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실장의 친구사냥 외전 - 가을의 행복

가을도 깊어 졌기 때문에, 슬슬 수확이 끝난 밭을 정리하기로 했다. 호미로 뿌리를 파고 시들어버린 피망이나 고추를 줄기째 잡아 뽑아낸다. 작은 밭이지만 상당한 운동이 된다. 문득 고개를 드니, 산과 가까운 논에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



벼베기가 끝나서, 가득하던 황금물결이 없어진 논에 실장석들이 들어가 있다. 암만봐도 떨어진 이삭을 주워 먹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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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슬푸슬한 이걸 먹는 테치」
「이 풀은 많이 씹으면 조금 단맛이 나는 데스. 많이 씹어 먹는 데스」
「많이 씹어도 단단한 테치」
「목에 껍질이 걸린 테치! 케벳-케벳-」

한동안 맑은 날이 계속되어 주었다. 닝겐들이 베어 내 간 밑동으로부터, 새로운 이삭이 나서 여물고 있다. 땅에 떨어져 있는 약간의 이삭들과 달리 새로운 이삭은 쭉정이 뿐이다. 그래도 뭐든지 입에 넣어야 한다.



부락에서는 엄격한 솎아냄의 규칙이 있었다. 지난 가을, 처음으로 낳은 자들은 겨울에 대비해 전부 솎아내졌다. 규칙과 장로님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구더기짱은 환생의 구덩이에, 자들은 골짜기에 데리고 가 졌다. 흐느껴 우는 자들을 마을의 동료들과 함께 울면서 배웅했다. 골짜기 밑바닥으로 던져져 떨어지는 자들의 비명이 차가운 바람을 타고 먼 부락까지 들려 왔다.



봄에도 자를 낳았다.

막내로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꼬리를 흔들며 프니-프니- 하고 기쁜 듯이 울던 구더기짱. 하지만, 그 구더기짱은 장로님에게 헌상 되었다. 물가에서 지키고 있던 작은 장로님에게 집어져 장로님이 사는 굴로 데리고 가졌다.

비가 계속되던 어느 날, 제일 작은 자가 물에 빠져 떠내려 가기 시작했다. 그 자를 도우려 하는 동안에 소리없이 다가온 뱀에 다른 한마리가 삼켜졌다. 한마리는 산의 살쾡이에게 물려갔다. 끝까지 남은 자도, 밤에 응가를 보러 나갔다가 밤의 악마 호-호- (올빼미?) 에게 채여갔다.

여름이 될 때까지 살아 남은 자는 없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 와타시는 배 안에 또 새로운 생명이 깃든 것을 알아차렸다. 저런 슬픈 일들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폭풍우가 지나간 후, 와타시는 깊은 산중의 고향으로부터 몰래 빠져 나왔다. 부락에서 나와서 처음 본 것은, 드넓고 풍성한 축복의 대지였다. 휘어질 정도로 여문 이삭이 끝없이 펼쳐지고 바람에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와타시는 알고 있었다.

그 풍요로운 대지는 닝겐의 세력권이라는 걸.

닝겐은 위험하다.
가까워지면 죽는다.


   마음껏 먹을수 있는 좋은 곳으로 보이는 데스

   그렇지만 절대로 먹으면 안돼 데스

   화낸 닝겐이 뒤쫓아 오는 데스

   모두 살해당하는 데스

   저기에 가까워져도 안 되는 데스

   규칙을 어기면 추방인 데스


장로님은 언제나 그렇게 말했다.



어느 맑은 아침, 닝겐들이 와서 이삭을 베어 갔다. 그토록 많던 이삭들이 저녁에는 전부 없어 졌다. 군데군데가 패인 지면에는, 먹을 수 있는 이삭들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닝겐은 세력권을 떠났던 것 이다. 와타시는 숨어 있던 조릿대나무 숲에서 나와, 강에 가깝게 둥지를 만들었다.


   빨리 태어나는 데스 젯데로데이

   마마는 오마에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데스

   여기에는 행복이 가득한 데스

   이번에야말로 마마가 지켜 주는 데스 

   젯데로데이

   젯데로데이




시골실장으로 불리는 실장석.

인간사회의 폐기물로 완전히 기생충이 된 들실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야생의 산실장도 아니다. 교외의 하천부지나 시골마을 정도, 인간사회에 가까운 장소에 사는 반야생의 실장석들이다.

지방도시의 교외에 사는 시골실장들은, 공원에서 이주해 온 놈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농촌에서 보이는 시골실장은, 대부분 산에서 내려온 원산실장들이다.

산실장들은 강한 동족의식으로 연결된 폐쇄적인 콜로니를 만든다. 그러나, 산에서의 힘든 생활이나 규칙에 견디지 못하고, 인간의 마을로 내려오는 산실장들이 있다. 특히, 겨울이 가까워지면, 자들을 솎아내기 싫어서 콜로니를 빠져 나오는 친실장들이 많다. 지역에 따라 여러가지 명칭들이 있지만, 이 근처에선 이런 원산실장을 「낙오산실장」이나 「이탈산실장」 이라고 부르고 있다.

덧붙여서, 산실장의 고기는 고급 식재료로 인기가 있다. 그리고 산에서 마을로 내려온지 얼마 안된 원산실장들은 육질로 볼 때, 거의 산실장과 차이가 없다.

요컨데,

오늘의 저녁 찬거리 발견♪
절대로 놓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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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지기 전에 음식을 많이 모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자들에게도 열심히 일하게 시킨다. 이 자들에게 생존법을 확실히 가르쳐 두자.

귀뚜라미나 메뚜기, 나비의 유충은 그 자리에서 먹는다.
지렁이는 잡아 뒀다 맑은 날에 말린다.
풀의 열매와 과일은 빨리 먹는다.
잘 썩지 않는 나무열매나 고구마는 가능한 한 둥지에 모아 둔다.



「빨리 먹는 데스. 그 다음엔 붉은열매가 떨어는 곳에 가는 데스」

마을 근처에 큰 붉은 열매가 열리는 나무들이 많이 서있다. 왠지 떨어진 열매를 주워 가는 닝겐은 없다. 누구 하나 먹으려 하지 않고 지나쳐 간다. 이따금 막대기를 가진 닝겐이 온다. 그리고 일부러 높은 나뭇가지에 붙은 열매를 따간다. 그런데도 떨어져 있는 열매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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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엄지짱과 구더기짱에게 선물 잔뜩 가지고 돌아가는 테치」
「전에 구더기짱 그걸 먹고 대변을 못 보았던 테치. 조심하는 테치」
「그렇지만 응가 질질 흘리는 구더기짱에게는 좋은 약이었던 테치」

붉은 나무열매에는 종류가 있다. 바닥이 평평하고 둥근 열매는 달다. 그것을 과식하면 응가가 멈추지 않게 된다. 비슷하지만 앞이 뾰족한 열매가 있다. 그건 열매가 단단할 때는 딱딱해서 먹을 수 없다. 부드럽게 되면 먹을 수 있게 된다. 떨어져 터진 부드러운 과육은, 터지지 않은 것 보다 달고 맛있다. 그러나 과식하면, 대변이 안 나오게 된다.

선물로 가져간 이 열매를 과식한 구더기짱이, 한밤중에 울고 아우성 쳐 큰 소란이 났었다. 레피-레피- 우는 구더기짱을, 이 자들은 잠도 자지 않고 밤새 프니프니 해 주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자들.
모두 정말 좋은 자들 이다.
솎아내기 따위 하고 싶지 않다.
여기엔 규칙이 없다, 장로님도 없다.
이 자들은 반드시 길러 내 보인다.


날이 저물면 산으로부터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온다. 어두워지기 전 까지 붉은열매가 있는 언덕으로 가자...그 때 삼녀짱이 외쳤다.

「텟? 마마! 닝겐이 이리로 오는 테치」

막대기를 가진 닝겐이 이쪽을 향해 달려 오는 것이 보였다. 여기에 왔을 때 저 닝겐은 멀리멀리 있었던 것 같은데...


화난 닝겐이 쫓아 오는 데스
모두 살해당하는 데스  


장로님의 목소리가 머리속에 퍼뜩 떠오른다.


「데뎃! 도망치는 데스! 빨리 빨리 그 대나무 숲까지 달리는 데슷!」
「「「테챠!」」」





고무장화를 신었기 때문에, 도랑을 건너 실장석들이 있는 논으로 바로 가기로 했다. 간신히 몸을 숨길 수 있는 낮은 제방의 그늘에 몸을 숨기고, 수량이 줄어든 도랑을 건넌다. 도중에 수로와 논길이 교차하는 터널이 있어서 거기까지 밖에 숨을 수 없다.

제방으로부터 고개를 내밀어 살펴 보니, 50미터 정도 앞의 논에서 실장석들이 아직도 떨어진 이삭을 갉아 먹고 있다. 추수 후 웃자란 볏동들 사이로 부스럭-부스럭-하고 조그만 녹색 생물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새끼들까지 있다, 운이 좋다!

주민 운동회때 이상의 기합을 담아 전력질주!




닝겐의 발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벌써 바로 뒤까지 닝겐의 검은 그림자가 닥쳐 오고 있다

우거진 대나무 숲까지 도저히 도망칠 수 없다.

뒤처진 자가 비명을 질렀다.


「두고 가지 마는 테... 테.... 테헤! 테치!」
「마마! 마마! 구해주는 테츄! 테에에엥!」


닝겐에 잡히면 살해당한다. 적어도, 적어도 장녀짱만이라도 무사히 도망치게 하자.

각오를 다지고 몸을 돌렸다. 장녀짱이 도망칠 시간만 벌면 된다. 마마 없이도 앞으로 혼자서 꿋꿋히 살아가기를....


닝겐! 여기는 지나가지 못 하는 데샤아아아아아-!!!


뒤돌아 서서 양팔을 벌리고 닝겐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이빨을 드러내며 힘껏 소리를 질렀다.


다음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천적에 기습당했을 때, 보통 산실장이라면 사방팔방으로 튀기 때문에 그 중 몇 마리는 도망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실장만큼 비정하지 못해 산에서 이탈한 시골실장 일가라면, 대부분 친자가 한 방향으로 같이 도망치려고 한다.


자실장을 호미로 걸어 쓰러뜨리고, 호미의 끝으로 허리뼈를 으스러트려 움직일 수 없게 한다. 다리를 꺾으려고 하면 떨어져 나가기 쉽다. 게다가, 허리뼈를 으스러트리는 편이 잡았을 때에, 아둥바둥 날뛰지 않고 얌전해서 좋다.

자실장이 한마리만 남게 되자, 친실장이 뒤돌아 보며 위협해 왔다. 마지막 한마리만이라도 새끼를 도망보낼 생각인것 같다.


하지만


「데샤아아아아-!!! 데봇-!!!!」


바로 그대로 배를 걷어차 친실장을 치우고, 마지막 새끼를 발로 눌러 멈추게 해 끝냈다. 내장을 망치지 않게 발끝으로 허리를 밟아 부쉈다.


「테챠-테치-테챠테테....」


뿌직뿌직 대변이 흘러 장화 아래로 새어나온다.


「데... 데...」
「테...」


친실장과 자실장 3마리를 잡았다
풍년이구나 풍년♪


기절해 있는 친실장의 허리뼈도 호미로 내리쳤다. 도랑에서 똥투성이의 친자와 피투성이의 호미를 대충 씻어 가지고 돌아간다. 대머리로 만들지 않고 뒷머리채를 모아 잡아 들고가면 편하다.





테-테-거리며 우는 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머리가 쪼개지고 등뼈가 부러뜨려진 아픔에 신음한다.

눈을 뜨니, 자들이 난폭하게 머리카락을 잡힌채 차가운 물에 넣어지고 있었다.

움직이려고 해도 허리로부터 아래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차녀짱, 삼녀짱, 거기에 장녀짱도 있다.

결사의 각오로 닝겐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와타시도 바지가 벗겨지고 대변을 흘린 엉덩이가 씻겨 졌다.

그리고 닝겐의 집에 끌려간다.

닝겐에게 잡혀 버렸다.

둥지에 남아있는 엄지짱과 구더기짱은 어떻게 되지?

둥지에는 지금까지 저축한 음식이 있지만 엄지짱과 구더기짱만으로 겨울을 날 수 있을 리가 없다.

다 틀렸다.





밖의 싱크대에서, 뱃속의 내용물을 정성스럽게 씻는다. 진짜 천연 산실장이나 시판의 식용석과 달리, 시골실장은 위생면에 약간 불안이 있다. 그러니까 생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내장도 버리늘 걸로 하고 있다. 만일 먼 도시로부터 실려 와서 버려진, 원사육실장 이거나 하면 최악이다.

그러나, 새끼의 배를 갈라보니 이상한 냄새도 없고 육질도 훌륭해 안심했다. 역시 이탈산실장인 듯 하다. 이거라면 아이들도 좋아할 것이다.

오늘 저녁은 실장전골이다. 좋은데!






막 한마리를 처리했을 때,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엄마, 배 고파― 저녁밥 뭐에요― 

라고 현관에서 상투적인 대사를 읊는 아들에게

오늘은 좋은 게 잡혔어!

하고 대답한다. 뒷문으로 나온 아들에게, 지방이 이렇게 붙어있으니 먹음직스럽지? 하고 새끼를 한마리 건네줬다.





닝겐에 옷을 빼앗기고, 대량의 물을 억지로 먹게 되었다.
배가 부풀고 엉덩이로부터 콸콸 녹색 물이 분출한다.
배가 완전히 텅 빌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닝겐은 우리들에게 아픈 일을 한다.
닝겐은 위험하다.
닝겐은 무섭다.


「테! 테! 마마! 마마---!」


축 늘어져 있는 와중에, 닝겐의 거대한 팔이 뻗어와 삼녀짱을 집어갔다.


「테치! 배 가르면 안되는 테치! 아픈 테치! 아픈 테치! 아픈 -!!! 아파아파아픈-!!!!!!!!! 」


삼녀짱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린다. 곧바로 그 목소리가 사라져 갔다. 움직이지 않는 하반신을 질질 끌어, 어떻게든 몸의 방향을 바꾸었다.


힘껏 머리를 들어 올린 와타시가 본 것은, 배가 찢어지고 내장이 드러난 자의 모습이었다.
 

그만두는 데스---!!!


와타시의 절규를 흘려 버리며, 닝겐은 삼녀짱의 몸을 잘게 잘게 잘라 간다. 덜렁이지만 언제나 밝고 춤을 아주 좋아하던 삼녀짱. 그 삼녀짱이 담홍색의 덩어리가 되어 간다. 믿고 싶지 않은 광경이지만, 거기로부터 눈을 돌리지도 움직지도 못 한다.


삼녀짱이었던 물건을 응시하며 멍해 있는 동안에, 또 닝겐이 팔을 뻗어 왔다. 이번엔 차녀짱을 집어 들고 간다.

「차녀짱!」

장녀짱이 큰 소리로 외치는 게 들렸다. 그때, 다른 닝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앞에 있는 닝겐보다 새된 소리였다. 차녀짱을 집어 올리고 있던 닝겐이, 낮은 소리로 말을 건넨다.

문을 열고 작은 닝겐이 나왔다. 저것은 닝겐의 자, 틀림없이 이 닝겐의 자이다. 자라고 해도, 와타시보다 몇 배나 크다.
 
큰 닝겐이 와타시의 자를 자신의 자에게 건넸다. 차녀짱은 닝겐의 자를 떨면서 응시하고 있다.

- 

「괴... 괴로운 거 하지 마는 테..테치...친구... 친구가 되어주는 테치? 와타치 착한 자인 테치. 죽이지 말고 친구가 되어 주길 원하는 테츄.....」

내성적이고 점잖은 차녀짱이 미소를 지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면서도 작은 닝겐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그 작은 닝겐의 마음에 들면 구해 줄지도. 옛날 마마로부터 배운 말이 떠오른다.

닝겐에 잡히면 마마도 도와 줄 수 없는 데스
닝겐을 보자마자 숨는 데스
발견되면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는 데스
아첨해도 절대로 헛일인 데스
틀림없게 살해당하는 데스 

그렇지만 지금은 작은 닝겐에게 아첨할 수 밖에 없다. 차녀짱이 필사적으로 더듬거리면서 아양소리를 내고 있다. 목소리가 떨고 있다.

산에서 자란 우리들은 닝겐에 아첨했던 적이 없다. 닝겐은 단지 무서운 존재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닝겐의 변덕을 기대하며 빈다.


차녀짱은 매우 상냥한 자인 데스.
배탈이 난 구더기짱을 열심히 프니프니 간병해 준 여동생을 아끼는 정말로 좋은 아이 데스.
귀여운 차녀짱의 친구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데스.
당신의 동생으로 해주는 데스.




아들에게 건네진 자실장은 테츄-테히-테체- 하고 이상한 소리로 울고 있다. 아첨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보통 들실장들과 달리 비명을 지르고 있을 뿐인 것 처럼도 보인다. 뭐 이탈산실장의 자이니까. 아들은 자실장을 나에게 돌려주며, 식사시간 까지 목욕할께, 라고 말하며 집에 들어갔다.

나에게 건네져 테챠-테챠- 우는 자실장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제거한다. 뱃속을 잘 씻고 목과 손발을 잘라낸다. 동체는 등뼈를 따라 2개로 나눈다. 전골의 재료로 적당한 크기다.

냄비에 넣기 전에 뜨거운 물을 끼얹으면 비린내가 적게 된다. 머리카락은 그때 두피째로 전부 벗기면 뽑는 것보다 간단하게 없앨 수 있다.





가장 작은 새끼 한마리는 내일 쓸 데가 있으므로 살려 둔다. 그러면 오늘의 메인요리, 친실장을 처리 할까?

이봐 이봐, 도망쳐도 소용없다고.





닝겐의 자는 차녀짱을 잠시 보고 있다가, 곧 큰 닝겐에 건네 주어 버렸다.


테챠! 무서운닝겐 싫어싫어! 건네지 마는 테치!
죽는 테치! 죽고 싶지 않은 테치! 죽고 싶지 않은 테치!


차녀짱을 받은 큰 닝겐은, 그 어떤 애원도 듣지 않고 차녀짱의 배를 갈랐다. 갈라진 배에서 내장이 흘러 나온다.


마마--! 치배아아아----!!!!!! 


닝겐처럼 팔이 길면 귀를 막을 수 있을까?


이제 그만 두는 데스...  
부탁 하는 데스!
이제 그만 두는 데스! 


닝겐이 차녀짱의 배에 손가락을 넣고 쑤셨다. 내장을 당겨 뜯었다. 곧 비명이 사라지고 차녀짱도 조각나 잘게 잘려졌다.


닝겐이 이쪽으로 온다. 다음은 장녀짱의 차례가 틀림없다. 닝겐을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장녀짱을 꼭 껴안으려고 했다. 장녀짱은 새파랗게 질려 굳어진 채 그대로다. 아직 움직이지 않는 하반신을 질질 끌어 장녀짱의 곁에 가까워지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빨리 닝겐의 팔이 왔다.


부탁인 데스.
이 자만은 살려주는 데스.
당신도 자를 가진 친이라면 불쌍히 여길 것인 데스.


뻗어온 닝겐의 팔이 와타시의 등을 잡았다. 자들의 피에 젖은 나무판에 눌려졌다. 차가운 칼날이 배에 닿는 것을 느꼈다.






다음날, 한 마리 남겨 둔 자실장을 봉투에 담아서 나간다. 더하여, 삽과 물통도 가져 간다. 자실장의 옷에 간단한 가공을 해서, 뒷머리에 하얀 종이를 잘라 만든 리본을 묶어 두었다.

봉투를 논길에 두고, 근처의 나무그늘에 숨어 지켜 보고 있으려니, 자실장이 봉투에서 조심스럽게 나온다.

두리번- 두리번- 근처를 둘러보고 나서 테치! 라고 한번 울더니, 쏜살같이 강쪽으로 달려 간다.





와티치... 살은 테치?
무서운 닝겐.... 없는 테치?
여기는 어디인 테츄?
와타치.... 살아난 테치.
마마가 도와 준 테치.


신발이 없기 때문에 달리기 어렵다. 바지가 없어 다리 사이가 차갑다. 그렇지만, 와타치는 돌아왔다!

마마의 냄새가 밴 둥지에 뛰어들었다.


레치? 오네챠 어디 갔었던 레치? 마마는 어디 있는 레치?
레후-레후- 오네챠 어서 오는 레후!
오네챠 선물은 없는 레후?


집보던 엄지짱과 구더기짱들이 울면서 달려 온다. 말하는 것은 괴롭지만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엄지짱... 구더기짱.... 잘 듣는 테치. 마마와 다른 오네챠들은....

거짓말 레치! 그런 것 거짓말 레치! 마마! 마마! 

레후? 구더기짱 어려운 거 모르는 레후. 프니프니 레후.  

선물은 없는 레후? 구더기짱 기쁘지 않은 레후. 똥 나오는 레후!

엄지짱, 마마는 이제는 없는 테치.
지금부터는 응석부리지 말고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되는 테치.





아장-아장- 달리는 자실장의 뒷머리엔 하얀 종이가 팔랑거리고 있다. 눈에 잘 띄므로 놓칠 걱정은 없다.

용수로가 흘러드는 강의 제방에서, 자실장이 안보이게 되었다. 거기엔 옛날 농기구 오두막의 벽이었던 녹슨 함석판과 폐자재가 쌓여 있다. 풀베기의 방해가 되므로, 그 주위만 풀이 길게 자라있다.

실장석 일가는 그 아래에 구멍을 파고 둥지로 쓰고 있던 것 같다. 가까이 가니 테츄-텟치- 레치-레후- 거리는 실장석들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

 
흐느껴 우는 엄지짱을 꼭 껴안아 등을 문질러 준다. 프니-프니-거리며 구르거나 레피-레피- 울며 응가를 흘리고 있던 구더기짱들도 모여 온다.

오네챠? 어째서 우는 레후?
치사한 레후. 구더기짱도 안아 주기를 원하는 레후!


따뜻하다.
후끈후끈 하던 마마의 품.
이제는 없다.
이 작은 온기가 와타치가 가진 전부.
울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만... 
와타치는 살아 있다.

고마운 테치. 마마...
와타치는 살아 가는 테치.
엄지짱과 구더기짱은 와타치가 절대로 지켜 보이는 테치.
그러니까 낙원에서 지켜봐 주는 테.... 테?!


-


이 시기, 산실장이 둥지에 모은 보존식을 보물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밤이나 호두, 아니면 이 녀석들이 밭에서 훔쳐 온 고구마 정도다.

하지만, 아주 가끔 월동용 고치가 된 구더기 실장이 있다. 월동용 고치는 진한 육즙이 가득하다.

그게 제일 기쁜 수확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둥지에는 단순한 구더기 실장들 밖엔 없다. 뭐, 그래도 다른 재료와 함께 꼬치 튀김으로 하면 독특한 풍미가 있다.

그래, 오늘 저녁은 튀김이다!

약간 말라서 별로 먹을 게 없어보이는 엄지도 꼬치 튀김이라면 충분히 재료가 될 것이다.

도토리나 말린 지렁이는 버리고, 다시 잡은 자실장과 나머지 새끼들은 모두 물통에 담아서 돌아간다.

시골살이라도 이따금 이런 즐거움이 있다.
살면 고향이라고 하지? 익숙해지면 고향인 것 이다.
살아 있으면 어디라도 천국.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맛있는 밥과 따뜻한 잠자리.

행복하구나♪


-끝



(원래 번역은 럭본좌. 거기에 coffeekeeper가 대패질을 좀 가함)

 확실히 외전이 한개 더 있을거라 했던거 같긴함.

댓글 5개:

  1. 데프프프, 닝겐상의 식량이 되서 도움을 주다니 개념실장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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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자기들이 개념인줄 아는 똥멍청이들에게 걸맞는 최후뎃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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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데프프픗 만용을 부려 산밖으로 나온 분충의 당연한 말로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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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맛있게'되어버리다니 세상에 도움이 안되는 참피주제에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된다니 그야말로 분에 넘치는 보람찬 참생인데스 데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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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동생으로 해준다니 분충 따위가 주제를 모르네. 그나마 한 끼 식사가 됐으니 분충 치고는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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