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 자판기


오늘은 잔업 때문에 늦어졌다.
역을 나와서는 빠른 걸음으로 내 아파트를 향해 간다.

도중에, 노부부가 운영하는 담배가게 옆에 놓여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캔 커피를 한 개 산다.

이 자판기는 꽤 구형으로, 요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소형이다.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고, 상품전시창이 고장났는지 불도 들어와 있지 않다.


근처에 있는 가로등불이 없었으면 버튼의 위치도 알 수 없다.

사실 버튼을 누를 필요는 없다.
100 엔 동전을 넣고 조금 기다리면 알아서 캔커피가 덜컹하고 떨어진다.
이 자판기는 보통은 120 엔에 파는 캔커피를 100 엔에 살 수 있다.

100 엔 동전을 넣고 조금 기다렸다.


... 이상하다. 안나오네. 자판기를 흔들어보자.

털썩.

[테칫]

... 제품투출구를 보니 자실장이 있다.

[텟치, 텟치, 텟치-]

어쩐지 필사적으로 자판기 안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는듯 한데...

[테힛, 테힛, 테하아~]

숨이 차는 모양이다.

[텟!?]

자실장이 이쪽을 눈치챈 모양인지 돌아본다. 눈과 눈이 마주친다.

[테에~]

입가에 손을 대고, 조금 머리를 기울여서 포즈를...

덜컹.

[테뱌!!]

... 잡으려던 순간, 캔커피가 떨어져서, 자실장을 직격한다.

[텟... 텟... 테치...]

자실장의 머리는 예각으로 패이고, 입과 가랑이에서는 적색과 녹색의 점액을 분출하고 있다.

[이! 이런 비위생적인!!]

나도 모르게 소리쳐 버렸다. 자판기 안에서 실장석이 번식하고 있는거냐!?
이 자판기는 담배가게에서 관리하고 있다.
불평하려고 해도 가게는 닫혀 있는데다가, 시간이 늦었다.

찰칵

일단, 제품투출구 안에서 캔커피에 깔려 있는 자실장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
다행히 내일은 휴일이다. 날이 밝으면 다시 나와보자...

[오로로~옹, 오로로~옹]

다음날. 담배가게에 가니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저...]

가게를 지키고 있는 담배가게 할머니에게 말을 거니, 가게 안에서 성체실장이 울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팔에는 신문지로 싼 뭔가를 안아들고 있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어젯밤 일로 불평할 생각이었지만, 호기심 쪽이 우선이다.
듣자하니, 이런 사정이었던 모양이다.

안에서 울고 있는 것은 친실장으로, 얼마 전에 자를 데리고 헤메고 있었던 모양이다.
제법 똑똑해서, 지금은 노부부의 사육실장이나 마찬가지라는듯.

그 자판기는 꽤 오래 전에 망가졌고, 처분하는 데에도 돈이 들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었는데 친실장이 조금이라도 노부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는지, 자동판매기 안에 들어가서 일하겠다고 말을 꺼낸 모양이다.

그런 연유로, 폐점 후, 친실장은 하룻밤 분량의 캔커피를 가지고 자판기 안에 들어가서 다음날 아침에 꺼내지는 생활을 계속 했던 모양이다.
평소에는 혼자서 들어가곤 했는데, 일을 가르쳐 주려 한 모양인지 어젯밤엔 자실장을 데리고 들어간 듯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자판기에서 친실장을 꺼내 주니

[어느 사이엔가 자실장이 없어졌다, 밤새도록 자실장이 괴로워하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하면서 울먹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뒤에 자실장은 금새 발견되었다.
그러나 발견된 곳은 자판기의 제품투출기 안의 캔커피 아래, 반쯤 뭉개져 빈사상태였다.

그리고 방금 전 친실장의 바램도 헛되게 자실장은 죽고 말았다고 한다.

[캔이랑 헛갈려서 자를 떨어뜨릴 줄이야, 똑똑하다고 해봐야 결국은 실장석이네] 라는 할머니는 반쯤은 동정하면서도 반쯤은 질린 모양이다.

... 어젯밤 일로 불평하러 왔는데 그만두기로 했다.
100엔은 자실장의 부의금이라 생각하고 포기하자...


 -끝

댓글 4개:

  1. 멍청한 주제에 깝치니까 저렇게 되지 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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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위생 좆되네
    식품위생법 위반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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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첨하려 한 순간부터 분충인 데스. 그냥 분충성 발현해서 더 민폐 끼치지 않고 죽는게 나았을지도 모르는 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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