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의 실장석

베란다에서 빨래를 걷다보니, 이상한 냄새가 났다.

가까워…? 라기보다, 맞은편의 목조주택이 소란스럽다.

불이다!

여기에서도 보이기 시작하는 불꽃에, 나는 서둘러서 전화기를 쥐었다.

119에 전화를 거는 내 발치에, 사육실장인 고게미도로가 베란다로 굴러나왔다.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뭔가를 느낀것일까.

눈 앞의 불은 점점 커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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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현장의 실장석】



언제나와 같은 저녁무렵일 터였을 것이다.
사육실장 그린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있었다.

주인님… 좀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그래도 상냥한 주인님이 필사적인 표정으로 물을 나르고있다.
주인님의 마마상은… 주저앉아서 움직이지 않는다.
알고있는 닝겐상… 이웃집이라고 하던가…이 몇명이나 집 안에 들어오고, 주인님의 파파상과 집 안의 물건을 들어내가고있다.

「그린! 너도 빨리 아이들 데리고 도망쳐!」

주인님이 소리를 질러서 멍하니 있었던 것을 알아챈다.
그렇지, 아이들은 어디에!?

그린에게는 두 마리의 아이가 있다. 자실장과 엄지가 한 마리 씩.
귀를 기울여보니 집 안, 부엌쪽에서 테치테치 테에테에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린은 짧은 다리로 달려갔다.


본적도 없는 커다란 불꽃.
거기에 두 마리는 넋을 잃고 보고있다.
밝고, 예쁘고, 포근포근해보이는.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은, 불의 위험을 알지 못한다.
주위의 소란스러움도, 두 마리에게는 정체를 알수없는 두근거림을 주고있을 뿐이다.

「대단한테치…」
「예쁜테츄 뭔가 시작된테츄?」
「분명히 파티인테치 음식이 잔뜩 나오는테치」
「기대되는테츄ー」

그런 두 마리 옆으로 소화기를 든 남자가 나타났다.
핀을 뽑고 노즐을 불로 향한다.
초기진화의 단계는 이미 지나갔지만,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남자는 레버를 잡는다.
분사되는 하얀 끈적한 거품.

「설탕인테치!」
「우유인테츄!」

무지한 두마리는 노즐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린이 부엌에 도착하는 순간, 그것은 마침 아이들이 노즐의 분사력을 받아서

「테챠아아아아아아!!」
「테치이이이이이이!!」

하면서 불꽃 쪽으로 날려져버리던 그 때였다.
지방질의 덩어리 두개를 불꽃이 크게 환영했다. 순식간에 그 몸에 빨간 혀가 핥아나간다.

「보기야아아아아아아!!」
「게히야아아아아아아!!」

장렬한 비명을 지르면서 크고 작은 불꽃인형이 미친듯이 춤춘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그린은 망설임없이 불꽃 안으로 뛰어들었다.


불꽃인형이 세 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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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 아래에는 실장석의 친자가 있다.
여기의 어미는 현명했다. 집주인에게 자신들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도록 화장실과 먹이찾기는 옆의 공터에서 숨어서 할 정도로 주의깊었다.
특히 그린이라고 불리는 사육실장에 주의를 기울였다. 발견된다면 그냥은 넘어가지 못할테니까.
그렇기에 다소의 소란이 일어나도, 부주의하게 뛰쳐나간다거나 하지않았다.
여름이 가까워온 밖의 열기에 비해서, 툇마루 아래가 명백하게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는 요인도 친실장이 밖의 상황을 살피러 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불안한 얼굴로 자실장이 말한다.
「마마… 밖이 시끄러운테치」

친실장이 느긋하게 대답한다.
「와타시들에게는 관계없는 일인데스」

또 한 마리의 자실장이 약간 상기된 얼굴로 말한다.
「그래도… 왠지 뜨겁게 느껴지는테치」

열기를 느끼면서도 친실장이 대답한다.
「여기보다 밖이 훨씬 뜨거워서 살기 어려운데스」

땀을 흘리면서 저실장이 외친다.
「이젠 틀린레후 우지쨩 바짝바짝인레후…」

약간 몽롱해하면서도 친실장이 중얼거린다.
「밖이 조용해지면 물을 길어오는데스. 참는데스」

그러다가 화상자국이 생기기 시작한 자실장이 절규한다.
「우, 우지쨩이 증기구이가 되어버린테치이이이!!」


「무, 무슨일인데스으으으으!?」
두건 끝에 불이 붙은 어미도, 무언가 때가 늦어버렸다는 것을 드디어 느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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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자는 먹이가 풍족하지 않았다. 먹이는 풍족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풍족하게 6마리나 있었다.
하지만 먹이가 풍족하지 않은 실장석이기에, 결국은 탁아에 기대게 되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편의점을 향하여 이동하던 중, 사람이 잔뜩 모여있는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물건을 사고 돌아가는 중이었는지, 비닐봉지를 늘어뜨린 닝겐의 모습도 여기저기 보인다.

「기회인데스 여기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탁아할수 있는데스」

즉시 한 아이를 들어올리는 친실장.
자실장은 수퍼마켓봉지의 가장자리를 향해 날아간다.

「테에에……에에에에에에에아아아아아아아!!!」

철푸덕

인구밀도가 너무 높았기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튕겨나가서 지면의 얼룩이 되었다.

「시, 실패인데스. 여기는 닝겐이 너무 빼곡한데스. 좀 더 던지기 쉬운 곳으로 가는데스」

눈 앞에서 순식간에 소모되어버린 언니의 모습에 벙 쪄있던 자실장들도, 어미의 근거없는 자신감에 감화되어 다시 일어선다.

「제대로 따라오는데스!!」

친자는 무모하게도 인간의 밀림 안으로 돌격했다.



「드디어 빠져나온데스… 다들 제대로 따라온데스?」
사람이 없어진 밝은 장소… 저녁인것 치고는 약간 밝지않은가?…에 도달한 어미의 뒤에는 당연히 한마리도 아이가 따라오지 못했다.

「데에에!?」

발의 숲 안쪽에서 「테에에에엥…」이라든가 「마마ーー!!」라든가 하는 조난당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 모두 정신차리는데스! 진정하고 마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이동하는데스우!」
「테, 테치ー!!」「테에… 알겠는테치이!!」「마마ーー!!」

간신히 아이들과 의사소통에 성공했다.
그런 친실장의 머리위로 스피커의 소리가 지나간다.

『구 급 차 량 이 지 나 갑 니 다 길 을 터 주 십 시 오ー』

그것은 악마의 주문이었다.
그때까지 울창했지만 조용하던 고기기둥이, 각자 황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한것이다.
무수한 발 안쪽에서

「테게챠! 발이, 발이 밟힌베후!」
「구보아! 데! 게보하!」
「마, 마마, 눈이 보이지않는테치, 손씨가 어디로 가버린테치이ーー!!」
「살려, 게부, 살려, 보봣, 살, 게, 다지…」

마치 지옥처럼 아이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데, 데에에에에에!!」

친실장으로 말하자면, 큰 소리와 눈 앞의 광경에 힘이 빠져 움직이지 못한다.
신발소리에 묻혀서 아이들의 단말마도 작게 흐려졌다.

사람의 숲이 이동한 후, 거기에는 자기 자식이었던 다진고기 넷과 함께, 기적적으로 혼자 무사한 막내가 부들부들 떨면서 남겨져있다.

「테, 테에에에에에…」
「무사했던데스!? 빨리 여기에서 도망치는데스!」

어미는 순간적으로 막내쪽으로 달려가서, 무서운 인간의 숲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지도록 달리려고 했다.
사람의 움직임과는 반대방향인, 비어있는 장소 쪽으로…

거기에 시뻘건 구급차량이 미끄러져들어왔다.

지면에 얼룩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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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자는 대가족이었다.
친실장에 독립이 가까운 자실장이 두마리, 그보다는 작은 자실장이 다섯마리에 자실장에 안겨있는 저실장이 한마리.
약간 멀리 나와 상점가의 쓰레기를 뒤져서 오랫만에 배부르게 먹고, 공원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던 때였다.
사람이 이상하게 많은 거리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길옆으로 걸어가는 일행.
그런 일행 위에 이상하게 무거운 천으로 된 끈이 떨어졌다.

「데데!?」
「챠아아아아아!!」

운 나쁘게도, 작은 자실장 중 한마리가 그 끈에 깔려버렸다.
지면과 끈에 끼어버린 하반신.

「마마, 오네쨩, 발씨가, 발씨가 아픈테치이이이!!」
「다, 당황하면 안되는데스! 금방 구해주는데스!」

대가족답게 일가의 결속은 굳다.
아무말도 안했는데도, 끈을 치우기 위해 달려드는 친실장과 언니 두 마리.
여동생을 끌어내려고 하는 소형실장 네 마리.

「힘내는레후ー」

우지쨩은, 뭐, 계산밖이다.

하지만 몇겹이나 겹쳐진 끈은 무겁다.
게다가 마찰이 적은 실장의 손으로는 끌어당기기도 어렵다.
생각을 하던 친실장은, 자신의 몸에 끈을 감아서 당기려고 했다.
어미의 생각을 보더니 금방 알아채고 흉내내기 시작하는 언니 두 마리.

약간씩 끈이 움직이고, 자실장의 몸을 끌어내기 시작하던 그 때

소방호스… 즉 끈이었던 것에 물이 주입되었다.

「부벳」

무게가 늘어난 호스에 깔려있던 자실장은 순식간에 짜부러졌다.
게다가 수압으로 날뛰기 시작하는 호스에, 도와주려고 하고있던 네 마리의 소형실장도 말려들어서

「데베부!」「다보아!」「구보베!」「도푸피!」

각각 강타당해서 치명상을 입었다.
네 마리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몸에 호스를 감고있던 어미와 언니들은

「데게브보아게로로로로로로로로로!!」「아가가가가각데베베베베베베!!」

갑자기 팽창하는 호스에 졸려져서 관절이 부서지고 기관이 압박되어

「호, 호흡이, 숨을 쉴수 없, 데, 데흐」
「등이이이이이이이, 찢, 부러지, 아가가가!」
「고부아, 풀어버, 나, 테챠, 베비걋」

뿌득뿌득뿌득 뿌드득 뿌직뿌직뿌직

결국은 토막토막으로 찢어져서 산산이 날아가버렸다.
날려진 파츠 중에서, 친실장의 머리가 빙글빙글 날아가더니

「레」   뿌직

한순간에 가족이 전멸한 것을 이해하지 못한 우지쨩을 깔아뭉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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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에들, 밖은 위험한것 뿐인데스요?」

현명한 친실장은 눈 앞의 엄지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여기는 확실히 어둡고 좁은데스. 그래도 투정부리지않으면 밥도 잔뜩 있고, 무엇보다도 무서운 새와 고양이, 닝겐이 없는데스.
 바로 근처에 물도 있고, 여차하면 어디에라도 도망칠수 있는데스」

엄지들은 텟치텟치하며 끄덕인다. 몇번째인지 알수없는 마마의 가르침.
과거에 반론하던 자매는 순식간에 솎아내어졌다. 엄지라도 학습 정도는 하는 것이다.

「주의해야하는 것은 비인데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여기는 위험하니까 약간 높이 있는 파이프 안으로 이동하는데스」
「비 오는건 어떻게 알수있는테치?」
「우선은 냄새인데스. 비가 내리면 냄새가 나는데스. 다음으로는 소리인데스. 비가 대리면 소리가 나는데스.
 마지막으로는 물의 흐름인데스. 비가 내리면 약간씩 물이 불어나는데스」

친실장은 하수관 안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세심하게 가르쳐간다.

「오마에들, 알겠는데스까?」
「네 마마, 알겠ㄴ」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하수관을 채운 급류가
한순간에 친실장의 눈 앞에서 아이들을 휩쓸어 본류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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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에서의 살수로 화재는 무사히 진화된 모양이다.
몇번이나 베란다를 훓고 지나가던 붉은 사이렌 램프도 꺼졌다.

「끝났나보다. 슬슬 들어가자, 고게미도로」

발 치의 사육실장을 바라보니, 그녀석은 사타구니에서 머리만 있는 기형 우지쨩을 잔뜩 낳아놓고는 기절해있었다.






덧붙이자면, 그 날의 저녁뉴스에 화재의 이야기도 나왔다.
「이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없었습니다」라고.


다행이네 다행이야.


-끝

댓글 3개:

  1. 화재라는 하나의 사건을 여러 실장의 모습으로 다각적으로 펼쳐낸 훌륭한 스크인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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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ㅋㅋㅋㅋㅋ 사육실장 빨간빛 때문에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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