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순회

병원순회.

보호 or 포획된 실장을 회수하러 도는 일거리이다.

보건소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힘드는 일거리이기도하다.

방음처리되어있을터인 소형트럭의 화물칸에서 들려오는 실장석들의 노성을 견디며, 투분을 비롯한 회수작업에 따르는 실장석의 공격을 피하고, 일단은 타인의 재산이기도 하기때문에 반격하는 것도 허락되지않고, 그저 묵묵히 실장석을 실어나르는 작업.


마을 안을 한바퀴 도는 것 만으로 노이로제가 되지않을수 없다고 하는 정도로 지치는 일은 이 작업 뿐이겠지.

실제로 정신적인 부하가 크고, 투분에 피해를 입은 직원이 살처분 집행 전에 자기 손으로 실장을 처분해버린게 발각된 이후로는 직원이 동행해서 행하도록 되어있다.



오늘은 다행히도 회수 수가 적었다.

미아신고가 있었던 성체실장이 두 마리, 신고가 없었던 유기 실장이 세 마리, 그 중 한 마리는 자실장이다.

언제나라면 십수마리는 회수하기때문에 화물칸이 콩나물시루같은 상태가 되지만 오늘은 여유가 있다.

화물칸에서 울려오는 실장의 소리도 언제나보다 작게 느껴진다.

매일 이렇다면 참 편할텐데.

휴우, 하고 한숨을 쉬면서 핸들을 감아쥐는 동료의 얼굴은, 왠지 헬쓱해보였다.

나도 분명히 똑같은 얼굴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역시 병원순회는 몇번을 해도 마음이 무겁다.

회수작업은 물론이지만, 그 다음에 보건소에 돌아가고나서 최후의 선별작업이야말로 가장 스트레스가 쌓이는 작업이다.

선별은 유기 실장과 미아 실장의 최종적인 판별이 목적이다. 신고가 없었다고해서 간단히 유기 실장이라고 단언할수는 없다.

한때 사육주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행정부가 실장을 처분했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었다.

보건소의 보호기간 동안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주제에, 실장이 처분된것은 어디에서 알았는지, 보건소가 공고를 소홀히했다, 근무태만이다 하면서 매스컴을 끼고 난리를 피운 사육주가 있었던 것이다.

인간 중에도 분충은 있는 것이다.

그 이후, 보건소에서는 실장을 보호한 후, 즉시 링갈로 간단한 사정청취를 행하도록 되었다.

어떤 모양새로 사육주의 보호에서 벗어났는지, 그 상황을 실장 자신으로부터 듣는 것으로 미아인지 유기 실장인지 확인한다.

링갈의 로그는 기록되어 보존되므로, 혹시 재판이 된다고해도 증거물건으로 제출할수 있다.

실장을 골판지상자에 담아 공원에 방치하는 것을 「미아가 되었다」라고 판단할 멍청한 판사는 없다.

이렇게 해서 실장을 버려놓고는 나중에 행정부가 멋대로 처분했다고 클레임을 거는 사육주를 입다물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링갈의 로그는 증거물건으로 제출될수도 있기떄문에, 분충발언에 대해서도 확실히 이성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중에 클레임을 거는 사육주에는 자금력이 있는 자도 많고, 실력있는 변호사를 고용하는 자도 많다.

분충스러운 실장의 발언에 대해 말이 험해진다든가 하면, 보건소에 의한 학대, 공갈에 의한 자백의 강요 등의 웃기지도 않는 누명을 쓸 우려도 있는 것이다.

보통의 실장이라면 몰라도, 분충이라고 속칭되는 하등생물과 링갈을 통해 이성적인 대화를 나눈다……

제대로된 인간이라면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을수가 없다.

링갈의 스위치를 켜고 한 마리 씩 심문을 시작한다. 사육주와 떨어진 것은 언제인가, 어디에서 떨어졌는가, 사육주가 화를 낸적이 있는가, 어째서 화를 냈는가……etc……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서운 것이라, 어지간한 분충발언과 분충행위의 자백(실장 자신은 분충행위라고 자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은 웃어넘길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전혀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마칠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분충의 발언에 울컥 하고 올라오는것을 느끼면서 심문을 진행한다.

그럼에도 오늘은 분충의 비율이 낮았다.

미아 실장은 두 마리 모두 심문으로 판명되는 상황으로 보건대 분명히 미아였고, 유기 실장 중 한마리는 분충이 아니라 새끼를 낳았기에 버려진 것으로 생각되었다.

도리어 미아실장이라도 화려한 옷을 입은 쪽은 다소 분충적인 경향이 보이는 실장이었다. 가까스로 「바보닝겐」「노예」따위를 말하지는 않기에, 분충으로 떨어지는것은 아직이다.

사육주에게 주의를 시킬 필요가 있겠지. 그것을 사육주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남은 유기 실장(성체실장과 자실장)은 명백한 분충이었다.

둘 다 사육주를 「노예」라고 불렀고, 자백을 믿자면 투분・똥먹기도 저질렀다.

게다가 사육주는 「노예」이지만 그 이외의 타인은 「닝겐상」이라는 모양새로 어중간하게 사육실장으로서의 교육의 잔재가 보이는게 더 악질이다.

인간에 서열을 붙여 인식하고, 가면을 쓰고 대응할 상대와 본성을 드러내도 되는 상대를 구분하는, 가장 다루기 곤란한 타입의 분충이다.

특히 자실장은 자신을 보호해주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을 냄새로 구분해서, 분충과 귀여운 자실장을 나누어 연기해온 모양이다.



사육실장으로 등록된 개체가 이렇게까지 분충으로 떨어지는 것은 꽤 드문일이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자실장이 이 수준의 분충성을 발휘하는 것은 거의 사례가 없다.

판매한 펫숍에도 사정을 들어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아니, 요주의업자로 리스트업해야하나.



실장이라는 세간 일반에는 인지도가 낮은, 정확히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품을 취급하는 펫 업계에는 어느정도의 자주규제가 있고, 분충스런 실장석은 기본적으로 판매되지않는 관습이 있다.

그저 이익을 우선해서 분충과 그 이외의 보통실장의 선별을 해서 코스트를 삭감하는 업자가 손을 댄다면, 그런 액면상의 기준만을 클리어한 분충, 잔머리를 굴려 인간을 속이려드는 실장이 판매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실장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간파할 정도의 얄팍한 위장에 불과하지만, 실장을 처음 접하거나 하는 초심자는 알지도못하고 키워버리곤 한다.

악덕업자라면 행정지도명령의 필요도 있으니, 이 실장을 판매한 업자의 건을 염두에 두기로 했다.



모든 실장의 심문이 끝나고, 실장석은 성체와 자실장으로 나누어 케이지에 수용되었다.

원래는 분충과 보통실장을 나눠두고싶지만, 케이지의 수에 여유가 없어서 이런 조잡한 분별밖에 할 수 없다.

분충경향이 보일랑 말랑하는 미아 실장을 분충인 유기 실장과 같은 케이지에 넣으면 악영향이 없을리가 없다.

사육주가 인수하러 오는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분충의 영향은 적겠지만, 사육주의 시간 사정이라는것도 있으니 운은 하늘에 맡길수밖에 없다.

일단은 분충경향이 있고, 다른 실장과 함께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사육주에게 전달했으니 현명한 사육주라면 일각이라도 빨리 인수하러 올 것, 그렇게 기대할 뿐이다.



다만 한 마리, 다른 실장들과 격리되어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한 유기 자실장은 기뻐하고있다.

버려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도 않고, 이 보건소의 좁은 케이지를 마치 별장처럼 느끼는 모양이다.

「칫프프프」하고 쪼개는 그 낯짝은 숨길래야 숨길수 없는 분충의 본성을 여과없이 보여주고있다.

테치테치 짖으면서 고개를 갸웃하고 이쪽을 바라보는 그 모습.

링갈을 통해 심문을 마친 지금으로는 「닝겐상, 밥은 아직인테치까. 배가 고픈테치」라고 말하고 있는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예의만은 지키고있지만,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식사를 요구하는 그 정신.

경계심이라고는 찾을수 없는 불손한 태도. 행복회로 전개인 그 모습이야말로 분충이다.

사육주의 의향에 달린 일이만, 이 자실장은 입양처를 모집해서 쓸데없는 희망을 주는 것 보다, 완전방음인 처분실에서 깔끔하게 소리굽쇠로 즉사시켜주는게 행복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머리를 흔든다. 행복?

인간이 제멋대로 그렇게 생각하는것 뿐이다. 분충성을 드러내고, 본성을 까발리면서 사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이녀석에 있어서 행복인지도 모르잖은가.

다른 생명을 자기 형편좋을대로 농락하는 것이 인간이다. 애완동물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 생명의 시작에도 끝에도 제멋대로 의미를 끌어내고, 쓸데없이 감정을 투영해버린다.

생명이란 그냥 태어나서, 그냥 죽는것일텐데, 인간에 엮이면 그냥 태어나는 것도, 그냥 사는 것도, 그냥 죽는 것도 이루지 못한다.

실장석도 애완동물인 이상,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실장에 있어, 여기는 그 실장생의 종점이다.

종언을 맞는 실장생의 마지막에 보이는, 적녹의, 눈꺼풀 없는 눈동자에서 빛나는 감정에, 직원은 괴로워한다.

예외따위는 없다.

박약한 그 지성으로, 실장석은 죽임당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개나 고양이라면 죽임당한다는 것을 이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장석과 인간은, 실제로 서로를 「죽이고」「죽임당하는」 관계를 이해하고있다.

「죽임당하는」것을 이해한 눈동자에 깃드는 감정의 탁류를 제대로 받아버리는 것은 「죽이는」 쪽이다.

직원이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은, 이것이 최대의 원인이다. 제대로된 정신으로는 버티지못한다.

어딘가 돌아버린게 아니라면.



실장석.



인간에 우롱당하는 생명이면서, 우롱당한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수있는 단 하나의 생명.

인간에 우롱당하면서도, 그것을 이해하면서도 굳이 인간에 의존해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생명.

어째서 너희는 태어난걸까?

이젠 몇번째인지 알수없는 의문을 가슴에 묻는다. 답은 나오지않는다. 나올리가 없다.

해답따위는 얻지 못한 채, 실장석을, 나는 앞으로도 죽여나가야하겠지.

내일도, 모레도. 내 제정신이 버텨주는 동안에.



-끝

댓글 8개:

  1. 저런 걸 죽이는데 왜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되지??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면서 가책을 느끼는 사람도 있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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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바퀴벌레 조차도 생태계에 이바지 하지만 똥만 싸지르고 인간에게 의존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똥덩어리인 실장석이란 존재는 전혀 도움되는 바가 없으니 싹 쓸어버려도 될텐데 왜 살려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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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작가가 갈등하는 이야기 쓰고 싶으면 지맘대로 쓰는거지. ㅋㅋ 지가 개쿨한 학대신사인 줄 아는 찐따들 또 과몰입해서 발광한다. 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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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ㄹㅇ 찐. 쓰는게 작가맘이라고 평가도 하면 안됨? 지가 쿨찐인건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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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긁혀서 발광하는 찐따들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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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와 어지간한 양충 아닌이상 저 보건소 있다가 사육주한테 돌아가면 거의 분충화되서 그냥 다시 보건소행이겠네 분충이랑 같이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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