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근 물재배용 화분 안에는 노란색을 띤 영양제가 채워져 있었다.
바닥에는 녹색의 작은 돌이 덩그러니 가라앉아 있다.
구근을 놓아야 할 자리에는 눈을 크게 뜬 실장석의 살아있는 목.
"여어, 오늘도 잘 있어?"
남자는 선반 위에 놓인 그런 오브제를 향해 유쾌하게 질문했다.
"빨리 죽여달라는 데스."
머리만 남은 실장석은 그렇게 대답한다.
남자는 곤란한 듯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나는 벌레도 못 죽이는 인간이야. 하물며 사랑하는 너를 죽일 수 있을 리 없잖아."
"부탁인 데스. 죽여달라는 데스."
"어떻게 된 거니.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데.
그래, 요즘 별로 상대해주지 않아서 그렇구나.
손이 안 드는 아이니 그만 내버려 두고 있었을지도 몰라.
너도 내가 상대 안 해줘서 토라진 거지?"
"죽이는 데스. 와타시를 죽이는 데스. 제발 죽여달라는 데스."
"그래그래. 새 친구를 데려올게.
항상 혼자서 나를 기다려주는 귀여운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기쁘니?"
"...와타시를 죽이는 데스."
남자가 준비한 것은 길고 가느다란 화병이었다.
마찬가지로 그 주둥이에는 자실장의 목이 심어져 있다.
"와타치, 어떻게 된 거인 테치까?"
자실장의 눈은 불안하게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본다.
그 눈이 옆에 나란히 놓인 실장석의 목 쪽으로 향했다.
"테히이! 아줌마 무슨 일인 테치까!?"
"너무한 데스. 지독한 데스. 이런 작은 아이까지 이런 꼴로 만들다니..."
"테에에엥. 큰일 난 테치. 아줌마 죽겠는 테치. 목만 있으면 분명 죽어버리는 테치!"
"죽는 쪽이 행복한 데스. 죽지 않는 것이 불행인 데스."
"그렇지 않은 테치. 살아있으면 콘페이토나 스테이크나 스시, 맛있는 것을 잔뜩 먹을 수 있는 테치요."
"그런 데스. 그것이 행복인 데스. 와타시도 행복했었던 데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데스까..."
"테프프, 아줌마는 어른인데 울고 있는 테치. 이상한 테치."
자실장은 사흘 만에 죽었다.
"와타치, 아줌마랑 똑같은 테치까?"
그것이 최후의 한마디.
실장석은 그 죽음을 부러워했다.
"음, 위석 처리가 잘못되었나.
자실장 것은 작아서 어려워.
...이봐, 가만있지 말고 뭔가 말해줘."
남자는 아양을 떨 듯이 실장석에게 말했다.
"미안해. 다시 준비할게.
걱정하지 마. 다음엔 더 잘할게."
실장석이 심어진 큰 유리 화분을 끼고, 같은 모양의 작은 화분이 두 개 늘어섰다.
떠들썩해진 선반 위를 남자는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거기 닝겐, 와타치한테 콘페이토를 내놓는 테치!"
"하하하, 이 애는 농담을 잘하는구나."
"테치ㅡ, 운치 나온 테치ㅡ, 잔뜩 나온 테치ㅡ."
"으하하하하하, 들었어? 배도 엉덩이도 없는데, 정말이지 유쾌한 아이들이야.
이제 너도 쓸쓸하지 않겠지?"
실장석의 의식은 또렷했다.
한때 주인이라고 부르던 인간의 목소리는 귀에 닿고 있었다.
그 얼굴도 뚜렷이 눈에 비치고 있었다.
단지 그것들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게 되었다.
있는 것은 앞으로 채워지지 않을 공복뿐이다.
죽음을 바라는 것은 변함없었다.
그것을 호소하는 일도 이제 없다.
자실장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억지로 버렸다.
"슬슬 너의 아이를 원해."
어느 날, 남자는 실장석에게 그렇게 말을 걸었다.
"물론 내 정액을 쓸 거야.
마라실장은 물론이고 꽃일지라도 너에게 닿는 것은 허락 안 해.
서로 사랑하는 우리잖아. 분명 예쁜 흑발 아이가 태어나겠지.
함께 노력하자."
눈앞에서 희롱당하는 목 없는 몸을, 실장석은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가 허리를 깊게 가라앉히고 엉덩이를 떨자 실장석의 두 눈은 녹색으로 물든다.
날이 지나가며 그 눈이 붉게 착색된다.
"자, 봐. 우리의 아기야."
신기하다는 눈으로 어미의 얼굴을 바라보는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자실장.
그 두건에서 흘러나온 것은 밤색의 풍성한 머리 다발.
"그런데 불량이네. 다음엔 더 노력하자."
남자는 갓 태어난 자실장을 남김없이 으스러뜨렸다.
적과 녹이 뒤섞인 육즙의 비말이 실장석의 얼굴에 얼룩을 그렸다.
실장석은 아직 울 수 있는 몸으로 태어난 것을 원망했다.
그리고 한가지 결심을 했다.
이 남자를 사랑하자고.
"그렇게 낙담하지 말아줘. 다음엔 이런 음식물쓰레기가 아닌 흑발을 가진 우리의 사랑의 결정을 내려주실 거야."
남자는 상처 입은 듯한 힘없는 미소로 실장석에게 매달리듯 호소했다.
실장석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던져진 시선에 응한다.
-끝
데뎃! 미친 닝겐인 데스우!
답글삭제직스라니 역겨운 테치! 나가서 죽는 테샤아!
답글삭제그래 바로 이거야!!!
답글삭제직스충은 나가 뒤지는 데샤아앗!!!
답글삭제잘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뜬금 직스 시발
답글삭제정신나간 똥벌레데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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