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소화(慈葬花)

화창한 오후, 나는 왠지 모르게 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별다른 용무가 있던 것은 아니다.
근처 공원도 이제 단풍에 물들기 시작하여 산책을 겸해 사진이라도 찍어보려고 했던 것이다.

다만 공원에는 항상 있는 해수.
실장석이 여기저기 있어서 그것이 사진에 찍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마리 짓밟으면 제멋대로 달아날 것이다.



하지만 공원을 찾은 내 앞에는 생각도 못 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실장석이 없다.

최근 대규모 구제가 있었나?
그렇게 고개를 갸웃하며 분수 쪽을 들여다봤지만 역시 한 마리도 없다.

공원에 발을 들이고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길을 걷는다.
무척 시원한 날씨에 데스데스 시끄러운 실장석이 없는 공원은,
그 외에도 산책하러 온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문득 화단에 심어진 가을 화초에 시선을 빼앗겼을 때.

"......데에......"

불쾌한 울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역시 있었나 하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데에......데스아......"


그 소리는 아무래도 화단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소리는 성체의 것 같은데 역시 자실장과 달리 눈에 띄어야 할 것이다.
화단에 다가가 풀숲을 살짝 헤치고 보니,
들여다본 내 눈에 믿을 수 없는 것이 비쳤다.

"...데, 데스우...(구해주는 데스우... 몸이 움직이지 않는 데스우...)"

화단 흙에 깊숙이 몸이 박혀, 플라스틱 고리 같은 구속구로 바닥에 구속된 실장석.
그것도 화단 하나에 수십 마리나 있다.
성체부터 자실장, 엄지도 있지만 이미 죽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하나같이 사타구니에 꽃 뿌리가 흙과 함께 단단히 박혀있었다.

"뎃! 데스뎃스데스우우!(닝겐! 귀여운 와타시를 구하는 데스! 지금이면 고귀한 와타시의 몸을 마음대로 하는 것도 허락해주는 뎃승!)"

나를 본 것인지 눈이 있던 실장석이 외쳤다.
그것을 깨달았는지 주위에 있는 놈들도 데스데스 떠들기 시작한다.

으윽, 싫은 광경을 보고 말았다...

잘 보니 화단 옆에 '실장 에코 화단'이라고 적힌 팻말이 놓여있고,
꽃을 뽑거나 실장석을 구해주지 말라고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아ㅡ 또 떠드는 거냐! 이 분충들!"

소란스러운 것을 알아차렸는지 관리인이 한 손에 빗자루를 들고 다가왔다.
그리고 나에게 실례한다며 고개를 숙이고는, 한 마리의 사타구니에서 거세게 꽃을 뽑았다.

"데갸아아아아!?"

크게 소리를 지르고는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성체.
뽑아낸 꽃 뿌리에, 휘감기듯이 위석이 엉켜서 달라붙어 있었다.

뽑은 충격으로 붙어있던 뿌리가 위석에 균열을 만들어 부서져 버린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던 다른 실장석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제 몸 안에 묻힌 꽃이 어떤 것인지 깨달은 것이다.

관리인은 조용해진 것을 확인하고 죽은 실장석의 사타구니에
뽑았던 꽃을 다시 쑥 되돌리고는 떠났다.

공원의 들실장이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화단의 비료가 되었나...

그렇다면, 카메라를 꺼낸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화단을 본다.
저것이 찍히지 않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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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소화
실장석에 기생, 봄부터 가을에 걸쳐 길게 꽃을 피우는 황색 또는 연녹색의 꽃.
사타구니에 종자가 들어가면 실장석의 양 눈이 녹색이 되지만 임신은 하지 않고,
몸속이 뿌리로 채워진 뒤 총배설구에서 싹이 나 꽃이 핀다.
뿌리는 위석에 파고들어서, 기생된 실장석은 점점 약해지고 서서히 쇠약사를 맞이한다.
최근은 인위적으로 기생시켜 구제하는 지자체도 있는 듯하다.

-끝

 이 짤이 붙어있긴 한데 스크립트 내용과는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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