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마시逢魔時

휭!

경쾌하게 바람을 가르는 나뭇가지. 목표를 향해 내리쳐진다

「데샤아아아아아!」

우레탄보디에 차례차례로 상처가 새겨진다. 하지만 금방은 죽이지않는다.

처음에는 힘조절이 어려웠지만 지금에 와서는 익숙해져있다.

성체실장석은 배에 있는 자실장석을 지키려는듯이 끌어안고 엎드렸다.


「데승데에에승!」
「티에에에에엥 티에에엣!」

어미라고 생각되는 개체는 용서를 구하는 것일까?

그렇지않으면 나에게 욕설이라도 하는걸까? 링갈이 없으니까 알수없지만, 애초에 들을 생각도 없다.

새끼의 울음소리는 시끄럽고 짜증난다. 그런데도 그 소리인가.

우는 얼굴이 내 마음을 들뜨게한다.

「자, 힘내라. 질리면 그만둘테니까」

대학에서, 생활에서, 싫은 일이 생기면 스트레스 발산을 위해 실장석으로 논다.

오늘도 똑같다. 어제도 똑같다. 아무런 변화도 없는 일상. 아무런 변화도 없는 매일.

「오, 하고있네, 토시아키!」
「어, 코우지? 어디가는거야?」

이 공원의 입구에서 대학의 친구가 부르고있다.

「책방, 너도 갈래? 실과 장 나왔다는데?」

아 그랬지. 애호가용의 책이지만 의외로 도움이 되는 실과 장. 사러가야겠다고 생각했더니만 오늘이 발매였나.

「그러면 미안하지만 내것도 사줘. 내일 주고, 응?」
「음 그럴까. 괜찮겠지. 알았어. 그러면 내일 보자〜」

손을 흔들어 배웅한다. 그리고 공격을 재개하려고 보니・・・・・・ 없다.

어라? 어디 간거야・・・・・・ 어이쿠, 있네 있어. 그렇게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도망쳐봤자 멀리까지 갈 수 있을리가 없잖아? 쫓아가서 으깬다. 밟아서 으깬다. 우직 하는 감촉을 발 아래로 느낀다.

「기분나빠」

・・・・・・하지만 왠지 후련하지가 않다. 그러고보면 이녀석・・・・・・ 새끼는 어디 간거야?

나뭇가지로 찌그러진 개구리같은 사체를 휙 뒤집는다. 없다.

그렇다는건 도망쳤다는 거군. 어미가 주의를 끌어서 도망치게 한건가.

・・・・・・애정 깊은 어미, 똑똑하구나. 나는 나뭇가지를 붕붕 휘두르면서 도망친 자실장을 쫓았다.

그리고 정신이 들어보니 벌써 이런 시간. 배도 고프고 집에 있는 미도리와 미노리도 배를 곯으며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그런 모양이라도 키우는건 키우는거니까.

나는 공원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바로 그때.



 ■봉마시逢魔時■



「・・・・・・어라?」

문의 앞. 집세 싼 아파트란 이런것이라고 말하는듯한 싸구려 문짝. 자신의 집의 문짝.

시골에서 모처럼 붙은 대학에 다니기 위해서 상경. 양친에게 부담이 되지않기위해 이 허름한 아파트에 산지 1년이 지났다. 그러한 자신의 집. 자신의 방의 앞.

・・・・・・? 나, 언제 돌아온거야? 그러고보니 왼손에 무게가 느껴진다.


비닐봉지가 하나. ・・・・・・물건을 샀다. 어, 뭘 샀더라?

바스락거리면서 안을 들여다본다. 별로 이상할것 없는, 저녁식사의 재료.

「피곤한건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어 열쇠구멍에 넣고 돌린다.  철컥 하는 소리가 나는것을 확인하고 손잡이를 돌려 열고는 방 안에 들어온다.

「다녀왔습니다」

반응은 당연히 없다. 혼자 살고있으니까, 있다면 무서운 일이다. 현관에 신발을 벗고 서둘러 냉장고를 향한다.  고기와 계란을 샀으니까 상하지 않도록 냉장고 안에 넣는다.

「그러면 다음은・・・・・・」

폭30cm 길이50cm 높이45cm의 평균적인 수조의 뚜껑을 열고 먹이가 들어있는 알미늄 캔을 뒤집어 몇번 흔든다.

갑자기 내려오는 것에 놀라서 도망칠까 고민하는 모양이 우습다.

아, 녹색 똥을 싸는데.

탁자 위에 있던 연필로 『물 속』에 휘휘 저으면서 쫓아본다.

「・・・・・・?」

뭐지? 뭔가・・・・・ 이 수조・・・・・・물이 들어있다. 『금붕어』를 키우고있는거다.

물이 들어있는게 당연하지. 뚜껑을 닫으니  산소를 보내는 장치가 낮은 기계음을 내고있다.

「・・・・・・?」

위화감. 사소한. 뭔가 마음이 갑갑해진다. 뭐지 이 기분은?

헛, 배가 고파서그런가. 배가 비어있으면 머리가 돌지않는다고 하기도 하니까.

반찬코너에서 산 150엔의 밥과 380엔의 튀김세트에서 랩을 벗기면서, 나는 누구에게 말하는 것도 아닌것을 중얼거렸다.

「어째서 금붕어한테 미도리라는 이름을 붙였더라?」

수조의 금붕어는 빨간색인데.



「오, 좋은 아침. 자  여기 어제 말했던거」
「아하! 고마워. 얼마야?」
「음, 980엔・・・・・・ 거스름돈은 없다. 심부름값으로 받아주지」
「20엔으로 움직이는건 너무 저렴한거 아닌가?」

강의가 시작하기 전의 별것없는 대화. 그래, 그랬지. 코우지가 어제 사서달라고 부탁했던 책이 있었다. 나는 서점의 봉투에서 내용물을 꺼내어 읽으려고 했다.

「・・・・・・?
「음・・・・・・뭐야? 왜? 잘못됐어?」
「어, 아니. 제대로 『애견의 친구』・・・・・・맞지?」
「놀래키지 말라구. 권두의 빠삐용 특집 괜찮던데?」

・・・・・・또, 이런다. 뭔가 달라. 내가 강아지에 흥미가 있었던가? 좀 더. 다른 어떤 것에.

뭐랄까, 원숭이와 닮은것같은 생물이 아니었나? 그거지, 뭐라고했더라・・・・・・

「실・・・・・・석? 음〜」
「야, 괜찮냐? 얼굴이 안좋은데?」

옆에 앉은 코우지가 나를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다니까」
「그래? 그러면 됐고」



그 다음의 강의는 도통 머리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그저 강의 중간중간에 신경쓰이는 단어가 있었다.

강의중에 「새로운 함수를 실장(구현)한다」고 들었을 때였다.

「・・・・・・실장?」

점심시간에 그 단어를 되뇌이며 빵을 먹었다. 실장・・・・・・실장?

「・・・・・・앗!? 생각났다!!!」

그랬지, 실장이다. 실장석. 녹색의 생물. 어째서 잊고있었던거지?

아니, 알아채지못했다・・・・・・ 라는게 정답일까. 하지만 어째서?

「이 책・・・・・・ 아니야, 부탁한것은 실과 장! 야, 코우지!」

나는 구내에 있을게 분명한 코우지를 찾아 달려나갔다.



「어이쿠! 뭐야 갑자기!」

있다! 몇명의 동료와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던 코우지의 양어께를 쥐고 나는 대뜸 말했다.

「실과 장이야! 실장석의 책! 강아지가 아니라!!」
「・・・・・・허? 실・・・뭐라고?」
「실장석! 어제 공원에서 말했잖아! 실과 장이라고!」
「잠깐, 너, 진정하라구!」

내 양손을 떨쳐내며 코우지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뭐야 그건? 너 무슨말을 하는거냐?」
「뭐라니, 실장석이야, 그 녹색으로 요만한 크기의, 부드럽고・・・・・・」
「모르겠는데ー ・・・・・・너 괜찮은거 맞냐?」

・・・・・・바보같은! 거짓말이지? 어제도 나랑 봤잖아.

잊었을리가 없고, 나처럼 깜빡 기억에서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 코우지가 수상한 눈초리로 보고있다. 이 이상은 안되겠다.

「・・・・・・미안, 나 좀 피곤하네.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어」
「어 그래, 왠지 안색도 않좋은데 병원에 들르는게 좋겠다?」
「응」

그 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



없어! 보이질 않아! 어디에도 없어! 관련항목조차 없다.

「로젠사라면 어떨까・・・・・・?」

구내의 도서관에 있는 컴퓨터로 나는 인터넷을 뒤졌다.

학대도 애호도, 구더기도 성체도, 어미도 새끼도. 실장석이라는 단어는 없다.

「없어!?」

바보같은・・・・・・ 이런 바보같은. 어떻게 된거야, 대체 어떻게 되면 이렇게 되냐.

공원, 그래, 공원에 가보면!



「・・・・・・」

이럴수가 있나. 그렇게나 많던 실장석을 공원에 올때까지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도중에 들른 편의점 앞. 탁아실장은 없었다.

애호파로 유명한 갑부의 집 앞에서 보호를 요청하며 쇄도하던 실장석도 오늘은 없었다.



그리고 공원 안, 기묘한 광경이 펼쳐져있다.

아이들이 모래사장에서 놀고, 놀이기구에서 놀고, 부모들이 벤치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있다.

비둘기에 모이를 뿌리는 노인. 탁하지 않고 깨끗한, 분수의 물. 더럽지만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실장석의, 형체도 흔적도 없다. 인간을 위한 인간의 공원. 공원이 있어야할 모습이 거기에 있다.

「・・・・・・」

멍 하니 서있을수 밖에 없다. 어떻게 된거야, 이상하잖아.

어제 여기서 밟아준 친실장의 녹색 얼룩이 보이질 않는다. 벤치 주변에 모여드는 분충도 없다. 새된 새끼의 울음소리도 없다. 지극히 평화로운 공원이다.

「・・・・・・」

내가? 내가 이상한거야? 실장석따위는 없는건가? 내가 만들어낸 것인가?

알수없다. 내가 어제 어떻게 했더라. 스트레스 발산을 위해서 여기에 왔다.

강아지라도 귀여워해주러? NO.
비둘기에 모이를 주러 왔나? NO.
어째서 여기에 왔었나?  목적도 없이.

「그러고보니・・・・・・」

나는 여기에서 어떻게 돌아왔더라? 언제 물건을 샀지? 슈퍼마켓에서?

그 나일론봉투는 자주 가는 슈퍼마켓의 봉투. 들러서 돌아온건가・・・・・・?

「・・・・・・아, 니야 ・・・・・・아니었어. 난 봤다구」

공원의 입구에서 나와서 슈퍼마켓에 가려고 할때・・・・・・ 그 길 왼쪽에!

「거기에・・・・・・ 있었다?」

그랬어, 난 봤다고. 턱시도를 입은, 8등신의 토끼를!

「크억!?」

거기에 생각이 이르렀을 때, 무시무시한 귀울림이 바깥의 소리를 차단해서 들리지 않게 되었다.

시야의 색이 반전하고 참을수 없는 공포에 몸이 떨린다. 서있을수가 없어!

「억, 억, 억!」

숨막히는 불쾌감을 참지 못한 나는 의식을 잃었다.



「・・・・・・어라?」

문의 앞. 집세 싼 아파트란 이런것이라고 말하는듯한 싸구려 문짝. 자신의 집의 문짝.

시골에서 모처럼 붙은 대학에 다니기 위해서 상경. 양친에게 부담이 되지않기위해 이 허름한 아파트에 산지 1년이 지났다. 그러한 자신의 집. 자신의 방의 앞.

・・・・・・? 나, 언제 돌아온거야? 그러고보니 왼손에 무게가 느껴진다.


비닐봉지가 하나. ・・・・・・물건을 샀다. 어, 뭘 샀더라?

바스락거리면서 안을 들여다본다. 별로 이상할것 없는, 저녁식사의 재료.

「피곤한건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어 열쇠구멍에 넣고 돌린다.  철컥 하는 소리가 나는것을 확인하고 손잡이를 돌려 열고는 방 안에 들어온다.

「다녀왔습니다」

반응은 당연히 없다. 혼자 살고있으니까, 있다면 무서운 일이다. 현관에 신발을 벗고 서둘러 냉장고를 향한다.  고기와 계란을 샀으니까 상하지 않도록 냉장고 안에 넣는다.

「그러면 다음은・・・・・・」

폭30cm 길이50cm 높이45cm의 평균적인 수조의 뚜껑을 열고 먹이가 들어있는 종이팩을 뒤집어 몇번 흔든다.

갑자기 내려오는 것에 놀라서 도망칠까 고민하는 모양이 우습다.

아, 녹색 똥을 싸는데.

탁자 위에 있던 연필로 똥을 흘린 독라자실장의 머리를 때리면서 쫓아본다.

「데에! 데에에엥 데에에엥」
「자, 울지말고 먹어라. 안먹으면 밥 없다」
「데데에!」

링갈을 쓰기도 귀찮다. 매번 같은 소리밖에 하지않는 이 독라자실장자매.

원래의 생활로 돌려달라,상냥한 주인님으로 돌아와달라, 기타등등 기타등등・・・・・・ 올리기라는건데 그게 뭐 어쨌다고.

정말이지. 나는 방음수조의 뚜껑을 닫고 나머지는 그냥 무시했다.

실장푸드의 종이팩을 수조 옆에 놓고 나는 이상한 것을 찾았다.

「음? 뭐야 이건?」

뭐야・・・・・・ 어째서 이런게 집에 있지? 캔? 주스나 그런 캔이 아니다..

나는 그것을 손에 쥐고 가장 크게 쓰여있는 글자를 읽었다.


「금붕어・・・・・・사료?」



-끝


※역주 :
제목의 봉마시逢魔時, 오우마가토키란 일몰 직후의 어두컴컴해지는 시각을 말하는 일본어표현입니다. 요괴를 만나기 쉬운 시간이라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목을 도깨비를 만나는 시간이라고 해야하려나 고민을 좀 했습니다만.... 결국 원문 그대로 가버렸네요.
이래서 번역은 반역이라는 소리가 나올수밖에 없는게지요

어쨌거나 이걸로 이 작가의 작품은 '다시 한번 가고싶어' 빼고 다 되었습니다. 

댓글 4개:

  1. 답글
    1. 실장석이 있는 세계랑 없는 세계가 평행세계인데 일시적으로 뒤섞였다가 다시 분리됨.

      삭제
  2. 라플라스의 토끼

    답글삭제
  3. 평행세계 토시아키도 적잖이 당황했겠네ㅋㅋㅋㅋ그냥 평범하게 금붕어키우고 강아지 좋아하는 삶 살다가 뭔일을 겪은거야ㅋㅋㅋ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