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간방 고양이


현관 문을 열자 바로 앞에 고양이가 앉아 있다.
근방에서 "시로" 따위의 이름으로 불리는 흰고양이다. 
이쪽을 올려다 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신나게 울어댄다.

"냐옹♪"

"……테, 테히이……"

시로의 발밑에는 빈사의 새끼실장.


몸의 절반이 없어져 피와 내장 투성이. 
그로테스크.

이쪽 분위기가 썰렁해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

"냐옹♪"

시로는 다시 한번 울곤 홱 하고 종종 걸음으로 떠난다.
아, 왜 고양이는 잡은 사냥감을 보이러 오는 걸까?

보여 주기만 하고 다시 가져가거나, 그대로 두고 가거나, 둘 중 하나인데 시로는 언제나 후자.

우리 어머니가 국물 내고 남은 가다랑어포를 "비밀이야" 하며 잘 먹이곤 하시니 그 답례인가?

도둑 고양이에 먹이를 주면 안되지만, 시로는 불임 시술까지 해줬다.

그래서 번식할 염려도 없으니 밥을 줘도 된다는 것이 어머니의 억지논리이다.
수술비를 낸 아버지는 납득 못하시는 것 같던데.

어쨌든

"……테에에에, 테히이이이……"
(……인간씨 도와주는 테치, 아픈 테치이……)




부들부들 떨며 한 팔을 내게로 뻗는 새끼 들실장.
나는 현관에 비치해 둔 집게로 그걸 집어 올려서 역시 준비된 실장 회수 봉투에 던져 넣었다.

"테챠아아아-앗...?"
(하지마는 테치! 봉투를 닫지 마는 테치! 여기서 내보내 주는 테치-잇!)

야생이 아닌 들실장이라면 원래는 사육되던 생물이라던데.
고양이와 달리 실장석에는 어떻게 애정도 동정도 안 생긴다.
마침 타는 쓰레기를 버리러 가던 길.
가는 김에 새끼 들실장도 내놓기로 하고 나는 쓰레기 하치장으로 갔다.

아-
좀있다 현관의 피와 내장의 흔적도 청소하지 않으면...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끝

댓글 2개:

  1. 선물까지 주는 떼껄룩이라니...키우고 싶은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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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선물은 고마운데 하필 똥버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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