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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줘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지않겠니』

그렇게 이야기를 들은 사육실장 도리는, 불안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똑똑한 녀석.

도리는 이 사육주에게 키워지고나서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고, 사육주가 원하는 실장석으로 있어왔다.

착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귀여움을 받고있었다.


그랬기에 마음 속에서 쿡 하고 솟아오르는 불안을 무시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버려졌다는 공포를 보고서도 보지못한척 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것 뿐, 주인님은 반드시 돌아온다. 지금까지도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하지만 무정하게도 골판지 안에 넣어져 길가에 방치된 도리.

그 골판지의 옆면에는 〝무척 말을 잘 따르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입니다. 데려가주세요〟라는 문자.

사육주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자신에게 변명을 하며 그 자리를 떠나갔다.



배가 고프면 먹으렴, 이라고 하면서 같이 넣어진 실장푸드가 바닥을 드러낸지 꼬박 3일.

뺨에 한 줄기, 차가운 것이 흐르는 것은, 분명히 지금 내리는 비가 얼굴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도리는 생각하기로 했다.



그 날, 도리는 약속을 깨기로 했다. 언제까지나 기다려도 주인님이 맞으러 오지않는다.

이건 분명히 주인님의 신상에 뭔가 생긴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결코 이대로 여기에 있어도 자멸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다.

주인님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주인님을 위해 약속을 깨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분명히 주인님은 약속을 깬 것을 용서해준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골판지에서 기어나오기로 했다.



그것은 분명히 행운이었으리라.

골판지에서 나와보니, 그 길은 산책을 하던 길이었다.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이렇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행운에 도리는 감사했다.

하지만 옆에서 보면, 그것은 불행이 틀림없다고 할 수 있다.

아예 모르는 땅에 버려졌다면, 들실장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각오라도 했을 것을…

어설프게도 알고있는 길에 버려버린 것은, 불행한 일이었으리라.

그리운 감각에 몸을 맡기면서, 도리는 자신의 집으로 걸어나갔다.





가끔씩 부탁하면 사주던 달콤한 음료수를 토해내는 쇠상자가 보인다.

그 단맛은 행복의 맛. 나와 주인님의 인연의 맛.

그것을 생각하면서, 도리는 속도를 높여 목적지로 달려갔다.



도리는 그 창문에서 보이는 절망의 광경에 마주쳤다.

몇 번이나 문을 두르리며 외쳤다.

저는 여기 있어요, 저는 여기에요, 라고…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도무지 열리지 않는 철벽의 문.

이대로라면 답이 없다고 생각한 도리는 마당쪽으로 이동했다.

창문 너머로 보인 실내는 그야말로 휑뎅그렁했다.

마음에 들어하던 장난감이 들어있던 자신 전용의 보물상자.

포근포근은 아니었지만, 침대가 있었던 자신의 성.

무엇보다도, 주인님의 소지품이 아무것도 없다.

이 방이 이렇게나 넓었던 것인가…

그렇게 무심코 말해버릴 정도로, 그 방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육주가 이번에 살게 된 사택은 실장석 금지.

지쳐서 집에 돌아왔는데 옆집에서 들려오는 실장석의 건방진 짖는소리.

먹고 자고, 하루 종일 놀면서 지낸 생물의 복에 겨운 소리.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은 월급쟁이에게는 당연한 욕구였다.

전혀 잘못이 없는 실장석이였던 도리는, 사육주의 형편에 따라 버려진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굴러다니는 이야기이지만, 도리 본인에 있어서는 더할나위 없는 불행이었다.

어쩔 방도가 없는 도리는, 몇 시간이나 아무것도 없는 방 안을 응시한 후, 마당에 자라있는 덤불 안에서 웅크렸다.

눈물은 나오지않았다.

분명히 주인님은 맞으러 와주신다. 한 번도 나를 배신한 적이 없다.

그런 생각이 도리를 지탱하여 날뛰게 하지 않고 이성을 붙잡고 있었다.



사람의 기척을 느껴 눈을 떴다. 드디어 돌아오신것인가 하고 기대를 담아 방을 바라본다.

거기에 있는 것은, 모르는 남성. 제것인양 방에 짐을 반입하는 모습이 보인다.



도리는 모든 것을 이해한 기분이 들었다. 이 남자가 주인님을 쫓아낸것인가…

성역을 더럽히는 침입자에 도리는 미칠듯이 분노했다. 저녀석때문에, 주인님은 여기에서 쫓겨났다.

그러면 내가 저녀석을 쫓아내면 된다. 그렇게 하면, 분명히 주인님은 돌아와주신다.

그런 생각에 도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이 봄,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남자는 데ー하는 소리에 반응하여 마당에 얼굴을 향했다.

처음 하는 자취생활, 불안이 가득 있다. 그런 와중에 마당에 있던 실장석.

원래라면 돌이라도 던져서 마당에서 쫓아내는 결과가 되었겠지만, 남자는 실장석을 보아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러운 모습을 본 남자는 즉시 들실장이라고 이해했다. 아마도 근처의 공원에라도 살고있는것이겠지, 하고.

키울 수는 없지만 가끔씩 먹이를 달라고 오는 정도라면 괜찮은 위안이 되지않을까 하는, 길고양이같은 관계가 되지않을까 기대했다.



그것은 몇 초 동안 남자가 공상에 빠져있는 동안에 벌어졌다.

그 더러운 들실장이, 활짝 열린 창문으로 방안에 침입해있지 않은가…

여기는 내 집이라고 말하는듯한 기백으로, 남자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남자는 공포를 느꼈다.

어설프게 여기서 쫓아내면, 그 충격으로 이녀석은 확실하게 똥을 흘린다.

흙과 먼지 투성이인 몸으로 방안에 침입한것 만으로도 쇼킹한데, 거기에 똥이라도 흘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남자는 우울한 기분이 되었다.



그런 남자를 무시하는 것처럼, 똥싸는 자세로 데그아아아아쟈아아아아 하고 위협을 시작하는 실장석.

그 입에서는 대량의 침이 흘러나와 바닥에 후둑후둑 떨어져 얼룩을 만든다. 위협의 강도는 점점 강해진다.

링갈을 켠다면 이렇게 표시되었을 것이리라.

당장 나가, 주인님을 돌려줘, 라고.

아무것도 알지못하는 남자에게 그런 의미불명한 소리를 잔뜩 쏟아내었으리라.

힘주어 소리를 지른것이 안좋았다.

뿌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도리는 오랜만에 똥을 성대하게 지려버렸다.

그 냄새와 함께, 속옷에 담기지 못한 똥이 방바닥에 떨어진다.

똥과 함께 남자가 실장석에게 손을 대지 못하는 이유도 떨어져버렸다.





마당으로 걷어차인 도리는 집요하게 걷어차였다. 대체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냐고 소리지르는 남자에게 실컷 걷어차였다.

눈알이 튀어나오고, 이빨이 부러지고, 온몸의 8할의 뼈가 바스러지고 나서야 폭행은 멈추었다.

필요없는 수건으로 도리가 흘린 똥을 청소하고, 똥투성이가 된 수건을 피를 토하고있는 도리의 입에 쑤셔넣는 남자.

전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에 짜증이 난 것인지, 도리의 양 뺨을 억지로 잡아찢고 입 안에 쑤셔넣는다.

또 오지마라, 오면 죽인다고 쏘아붙이고, 커튼을 닫는 남자.

옷과 머리털을 빼앗지 않은 것은 최후의 자비일까.

여기까지 하면 이젠 무서워서라도 여기에 오지않을 것이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그날 밤, 화끈한 파괴음과 함께 남자는 잠을 깼다.

황급히 불을 켜보니, 상처도 아직 완쾌되지 않은 그 들실장이 유리를 깨고 방 안에 침입해있었다.

이젠 힘조절을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여전히 데즈아아아아 하고 위협하는 이 머리나쁜 들실장을 붙잡은 남자는 절연테이프로 둘둘 말아버렸다.

그리고 비닐끈으로 발목에 파고들 정도로 세게 묶는다.

빨랫대에 그 끈을 매달아 고정한다.



거꾸로 매달린 실장석.



마지막으로 던져진 말은 뒈져버려 였다…



다시 불이 꺼지고 몇 시간 후.

도리의 얼굴은 부풀어있었다.

괴로웠기 때문일까, 배설구에서 새어나온 똥이 물리법칙을 따라 배, 가슴, 그리고 얼굴로 흘러내린다.

괴로운 것은 이 거꾸로 매달린 자세 때문이다.

혈액이 모두 머리에 쏠리고, 그 대량의 혈액이 뇌세포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입에 절연테이프가 붙어있지 않았다면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으리라.

주인님, 주인님 살려주세요ー라고.

구속을 풀고 몸을 내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날뛰면 날뛸수록,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라는 것을 도리는 알아채지 못한다.

점차 안좋아지는 기분을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으니, 목 안쪽에서 피맛이 나기 시작했다.

그 맛을 혀로 맛보니, 갑자기 시야에 안개가 끼면서 그대로 의식이 가라앉아버렸다.



그 날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빨랫대를 보니, 눈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분사憤死한 실장석이 있다.

시험삼아 나뭇가지로 뺨을 찔러본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무래도 죽은 모양이다.

이대로 놔둘수도 없다고 생각한 남자는 그 사체를 쓰레기봉투로 집어서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쓰레기장으로 가는 도중에 싫은 것을 보았다.

옆면에 〝무척 말을 잘 따르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입니다. 데려가주세요〟라는 글자가 써있는 골판지였다.

『뒷처리는 제대로 하란말야. 남한테 떠밀지말고』

그렇게 내뱉으며 골판지를 밟아 부순다.

같이 들고온 쓰레기를 휙 하고 버린 후, 휴대전화를 꺼내든다.

아무래도 집주인에게 유리창을 갈아달라고 요청하는 모양이다.



-끝

댓글 1개:

  1. 하여간에 현실이든 스크든 키우다 버리는 새끼들이 이래저래 민폐 끼치고 문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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