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생각해서

사육실장 미미는 고민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번민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고민이었다.

출입이 자유로운 케이지 안에서, 미미의 사육주조차 개입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공간 안에서,

데스ー하고 작은 한숨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미미는 엄선된 모집단에서 선발되어, 인간에게 애완용으로 만들어진 애완실장이었다.


자신의 의지따위는 한참 전에 그 어두컴컴한 훈육실에서 깎여나가버린 그런 실장석이었다.

미미는 자실장시절에 몸과 마음에 애완실장이란 무엇인가를 새겨박아넣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신을 버리는 것. 욕구와 자유, 의사 같은 것은 애완실장에는 필요하지 않은 것.

아무래도 욕구와 자유를 원한다면 들실장이 될수밖에 없다.

안전과 먹이를 제공받는 대신에, 자신들 애완실장이 지켜야하는 절대적인 조건으로 의사의 포기와 복종을 교육받았다.



그것을 지키기만 하면 키워지다가 종국에 버려지거나 학대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무서운 훈육을 자신에게 행하던 브리더가 계속 말해왔다.



결론적으로는 그 브리더가 말한 그대로가 되었다.

자신을 죽이고 사육주에게 맞춘다. 하지만 미미는 그것을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육주의 의사를 따르면, 칭찬받고 귀여움받는다는 사실.

그것에 더하여 미미는 사육주의 기쁨을 자신의 기쁨으로 변환할 수 있는 실장석이기도 했던 것이다.

의사를 포기하고 복종하고있다고 해도, 그것을 모르는데다 알게되는 날도 없으리라.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들실장에서 사육실장으로 전환되는 사례는 많지만, 금방 버려지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육실장이 되면 공주님 비슷하게 된다고 생각하고있는 들실장에게는,

사육실장이 되고나서 인간에게 맞춘다는 개념이 없다.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사육실장이 될리가 없는 것이다.

금방 버려지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위석의 밑바닥부터 사육실장인 미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사육주의 의사를 가벼이 여기고, 자신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행위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의 욕구를 관철한다니.

그런 생각에 미미는 죄악감이라기 보다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품는다.

그런 미미였기 때문에, 지금은 고민하고있다…



다시 한 번 데ー하고 한숨을 쉬자, 미미에게 주어진 잠자리가 바스락거리며 움직인다.

요와 이불의 사이에서 테치ー하고 작게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미미는 오직 한 마리인 사랑하는 자식에게 데ー하고 중얼거리고, 짖으면 안된다고 주의를 준다.

불평하지않고 분부를 지키는 새끼를 안아들고는, 말없이 세게 끌어안는다.



미미는 몰래 새끼를 출산했던 것이다.

물론 사육주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임신했다는 것이 들키는 것을 두려워했기에 임신기간에는 계속 케이지 안에서 나오지 않고, 줄곧 드러누워서 지냈다.



사육주에게 들키지않을까? 하는 스트레스가 영향을 주었는지,

사산하여 태어난 새끼가 많았지만 한 마리만은 멀쩡히 태어난 새끼가 있었다.

미미는 기뻤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증거를 손에 넣었다는 느낌에 무심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런 감동은 자신이 놓인 입장을 떠올림과 동시에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것인가 하는 공포에 질식해버릴것 같았다.

멋대로 임신해서 새끼를 낳는다. 그것은 사육주의 부담을 더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사육주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였다.

이 자실장을 물어죽이면 우환은 없어진다.

하지만 그런 일이 미미에게 가능할리가 없었다.

모성애와 사육실장의 의사를 저울위에 얹고 고민하는 미미.

결론을 내지못한 미미는, 이렇게 자실장의 존재를 숨기면서 오늘까지 지내왔다.

사육주가 없는 낮 등의 시간대에 이렇게 안아주는것밖에 새끼에게 해줄수가 없었다.





태양의 햇살이 눈부신 그런 휴일의 일이었다.

요 1개월간 일이 바빠서 미미에게 어울려주지 못한 사육주가

공원에 놀러가자고 미미에게 권했다.

원래라면 어울려주지 못하면 슬퍼하는 것이 실장석이지만

그러한 행운 덕분에 자실장의 존재를 숨겨왔던 미미.

돌아왔다고 한마디 하고는 집에 들고온 일거리를 처리하기 위해 바로 자기방에 틀어박히는 사육주.

그런 상태였기에 미미가 임신했다는 것은 물론, 자실장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사실은 집에서 나가고싶지 않은 미미였지만, 사육주의 권유에 NO라고는 말하지 못한 채 공원에 가기로 결단한다.

큼지막한 파우치를 가져와서 내용물을 전부 꺼낸 뒤 새끼에게 그 안에 들어가라고 말을 건넨다.

절대로 소리를 내선 안된다고 말을 한 후, 빵빵하게 부푼 파우치를 어께에 걸치는 미미.

혼자 놔두면 무슨일이 생길지 모른다. 호기심으로 집안엘 돌아다니기라도 하면 사육주에게 단박에 자실장의 존재를 알리게된다.

그렇게 생각한 미미는 자실장을 산책하는 데에 데려가기로 한 모양이다.



공원에 도달해서 화장실에 가고싶다고 거짓말을 하여 사육주에게서 떨어져나온 미미.

지시한 대로 한 마디도 말소리를 내지않고 웅크리고 있던 자식을 파우치 안에서 꺼내어 세게 안아준다.

가슴에 와닿는 감정은, 힘없는 자신에 대한 울화.

그냥 사육주에게 새끼가 있다고 말해버릴까…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거절당한다면…

새끼따위는 필요없으니 처분하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말이 나오지 않게된다.

그렇다면, 이 새끼와 함께 들실장이 될까…

불가능하다. 위석의 밑바닥부터 사육실장인 자신으로서는 들실장으로 살아갈 수 없다.

1개월도 지나지않아 친자 함께 굶어죽어버린다.

어떻게하면 이 자식을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까…

미미는 새끼를 안은 채로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계속 생각했다.



그런 미미의 눈에, 오리가족같이 한 줄로 늘어서 공원을 활보하는 들실장 일가의 모습이 비친다.

가장 뒤에 걷고있는 새끼가 넘어져 짖자, 바로 몸을 돌려 부드럽게 어르는 들실장 어미.

그 광경을 보자 부럽다는 감정과 상냥해보이는 실장석이라는 감상을 느끼는 미미.

그때, 어떤 계획이 떠오른다.

자신의 새끼를 꼭 안은채 그 일가의 뒤를 쫓는 미미.

덤불 안에 들어가버린 일가를 놓쳐버릴까 초조함을 느낀 미미였지만

잠시동안 들어가니 그 눈에 골판지하우스가 비친다.

보니까 그 일가가 모아들인 식량을 담아두고, 또다시 먹을것을 모으러 걸어나가는 참이었다.

데ー하고 짖고, 그 일가를 뒤쫓으려고 하던 그 때,

「미미ー 미미ー」하고 자신을 부르는 사육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도통 돌아오지않는 미미를 걱정한 사육주가 찾으러 온 모양이다.



이젠 시간이 없다.

그렇게 판단한 미미는 자신의 새끼를 골판지 안에 넣는다.

불안한듯이 바라보는 새끼에게 데ー스데데ー엣스 하고 말을 거는 미미.



(이제부터는 이 집의 자가 되는데스.

 마마는 오마에의 행복을 비는데스. 오마에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마마는 잊어버리는데스.

 귀엽고 똑똑한 오마에라면 분명히 훌륭하게 양육받을 수 있는데스)

스스로는 자식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고 판단한 미미는, 이름도 모르는 들실장에게 자신의 새끼를 탁아하기로 한 모양이다.



상냥해 보이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자실장을 소중히 여기고있다.

그 들실장 어미라면 자신의 새끼를 훌륭히 키워줄것이다.

그것은 편의점 앞에서 인간에게 자실장을 탁아하는 들실장의 논리 그 자체였다…



테치ー테치ー하고 짖는 자신의 자식. 미련을 끌어안고 그 자리를 등지는 미미.

훌륭히 자라주는데스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찾아온 사육주 쪽으로, 최대한 웃는얼굴을 지으면서 달려갔다.





일주일 후, 데스ー데스ー하는 소리를 내면서 다시 공원을 찾아온 미미.

기뻐서 어쩔수가 없는 것이다.

다시 자신의 새끼를 만날수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싱글벙글하는 얼굴로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어진다.

그렇게 기분좋은 미미가 공원에 도착하고는, 즉시 용변을 보고싶다고 요청하여 사육주에게서 떨어진다.

파우치 안에는 간식시간에 먹지않고 모아둔 별사탕이 들어있다.

이것을 자신의 자식에게, 그리고 키워주는 그 실장일가에게 주려고 한 것이다.



때마침 실장석의 기척이 없는 골판지하우스. 미미는 잠시동안 기다리기로 했다.

그 순간, 치ー치ー 하는 희미한 소리가 났다.

그 목소리에 이끌리는 것처럼 골판지 안을 들여다보자,

구석에서 바스락거리며 움직이는 살색 물체와 눈이 마주친 미미.



그 물체는 미미의 얼굴을 보더니 테치ー테치치치치치치이이이ーーー!! 하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 목소리를 듣자 미미의 등골에 싸늘하게 차가운 것이 달린다.

차림새가 다르다. 그 사랑스러운 자식에게는 풍성한 머리털과 훌륭한 옷이 있을 터이다.



게다가 저 물체에는 사지가 없다…

그리고 오랜 기간 폭행을 받았다고 웅변하는 것처럼 그 얼굴은 심하게 부어올라 2배로 부풀어올라있다.

다시 한 번 잘 확인한다. 역시 외견은 그 자식이 아니다.

하지만 저 짖는 소리와 친자사이에만 있는 인연같은 것이,

그 물체가 자신의 새끼라고 분명하게 전하고있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앗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물체를 가슴에 끌어안고, 하늘을 향해 포효를 지르는 미미.

눈물과 콧물, 침을 흘리며 외치고 또 외친다.



어째서, 무엇때문에, 이렇게 되다니!?



미미의 포효가 잦아듬과 동시에 물체가 소리를 낸다.



그 다음에 즉시 아픈 꼴을 당한테치

그만두라고 말했는데도 머리털을 뽑히고, 옷이 너덜너덜하게 당한테치

오마에는 노예로 삼는다고 말한테치

친구가 되자고 작은 자에게 다가가니까 노예노예 하면서 잔뜩 잔뜩 때리고 걷어찬테치

마마를 만나고싶어서 나가고싶다고 하니까 손씨와 발씨를 물어서 자른테치

피가 잔뜩 나서 한참 울은테치

울었더니 시끄럽다고 맞은테치. 피가 나서 아파했더니 비웃은테치

민머리니 알몸이니 하면서 매일 욕한테치. 그만두라고 말했더니 괴롭힌테치

오마에는 마마에게 버려졌다고, 필요없는 자라고 말했던테치

마마는 와타시를 버린테치?



(그렇지 않은데스. 마마는 오마에의 행복을 생각해서…)



그 때, 미미의 뒤에서 풀을 헤치고 그 들실장 일가가 다가온다.



미미를 보자마자 자신의 둥지를 약탈하고있는 적이라고 판단했는지,

묻지도 않고 미미에게 공격을 개시하는 들실장 일가.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들실장과 새끼를 안고있는 미미는 싸움조차 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두들겨맞은 미미.

아픔으로 움직이지 않게된 미미가 그럼에도 소중히 안고있는, 테치ー텟치ー하고 시끄러운 물체를 빼앗아들더니 땅에 난폭하게 내팽개치는 들실장 어미.

미미가 눈물을 흘리며 묻는다.

(어째서 귀엽과 똑똑한 와타시의 자를 그렇게 다루는데스?)라고.



그것을 들은 들실장이 미미를 걷어차며 대답한다.

오마에가 그 분충의 어미인데스?

무슨 짓거리를 하는데스

그녀석이 와타시들이 고생해서 모은 먹을것을 퍼먹은데스

그래서 대가를 치르게 해준데스

잔뜩 아프게 해주고, 스스로 저지른 죄값을 쥐어짜고 나서 죽이는데스, 라고.



미미는 반론한다.

(그런 사소한 일로 죽인다니 말도 안되는데스)라고.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것이다.

먹이가 보장되어있는 사육실장과, 먹이의 귀중함과 소중함을 뼛속깊이 이해하는 들실장이라면, 이런 종류의 대화가 성립할 수가 없다.

들실장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녀석은 분충이라고 일찌감치 결론을 지어버렸다.

그런 것을 상대하는 것은 시간낭비.

어서 죽여서 먹어버리자.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돌을 들더니 움직이지 못하는 미미의 머리를 겨냥하는 들실장 어미.

일격에 머리를 부수어 끝내주자고 생각한 모양이다.

생명의 위기를 느낀 미미는 뱃속 깊은곳으로부터 데즈아아아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무상하게도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소리도 끊어졌다.

말없는 물체가 된 미미 곁에서 구더기처럼 몸을 꿈틀이며

다가가서 테치이이이테치이이이이 하고 미미 대신 울어젖히는 미미의 새끼.

그 소리만이 공원에 언제까지나 울리고있었다…



-끝

댓글 9개:

  1. 여기서 중요한건 이제
    저 들실장 일가도 다 뒤진다는 것임
    사육실장을 해치면 사육주가 그걸
    가만히 내비두진 않지 사육실장을
    건들인 대가는 일가실각으로 내는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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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육주 몰래 자를 생산한 시점에서 이미 분충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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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 공원구제 들어간다 햣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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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모성애만 넘치는 분충 때문에 죄없는 착한 들실장 일가만 엿먹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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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훌륭한 결말인 데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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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둘 다 잘못했으니 공평하게 죽어랏, 햣-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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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잘쓴 글인 레후! 욕심만 많은 똥분충 마마의 고뇌가 여기까지 느껴지는 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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