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의 보은

어이, 닌겐!
최근에는 신세를 진 데스.
오늘은 감사를 하러 온 것인 데스.
자, 최고의 미소녀인 와타시를 좋아하면 좋은 데스.
사양은 받지 않는 데스.

...왜 손을 대지 않는 데스?
와타시를 망신주려는 데스?
아니면 뭐인 데스?

와타시로는 부족하다는 것인 데스?

설마 호모인 데스? 불능인 데스? 임포텐츠(Impotenz)인 데스?

데...와타시가 기억나지 않는 데스?
믿을수 없는 데스!
이러면 와타시도 고집을 부리겠는 데스
닌겐이 생각해낼 때까지 여기 머물겠는 데스!
많약 기억 못하면 그땐 각오하는 데스.

왜 와타시가 말하지 않냐는...데스?

닌겐!!!
처녀의 입에서 그런 말을 나오게 하려는 데스?
섬세함이 부족한 데스! 믿을수 없는 데스!
여튼! 앞으로 당분간 신세지겠는 데스.

하며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며 그 여자는 집에 눌러앉아 버렸다.
..뭐야 이 에로게임인지 라노벨같은 전개는..
솔직히 기억이 없다
이런 여자따윈 모른다.

친척도 저런 미인은 없으며, 친구중에도 물론 없다.
남은 가능성은 몰카정도 인데,
일단 주위를 아무리 살펴도 카메라나 도청기같은건 보이지 않는다.

음...으음..
그래 될되로 되라지
우선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섰다.

끼익

화장실 문을 열자 팬티를 내린 그녀가 있었다.

꺄아악!

그러자, 앳된 비명이 울린다

바보! 바보 변태!!!
하고 소리를 질러온다.

살짝 풍기는 소변 냄새와 함께, 화가나 지르는 비명을 지르며.
문을 쾅 닫는다

내 방에 돌아가 있자, 쾅! 하며 문을 열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그녀가 들어온다
그리고 다리를 크게 치켜올려 내 정수리를 향해 발꿈치가 꽂혔다

..의외로 몸은 부드럽구나...
불쑥, 코피가 쏟아졌다.

그리고 그것을 본 그녀가 더욱 화를 낸다!
이 똥 닌겐! 와타시의 팬티를 보고 흥분해버린 데스! 에잇!
하고 이번에는 두 다리에 내 목을 끼워 꽉 졸라온다.



삽화작가: 유미즈키

...아... 여자의 다리는 이렇게 부드러운 거였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의식이 멀어져왔다.

눈을 떠 보니 이미 방은 어둡고 창문에서는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욱신거리며 아픈 목을 문지르며 주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테이블에는 햄버그에 샐러드, 콘스프에 밥이 줄지어 있다
...뭐지? 배달시킨적 없는데

엄마가 왔나?
...아닐텐데

그 녀석이 만든 거라고 봐야 할까.
...음 맛있다.
얼른 먹자

요리를 먹어 치우고 나자, 제 정신이 들었다.
그런데 그 녀석은 어디로 간거지?
집에 돌아간거라면 좋겠는데...

그렇게 먹고 양치를 하러 세면장으로 향한다.

..불이 켜져있네..
뭐야? 에너지는 절약해야지.

끼익.

...
...


다시 살짝 문을 닫은 나.
문 안에서 꺄아아아아!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아...뭐야..또야?
그런데 가슴이 꽤 크구나...

팔짱을 끼고 거실로 돌아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소파에 앉아 버라이어티 쇼를 보고 있자
다다다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몇초후, 내 후두부에 충격이 달려왔다.

이런! 에로 닌겐!!!
와타시의 알몸을 보고 공짜로 끝날거라 생각하지 마아아아아아!!

...아프다...
테이플의 과자 접시에 처박힌 얼굴을 들자 셔츠만을 입고있는 녀석이 있었다
헐렁한 셔츠, 뻗어나온 날씬한 흰 다리
그리고 가슴골...
...그래..좋다...

무, 무슨 여자를 쳐다보는것 같은 눈을 하는 데스?

천천히 일어서는 나.
바닥을 딛고 일어나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간다.
이윽고 쿵 소리를 내며 그녀를 바닥에 밀어 넘어뜨렸다

잠깐..닌겐!! 놓는 데스!! 놓으라는 데스!!!

아, 같은 샴푸, 같은 바디클렌저를 쓸텐데 왜 이렇게 좋은 향기가 풍겨오는 걸까...
게다가 부드럽다... 정말 부드럽다.
이렇게 계속하고 싶다.

놓으라고 한 데스!!

퍽!

뭔가 다시 뒤통수에 작렬한다

아프다...

퍽!

오늘 두번째의 블랙아웃이었다.






...응?
일어나자 거실 바닥이다
쑤시는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났다
바닥엔 부서져있는 크리스탈 재떨이.

..나는 잘도 목숨이 붙어있었네

음..좋은 냄새가 난다. 냄새를 향해 주방으로 간다
거기엔 요리에 집중하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하얀 복숭아?

나는 눈을 비볐다.
아직도 잠에 취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흰 복숭아였다.
왜 복숭아가 요리를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양손으로 복숭아를 움켜쥐었다.

아아..부드럽다..
엉겁결에 입에서 그대로 내뱉고 말았다.
주물 주물, 주물 주물.

어, 어쩐지 복숭아가 분홍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고고고고! 하는 의성어가 들렸다고 생각하자 복숭이가 내게 빙글 돌았다.
그러자 앞치마가 나타났다

그리고 앞치마 차림의 녀석이 있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다.

아아..이건 마치..
나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다음에 올 충격에 대비할수 있도록.

어어어어, 어째서 오마에가 여기에 있는 것인 데스!!!!

그야 내 집이니까.
하며 나도 모르게 츳코미를 건다.

그러자 주 무기를 들어올리는 것이다.
다시 치켜든 발뒤꿈치가 정수리에 히트!
그 찰나, 나는 조개 같은것을 보았다
뭐라고 말할수 없는 핑크의 요염한 조개였다.

퍼억!


구운 전갱이와 계란 후라이와 낫토에 미역된장국이라는 아침을 먹으며 나는 물었다
왠 알몸 에이프런이야
그 녀석은 바로 대답했다. 갈이입을 옷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 단순한 답에 나는 납득하고 그녀를 근처의 의류매장에 가게 했다
그래도 역시 내가 함께 가기도 뭣하고 약간의 돈을 쥐여 그 녀석을 보냈다.


...
...늦네
무슨 일이 있나?

...
...안 되겠다
더 기다릴수 없다.
나는 집을 뛰쳐나갔다

골목을 지나서 다리를 건너 목적의 상점이 눈에 보였다
그러자 정확히 상점에서 녀석이 나온 것이었다

뭐인 데스? 무슨 일인 데스? ... 걱정되서 보러온 데스? 뭐,뭐,뭐 무슨 걱정을 하는 데스!
하며 뭔가 수줍어하는 듯했다

...
...

두 사람 함께 상가가를 걷는다.

...안되겠다
나까지 쑥스러워진다

쓰윽, 녀석이 내 팔에 손을 감아 온다.

...왜 그렇게 눈을 돌리고 있는 데스? 하고 물어 온다.

아..이젠 한계다
나는 녀석을 안아올려 곧바로 근처의 공원으로 도망쳤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여기인 데스?
그렇게 그 녀석이 말했다

아직도 기억 안 나는 데스? 나는 여기서 닌겐에게 구원받았던 데스?




근처의 편의점에서 소다맛 아이스크림을 사서 공원 벤치에서 먹고 있으니
들실장 두놈이 사육실장 하나를 괴롭히고 죽이는 모습이 보였다
뭐 어차피 흔히 있는 광경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오늘만 변덕을 부린 것이다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입에 물고 문답무용으로 두마리 모두 짓밟았다
사육실장은 이미 다 죽어가던 목숨이라 살아날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스마트폰의 링갈 어플을 켜고 그 녀석에게 물었다.
뭐 남길 말이 있나?

그러자 그 녀석이 대답했다.
겨우 만난데스. 그렇게 말하고 그 녀석은 숨이 끊어졌다

...이것도 무슨 인연인지 그 사육실장을 관목의 그늘에 묻어 주었다.
묘비 대신 아이스크림 스틱을 찔러 주었었다

[닌겐, 고마운데스] 그런 말이 들린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생각해낸듯 한 데스네?
나는 어떤 집에서 길러지던 사육실장이었는 데스
닌겐은 항상 산책 때마다 보아왔었던 데스
한눈에 반했었던 데스...
어느날 마침내 참을수 없어 집에서 도망쳐 나왔던 데스.
하지만 길 실장들에게 둘러싸여서...

그러다가 녀석은 나를 그 관목 위치로 안내한다.
거기엔 파헤쳐진 무덤과 공허한 구멍만이 있었다.

들 실장이 파헤친 걸까?

아닌 데스

닌겐은 우리 실장석의 인화에 대해 아는 데스?

소문 정도는 들었어

그거 사실인 데스. 그때 와타시는 닌겐이 찔러준 아이스크림 스틱 덕분에 이 모습이 될수 있었던 것인 데스.

무슨 말이야?

아이스 스틱에 남아있던 닌겐의 타액을 매개로 해서 고치를 만들었는 데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그러나 사실인 데스. 와타시는 그래서 이 모습으로 닌겐을 만나러 온 것인 데스.

덥썩 하며 내 가슴에 얼굴을 묻어오는 녀석
..그래 이유따윈 아무래도 좋다.

나는 녀석을 껴안았다.

녀석은 나를 올려다 보며 이런 와타시라도 받아 주겠는 데스? 하고 물었다
거절할리 없잖아 라고 답했다
그녀석의 빨갛고 파란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와 그 녀석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가 말하긴 좀 뭣하지만 정말 행복했던 삶이었다
하지만 만남도 갑자기였듯이 이별도 갑자기 찾아왔다.
인간화라고 하는 것은 실장석의 위석에 큰 부담을 주는것 같다.

그 녀석은 어느날 갑자기 떠났다.
아무런 예고도 없었다.
시신도 없다.

녹아서 기화한 것처럼 옷만 남기고 떠난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그 녀석은 존재하지 않았던것 처럼 말이다

솔직히 더이상 살아갈 기력이 나지 않았다.
삶의 희망이란 곳에서 푸쉬쉬 하며 바람이 빠져나가는것 같았다.
그러나 그 녀석의 뒤를 쫒는다는 선택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그 녀석이 남긴 유품들이 나를 이 세상에 못박았기 때문이다
모습은 그 녀석을 아주 닮은 세명의 딸들.
머리칼만은 나를 닮았는지 검은 머리였다.

나를 아빠라며 사랑해주는 딸들을 위해 조금더 노력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시골의 부모님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하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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