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이야기

(1)
면접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남자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두 팔꿈치를 두 무릎에,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얹고, 시선은 허공을 방황하고있다.
같이 사는 부모가 시끄럽기에 어쩔수없이 면접의 예약까지 해두었지만, 전철역에 도달하지도 못했다.
고작해야 십수만 엔의 급료를 받기 위해, 어째서 하고싶지도 않은 일을 하지않으면 안되는가.

자신에 걸맞는 직업은 다른 곳에 있을 터이다.
자신이 하고싶은 것, 그것을 발견할때 까지는 재밌게 즐겁게 살고싶었다.
「돈만 있으면, 부모님한테 잔소리 듣지 않아도 되는데」
빠찡코라도 갈까, 흐리멍텅한 머리로 그렇게 생각했다.
시선을 발 아래에 떨궈보니, 겁모르는 자실장이 모여들어있다.
바지 자락을 끌면서, 테치테치 짖고있다.
먹이라도 달라는것일까, 남자는 성가시다고 생각하면서 발을 흔들어 자실장을 떨어냈다.
날려진 자실장은 얼굴부터 지면에 미끄러졌고,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울음을 터트렸다.

(2)
『이 바보닝겐, 무슨짓인테치!』
『갑자기 폭력을 휘두르다니, 용서할수 없는테치!』
『보증과 배상을 요구하는테치, 와타치를 키우는테치, 아니면 먹을 것을 바치는테치!』
다른 자실장들이 일제히 테치테치 짖기 시작한다.
하지만 남자가 몸을 일으키자,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거미새끼가 흩어지는 것처럼 도망쳐간다.
남자는 공원을 나가 역 앞의 빠찡코 가게로 향했다.
완전히 꽝이었다.
전철값과 점심값이라면서 모친이 쥐어준 금일봉은 돌아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공복감과 함께 빠찡코가게를 나온 남자는, 주머니 안에 있던 몇 개의 십엔 동전으로 편의점에서 「맛봉うまい棒」을 샀다.
공원으로 돌아온다.
벤치에 앉아 과자를 씹는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3)
얼굴이 쓸린 자실장이 옆 벤치 그늘에서 남자를 보고있다.
남자는 그 시선을 알아챈다.
방금의 자실장, 자신이 쳐서 날린 자실장.
약간의 죄악감을 느끼고, 먹을 것을 베풀어주기로 한다.
맛봉을 조금 깨물어 손바닥 위에 뱉고, 그것을 자실장 쪽으로 던진다.
자실장은 벤치 그늘에서 슬쩍 모습을 드러내더니, 남자와 맛봉에 번갈아 시선을 보내면서 신중하게 전진한다.
의외일정도로 재빠르게 맛봉의 조각을 손에 쥐더니 순식간에 벤치 그늘에 숨는다.
바로 먹어치우고는, 또다시 벤치 그늘에서 남자를 본다.
그 모습을 본 남자의 머리에 좋지 못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녀석에게 홀에 떨어진 구슬을 주워오게하면, 공짜로 빠찡코 할수있잖아」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실장링갈기능을 켠다.
「여어, 꼬맹이. 먹을 것을 더 줄테니까, 좀 도와주지 않을래」
『테치?』
남자는 설명했고, 단번에 계약이 성립되었다.

(4)
남자는 웃옷의 주머니에 자실장을 숨기고 빠찡코 가게에 들어갔다.
오른쪽에는 얼굴이 쓸린 자실장이, 왼쪽에는 그 언니가 들어있다──여동생이 채용시킨 것이다.
언니는 여동생에 비해 경계심히 강한지, 남자의 이야기에 도무지 끌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동생이 의욕이 넘치는것과, 내밀어진 맛봉(돈까스 소스맛)에 마음이 흔들려버렸다.
남자는 점원의 시선에 조심하면서, 일단은 화장실로 향한다.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하고, 주머니에서 두 마리의 자실장을 꺼내어 바닥에 놓는다.
「나는 자동판매기 근처에 있을테니까, 구슬을 모아서 가져와라.
  할당량은 10개, 이 봉지에 넣어서 와」
『알겠는테츄, 힘내는테츄』
『약속은 지켜주시는테치』
두 마리의 자실장은 남자로부터 비닐봉지 쪼가리를 받아들었다.
화장실의 문을 열고, 남자와 함께 자실장이 홀에 뛰어나간다.
자실장치고는 꽤나 재빠른 움직임으로, 기계의 그늘, 이용객의 발치에 굴러간다.
남자는 시선 끝에서 그것을 확인하고, 작게 승리포즈를 잡았다.

(5)
그 자매는 의외로 똑똑하니, 금방 구슬을 모아올지도 몰라.
남자는 득으의 미소를 지으며 자동판매기로 가서는 뭘 마실까 고민하는 이용객을 연기했다.
「변변한게 없구만」
주스를 살 돈 조차 주머니에 들어있지 않았다.
누군가 어께를 두드린다.
「먼저 쓰세요」
돌아보니, 두 마리의 자실장을 집은 점원이 서있었다.
「손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만」
「뭐, 뭡니까, 저 아니에요」
「화장실에서 같이 나오시는거 봤습니다. 게다가……」
『이 닝겐상에게 부탁받은테치, 먹을거 준다고 말한테치』
여동생이 남자를 가리키며 말한다.
남자는 점원으로부터 두 마리를 낚아채서는 주머니에 쑤셔넣고, 재빠르게 가게 밖으로 달렸다.

(6)
남자는 땀투성이가 되면서 달려 공원으로 돌아왔다.
주머니에서 자실장을 꺼내어 말없이 벤치 위에 놓는다.
『그런 시시한 구슬이 아니고, 오네챠라면 더 좋은 것을 줍는테츄』
분노와 수치로 말을 잇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남자의 발이 멈춘다.
뒤돌아보니 언니가 여동생의 입을 막고있다.
「너, 지금, 뭐라고했지?」
『아무 말도 하지않은테치』
언니가 얼버무리려고 하지만, 여동생이 정색을 하면서 남자에게 말한다.
『오네챠는 더 굉장한 것을 주워서 모으고있는테츄』
「호호오?」
언니가 여동생을 노려보지만,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는 것에 자존심이 부추겨진 여동생은 신경쓰지않는다.
『반지를 모으고있는테츄, 붕ー붕ー과 교환한다고 닝겐상이 말한테츄』
「붕ー붕ー이라니, 자동차 말이냐?」
여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7)
남자와 두 마리는 공원의 화장실에 있다.
장애인용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뚜껑을 덮은 변기에 남자가 앉는다.
「너희가 숨기고있는 반지가 있는 곳, 알려주지않을래」
남자의 왼손에는 언니, 오른손에는 볼펜.
남자는 볼펜뚜껑을 열더니 볼펜 끝을 언니의 뺨에 갖다댄다.
불룩한 뺨에 볼펜 끝이 파고들자, 남자는 서서히 턱 쪽으로 움직인다.
언니의 왼뺨에서 턱에 걸쳐 빨간 줄이 그어진다.
「알려주지않을래」
언니는 바들바들 떨고 두 눈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을 닫고있다.
여동생은 바닥 위에서 그저 안절부절할 뿐이다.
빨간 줄이 턱에서 오른뺨으로 이어진다.
남자는 언니의 두 뺨에 소용돌이를 그린다.
「알려주지 않으면, 이번에는 뺨이 아니라 눈깔에 그려줄거야」
봐라, 하면서 남자는 볼펜을 찔러넣는다.

(8)
눈알에 찔리기 직전에 남자는 손을 멈췄다.
「고집이 센 녀석이군」
그렇게 말하고는 볼펜을 그대로 이마에 대더니 「고기肉」라고 글자를 썼다.
「작전 변경」
언니를 놓아주고는 대신 여동생을 잡았다.
문답무용으로 앞머리를 쥐어뜯는다.
『테엣!』
『테챠앗!!』
와타치의 앞머리가, 하면서 여동생은 울어젖힌다.
『동생에게 심한짓 하지마는테치』
언니가 애원한다.
「어떻게 할까나」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는 뒷머리에 손을 대더니, 당기기도하고 힘을 느슨하게 하기도 한다.
『오네챠, 와타치의 머리털이, 와타치의 머리털이이! 반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테츄!』

(9)
「동생은 이렇게 말하고있는데」
『아, 안되는테치, 다른 닝겐상과의 약속이 있는테치』
『챠아ー, 이 바보오네챠, 와타치의 머리털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테츄?』
동생은 언니에게 더러운 욕지거리를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여동생이었기 때문에, 모친도 언니도, 이 여동생에게는 숨긴 장소를 알려주지않았다.
남자는 한 올, 또 한 올 머리 털을 뽑기 시작한다.
그럴 때마다 커지는 여동생의 비명.
아무리 귀를 막아도, 여동생의 비통한 외침에서 도망칠수 없었다.
『와타치가 대신 뽑히는테치!』
『집어치우는테츄, 반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테츄, 오마에가 뒈져도 이 닝겐은 기뻐하지않는테츄!』
「여동생 쪽이 이해력이 더 좋은거 아니냐?」
언니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더니, 「알겠는테치」하고 작은 소리로 답했다.
「반지는 또, 주우면 되는테치……」

(10)
언니가 앞장서자 여동생과 남자는 공원의 조경수를 향했다.
방금의 사건으로, 여동생은 완전히 언니에게 적의를 품은 모양이다.
머리가 나쁜 실장석의 사고는 실로 단순한 것이고, 자신의 사정을 중심으로 사물을 생각한다.
머리털이 뽑힌것은 언니가 반지가 있는 곳을 바로 알려주지 않은 탓이다.
애초에 반지 있는 곳을 자신만 몰랐던것도 수상하다.
그러한 나쁜 언니를 괴롭혀준 남자는 정의.
그 남자가 「이해력이 좋다」라고 말해주었다.
반지를 찾으면, 자신은 남자에게 키워질지도 모른다!
여동생은 치프프 하고 소리없이 웃으며, 언니에게 뒤에서 발차기를 날렸다.
『어서 걷는테츄, 이 느림보』
조약돌을 집어서 뒤에서 던지고, 나뭇가지가 있으면 그것으로 찌른다.
조경수 앞에서 언니는 걸음을 멈추었다.
『이 나무숲 안에 숨겨져있는테치』

(11)
조경수는 50cm 정도의 높이로, 인간의 시선으로는 뿌리 쪽은 전혀 보이지않았다.
성체의 실장석이라도 조경수 안에 들어가지 못하겠지만, 몸이 작은 자실장이라면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다.
그 대신에 인간에게는 힘이 있다.
위로부터 조경수를 억지로 헤칠수 있는 것이다.
「뭐야, 이건」
남자는 무심코 목소리를 흘렸다.
거기에는 링풀(캔음료의 고리)이 쌓여있었다.
『반지인테치. 닝겐상이 말한테치, 이 반지를 잔뜩 모은다고.
  무척 무척 중요한 것이라고. 붕ー붕ー과 교환할수있다고』
차는 차인데 의자차, 휠체어이다.
링풀을 재활용업자에게 회수하게해서, 그 수익금으로 휠체어를 구입하는 운동이다.
남자가 그랬던것처럼, 작은 자실장은 그런 작업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이 마을에 사는 여자아이가, 남자와는 달리,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 대라도 많은 휠체어라는 목적으로 말을 꺼냈던 것이다.

(12)
언니는 링풀을 주을때마다 여기에 숨기고있다.
링풀과 교환하여 여자아이에게 음식을 얻는것보다도,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기뻤다.
물론 음식도 중요했다── 두 다리를 불꽃놀이로 태워진 친실장 대신, 언니가 식량을 조달해왔다.
언니가 말하는 단편적인 정보로부터, 남자는 대강의 사실을 알게되어버렸다.
실장석을 이용하려 한 것, 「반지」를 뺴앗으려 한 자신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남자는 어께를 늘어뜨리고 링풀 더미를 바라보았다.
남자가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본 동생은, 언니에 대해 무척 화가 났다.
언니에 달려들어 밀어 쓰러뜨리더니, 마운트 포지션을 취하고는 두 손으로 언니의 얼굴을 몇번이고 후려쳤다.
『테엣, 그만하는테치』
『와타치에게 망신을 시키다니, 이 바보오네챠!』
언니는 막고만 있었다.
남자는 링풀 한 개를 집어들더니, 새끼손가락에 끼워보았다.
「반지, 라」
후우, 하고 한숨을 흘렸다.

(13)
남자는 두 마리를 집어들고 또다시 화장실로 향했다.
손수건에 물을 적셔서, 언니 얼굴의 낙서를 지워준다.
「앞으로도 힘내서 반지를 모으렴」
언니를 향해 말했다.
「머리털, 미안하게 됐구나.
  그래도, 너는 언니를 배반하려 한 멍청이다.
  앞머리가 없어진건 그 떄문이라고 명심하고, 언니 하는 일을 제대로 도와주거라」
그렇게 말하고 두 마리를 풀어주었다.
두 마리는 테치테치 하며 달려나가고, 도중에 언니다 뒤돌아보더니 남자를 향해 머리를 숙인다.
먼저 가려고 한 여동생을 붙잡아 돌아세우고는, 억지로 고개를 숙이게한다.
그리고 두 마리는 둥지로 돌아갔다.
「뭐, 가장 멍청이는 나였지만 말이지」
면접시간에 늦은 것을 어떻게 사과해야할까, 남자는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끝

댓글 2개:

  1. 파칭코 털이실패데수
    저런닌겐은 맞아야된다는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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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실장석:멍청한 병신
    똥닝겐:그냥 병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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