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찜


훌륭한 요리는 오감을 만족시킨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특히 청각을 주제로 이야기 하고 싶다.

어떤 온천의 향토 요리로「지옥 찜」이라는 것이 있다.

원하는 재료를 찜통에 거의 100 ℃ 가까운 온천의 증기로 찐다.
단순하지만 야생의 맛이 풍부하고 맛있다.


완성된 강렬한 색채를 상상하며 찜통에 재료를 넣어간다.
새우와 꽃게의 빨강.
브로콜리의 녹색, 옥수수의 노랑.
목이버섯의 검정, 팽이 버섯의 하양.
그 틈에 살아있는 실장석을 배치한다.




신선한 식용 실장석은 촉촉하고 연하고, 백색의 투명한 아름다운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 안쪽으로 희미하면서도 우아한 연분홍색 근육이 싱싱한 생명력을 조용히 품은 채.
가열 후 외부도 내부도 경치가 변해가며 불타는 열정의 빨간 색으로 물든다.

이로 살짝 씹으면 얇은 피부가 살짝 저항하지만 이윽고 즙이 터져나오며 기분좋은 식감을 얻을 수 있다.
씹는 때마다 긴장되어 쫄깃한 근육섬유가 서서히 풀려 응축된 맛을 입안에 풀어놓는다.
실장석은 실로 매력적인 식재료이다.

그런데 식용 실장석의 가장 큰 묘미는 실장석이 발하는 울음 소리가 아닐까.

분명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받기 어려운 특이한 감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이것은 가학적이며 카니발리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러나 그것과는 다른 더 보편적인 무언가라고 나는 확신한다.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만, 굳이 말한다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행위야말로
생명을 빼앗는 유열과 전율 그 자체라는 생각이다.

그들 대부분은 본능에 의해, 혹은 다른 후천적 작용에 의해
자신의 운명을 슬플만큼 정확하게 예감하고 있다.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애원하고 영혼을 갉아대는 통곡을 날리고
최후에 높고 맑은 파킨- 소리를 짧게 울리며 끝난다.

벽돌로 된 찜 가마에 찜통을 넣고 가마 입구를 두꺼운 나무 뚜껑으로 덮어 버리면,
불행히도 실장석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또한 100 ℃의 증기에 거의 곧바로 명이 끊어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뚜껑을 약간 어긋나게 열어 틈새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야 가마 내부의 온도도 압력도 오르지 않아 가열이 부족해진다.
수고롭지만, 다른 재료는 미리 찜을 쪄둔다.
실장석은 생식이 가능한 고급 제품을 사용한다.

뜨거운 증기가 가득한 무쇠솥의 바닥.
올려다 본 천장의 아주 작은 틈 너머 구름조각을 향해 실장석은 열심히 외친다.
나는 가마 곁에서 눈을 감고 숨을 죽인 채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어딘가 저 멀리 솔개 울음소리,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슈슈 피어오르는 증기의 솟구치는 소리를 헤치고 겹겹이 실장석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그들을 하나 하나 정성껏 골라가며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요리의 완성이 아쉬워질 정도로, 참으로 설레이는 소리다.


-끝




어이쿠 전골용 주머니에 지옥찜 제목이 붙어있었음.
옮기는 과정에서 누락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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