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의 묘



8월 ×일 (맑음)
오늘은 타케시와 함께 공터에 메뚜기를 잡으러 갔다.
분담을 하고서 풀을 헤집으며 메뚜기를 찾고 있을 때, 타케시가 문득 발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야?"
가까이 가서 타케시의 발 밑을 보자, 꼬질꼬질한 골판지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실장석 부모와 아이 3마리가 가로눕혀져 있었다.


"거짓말같겠지만, 죽은거 같아, 그것들."
타케시가 문득 중얼거렸다.

어째서 이 부모와 자식들이 죽은 것일까.
이유는 모르지만, 죽어서도 더 떨어지지 않으려는지 서로 몸을 의지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여서, 나는 소리를 내서 울었다.
그런 나의 어깨를, 타케시가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시체 상태로 그냥 두기에는 불쌍하다, 묻어 주자." (※역자 주 : 野ざらし[노자라시] - 해골, 유해)

평상시에는 난폭한 녀석인 타케시도, 이런 때는 잘도 철이 든 모습을 보인다.

"그래."

어쩐지 갑자기 부끄러워져, 나는 당황해서 눈물을 팔로 닦고는, 가까이에 있는 집에서 삽을 빌려 왔다.
"얕으면 개나 고양이가 파내버리니까"라고 하여, 우리 두 명은 상당히 깊게 무덤을 팠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의 추억이 깊이 서린 집인 골판지의 덮개를 박스 테이프로 밀봉하고는,
그대로 조용하게 구멍안에 넣고, 그 위에다 흙을 덮었다.


모든 것이 끝났을 무렵에는, 벌써 석양이 근처를 붉게 비추고 있었다.
우리들은 둘이서 살그머니 부모와 자식의 무덤으로 향해 손을 모았다.
"울었던 것, 쑥쓰러우니까, 반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해줘."라고 내가 말하자,
타케시는 "말하지 않아, 두 사람만의 비밀이다"라면서,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다음 생에 태어날 때에도, 부모와 자식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나는 살그머니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데데에에스웃!? 데에에! 테갸아아아아아!"

하늘 나라에서 나와 타케시에게 "(고마운데스, 닌겐상)"라고 감사를 표하는 실장가족의 목소리가 얼핏 들린 것 같았다.
그래, 다음 생에서도 부모자식으로 태어나렴.




-끝

댓글 16개:

  1. 너무나도 착한 아이들인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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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의문의 일가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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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착한 친구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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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데챠! 마음이 따뜻해진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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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실장석이 해충컨셉이니까 재미로 보지만, 저걸 관속에 갇힌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완전 끔찍;; 산소결핍으로 죽든지, 굶어 죽든지, 다쳐서 죽든지 뭐가 되었든 고통속에 몸부림치다 죽겠네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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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닝겐상은 이상한 레후 분충에 감정이입하는 레후
      그런거 하지말고 카와이한 와따시에 프니프니늘 요구하는 레후
      프니프니 후엔 스테이크와 콘페이토가 적당한 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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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것도 분충에게는 과분한데스. 위석강화된채로 고문받다가 죽어야하는게 맞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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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쓸데없는 과몰입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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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닝겐사마, 여기서 과몰입하면 핀치 당하는데스우. 잠자코 있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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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나중엔 감정이입 너무나 한 나머지 직스도 하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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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자는거랑 죽은거랑 구별 못하는 저능아닝겐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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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러게 누가 골판지 하우스를 저따구로 만들어두래?ㅋㅋㅋㅋㅋ 뭔 유기 골판지도 아니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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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그냥 우연히 들어와서 보게 되었는데 오타쿠는 이런생각을 하고 다니는구나 무섭다 그냥 착한 애들이라 생각했는데 무서운애들이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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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피를 우연히 알 수가 있나? ㅋ 그밥에 그 나물 아니겠노 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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