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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효 미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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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도 지고, 가지에는 녹색 새순이 돋고있다

아직 밤은 쌀쌀하지만 봄은 착실하게 다가오고있다



물고기의 활성도 올라갔는지 근처의 개울에도 낚시대를 쥔 사람의 모습이 이따금씩 보인다

딱히 예정도 없었기에 강의 상황을 보러 가보니 낚시꾼 옆에 놓인 양동이에는 상당한 수의 물고기가 들어가있었다


무엇이 낚여있느냐고 물어보니, 흰 머리의 낚시꾼은

「어린 은어가 올라오고 있지요」

라고 말하며 양동이 안에서 10cm 정도의 은어를 몇 마리 꺼내어 보여주었다

낚시꾼의 설명에 의하면 지금 시기의 은어는 이끼만이 아닌 작은 곤충과 새우를 먹는 모양이다



보아하니 그렇게 어려운 채비가 필요한 것도 아닌 모양이다

다음 휴일에는 나도 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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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조사해보니, 분명히 은어의 치어는 미끼로 낚는 모양이다

도구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극히 평범한 강낚시의 것으로도 충분히 잡히는 듯하다



다만, 미끼에 따라서는 조금 귀찮다고 한다

낚시꾼이 많은 강에서는 주위의 사람과 같은 미끼를 사용해도 은어를 잡을수 없다는 모양이다

한 번이라도 잡다가 놓친 은어는 경계하게되고 얼마간은 같은 미끼를 입에 대지않는다

하지만 어린 은어의 입은 그렇게 크지 않기때문에 쓸 수 있는 미끼는 한정되어있다



어찌하면 좋을까 생각하고있다보니 휴대전화에 친구로부터의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에는 「키우고있는 실장이 새끼를 낳았는데 필요없을까?」라고 써있었다

내 방은 이미 물고기가 들어간 수조로 꽉 차있었기에 사양하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 순간,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막 태어난 저실장이라면 작은 치어의 입에도 들어가지 않을까?







3/8(전원집합)

시험삼아 「막 태어난 저실장이라면 가질게」라고 메시지를 보내니 금새

「엄지가 낳아서 보통의 저실장보다 작은것밖에 없는데 괜찮을까?」

라고 답장이 돌아왔다



일일히 메시지로 주고받는것도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기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저실장을 원하는 것은 키우려고가 아니라 낚시 미끼로 쓰려고 한다는 것을 친구에게 전하고, 그래도 상관없으면 저실장을 나눠달라고 말하자 친구는 쾌히 승락해주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삼나무 꽃가루가 원인이 되어 필요이상으로 늘어난 실장을 처분하기만 한다면 상관없다는 모양이다



얼른 친구의 집에 구더기를 받으러 가보니, 친구는 현관앞에서 커다란 골판지상자를 안고 서있었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바닥에 깔린 톱밥 안에 무수한 저실장이 기어다니고있었다

자세히 보니 실장석의 구더기만이 아니라 다른 실장의 구더기도 약간 섞여있었다

모처럼이고 하니 보통의 저실장만이 아닌 기형인 알비노 구더기와 다른 실장의 구더기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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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당일, 하늘에는 태양이 빛나고있지만 그렇게 덥지않은 절호의 낚시하기 좋은 날씨.

자택에서 도보 10분거리의 강으로 갔다

사전조사하러 왔을때와 마찬가지로 드문드문 낚시꾼의 모습이 보이지만 각자 충분한 거리를 두고있기에 내가 들어갈 공간 정도는 어떻게든 될것같다



처음에는 심플한 낚시로 간을 보는게 좋다고 생각이 들기에, 3.6m의 접이식 낚시대에 낚시찌와 작은 바늘을 붙여 극히 간단한 도구를 세팅했다

미끼는 물론 친구에게 받은 저실장이다



미끼통에서 집어든 구더기의 얼굴에 바늘끝을 가져다대니 방금까지 레후레후 짖고있던 구더기가 갑자기 겁먹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자신이 어찌되는지 이해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사태가 호전될리도 없고, 나는 저실장을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했다



구더기의 입부터 바늘을 넣고, 그대로 구더기 몸통을 꿰듯이 통배설구로 바늘끝을 꺼낸다

귀찮은 작업이지만, 이렇게 해두면 물고기가 구더기를 입에 머금는 순간 바늘에 걸리게된다

이것을 하느냐 하지않느냐에 따라 수확에 큰 차이가 생겨버리기에 어쩔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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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바늘에 몸을 꿰뚫린 저실장은 집어들었을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고통의 표정을 띄우고있다

바늘이 식도를 통했는지 저실장은 고통스럽게 짖으며 성대하게 똥을 흘리고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저실장의 상황을 무시하고 낚시를 강에 던졌다



레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면서 흐려지는 꼴사나운 소리를 지르며 똥의 궤적을 남기고, 포물선을 그리면서 구더기는 수면에 착수했다

유속이 그렇게 빠른 강은 아니기에 낚시는 천천히 가라앉았다



낚시줄이 느슨한 느낌이 되도록 낚시대를 조작하면서 낚시찌와 물속의 구더기를 보고있으니

물속에서 흔들흔들 떠도는 저실장 주위에 자그마한 그림자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것을 알아챘다

아무래도 저 귀에 거슬리는 우는소리와 더러운 똥이 떡밥의 역할을 한 모양이다



언제라도 낚시대를 당길수있도록 준비하면서 기다리고있으니 낚시찌가 물속에 잠겼다

가볍게 손목을 튕겨보니 확실한 손맛이 느껴졌기에 그대로 낚시대를 당겨보니 물속에서 무언가가 빛났다





6/8(농어)

혹시 처음부터 큰게 잡히나 싶어서 단번에 물고기를 당겨올려고했더니,

그때까지 확실히 있었던 손맛이 갑자기 끊겼다

안좋은 예감을 느끼면서 낚시대를 당겨 회수해보니 낚시에 바늘이 없었다

아무래도 억지로 잡아당겨서 낚시줄이 끊어진 모양이다



초장부터 실패해서 약간 텐션이 떨어졌지만, 포기하고 새로운 바늘을 가져다 붙였다

다음 바늘에 묶는 낚시줄은 방금보다도 두꺼운 것이니까 이번에는 괜찮으리라

녹색 저실장으로는 경계될지도 모르니까 이번에는 알비노 구더기를 바늘에 꽂았다



내가 서있는 위치에서 약간 상류쪽에 조용히 낚시를 흘려보내니, 금방 찌가 움직였다

이번에는 신중을 기하면서 천천히 낚시대를 당겨보니 바늘에 큼지막한 농어가 물려있었다

아무래도 배에 알을 가지고있는 모양이다

이녀석은 가지고 돌아가도 어쩔 도리가 없으니 그 자리에서 풀어주었다







7/8(은어)

농어에게 물린 알비노 구더기는 진작에 죽어있었지만

바늘은 확실히 꽂혀있었기에 아직 쓸수있을것 같다



농어가 낚였다는 것은 찌와 바늘의 거리가 멀어서인지도 모르기에

10cm 정도 찌를 움직여 거리를 조절하고 낚시를 던진다



천천히 눈앞을 흘러가는 찌가 가끔씩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지만 찌가 가라앉지는 않는다

가볍게 낚시대를 움직여보아도 아무런 느낌도 없다

어쩌면 강바닥에 바늘이 걸려있는것 뿐인가 싶어서 무시하고있으니 갑자기 찌가 옆으로 이동했다

황급히 낚시대를 들어보니 처음 던진것 이후 최고의 반응이 있었다

이젠 바늘을 버리고싶지 않았기에 무리하지않고 천천히 낚시를 당겨보니,

옅은 올리브색 물고기가 바늘에 걸려있었다



어물전에서 팔고있는 것보다는 훨씬 작지만 틀림없는 은어이다

아무래도 방금 찌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은 은어가 구더기를 쪼고있었기 때문인 모양이다







8/8(조과)

요령을 파악하고나니 재미있을 정도로 은어가 낚였다

미끼로 사용한 알비노 구더기는 오래도 버텨서 합계 20마리 가까운 은어를 낚아올릴수 있었다

처음한것 치고는 그럴싸한 조과이다



몇 번이나 쪼아먹히면서 휘돌려진 알비노 구더기의 사체는 누더기처럼 되어있었다

「수고했어」라고 중얼거리고는 바늘에서 사체를 잡아빼고 강에 던졌다

구더기의 사체는 강 바닥에 닿기도 전에 검은 그림자에 집어삼켜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쓰지 못한 다른 실장의 구더기는 가져가서 사육해볼까

하고 생각하면서 미끼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카치아아아아아!!」

「챠아・・・와・・・아・・・」



・・・뚜껑 닫는걸 깜빡한 미끼상자 안은 침입해온 개미로 뒤덮여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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