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 독라 자실장 미깡

"엇? 냥이다!"

나는 길가에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가까이 갔다. 그저 쓰다듬어 주려던 거였지만, 도둑 고양이였던지 내가 다가가자 홱 비켜서, 어딘가로 가 버렸다.

"……놓쳤네……응?"

도망가는 고양이를 눈으로 쫓던 나는 고양이가 있던 자리에 뭔가 흩어져 있는 걸 봤다. 비닐 조각과 흰 스티로폼의 조각들. 그리고....


"테에……"

살점과 체액으로 얼룩진 한마리의 독라 자실장이었다.




식용 독라 자실장 미깡




"감사한 테츄"

집으로 데리고 와서 깨끗하게 씻겨 주니 독라 자실장이 절을 한다. 얘기를 들어 보니 이 독라 자실장은 식용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 출고되고, 오늘 한 주부에 팔려 막 조리되려는 순간 창문으로 침입한 도둑 고양이에 팩째로 납치(?)되어 조금만 늦었어도 다 먹힐 참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놈 외에도 4마리가 더 그 팩에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내게 발견되기 전에 모두 먹혀 버린 것 같다.

"와타치들은 닝겐씨들에게 먹히기 위해 어려운 "품질 검사" 와 "위생 관리"를 견뎌 온 테츄! 그러니 그런 짐승에게 먹힌 친구들이 불쌍한테츄!"

그렇게 말한 독라는 함께 팩되어 있던 친구들 생각이 나는지 테에에엥-테에에에엥-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자. 그럼 너는 내가 키워 줄게. 넌 영리한 것 같으니까."

하지만 독라는 머리를 흔든다.

"그런 것보다 와타치는 먹히고 싶은 테츄! 와타치는 그걸 위해 태어난 테츄!"

정색하고 나에게 호소하는 독라.

"……너를 먹으라고?"
"삶아도 구워도 다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텟츄? ♪"

왠지 묘하게 자랑스러워 하는 독라. 그러나 나는 실장식이 별로다...뭐랄까, 이런 외형의 생물을 먹을 수 있는 만큼 비위가 세지 않고, 무엇보다 맛있어 보이질 않는다.

"자, 어디든지 드시는 테츄! 맛있어 질 자신이 있는 테츄!"

그렇게 말하며 바싹바싹 다가오는 독라를 나는 살짝 밀면서

"아니, 오늘은 됐어, ...하하..."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뒤로도 나랑 독라는 나름잘 맞았다. 독라는 기본적으로 현명하고 성격이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 녀석이 이상하리만큼 깔끔하다는 점이었다.

탈분하기는 커녕 스스로 정기적으로 목욕하며 몸을 깨끗이 유지했다. 감귤향 샴푸를 즐기는 걸 보고, 나는 그 놈에게 "미깡" 이란 이름을 줬다.

모든 것이 잘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식용으로 태어난 이 녀석한테는 역시 묘한 곳도 있었다. 왜 감귤향 샴푸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정색하고

"불고기는 레몬즙하고 먹는 것이 맛있는 텟츄."

하고 대답하고, 옷은 필요 없느냐고 묻자

"옷은 먹을 때 거추장스러우니까 필요 없는테츄."

하며 완강히 옷을 거부 하며, 욕탕에 들어갈 때

"위생 관리는 확실한 테츄 ♪ 생으로 먹어도 괜찮은 텟츄 ?♪"

하는 묘한 콧노래를 부른다. 가장 곤란한 것은 욕탕에서 나오면 꼭 "오늘은 먹어 주시는 테츄?" 하고 눈을 빛내며 나에게 묻는 것 이었다.


이러저러해서 2주가 지난 어느 날의 일이다.

"아, 그래 오늘로 미깡이 집에 온지 2주가 됐지. 오늘 무슨 축하 특별식이라도 할까?"

내가 그리 말하니, 미깡은 눈을 빛낸다.

"그런 일이라면 맡겨 주시는 테츄! 와타치가 훌륭한 식사가---"
"거절!"
"테에에에……"

내 말에 고개를 떨구는 미깡.

그런 모습에 나는 쓴웃음이 섞인 한숨을 쉬며 미깡을 품에 넣었다.

"자,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것을 사 줄테니 함께 외출이다"
"텟츄? ♪"

내 말에 꾸밈없이 기뻐하는 미깡. 이걸 땐 평범한 자실장인데.....

"자, 무엇으로 할까~"

재료를 물색하기 위해 슈퍼마켓에 온 나는, 일단 정육 매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친구 테츄!"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에서 얼굴을 낸 미깡이 매장 한편에 있는 실장육 코너를 가리켰다. 이런, 이리로 안 왔으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했지만 뒷북일 뿐. 미깡은 팩포장이 된 자실장들을 보며 기성을 올렸다.

"주인님! 저기 가고 싶은 테츄!"
"그건……"
"부탁드리는 테츄!"

간절한 청에 나는 마지못해 실장육 매장으로 갔다.

"텟츄? ♪ 잘 지내테츄?"

미깡은 팩포장이 된 자실장들에게 말을 걸지만 당연히 대답할 자실장은 한마리도 없다.

"테에? 모두 왜 답이 없는 테츄?"
"그건... 모두 가사 상태니까"
"가사가 뭐인 테츄?"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미깡. 요상한 것들은 알고 있으면서 이런 일은 모르는구나.

"아, 진공팩에 포장되어 있으니까, 일시적으로 죽는 거야. 팩을 열면 다 살아나"
"텟! 열어 주시는 테츄!"
"이봐, 무리 하지 마. 네가 있는데 실장육 요리를 할 일은 없을 거야."
"그럼, 열기만이라도 해주시는 테츄"
"열면 사야 되겠지"
"테에에에..."

내 말에 고개를 떨구는 미깡.

"모처럼 만났는데 모두 왜 이렇게 되어있는 테츄...?"
"유감이지만 유통기한 때문이다. 포기해."
"유통기한이 뭐인 테츄?"
"아, 음식의 맛이 유지되는 기간이라구. 진공팩을 하면 길어지지."
"유통 기한...맛 유지……"

나의 설명에 미깡은 중얼 중얼 "유통 기한" 을 반복한다.

"……미깡?"
"주인님. 와타치와 주인님이 만나서 얼마나 된 테츄?"
"이봐, 아까 말 했잖아. 2주라고"
"2주일...유통기한…… 맛있게... 남아있는...."

더 저주처럼 말을 거듭하는 미깡. 이윽고 머리를 끌어안고 주머니 속에서 주저앉았다.

"야, 왜 그러니. 미깡?"

그 모습에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한 내가 말을 건네자

"텟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파킨!

주머니에서 마른 소리가 나더니 미깡이 벌렁 나가떨어졌다.

"야! 미깡!"

황급히 말을 걸어 봤지만 이미 미깡은 죽어 있었다.

"도대체 왜……?"

어리벙벙한 나는 눈앞의 팩을 하나 집어서, 그 유통 기한을 확인해 봤다.

유통 기한 **/**/**
*팩을 연 후에는 빨리 드세요

팩에는 그렇게 표시돼 있었다.

식용 독라자실장의 유통기한은 2주일 이었구나.

나는 미깡을 가지고 돌아온 후, 그나마의 공양이라 생각해 미깡으로 첫 실장육 요리를 만들어 봤다. 그리고 그것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맛 없어!"

정말 맛이 없었다. 유통 기한이 지난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끝

댓글 5개:

  1. 저런끔찍한게 입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니까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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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생긴 것도 ㅈ같고 맛도 ㅈ같네 저런 걸 먹는 놈들은 음식물쓰레기도 좋다고 먹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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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식용실장들은 닌겐상에게 맛있게 먹히는걸 최고의 긍지로 여기는 테츄.. 학대파 닌겐상은 식용실장을 주문만하고 먹지는 않아서 그들의 긍지를 짓밟는걸 즐기는테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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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행복해서 맛이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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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식실장이 젤 이해안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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