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실장 구슬

평소처럼 근처의 공원에 온 나. 물론 실장석으로 놀아주기 위해서다.
이곳은 비교적 친자의 정이 깊은 개체가 많아서 매우 즐길 수 있다.

적당한 벤치에 앉아 실장석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기다린다...기다린다...... ...어라?
여느 때 같으면 자를 데리고,

"와타시의 귀여운 자를 길러달라는 데스우."

"배가 고픈 불쌍한 자에게 밥을 주시는 뎃스우~."

그런 말을 하면서 모여들 텐데 한 마리도 오지 않는다.


둘러보니 공원 주변에 심은 나무 쪽에서 뭔가 녹색의 집단이 있었다.
뭐 하는 거지? 가서 보니 이상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자실장들이 초점이 맞지 않는 텅 빈 눈으로 줄줄이 나무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평소의 "텟치텟치" 하는 울음소리가 아니라 "테ㅡ...테ㅡ..." 하고 힘없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친들은 "데슷, 데스우!" 하며 말을 걸고 있지만 자실장들은 무반응이다.
이윽고 행진의 선두가 나무에 다다르자 자충들은 차례차례 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
자실장이 나무를 이렇게 잘 타던가?

"우와."

가까이 가서 보고 이유를 알았다. 자실장들은 나무 표면의 거스러미에 자기 몸을 걸치며 오르고 있던 것이다.
살갗에 거스러미가 박혀서 체액이 배어있지만 아파하는 기색은 전혀 없다.
그것을 본 친실장이 역시 강제로 자를 멈추게 하려고 팔을 잡는다. 그것을 무시하고 오르려던 자의 붙잡힌 한쪽 팔이 떨어진다.

"데에에에엣!"

친은 다급히 손을 놓는다. 팔이 바닥에 툭 떨어지지만 먹으려는 실장석은 한 마리도 없다. 외팔이 자실장은 전혀 개의치 않고 나무를 계속 오르고 있다.
어쩔 방법이 없는 친들은 나무 주위에서 허둥대고 있다.

잠시 후 나무 꼭대기의 가지 끝에 다다른 자실장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차례차례 자실장이 올라온다. 가지 끝에는 자실장이 굳어져 가서 자실장 구슬이라 부를만한 상태가 되어있었다.
다른 가지에도 비슷한 자실장 구슬이 여럿 생겨나있다.


나는 주머니에서 실장 관찰용 오페라 글래스를 꺼내 자실장 구슬을 보았다.
흔들흔들 자가 몸을 흔든 것처럼 보인 직후, 자의 얼굴이 탁 갈라졌다.
역시 나도 그 광경에는 할 말을 잃는다.
잘 보니 갈라진 피부 틈에서 무언가 작고 흰 가루 같은 것이 공기 중에 떠다닌다.

"뭐야 저건..."

내가 멍하니 있는데,

"데엣스! 데엣스!"

하고 친충이 내 바지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아이가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 것이겠지.
나는 친의 얼굴에 오페라 글래스를 대고 보여주었다.

"...데ㅡ? ...데에에에에엣스웃ㅡㅡㅡㅡㅡ!!!!!"

자의 모습이 보인 친이 절규한다. 그야 그렇겠지.
다른 자실장 구슬들도 같은 상황인 모양이다. 자실장 구슬에서 작고 흰 알갱이가 뻗어 나간다.

파킨!

조금 전의 친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친들 중에 위석이 깨진 놈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나는 그 광경에 눈을 빼앗기며 휴대전화로 로젠사 연구소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어, 무슨 일이야?"

"실은 있잖아, 말도 안 되는 걸 봤거든."

우선 상황을 설명한다.

"아ㅡ 그거 실장 곰팡이야."

"실장 곰팡이?"

"최근 발견된 신종인데, 자실장한테만 영향이 나오거든."

친구 말에 따르면, 실장 곰팡이는 종자 같은 상태로 물이나 음식물에 붙어있다가
자실장이 그것을 먹고 몸속으로 들어가면 발아, 증식을 시작한다.
몸속에서 충분히 늘어나 포자를 방출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자실장의 뇌를 침범해 몸의 제어를 빼앗아버린다.
자실장에게 주어진 운명은 "위쪽으로, 위쪽으로."

어찌저찌 높은 곳에 올라 가장 높은 장소에 도달하면 몸을 경직시켜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러고 나서 피부를 먹고 약하게 만들어 갈라지게 한다. 그곳에서 포자를 바람에 날려 방출한다는 것이다.

"왜 자실장만?"

"친은 가지 끝까지 못 가고, 구더기나 엄지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망가지기 때문이겠지."

으음, 맨 밑바닥 생물, 실장석은 결국 곰팡이 이하가 된 것인가.

"공원 위치를 알려줘. 회수하러 갈 테니."

"...어? 필요해?"

"사육실장도 피해가 나와서~. 연구 진행 중이거든."

친구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전화를 끊자, 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되어 그대로 자실장 구슬을 올려다보았다.


-끝

※작가 주 : 실제로 송충이 같은 것에 붙어서 같은 일을 하는 곰팡이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서
그것을 참고해봤습니다.

댓글 2개:

  1. 똥벌레들에게 내리는 천벌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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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것은 동충하초인 데스. 초라고 하지만 곰팡이와 같은 균류인 버섯인 데스, 개미와 누에에게 기생해서 높은 곳에 올라가게 하고 거기서 자라 포자를 뿌리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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