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에...에에...마..마마..."
뺨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빗물이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는 자실장의 피눈물을 씻어내린다.
오른쪽 팔은 끊어져있고, 남은 팔은 너덜너덜한데다 살짝 찢어져 있어서 이젠 그 눈물을 닦는 일마저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계속되는 듯한 지저분한 콘크리트 벽을 세로로 길게 잘라낼 것처럼 비내리는 날씨 속에서,
한순간 희미하게 햇빛이 보였던 것은 꿈인가 환상인가.
◆ ◆ ◆
장마철, 어김없이 공원에 숨어지내던 들실장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장마로 골판지 하우스가 붕괴했거나, 잠자리가 물바다가 되서 달아났거나,
따로 비축하던 식량이 바닥났거나 해서 사람이 다니는 길로 헤매다 나오는 개체들도 많다.
공공시설에는 함정이 설치되어 있지만 그 위험을 무릅쓰고 공중 화장실로 달아나는 개체도 많은듯 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들실장들의 명운은 거기서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약한 실장석이 무방비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곧 도둑 고양이와 야생 조류의 먹이가 된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상시 가혹한 생존을 강요하는 날씨도 장마철에는 들실장들 편이다.
외적의 시야를 물방울의 장막이 가려주고, 쏟아지는 빗소리는 실장들의 쓸데없이 높은 목소리를 들리지 않게 해주는데다,
그 물줄기는 아스팔트에 들러붙은 실장들의 악취를 씻어내서 외적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게 해준다.
최대의 강적이자 최고의 보호자인 인간도
울적한 장마 동안엔 들실장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당연히 들실장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호기심에 못이겨 인간세계에 가까이 다가가더라도 비교적 안전할 수 있었다.
장마철에는, 평소라면 숨을 죽이고 숨어 지내야할 놈들이 자유롭게 밖을 뛰어다닐 수 있는 것이다.
단, 냉혹하고 비정한 현실은 그렇게 들실장들에게 달콤하지만은 않다.
무자비한 자연이 슬며시 미소 지어주는 장마철에서의 행동에는 또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물 구덩이에 발이 빠져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도랑에 떨어져 탁류 속으로 사라지는 개체도 많다.
시야가 두드러지게 나빠지기 때문에 고속으로 접근하는 차에 치어 로드킬 당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운좋게 차에 치이지도 않고 빗물속에 발이 빠지지도 않고 동경하던 인간 세계에 가까워진 들실장도,
결국은 지나치게 접근하다가 도로위에서 짜부라지거나 구제당하는 등 허무한 최후를 맞게 된다.
외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우쭐대면서 비에 젖어가며 먹이 탐색을 강행하는 개체는,
평소 이상의 수확에 싱글벙글하는 것도 잠시, 비에 젖은 추위와 그 뒤에 엄습해 오는 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결국, 실장석의 일상은 계절과 상관 없이 절망적으로 곤란과 고뇌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런 장마철. 아직 대낮인데도 어두운 뒷골목.
한마리의 자실장이 진흙과 먼지로 더럽혀진 모습을 무방비로 노출하면서 휘청휘청 걸어가고 있었다.
곰팡이 냄새가 나는 낡은 옷이 빗물을 머금고 무거워졌는지, 그 발걸음은 몹시 둔했다.
"테에에……"
축축하게 가랑비가 내리는 장마철 하늘을 힘없이 바라보는 자실장이 생각하는 것은,
오랫동안 보지 못한 맑게 갠 하늘인가 아니면 사라져버린 그리운 부모, 자매의 모습인가.
폭우로 집이 무너져서 탈출한 것이 며칠 전.
먹이를 찾으러 친실장이 나간 것이 그제, 새 잠자리를 찾으러 자매들이 나간 게 어제.
친실장의 말을 지키기 위해 진흙투성이로 무릎을 끌어안고 풀숲에 숨은 채로 자실장은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추위로 이빨을 딱딱 울리면서 떨고있는 자실장에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서 친실장의 말을 어기고 공원 밖으로 나온 것이 오늘.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즐거움 때문에 억누르지 못한 호기심이 한때의 굶주림과 갈증을 잊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실장의 가슴 속에 찾아오는 공포와 지울 수 없는 적막감,
그리고 엄청난 절망감이 슬며시 밀려오자 빠직! 하고 금이 갔다.
똑똑한 자실장이라면 발끝에서 올라오는 추위와 북받쳐오는 배고픔으로 머리속이 가득 차버려 그대로 자괴해버렸을 것이 틀림 없다.
"테챠!...?"
그러나 그 자실장은 바보였다.
그 순간, 코끝을 감돌며 퍼져오는 공기, 거기에 섞인 튀김 냄새 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마마도, 자매의 일도, 추위도, 두려움도 모두 그 어린 머리에서 사라졌다.
처음 맡는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쪽으로, 골목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건물 쪽으로 달려갔다.
결코 다가가서는 안 된다고 친실장에게 들어왔던 편의점이 그 앞에 있다는 것도 모르고.
한순간의 일이었다.
눈부신 빛과 풍압, 그리고 대량의 물보라가 자실장을 날려버렸다.
튀김 냄새로 머리속이 가득 차서 아무 경계심 없이 차도에 너무 접근한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 못한 채, 자실장은 그 연약한 오른 팔과 두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지나친 통증때문에 그것을 당장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째선지 자기가 도랑으로 굴러 떨어졌다고 생각하면서 도랑의 밑바닥에서 위를 향해 살펴보려고 한 것은,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이 시야에 가득 차서, 얼굴에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한 수십분 후의 일이었다.
"테...?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한 팔과 두 다리가 박살나 뼈가 드러날 정도의 격통이 둔한 머리에 시차를 두고 도달했다.
피눈물을 흘리면서 아둥바둥 거릴려고 했지만, 남은 한쪽 팔이 만신창이가 될 뿐,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테에...데히……"
그다지 즐거움도 없고 배고프고 힘들기만 했던 자신의 일생이 곧 끝날거라고,
콘크리트의 차가움을 등진 어리석은 자실장 역시 헤아릴 줄은 알았다.
돌아오지 않은 마마도, 자매들도 분명 똑같은 말로를 맞이했을 것이다.
굶어 죽느냐, 차에 치여 부스러지느냐, 남몰래 비를 맞으며 차갑게 식어 죽느냐의 차이다.
쏟아지는 비의 기세는 조금도 시들지 않으면서 점차 누워있는 자실장의 주변의 수위가 높아졌다.
그때 자실장은 확실히 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엄청난 기세의 탁류가 작은 몸을 짓누르면서 흘러왔다.
장마 동안, 흘러온 대량의 실장석 시체가 도랑에 쌓여 물줄기를 막았던 것이다.
그 시체 댐이 드디어 무너지면서 수위가 낮았던 자실장이 떨어진 도랑을 격류로 채워갔다.
희미해지는 자실장의 눈앞에 검게 물든 친실장과 자매들의 시체가 흘러 지나갔다.
"가봇! 마..마마!? 오!오네챠...! 이모토...챠..."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띄우고 가족과의 재회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하는 자실장이 손을 뻗었다.
대량의 시체는 순식간에 도랑을 따라 흘러갔고, 그리고 빗물말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끝
장황하게 상황설명, 밑밥깔기로 기대만 높여놓고 엄청 짦게 끝내네...
답글삭제올렸다 떨어뜨리기인 데스!
삭제원래 싸구려 삼류 문학이 실장문학의 묘미인데슷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