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행복

한밤중,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이불 안에서 가만히 있으니, 케이지 안에서 사육실장인 미도리가 기어나왔다.

미도리는 연립주택의 좁은 방 안을 걸어서 화장실로 향한다.

나는 그대로 이불 안에 누워있었다.

10분이 지났다.

미도리는 아직도 화장실에서 돌아오지 않고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살그머니 이불에서 나와 소리를 죽이며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의 전기불은 켜있지않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안에서 억누른 소리가 새어나온다.

화장실 안에서 미도리는 재주도 좋게 양식변기에 걸터앉아있다.

눈을 감고 손을 사타구니에 대고, 위아래로 문지르고있다.

행위에 열중해서 나를 눈치채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싫은 것을 보았다.

그대로 문을 천천히 닫고 이불로 돌아온다.

떨떠름한 기분을 품고있으니,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나고 미도리가 나왔다.

그대로 미도리가 케이지에 들어가고나니,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눈을 감고 가슴속의 복잡한 심경에 대해 생각해본다.

수음을 가지고 이러니저러니 말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말라고도 하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좋을대로 하면 된다.

내가 뭐라고 말 할 권리는 없다.

오히려 내가 민망한 기분이다.

미도리도 성체 실장석이다.

지금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성욕은 보통의 들실장처럼 제대로 있을것이다.

미도리를 키울 때, 처음부터 경고해두었다.

「낳는 새끼는 버린다」

실장석은 다산하기 때문에, 내버려두면 생쥐처럼 늘어난다.

친실장 한 마리와 자실장 한 마리 정도라면 키울수도 있다.

하지만 자실장이 몇 마리나 슴풍슴풍 태어나면 책임을 질 수 없게된다.

입양처로 보내는 자실장에도 한계가 있다.

최종적으로는 자실장을 보건소에 보내지 않을 수 없게되어버린다.

다산한다는 것은 골치아픈 일이다.

실장석을 키우는 호사가들은 다들, 다산하는 것에 골머리를 썩고있는거 아닐까?

먹고, 자고, 낳는다는 것은 인간의 삼대욕구이다.

이 세 가지는 아무리 가르쳐도, 아무리 폭력으로 억눌러도, 그만두게 할 수 없다.

그만두게 하려면 죽일 수 밖에 없다.

낳는 것에는 피임이라는 수단이 있지만, 실장석에게는 제대로된 피임수단이 없다.

없지는 않지만, 사육실장의 한쪽 눈을 도려내고 불로 지질수 있는 사육주가 그리 많지는 않겠지.

피임속옷은 돈이 들어가고・・・



몸을 뒤척이면서 케이지로 얼굴을 향한다.

케이지에는 환기구멍이 뚫려있을 뿐이고, 안은 보이지 않는다.

실장석이라도 프라이버시가 필요하겠지 싶어서, 울타리모양이 아닌 상자모양으로 했다.

바깥에서는 안이 보이지않는다.

실장석 한 마리가 쓰기에는, 이 케이지는 조금 큰 모양이다.

들실장은 좁은 골판지에서 친자끼리 잠을 자도, 친실장이 자실장을 깔아뭉개거나 하지 않는다.

실장석은 상자에 빼곡히 들어차서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너무 좁은 케이지에서 살면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조금 큼직한 케이지를 사주었다.

실장석의 잠자리는 실장석이 딱 들어갈 정도가 좋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얼마간의 여유가 있는 공간, 채워지지 않는 빈틈.

미도리에 있어서 지금의 생활은 행복한 것일까.

키워진다고 하면 먹이의 걱정도, 적에 공격당할 위험도 없다.

내 말상대를 하는 정도밖에 일거리가 없는 사육실장의 생활.

행복할까?

들에서 먹이를 모으러 뛰어다니고, 적과 죽기살기로 싸우더라도, 자유로운 쪽이 좋은게 아닐까.

새끼를 낳고, 키우고, 그리고 죽는.

그쪽이 충실하고 행복한 삶을 보내는게 아닐까.

미도리, 너는 행복하니?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으니, 화장실에 가고싶어졌다.

미도리가 화장실에서 나온지 30분이 지나있다.

이불에서 나와 화장실을 향한다.

불을 켜고, 변기커버를 올리고, 속옷을 내리고, 이완시킨다.

「주르르르르르」

후ー・・・개운하다.

언제나처럼 제대로 털고, 속옷을 올리고 물을 내리려고 했다.

「레후ー・・・」

・・・뭔가 들렸다.

뒤이어 첨벙첨벙 하면서 물이 튕기는 소리가 난다.

보아하니, 노란 물 안에 저실장이 있었다.

저실장은 완만한 경사면을 타고 물에서 도망치려고 필사적이다.

「레후헤후레후레후・・・」

도기로 되어있는 변기는 잘 미끄러진다.

물때가 묻은 그 선보다 위에 오르는 것은, 저실장에게는 곤란할 것이다.

휴지를 접어 세겹으로 하고, 저실장이 오를 길을 놓아주었다.

마찰계수가 늘어난 덕분에 구더기는 드디어 앞으로 나아갔다.

휴지를 들어올려 구더기를 변기에서 구출한다.

「레후ー」

지린내 나는 구더기는 머리를 들고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를 보고 길게 짖었다.

나는 구더기를 올린 종이를 들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미도리! 이리 나와!」

케이지를 걷어차자 그 충격으로 문이 열리고, 안에서 미도리가 눈을 비비면서 기어나왔다.

「무슨일인데스우? 이런 시간에・・・」

「이건 뭐냐?」

「데?」

미도리에게 「레ー」하고 짖는 저실장을 들이밀자, 미도리는 허둥거렸다.

「우, 우지쨩인데스ー. 어디에서 온 우지쨩인데스우?」

「얼버무리지 마라. 이 구더기는 네가 낳은거잖아?」

「아, 아닌데스 아닌데스. 이런 우지쨩은 모르는데스」

그때 미도리의 목걸이형 링갈이 저실장이 짖는 소리를 잡았다.

목걸이에서 번역되는 미도리의 목소리에, 저실장의 「마마인레후」라는 소리가 섞인다.

「와, 와타시는 오마에의 마마가 아닌데스!」

「마마인레후!마마인레후!」

「아닌데스!」

「마마, 너무하는레후. 핥짝핥짝 안해준레후.

  빙글빙글 돌아서 어지러웠던레후. 다른 모두는 없어져버린레후ー」

「데데에・・・」

구더기와 미도리의 회화가 이어지는 동안, 케이지 안에서 어떤 것을 발견했다.

구더기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 케이지 안을 뒤진다.

미도리가 한층 더 허둥댄다.

「너무하는데스! 프라이버시 침해인데스!」

「이건・・・」

나온 것은 붉은 액체가 들어있는 간장의 뚜껑.

이것으로 스스로 강제임신해서 밤마다 출산하고 있었던건가.

새끼를 이용해서 수음이라니, 골때리는 딸쟁이구만, 이 미친놈이.

「미도리・・・」

「아닌데스, 아닌데스! 이건 뭔가・・・」

「너, 행복하냐?」

「데?」

미도리는 어리둥절해하더니, 금새 교태를 부리며 아첨하기 시작했다.

「행복하냐?」

「해, 행복한뎃수〜웅♪ 그래도 요즘은 주인사마가 상대를 해주지않아서 외로웠던뎃수〜웅♪

  그래서 아주 약간 불행한뎃스♪」

「그러냐」

「이, 이렇게 된것도 주인사마가 잘못인뎃스. 자를 낳으면 버리겠다고 겁준게 잘못인데스.

  그러니까 몰래 낳아서, 눈물을 머금고 자와 이별하지 않으면 안되었던데스우.

  이건 분명히 학대에 해당하는데스우♪」

「흐음ー, 학대라」

화장실에서 헐떡거리던 주제에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실장석의 출산에는 쾌감이 수반된다고 언젠가 들은적이 있다.

배설구에서 새끼를 낳으면서 교성을 지르는 미도리를 상상하니 토할것 같았다.

「그, 그러니까 화장실에서 모두 물에 흘려보낸데스!」







「레후ー」

지금 이 방에 실장석은 저실장 한 마리밖에 없다.

미도리라고 하던 사육실장은 머나먼 공원에서 들실장이 되었다.

지금쯤 사육실장으로는 맛볼수 없는, 들실장의, 라기보다 실장석에 있어 진짜 기쁨을 만끽하고 있으리라.

미도리는 이미 자유인 것이다.

좋을 대로 먹고, 자고, 놀고, 그리고 새끼를 낳아 키우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삶을 받아 태어났다면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고 싶다는 것은,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 원하는 것이리라.

그것은 단세포생물에서부터 인간까지 변하지 않는 본능이다.

지금쯤이면 활기차게 지내고있을게 분명하다.

「레후ー♪」

지금까지 미도리가 집에서의 말상대였지만, 저실장이라도 말상대 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해도 맞장구를 치거나 짖거나 하는것 뿐이라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레후레후」

「구더기는 행복하니?」

「레? 우지쨩은 프니프니가 있으면 행복한레후〜♪」

「그러냐, 그거 다행이구나」

배를 프니프니해주니 저실장은 기쁜듯이 레후ー하고 짖었다.









어느 공원의 공중변소.

두 눈이 새빨간 미도리는 들실장에게 둘러싸여있다.

「데에에에에에엥!」

「텟테레ー♪ 테벳!」

「텟테츄벳!」

「맛있는데스! 맛있는데스!」

「사육실장이 낳는 자는 고기가 두툼해서 맛있는데ー스우♪」

「더 빨간눈으로 만들어서 낳게하는데스♪ 그러면 배부르게 먹을수 있는데스♪」

「이젠 싫은데스! 집에 돌아갈거인데스우우우우우! 데갸악! 이젠, 이젠 낳고싶지 않은데스아아아아아아아!!」




-끝

댓글 3개:

  1. 읽으면서 생각하는 거지만 참피새끼들 눈까리는 무슨 나팔관이냐? 시뻘건 물 들어가면 곧장 임신에 출산이라니... 부랄 덜렁덜렁 내놓고 다니는 것보다 하등한 진화일세

    답글삭제
    답글
    1. 아무래도 신체의 내구력이 바닥을
      기는만큼 어떻게든 종족 보존을
      할려면 다산 밖에는 방법이 없으니깐
      최대한 자주 임신이 되게끔 저런식의
      번식 기관이 생긴것이 아닐까?

      삭제
    2. ☆펙트폭력 자제하자☆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