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 에스테틱 살롱

화창한 일요일 오후.
유카리는 어두운 마음으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어제, 유카리는 결혼 약속까지 했던 연인과 헤어졌다.
연인의 이름은 토시아키.
토시아키와 유카리의 교제는 올해로 2년이 된다.
한때 프러포즈를 받은 유카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했다.
다음 주에는 예식장을 보러 가자.
그런 약속도 했음에도.

유카리는 지금도 토시아키를 사랑하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별의 원인이 되었다.

특별히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켠 텔레비전에는 정보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여성 리포터가 화제의 가게를 소개하는 흔한 내용의 방송이다.
텔레비전 화면에 나온 여자 리포터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물 앞에 서서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예약이 가득 찬 대인기 에스테틱에 와 있습니다!"

에스테틱이라.....
한번 가보고 싶네.
도심의 임대 맨션에 사는 OL인 유카리의 급료는 생활비와 약간의 저축으로 대부분 사라져버린다.
도저히 에스테틱에 다닐만한 여유는 없었다.

"이 에스테틱, 보통의 가게와는 다른데요. 어디가 다르냐면..."

리포터의 목소리에 맞춰 화면이 전환되자 그곳에는 실장석 한 마리가 나오고 있었다.

"네! 놀랍게도 이 가게는 실장석 전문 에스테틱이랍니다.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 실장쨩은 에메랄드쨩.
실장석인데도 매주 이 가게에 다닌다는 미용에 무척 신경 쓰는 실장쨩입니다."

리포터는 에메랄드라는 이름의 실장석에게 링갈이 부착된 마이크를 내밀었다.

"그럼 에메랄드쨩. 매주 다닐 정도인 이 가게의 매력에 대해 얘기해주시겠어요?"

"네 데스우. 일단 이 가게는 일류 에스티션이......"

실장석이 말하기 시작했을 때 유카리는 텔레비전 스위치를 껐다.
지금 유카리는 실장석을 보는 것이 조금 괴로웠다.

유카리가 토시아키와 헤어지게 된 것은 실장석이 원인이었다.
유카리는 실장석을 잘 몰랐기에 개나 고양이 따위의 동물과 똑같이 여기고 있었다.
가끔 음식물 쓰레기를 어질러서 인간을 곤란하게 하기도 하는 생물.
그래도 애완동물로 귀여워하는 사람도 있다고 알았다.
그런 유카리에게 어제 토시아키는 고백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학대파다. 결혼하니까 진짜 나에 대해 알아두었으면 한다고.

토시아키의 고백에 유카리는 심하게 충격을 받았다.

"저항 못 하는 약한 생물을 괴롭히며 좋아하다니 정상적인 사람이 할 일이 아니잖아."

유카리는 그렇게 규탄했다.
물론 토시아키는 반론했다.

"실장석은 유카리가 생각하는 그런 생물이 아니야. 개나 고양이는 귀엽지만 실장석은 너무나도 천한 생물이야."

유카리는 토시아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학대파를 그만두지 않으면 헤어진다고까지 말했다.

"실장석을 학대하는 건 매우 즐거워. 유카리도 한 번 해봐. 그럼 즐겁다는 걸 알 거야."

"이상한 소리 그만해. 작은 동물을 괴롭히고 좋아하다니 당신은 정신병자야!"

유카리의 말에 토시아키는 매우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토시아키는 유카리의 앞에서 떠났다.

"유카리라면 분명 알아줄 것 같았는데."

마지막으로 그런 말을 남기고.


계속 방에 틀어박혀 있어서 마음이 어두워질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해서 식사를 마친 유카리는 산책하러 나가기로 했다.
토시아키에게서 화해의 메일이 올지도 모른다.
유카리는 휴대전화를 가져갈지 순간 망설였지만 결국 가져가지 않고 방에서 나왔다.
문을 잠그면서 유카리는 토시아키에게 여벌 열쇠를 준 것을 떠올렸다.

"여벌 열쇠, 돌려받아야겠네......"


밖은 날씨도 좋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은 유카리의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져주는 듯했다.
정처 없이 걷던 유카리의 귀에 동물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어쩐지 신경이 쓰여 울음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가니, 실장석 한 마리가 웅크리고 우는 것이 보였다.
머리에 리본을 달고 분홍색 옷을 입었다.
아무래도 사육실장인 것 같다.

"실장석이다......"

유카리의 머리에 어제 토시아키와의 이별이 떠올랐다.
토시아키를 생각나게 하는 실장석에게는 별로 다가가고 싶지 않았지만, 울고 있는 실장석을 보니 동정심이 솟았다.

"얘, 왜 그러니?"

유카리가 말을 걸자 실장석은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이 되어있다.
유카리는 순간 더럽다고 생각했지만 개의치 않고 말을 걸었다.

"왜 그래? 주인님하고 떨어졌어?"

유카리가 말을 걸어 울음을 그친 실장석은 유카리를 향해 데스우데스우 하며 울었다.

"곤란하네.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링갈이 없는 상태에서는 실장석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유카리가 쓰는 휴대전화에 링갈 기능이 딸려있었지만 그것도 방에 두고 와버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을 깨달은 실장석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잘 보니 실장석은 다리를 다쳤다.
어디서 넘어진 걸까? 무릎에 피가 배어있다.

"불쌍해라. 다쳤구나."

유카리는 실장석을 안아 올렸다.
방에 데리고 돌아가 치료를 해주려고 생각했다.
옷차림으로 보아 사육실장인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휴대전화의 링갈로 주인에 대해 물어보고 연락해주자.
안아 올려진 실장석은 유카리에게 얌전히 안겨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유카리는 우선 실장석의 눈물과 콧물을 닦아주고 다친 곳을 치료해줬다.
실장석은 다소 진정한 것 같지만 아직 조금 불안한 듯 방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고 있었다.
링갈 스위치를 켜기 위해 휴대전화를 손에 쥐었다.
휴대전화에는 토시아키에게서 메일도 착신도 와있지 않았다.
그것을 조금 쓸쓸하게 여기며 링갈 스위치를 켰다.

"이제 이 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겠네."

유카리는 휴대전화를 한 손에 쥐고 실장석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괜찮아. 금방 주인님에게 연락해줄게."

"정말이지 쓸모없는 닝겐 데스우. 얼른 주인님을 데려오는 데스."

"어?"

실장석의 대답에 유카리는 귀를 의심했다.
링갈이 고장 난 걸까?
유카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실장석에게 질문했다.

"왜 그런 곳에서 울고 있었어? 주인님은 어떻게 됐니?"

"주인님이랑 외출했는데 어느새 주인님이 없어진 데스. 찾아다녔는데 찾지 못한 데스.
찾는 동안 넘어져서 다친 데스. 아팠던 데스. 와타시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실장석 데스."

실장석의 말에 마음이 왠지 떨떠름했지만 그래도 유카리는 주인과 떨어진 실장석을 불쌍히 여겼다.

"그랬구나...... 그래서 불안해서 울어버렸구나."

"아닌 데스. 그런 이유로 울고 있던 게 아닌 데스."

그럼 왜 울고 있었냐고 의문을 떠올리는 유카리에게 실장석은 말을 이었다.

"주인님이 안 보이는 와타시는 생각한 데스. 만약 귀여운 와타시가 울고 있는 것을 닝겐이 본다면 어떡할까.
분명 와타시를 동정해서 주인님을 찾아와줄 것인 데스. 그래서 와타시는 울어 본 데스.
생각대로 멍청한 닝겐이 바로 걸린 데스. 와타시는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실장석 데스."

가슴을 펴는 실장석을 보고 유카리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울면 인간에게 도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교활함.
그 생각을 당사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어리석음.
눈앞의 실장석은 유카리가 생각하던 실장석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었다.

"빨리 주인님을 찾는 데스. 와타시는 바쁜 데스. 오늘은 일정이 꽉 찬 데스우."

"이, 일정?"

무심코 되물어버린 유카리에게 실장석은 웃음을 참는 듯이 입가를 눌렀다.

"그런 데스. 와타시는 지금부터 에스테틱에 갈 예정 데스. 그다음은 지중해 요리점 데스.
이런 조그만 방에 사는 가난뱅이는 평생 갈 수 없는 가게뿐인 데스. 데프프프프."

실장석은 억누르지 못한 비웃음을 입으로 흘렸다.
그 웃음을 본 순간, 유카리는 실장석의 뒤통수를 움켜쥐고 안면을 바닥에 내려치고 있었다.


유카리는 정신이 돌아오자 다급히 실장석을 안아 일으켰다.

"미, 미안해. 아팠지?"

나는 왜 그랬던 걸까.
이유도 없이 실장석에게 폭력을 휘두르다니 마치... 학대파 같다.

"데갸갸. 무슨 짓인 데스."

자신이 일으킨 행동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유카리는 당황하며 실장석의 붉어진 안면을 어루만져주었다.

"그렇다면 와타시의 아름다움을 질투한 행동인 데스우? 와타시는 죄 많은 실장석 데스. 데프프프...데뱌웃."

실장석에게 더욱 불쾌감을 느낀 유카리는 또 무의식적으로 실장석을 폭행했다.
안면을 어루만지던 손을 그대로 앞으로 밀자 실장석은 뒤통수를 벽에 세게 부딪쳤다.

"나, 어떻게 된 거지?"

실장석을 폭행한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유카리는 망연자실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죄 없는 생물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만 것이다.
하지만 유카리에게는 폭력을 휘두른 죄책감과는 다른 감각도 떠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왠지 기분이 후련해졌어."

그렇다. 유카리가 실장석의 비명을 들은 순간, 몸속의 불쾌함이 상쾌함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데갸갸갸갸. 적당히 하는 데스."

일어나서 항의하는 실장석을, 유카리는 주뼛주뼛 때렸다.

"데굣."

실장석은 꼴사나운 소리를 지르며 맞은 부분이 움푹 들어갔다.
역시 실장석의 비명을 들으면 몸이 상쾌함으로 가득 찬다.
틀림없다.

나는 실장석을 때리는 것에서 쾌감을 얻고 있구나. 유카리는 자각했다.
이번에는 좀 더 세게 때려본다.

"데빗."

다시 한번.

"데뿃."

다시 한번.

"데규우."

다시 한번.

"데고옷."


대단히 즐거웠다.
실장석의 꼴사나운 비명, 찌그러지고 추한 얼굴, 푹 들어가는 우레탄 바디.
그 모든 것이 유카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어제 토시아키의 말이 되살아난다.

"유카리도 한 번 해봐. 그러면 즐겁다는 걸 알 거야."

토시아키의 말 그대로였다.
즐겁다.
기분 좋다.
쾌감 속에서 유카리는 어느덧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토시아키... 미안해."

토시아키를 학대파라는 이유로 매도한 내가 실장석을 학대하며 쾌감을 얻고 있다.
흐르는 눈물은 후회의 눈물이었다.
유카리는 이 자리에 없는 토시아키에게 사과하며 자신을 책망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데...게...에, 에."

오열을 흘리는 유카리의 옆에서 실장석이 추한 목소리로 신음했다.


얼마나 계속 울었을까.
유카리는 일어나서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었다.
유카리는 토시아키를 만나자고 생각했다.
만나서 사과하자.
정신병자라고까지 했던 것이다.
토시아키와는 예전 같은 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겠지.
그것도 어쩔 수 없다.
그저 한마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다.

얼굴을 씻고 거실로 돌아온 유카리의 눈에 얹어 맞고 기절한 실장석이 비쳤다.
이 실장석은 아마도 제법 풍족한 영양 상태에서 자랐을 것이다.
유카리가 때린 뒤에 벌써 회복의 조짐이 있었다.
움푹 들어간 우레탄 바디는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유카리가 치료해준 상처도 이미 완쾌되었을지도 모른다.

"토시아키를 만나러 가기 전에 이 실장석을 어떻게 할까?"

이미 유카리의 머릿속에는 주인에게 연락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실장석을 바라보는 유카리의 눈빛에는 어두운 불꽃이 깃들어 있었다.


몸의 상처가 완쾌될 때 쯤 실장석은 눈을 떴다.
벌떡 일어나 낯선 방에서 고개를 갸웃한다.

"데에에. 왠지 안 좋은 꿈을 꾼 기분이 드는 데스. 여긴 어디인 데스우?"

"어머, 이제야 깨어났구나."

유카리는 실장석 곁에 있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실장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마에는 누구 데스?"

"어머, 날 잊어버렸니?"

"잊어버리고 뭐고 오마에 따윈 모르는 데스."

실장석은 유카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거세게 얹어 맞은 충격으로 일시적인 기억상실에 빠졌을 수도 있다.

"와타시, 오늘은 에스테틱 날인 데스. 주인님은 어디 있는 데스우?"

아무래도 실장석은 유카리를 만난 전후부터 기억을 잃은 것 같았다.

"빨리 안 가면 예약시간에 늦는 데스. 미용을 위한 일주일에 한 번의 스페셜 케어인 데스!"

"에스테틱이라..."

유카리는 실장석을 어떻게 학대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학대를 한 적이 없는 것이다.
일단 팔 하나라도 잘라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깨어난 실장석의 발언으로 학대의 방향성이 잡혔다.
그렇게 에스테틱이 기대된다면 내가 특별히 실장석을 위한 에스티션이 되어주어야겠지.

"나는 에스테틱에 간 적이 없는데, 에스테틱은 어떤 일을 해?"

유카리도 여성이기에 간 적은 없어도 에스테틱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실장석에게 질문해봤다.

"데프프... 에스테틱에 간 적이 없는 데스우? 가난뱅이는 불쌍한 데스."

실장석은 유카리를 비웃었다.

"불쌍한 거지 닝겐을 위해 와타시가 다니는 에스테틱 코스 내용을 알려주는 데스.
처음엔 샤워를 하는 데스. 좋은 향기가 나는 비누로 온몸을 씻는 데스.
그다음은 전신 마사지 데스. 마사지로 일상의 피로를 푸는 데스.
마지막으로 해초팩을 하는 데스우. 팩을 다 씻어내면 피부가 매끈매끈 뎃승!"

말하다 보니 에스테틱의 좋은 기분을 떠올린 건지 실장석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에스테틱 코스가 끝나면 달콤한 주스를 마시는 데스. 에스테틱 후의 차가운 주스는 최고 데스우.
빨리 마시고 싶은 데스우. 주인님한테 데려가달라고 하는 데스우."

침이 흘러나올 정도로 안면이 풀어진 실장석은 흉측하기 짝이 없었다.

"데에? 그러고 보니 여긴 어디 데스? 와타시는 왜 이런 곳에 있는 데스?"

이제와서야 실장석은 겨우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갔다.

"아, 여기는... 여기는... 그래."

유카리는 잠깐 생각하다 생긋 웃었다.

"여기는 너를 위한 에스테틱 살롱. 실장 에스테틱 살롱이야."


실장석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유카리를 봤다.

"데데? 뭔 소리인 데스. 여긴 아무리 봐도 에스테틱 살롱이 아닌 데스."

"아니, 에스테틱 살롱이야. 너를 위한, 특별한."

실장석은 유카리의 표정에서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
유카리는 무심코 뒷걸음질 치는 실장석의 앞머리를 꾹 잡고 그대로 들어올렸다.

"우선 샤워였나."

실장석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앞머리가 몇가닥 빠진다.

"데갸아아! 뭐 하는 데스! 그만하는 데스! 아픈 데스우! 소중한 머리털이 빠져버리는 데스우!"

실장석은 아픔으로 소리 지르며 몸을 흔들며 날뛰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무리 몸과 손을 휘둘러도, 짧은 팔다리를 가진 실장석은 몸의 구조상 유카리에게 손이 닿지 않는다.
그렇기는 커녕 날뛴 만큼 부하가 걸려 앞머리가 괜히 더 뽑혀나간다.
유카리가 욕실에 도착했을 때 실장석은 상당한 양의 앞머리를 잃었다.

유카리는 실장석을 욕조 안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데벳."

"그럼 샤워를 할까."

유카리는 샤워기의 수도꼭지를 돌렸다.
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이 나와 실장석의 옷과 몸을 적셨다.

"따뜻한 데스우."

앞으로 무슨 일을 당할 것인지 전전긍긍하던 실장석은 따뜻한 물에 일단 안심했다.
하지만 실장석은 물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유카리가 샤워기 물의 온도를 올렸기 때문이다.

"좀 뜨거... 데걋, 좀이 아니라 뜨거운 데스웃."

실장석은 욕조 안을 뛰어다니며 달아나려고 발버둥치지만 열탕을 머금은 옷이 달라붙어 잘 달리지 못한다.
게다가 스테인레스 욕조는 물기 때문에 잘 미끄러진다.
유카리가 조종하는 샤워기 물은 가차없이 실장석을 쫓아다녔다.


도망다니는 실장석에 싫증이 난 유카리는 샤워기를 끄고 욕조에서 꺼냈다.
욕실 바닥에 무릎을 푹 꿇고 헥헥거리며 숨을 헐떡이는 실장석.

"겨우 뜨거운 게 없어진 데스. 왜 귀여운 와타시가 이런 꼴을 당하는 데스우."

한탄하는 실장석의 머리에 차가운 것이 흘렀다.

"데뎃? 이번엔 뭐인 데스."

차가운 것은 욕실용 세제였다.
유카리가 실장석의 머리 위에서 세제를 대량으로 뿌리고 있다.

"다음은 몸을 깨끗하게 씻어야겠지."

"눈에, 눈에 세제가 들어간 데스우!"

유카리는 두 눈을 누르는 실장석을 무시하고 수세미를 손에 쥐었다.
옷 위에서 실장석의 몸을 북북 문질러준다.

"그만하는 데스우. 그런 것으로 문지르면 옷이 너덜너덜해지는 데스우. 이 옷은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인 데스우!"

"마음에 든다면 더욱 깨끗하게 해줘야지."

실장석의 말을 듣고서 유카리의 손 움직임이 한층 더 격렬해졌다.
수세미는 옷의 천을 문질러 찢고 실장석 자신의 피부도 격렬하게 문질러주었다.

"데갸아! 피부에 닿는 데스! 아파, 아픈 데스우! 와타시의 백옥 같은 피부가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리는 데스우!"

"몸을 씻는 거니까 옷만 말고 피부도 씻어야 깨끗해지잖아."

유카리는 그 뒤에도 머리까지 문질러 실장석의 온몸을 전부 씻었다.


숨을 헐떡이며 욕실에 누운 실장석에게 유카리는 냉수를 뿌려 세제를 씻어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데스우. 와타시의 아름다움을 질투했다고 해도 너무 지나친 데스우."

"어머, 여기는 에스테틱 살롱이니까 너를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몸을 씻어준 거잖아."

"이런 곳은 에스테틱이 아닌 데스! 집에 돌려보내는 데스!"

유카리는 실장석의 말을 무시하고 실장석을 들어올리기 위해 옷을 끌어올렸다.
너덜너덜해진 옷이 실장석의 무게로 부욱 찢어진다.

"데뎃, 와, 와타시의 옷이 찢어진 데스!"

"이래선 이제 입을 수 없겠네."

유카리는 실장석의 옷을 가차없이 벗겨냈다.

"너, 너무하는 데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결국 실장석은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유카리와 처음 만났을 때의 거짓울음과는 다른 진짜 눈물이었다.


"데에에엥, 데에에엥... 데보앗."

유카리는 흐느끼는 실장석을 차올렸다.
쓰러진 실장석은 유카리의 발에 잘근잘근 짓밟힌다.

"이번엔 디톡스 마사지야. 몸에 자극을 주어서 독소를 배출하자."

집요하게 계속 배를 밟힌 실장석은 견디지 못하고 총배설구에서 똥을 분출시켰다.

"봐, 독소가 나왔어."

욕실에 똥 냄새가 진동한다.

"어머. 냄새나네. 이렇게 냄새나는 게 몸에 쌓여있었다니 정말로 불결한 생물이네."

유카리는 보란 듯이 코를 쥐었다.
자존심마저 심하게 상처입은 실장석은 이제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듯 욕실 바닥에 누운 채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음 준비를 하고 올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데뵷."

똥을 씻어낸 유카리는 실장석을 짓밟으며 욕실에서 나갔다.
욕실에는 실장석만이 남았다.

"어째서 와타시가 이런 꼴을 당하는 데스... 와타시는 행복이 약속된 사육실장인 데스."

누운 채로 중얼거리는 실장석.

"이것은 분명 꿈인 데스. 눈을 뜨면 따뜻한 집에 있는 데스우..."

실장석은 눈을 감았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따뜻한 나의 집에 돌아가있기를 바라면서.


물론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않았다.
잠깐의 안식을 얻고 있던 실장석의 몸을 고통이 다시 덮친다.
유카리가 상처투성이 실장석의 다리를 집어들었다.
들어올려진 실장석의 몸이 공중에 떠서 흔들렸다.

"마지막인 해초팩 준비가 끝났어."

실장석은 전율했다.
다음도 분명히 지독한 꼴을 당하는 것이다.
다리를 버둥거리며 날뛰는 실장석.

"앗."

유카리의 손에서 실장석의 다리가 떨어졌다.
허공에 매달려있던 실장석은 몸이 거세게 부딪혀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실장석은 고통을 무시하고 일어나 내달렸다.

"안 돼! 기다려!"

등 뒤에서 유카리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리를 들 때마다 몸에 통증이 엄습한다.
그러나 그런 것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잡히면 죽을지도 모른다.
고통을 참으며 실장석은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현관까지 도달했다.
이 문을 열면 밖으로 도망칠 수 있다.
저 불합리한 고통을 주는 닝겐에게서 굿바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허무했다.

"데에... 문손잡이에 손이 안 닿는 데스..."

문손잡이에 아슬아슬하게 손이 닿지 않는 것이다.
실장석은 필사적으로 뛰어올라 문손잡이에 손을 걸려고 했다.

"빨리 안 하면 닝겐에게 따라잡히는 데스우."

수차례 뛰어올라 실장석의 손이 마침내 문손잡이를 잡았다.
실장석은 문손잡이에 체중을 실어 문을 열기위해 시도했다.
삐걱하는 소리가 나고 간신히 문이 열렸다.
밖의 공기가 실장석을 어루만진다.

"해낸 데스! 어찌저찌 살아난 데스!"

날뛰는 실장석의 몸을 유카리가 등 뒤에서 잡았다.
유카리는 문을 닫고 잠궜다.
찰카닥 울리는 잠금장치 소리에 실장석은 절망했다.

"아까웠네. 얼마 안 남았는데."

유카리는 실장석의 뒷머리를 끌며 부엌으로 향했다.

"놓는 데스우! 이제 심한 꼴을 당하는 건 싫은 데스우!"


부엌에는 주전자가 놓여있고 주둥이에서는 증기가 나오고 있었다.
싱크대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실장석은 겁을 먹고 떨고 있었다.
유카리는 큰 보울에 건조 미역을 대량으로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미역은 물을 빨아들여 순식간에 보울에 가득 찼다.

"자, 해초팩 완성이야."

유카리는 실장석의 뒷통수를 잡고 보울 안을 보여주었다.

"그만, 그만, 그만하는 데스..."

실장석의 목소리가 떨린다.
지금부터 무엇을 당할지는 실장석의 머리로도 쉽게 예상이 되었다.
유카리는 실장석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김이 오르는 보울에 실장석의 머리를 들이밀었다.

"뎃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실장석은 이 날의 가장 큰 비명을 질렀다.

"방금 소리, 최고야."

유카리는 웃으며 실장석을 들이미는 손에 더욱 힘을 가했다.


움직이지 못하게 된 실장석을 곁눈질하며 유카리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실장 에스테틱 살롱의 특별 코스는 종료야."

실장석에게 말을 걸었지만 가끔 꿈틀거릴 뿐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부터 이 애를 어떻게 해야할까. 밖에 내버릴 수도 없고."

바깥에 놓아줬다가 주인에게 돌아가면 큰일이다.

"일단 죽어주실까."

유카리가 서랍에서 부엌칼을 꺼낼 때 실장석의 쥐어짜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오마...에,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데스..."

"어머, 아직 떠들 기운이 있었구나."

"용서 안 하는 데스... 백배...로... 복수하는 데스."

"헤엥, 어떻게 복수할거야? 여기엔 나하고 너 둘뿐이야."

유카리는 부엌칼 끝으로 실장석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

"지금쯤 주인님이 와타시를 찾고 있는... 데스. 주인님은... 와타시를 찾아내줄 것인 데스..."

실장석의 아무 근거도 없는 말에 유카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있잖아. 여긴 밀실이고 우리밖에 없어. 네 주인님도, 다른 누구도, 네가 여기 있는 것을 모른단 말야."

실장석을 이 방에 데려오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유카리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도 주인님은 오는 데스... 귀여운 와타시가 여기서 죽을 리 없는 데스... 주인님..."

이미 실장석의 마음은 주인이 구하러 온다는 망상에 지배되어 있었다.
유카리는 잠꼬대 마냥 되풀이하는 실장석에게 조바심을 느꼈다.

"유감이네. 너는 이제 죽을 거야."

유카리는 두손으로 부엌칼을 쥐고 가슴께를 겨냥했다.

"심장은 이 쯤인가."

유카리는 실장석의 가슴에 부엌칼을 꽂았다.

"데갸아아아아아아."

실장석이 비명을 지르며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유카리의 예상으로는 실장석은 이 일격으로 절명할 것이었다.
그러나 실장석은 비명을 지르기만 할뿐, 죽을 기미가 없다.

"제법 끈질기네."

한 번 더 찌르지만 실장석은 죽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찔러도 실장석은 아직 죽지 않는다.
그저 사방으로 비명을 퍼뜨릴 따름이었다.

"왜 안 죽는 거야?"

유카리는 찌르는 것에 지쳐 손을 멈췄다.

"데갸...갸. 주인님이 이제 곧 오는...데스."

여전히 망언을 되풀이하는 실장석.
유카리는 난감했다.
죽지 않는 이상 이 방에서 나가게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 실장석을 이곳에 둘 생각은 물론 없다.

"목을 베면 죽을까?"

유카리가 실장석의 목에 부엌칼을 갖다댄 그 순간이었다.


딩동


방에 손님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이런 시간에 누가?
유카리는 얼어붙었다.


딩동


다시 한번 벨이 울렸다.

"주인님이...구하러 온...데스우."

"바보 같은 소리마.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유카리는 조금 불안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무도 만나지 않았을 텐데, 모르는 사이에 누가 보고 있었던 걸까.

"분명히 택배 같은 거야..."

유카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마치 자신에게 타이르는 듯이 가냘펐다.


똑똑


이번에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문손잡이를 덜컥덜컥 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와타시는 여기 데스우!"

남은 힘을 있는 대로 쥐어짜듯 실장석이 외쳤다.

"조, 조용히 해!"

유카리는 다급히 실장석의 입을 막으려했다.

"주인님! 주인님!"

실장석은 몸을 비틀어 유카리의 손에서 필사적으로 달아나 외친다.
어찌저찌 실장석을 억눌러 조용히 시키고 유카리는 숨을 죽이고 문을 바라보았다.

문 너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없다고 생각해서 단념하고 돌아간 걸까.

"유감이네. 네 주인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손님은 돌아간 모양이야."

유카리는 이겼다는 듯이 실장석에게 말했다.

"그럼 계속할까."

유카리는 부엌칼을 고쳐쥐고 다시 실장석의 목덜미에 칼날을 갖다대었다.

"데게에ㅡ."

실장석이 절망의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철컥 하는 소리가 나고 문이 열렸다.
실장석의 체액 냄새로 가득한 방에 밖의 신선한 공기가 흘러든다.


"토시...아키?"

문이 열린 그곳에는 토시아키가 서있었다.
한손에는 편의점 비닐봉투를 들고있다.

"유카리, 나는 역시 유카리를 좋아해. 하지만 학대파는 그만둘 수 없어.
그래서 유카리에게 학대의 즐거움을 알려주러 온 거야!"

멍하니 서있는 유카리에게 토시아키는 들고 있던 편의점 봉투를 들어올렸다.
편의점 봉투에서 테치테치 하고 자실장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유카리는 학대파의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 2년 동안 유카리를 보아온 내가 하는 말이니 틀림없어.
한번 해보면 금방 즐거움을 알 거라고 생각..."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야 토시아키는 평소와 다른 유카리의 모습을 알아차렸다.
적과 녹의 무언가로 더러워진 옷.
손에는 피 같은 것이 묻은 부엌칼.
방에 감도는 것은 무언가 많이 맡아본 냄새.

"토시아키..."

유카리는 토시아키의 모습을 보자 안도감때문인지 몸의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뛰어온 토시아키에게 유카리는 사정을 설명했다.
산책을 나가서 실장석을 데리고 돌아온 것이나,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학대에 눈을 뜨게 된 것 등을.

"나. 당신한테 심한 말을 한 것, 후회하고 있어. 정말 미안해."

토시아키는 뚝뚝 눈물을 흘리는 유카리를 가만히 껴안았다.

"네가 학대의 좋은 점을 알아주어서 기뻐."

"토시아키..."

"유카리..."

두 사람은 마주보며 살짝 입술을 겹쳤다.

"데...갸...아... 주인님이... 아니었던 데스우..."

부엌에 방치된 실장석이 신음 소리를 냈다.


"잘 안 죽지 뭐야, 얘."

유카리는 부엌에서 떠는 실장석을 가리켰다.

"부엌칼로 가슴을 몇 번이나 찔렀어."

"흐음, 꽤 질기네. 위석 강화제라도 맞은 건가."

"위석?"

위석의 존재를 몰랐던 유카리는 토시아키에게 되물었다.

"응. 실장석의 몸엔 위석이라는 것이 꼭 있거든."

토시아키는 유카리에게 위석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실장석이란 건 정말이지 이상한 생물이구나."

"이 정도까지 당하면 보통은 위석붕괴를 일으키는데. 꽤 비싼 강화제를 맞았을 수도."

토시아키는 실장석의 몸을 더듬어 배 부근을 눌렀다.

"이놈의 위석은 여기 있어."

유카리도 실장석의 배를 눌러본다.
확실히 손가락에 아주 살짝 딱딱한 감촉이 있었다.
실장석은 이미 제 목숨을 포기했는지 자신의 중추인 위석을 찾아내도 저항하지 않았다.


유카리는 실장석의 위석이 있는 부근에 부엌칼의 칼끝을 갖다대었다.

"여길 찌르면 죽는거네."

"응. 위석이 깨질 때 정말 좋은 소리가 나거든. 내 경험으로는 오래 괴롭힐수록 좋은 소리가..."

유카리는 토시아키를 열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대단해. 뭐든지 알고 있네."

"아니, 학대 경력이 긴 것뿐이야."

토시아키는 쑥쓰러움을 감추려는 듯 머리를 긁었다.

"유카리...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지?"

"물론이야. 토시아키..."

두 사람은 마주보며 입을 맞췄다.
조금 전 입술만 겹치는 키스와는 달리 혀와 혀가 서로 얽히는 열정적인 키스.
어느덧 유카리의 몸에서 힘이 빠져 부엌칼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유카리의 손에서 떨어진 부엌칼은 실장석의 위석에 꽂혔다.

"데걋."

실장석의 짧은 비명 직후, 파킨 하고 맑은 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닿았다.

"정말... 멋진 소리야."

"그렇지? 이제부터는 둘이서 잔뜩 듣자."

숨이 끊어진 실장석의 옆에서 두 사람은 계속해서, 계속해서 사랑을 나눴다.


-끝

댓글 7개:

  1. 감동적인데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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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보니와 클라이드도 아니고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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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섹스한테치??? 섹스한것인테치????? 테챠아아아!!!! 커플따위 다 죽어버리는테챠아아아!!!!! 파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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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로 양충 커플 분충인 데샤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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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레훼에에엥 커플은 부러운 레후우 싫은레훼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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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림이 왤케 꼴리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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