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리가 없는 말

기분좋은 맑은 5월의 바람이 불어가는 그런 날의 일이었다.

사육주에 안겨 공원을 향해가는 한 마리의 자실장.

이 자실장의 이름은 미미라고 한다.

테치테치 소리를 내면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바쁘게 얼굴을 좌우로 흔들고있다. 아무래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무엇이 기쁜지, 보는것도 듣는것도 모두 흥미를 가지고 그때마다 바쁘게 얼굴을 움직이고있다.


문득, 사육주와 눈을 마주친다. 그러자 테테치치 하며 다시금 목소리를 높인다.

행복이란 이런 것을 가리킨다고 상상할 수 있는, 따뜻한 광경이 거기에 있었다.



3주 정도 전의 일이었다.

너덜너덜한 모습이 되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라는 느낌인 들실장이 사육주의 집 문을 두드렸다.

무슨일인가 하여 현관을 연 그 사육주에게, 들실장은 이판사판으로 탁아를 행한 것이다.

그 목숨이 다할때까지 몇 번이고 부탁을 계속한 들실장.

무시당해도, 욕을 먹어도, 부탁을 멈추지 않았던 모양이다.

수 시간후, 사육주는 엎드려 절한 자세 그대로 숨을 거둔 들실장의 사체를 발견했다.

그것을 보자, 사육주의 가슴속에 무언가가 오고갔다.



시체 가까이에서 조용히 울고있던 자실장을 무의식적으로 부드럽게 안아든 사육주.

아직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그 자실장의 머리에 검지손가락을 얹고, 말없이 쓰다듬어준다.

목숨과 맞바꾸어 자실장을 맡긴 이름도 없는 들실장석의 부탁을, 이 사육주는 받아들이 것이었다.



차가 오지않는 안전한 공원에 도착하자, 기운차게 달려나가는 미미.

이 공원에 오는 것은 이번으로 5번째.

평소에 좁은 실내에 갇혀지내고있는 미미는,

이 무한히 펼쳐진것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녹색 잔디위에서 원없이 달린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휴식을 취하기 위해 벤치로 이동하는 사육주와 미미.

사온 음료수를 받고 기쁜듯이, 테치이-하고 짖는다.

그러자 거기에 미미의 친구인 도리가 사육주인 인간과 함께 다가온다.

만나는 것과 동시에 테챠테챠 수다를 떠는 자실장들.

일견 즐거운듯이 수다를 떨고있는 미미.

하지만 실제로는, 미미의 가슴속은 요동치고있었다.

미미의 눈에 비치는 것, 그것은 도리의 모습.



도리의 입에서 풍기는 달콤한 초콜릿의 향기, 그 몸은 행복을 채워넣은것처럼 폭이 넓은 체형

그 몸을 감싸고있는 것은 프릴이 붙은 귀여운 옷.

향수를 뿌리고있는지 희미하게 풍기는 바닐라향.

그리고 그 목에는, 작지만 진짜 에메랄드가 박혀있는 목걸이를 하고있다.

그에 비하면, 무척 초라한 모습을 하고있는 자신.

옷은 평범한 들실장과 같은 것, 풍기는 것은 값싼 비누의 향기

그리고 목걸이는 인조가죽으로 만든 싸구려물건.

도리와 만날때마다, 비참한 기분에 미미는 빠졌다.

그와 동시에 어떤 의구심이 어느샌가 솟아난다.

그것은 〝주인님은 나를 대충 다루고있는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

정말로 사랑해서 소중히 다룬다면,

귀여운 옷과 예쁜 목걸이를 주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 바닥에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공원에서 돌아오는 길.

사육주에 안겨서 언제나 지나가는 펫숍의 앞을 질러가는 미미.



그런 미미의 눈에 비치는 것은, 쇼윈도에 늘어선 최신 실장복.

그것을 볼 때마다, 이번에야말로 이 가게에 들어가서 그 옷을 입혀주는게 아닌가 하고 미미는 은근히 기대하고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냥 지나쳐갈 모양이다.

견디지 못한 미미는 사육주의 팔에서 몸부림치면서, 그 구속을 풀어내려고 행동을 벌였다.

화장실이나 그런건가 하고 생각한 사육주는, 미미를 지면에 내려놓아버린다.

(와타시도 도리쨩처럼 예쁜 옷 입고싶은테치이이！)

그런 생각으로 펫숍에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미미.

하지만 가게를 한 발짝 앞둔 곳에서 사육주에게 잡혀버린다.

놓으라고 하는걸까？

테챠아아아아아테챠아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는 미미.

앞으로 그저 몇 발짝이면 가게 안에 들어갔을텐데 사육주에게 잡혀버렸다.

와타치는 행복해지고싶을 뿐인데・・・　어째서 그런 작은 소망도 이루어지지 않는거야？

슬픔에 찬 미미의 마음이 내는 비통한 절규가, 노을빛 마을에 울려퍼졌다.



집에 돌아오고 얼마간 시간이 지났지만, 미미의 기분은 풀어지지 않았다.

저녁밥으로 나온 실장푸드를 사육주에게 던지며 불만을 어필하기를 반복한다.

발을 구르고, 괴성을 지르며 사육주에게 대든다.

왜인테치　왜인테치？

도리쨩은 만날때마다 다른 옷을 입고있는데

어째서인테치, 와타치는 다른 옷을 입지못하는테치？

잔뜩 잔뜩 달콤한 과자를 먹고싶은테치

매일 매일 이런 푸드만 나오는건 무슨일인테치？

눈물을 흘리며, 이빨을 드러내면서 사육주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미미

그런 미미의 발언을 링갈로 확인한 사육주는, 처음으로 체벌을 행했다.



철썩 하는 소리와 동시에, 미미의 목소리가 끊기고 방이 조용해진다.

「적당히 해둬」

미미가 이해할 수 있었던 말은 그것 뿐이었다.

사육주는 어째서 때린것인가, 어째서 옷을 사주지 못하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했지만

그런 것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솟아오르는 확신. 그리고 절망.

이녀석은 마마가 말하던 학대파인것이 아닌가？

소중히 대해준다면 절대로 때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것은 와타치가 미우니까.

이런 꼴로 도리쨩을 만나게 하는 것은 와타치를 웃음거리로 삼아 비웃고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머리속으로 빙빙 돌리는 미미.

완전히 얌전해진 미미를 보고,

사육주는 알아준거라고 멋대로 해석하고는

「때려서 미안하구나…」라면서 닿을 리가 없는 말을 미미에게 걸고있었다.



다음날, 미미는 사육주의 집에서 탈출했다.

장난감으로 주어진 나무블록을 창문에 던져서 유리를 깨고 탈출한 것이다.

그 집에 있어도 비참한 기분이 될 뿐이고, 그런 것은 싫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공원을 향해 걸어간다. 목적은 도리의 사육주를 만나는 것.

자신을 쓰다듬어주고, 가끔은 과자를 주는 그 인간이라면

와타치를 키워줄게 분명하다고, 무척이나 자실장다운 계산으로 공원을 향했다.



자실장의 시기에 사온 옷을 입힌다.

일견 귀여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무척 어리석은 행위이다.

상처에는 강한 실장석이지만, 병에는 약하다.

녹색의 실장복은 통기성과 보온성이 뛰어나고, 체온을 이상적인 온도로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병에 걸리기 어렵게 된다.

성체라면 몰라도 자실장의 시기에 사온 옷을 입히면 체온조절이 어려워지고 약간의 기온변화로도 몸상태가 나빠질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눈에 띄지않도록 일부러 고른 목걸이.

만에 하나, 뛰쳐나갔다가 미아가 되었을때를 생각하여, 사육주는 들실장들을 괜히 자극하지 않는 색의 목걸이를 골랐다.

도리가 걸고있는 목걸이라면 순식간에 집단폭행의 표적이 되어버릴 것이다.

적당히 마른 체구.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먹이면, 실장석은 순식간에 비만이 된다.

비만이 되면 오래 살지 못한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식사의 조절과 운동이 필요하다.



단 것을 일상적으로 준다든가 하는것도 그러한 사정이 있다.

실장석을 갈아입히기 인형처럼 다루는 사육주가 많은 와중에,

미미의 사육주는 잘 해온것과 동시에, 미미에게 깊은 애정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판 초보가, 미미를 훌륭하게 키워낸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육성방법을 공부한 것이다.

하지만 그 애정은 미미에게 와닿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실장석이 바라는 행복과 사육주가 주는 행복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것이다.

잘되라고 사육주가 베푼 조치가, 미미에게는 학대로 받아들여져버린 것이다.

이것은 단추를 잘못끼운것 뿐으로 벌어진 일. 그정도의 일인 것이다.



창을 깬 미미가, 만면의 미소를 띄우며 들실장들이 우글우글 서식하고있는 공원으로 걸어간다.

오늘은 평일, 아무리 기다려도 도리의 사육주는 공원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미미는 모른다.

그리고 사육주가 귀가할 때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았다.

하지만 이 순간만이지만, 미미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분명한 행복을 느끼고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