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탕탕]


갑자기 울리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
창을 보니 구더기를 안고 있는 엄지실장이 방충망의 프레임을 한손으로 두둘기고 있다.

[테치-♪ 테츄테치테치]
[레후레후레후]

실장석이 상당히 자주 오기 때문에, 미리 창문 옆에 매달아둔 링갈이 번역한다.

[닌겐씨 닌겐씨♪ 구더기쨩이 더워하니까 조금 시원하게 해주는테츄]
[더운레후~]

알게뭐냐.
나는 별 생각 없이, 두 마리를 쥐고 마당으로 나가 한여름의 태양빛에 충분히 뜨거워진 쇠로 된 배수구 뚜껑 위에 위에 올려 놓았다.

치익------

구더기가 우선 맨 먼저 구워진다,
꿈틀대면서 [레히~레히~] 하고 힘없이 소리를 낸다, 아니 정확히는 소리를 냈었다.
조그만 구더기는 빨리도 옷에 불이 붙어, 통구이가 되어 배수구 뚜껑에 코딱지처럼 달라붙어 있다.

구더기가 승천할 때 쯤, 옆에서는 [텟, 텟] 하고 소리를 내면서,
가능한한 뚜껑을 밟지 않도록 재주좋게 좌우교대로 재빠르게 발을 들어 올리며
뚜껑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엄지실장.
그러나 엿장수 맘대로는 안되지.

쓰레기를 주울 때 쓰는 집게로 도망가려하는 엄지실장을 잡아서, 얼굴을 뚜껑에 눌러붙여준다.

[테챠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

치익-------

그러자 20초 정도 배수구 뚜껑에 지져진 실장의 얼굴 옆에서 뭐라 말할 수 없는 냄새를 품은 연기가 올라온다.
소리지를 기운도 없어진건지 정신을 잃은 건지, 엄지실장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이제 됐겠지.

집게를 풀어주었지만, 배수구 뚜껑에 얼굴이 지져서서 붙어버린 탓에 엄지실장은 도망가지 못하고 있다.
얼굴은 달라붙어 있지만, 붙일 때 수직으로 눌러서 그런지 탓인지 몸이 물구나무선 자세로 거꾸로 꽂혀 있다.
왠지 웃기는 자세가 되어 있다.

잠시 보고 있자니 힘이 없는 엄지실장이라 그런지, 점점 다리가 내려와 브릿지 자세가 되어서 다시 치익--
힘이 빠져 늘어진 다리가 뚜껑에 닿아서 지져진다.

다리가 타는 바람에 엄지실장은 정신을 차리고, 손발을 버둥대지만 버둥댈 때마다 손발이 뚜껑에 닿아서, 구워진다.

[쥬아아아아아아아쥬아아아아아아아!!!!!]

잠시동안 이 기묘한 것을 보고 있었지만, 밖이라 더운 탓에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뚜껑에 눌러붙은 엄지는 내버려 둘까 하다가, 하는 김에.

몸통을 잡고, 얼굴이 눌러 붙은 걸 사정없이 잡아 당겼다.
[쥿]하고 짧은 소리를 내는 실장.

그 얼굴은 무참하게 피부는 완전히 벗겨지고, 피는 나고, 차마 볼 수 있는 꼴이 아니었다.
나는 엄지를 풀숲에 던져버리고, 집에 들어갔다.



-끝

댓글 8개:

  1. 성깔이 꼬인 닝겐이 있으면 민폐를 받는 데스...힘없는 와타시타치는 생명까지 잃는데스..사회의 불행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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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기요... 딴지거는건 아닌데요;; '힘없이 소리를 낸다, 아니 정확히는 소리를 냈었다' 이게 대체 무슨 표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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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건방지게 명령질을 하는 분충에게는 빠른 죽음도 과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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