새끼는 준비가 필요하니 잠시 기다려라. 토요일에는(꽃가루로) 시켜줄테니까」



아앙… 역시 주인은 상냥한 사람이었구나

토요일에는 그런 주인과 와타시가 이어져서, 새끼를 만드는…



착각한 채로 황홀해하고 있지만, 어딘지 안절부절하는 분위기를 내뿜는 A.

그런 A를 내버려두고, 엄지실장부터 키워온 A가 얼마나 멍청하고 바보같은 녀석이었는지, 죽은 자매들 쪽이 훨씬 가치 있는 녀석들이었는지 중얼중얼 궁시렁거리는 사육주.



그런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A는 사육주의 이야기가 15분을 넘을 즈음에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주인, 와타시의 기분을 알고서 애태우는데스네? 이젠 참을수 없는데스! 빨리 주인의 마음이 담긴 뜨거운 그것을 와타시에게 주는데스!」



사육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넌 정말로 구제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징그럽구나죽어, 그렇게 매달리지마라」하고 말하고는, 숨을 몰아쉰다.



「그러면, 대망의 이름을 주마. 네 이름은…"분독라충"이다」



……

「데우?」



「데우? 가 아니라 "분독라충"이라구」



「그거 프랑스어나 그런걸로 "아름다운"이라든가 "고귀"라는 의미인데스?」



「아니. 우리 말로 똥을 의미하는 "분"과 털이 없다는 의미의 "독"과 옷이 없다는 의미의 "라"와 벌레나 파중류 중에서도 특히 기분나쁜 놈들을 의미하는 "충"을 붙인거야」



그것들은 실장석이 가장 기피하는 단어들이다.



비지땀이 흐른다.

「틀린데스. 와타시는 똥이 아니고 머리털도 있고 옷도 입고있고 기분나쁘지도 않은데스」



「아니, 너는 똥과 독라와 마찬가지로 초라하고 기분나빠」



「데휴…데휴우…」

과호흡이 될것처럼 사육주의 말을 곱씹는, 무명 A 였던 분독라충.

주인은 무슨 소리를 하고있는걸까, 와타시가 똥? 독라? 벌레? 정말로 눈이나 머리가 어떻게 된것일까.

이름이라는 것은 그런게 아니다. 닝겐이 사랑하는 실장석을 위해 진심을 담아 고민고민한 끝에 주는 것이다.

분독라충이라는 이름으로 공원을 산책나가면 하등한 들의 이름없는 놈들을 내려다볼수가 없다.

재수없으면 학대용 실장이라고 보여서, 맛있게 먹혀버릴지도 모른다.



「주, 주인, 오해하면 안되는데스. 와타시는 이미 자실장이 아닌데스. 불행을 피하자고 일부러 불길한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는데스」



「너는 완전 멍청한 분독라충인 주제에 어떻게 그런건 아냐?

  어쨌거나 너는 분독라충이다. 죽을때까지 분독라충이라고 이름을 대라.

  근데 뭐가 불만이냐 이녀석, 나도 너무 안이한 이름이라 부끄럽다고! 더 비꼬고 싶었는데! 그랬다간 머리나쁜 네가 바보이름이라고 알아먹지 못하잖냐!」



그 말을 들은 분독라충은 온몸의 구멍에서 체액을 내뿜으며 투정을 부리기 시작한다.

「싫은데즈아아아아!! 와타치는! 더 귀엽고 똑똑해보이는 이름이 좋은데갸아오아아아아!!!

  "미도리"라든가 "스이"라든가 "베일"같은게 좋은데쟈아아아암!!

  그나저나, 바보이름이라고 말한데규우우우우!」



「시끄러워! 붸에~하는 낮짝으로 뭐가 베일이냐 바보녀석!

  네 이름은 분독라충으로 결정이다, 이 분독라충아! 징징거리지말어, 분독라충!」



「데에에엥! 데아아아아아아ー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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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육주는 학대파 치고는 비교적 제대로된 사람이라,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고 새끼도 낳게 해주었다.



다만, 분독라충은 낳은 새끼에게도 분독라충이라고 놀림당했고, 공원에 데려갈때마다 벤치 위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사육주는 주변의 들실장들에게 들리도록 큰소리로 분독라충이라고 불러댔고, 그것을 들은 들실장들은 비웃었다.

아마 땅위에 내려가는 순간 즉시 고기가 되어버리겠지.



실장석에 있어 사육주로부터 주어진 이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 분독라충에 있어, 주어진 이름은 낙인처럼 지워지지 않는 특별한 저주가 된 것이다.


-끝

댓글 2개:

  1. 아는 친구도 자기 개(수컷) 이름을 덜렁이로 지었었는데...ㅋㅋ 꺼츄덜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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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목부터 축이고 씻을 것이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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