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종

섣달 그믐날. 누구나 떠나가는 한 해를 털어내고, 새로운 해를 맞는 시간대

연립주택의 한 방에는 코타츠에서 얼굴만 내밀고 주절거리고있는 실장석이 있다

『데즈아아! 추운데즈우! 더 따뜻하게 하는데즈아!』

『여기에서 움직이고싶지 않은데스! 와타시 앞에 밥을 가져오는데스! 데에! 이 밥은 지겨운데스!!』


그녀는 크리스마스 저녁에, 세간의 떠들썩함을 견디지 못한 고독한 청년이 「스스로에의 선물」로 노점에서 구입한, 팔다 남은 실장석이다. 계절상품인데다 팔다 남은 것이기에 성격은 안좋고 훈육도 되어있지않다

「너말야……나날이 억지가 심해지는구나」

『그런거 아닌데즈아! 아름다운 와타시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있는것 뿐인데……』





고옹ー……고옹ー……고옹ー……고옹ー……



그녀가 한층 더 떠들어대려고 하던 무렵, 밤의 정적을 찢는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데……데……데……왠지 기분나쁜데스……어떻게……좀……하는……데……』

「이봐, 괜찮냐? 알았어, 난로 켜줄테니까, 정월에 쓰려고 남겨둔 대게 통조림도 줄게」

『데……데……피, 필요없는데스. 밖이랑 비교하면 바람도 없고 따뜻한데스』

「뭐?」 『데엣!? 이 밥 맛있는데스〜. 이런 밥을 먹을수 있다니 행복한데스우』

제야의 종. 한 번 칠때마다 108개나 있다는 번뇌를 털어낸다는 정화의 종이다

그 힘은 번뇌의 덩어리인 실장석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주인사마, 가게에서 떨고있던 와타시를 사주어서 감사한데스』

「음? 아아, 그런거갖고 감사라니……아, 그렇지! 무릎담요가 있었지」

그렇게 말하고는 벽장 안을 뒤지는 청년. 제야의 종은 계속해서 울리고있다



고옹ー……고옹ー……고옹ー……고옹ー……



「있네, 있어. 이걸 줄게. 얼마간은 따뜻해질거야」

뒤돌아보는 청년. 하지만 거기에 실장석의 모습은 없고, 그녀가 입고있던 실장복만이 비어버린 허물처럼 남아있다

제야의 종. 그것은 번뇌를 쳐서 날리는 정화의 종



-끝

댓글 1개:

  1. 존재자체가 번뇌라 108번 치자마자 해탈한건가... 똥벌레주제에 해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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