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無知)하기에 행복한 자실장의 이야기

계절은 겨울.
실장석에게는 인간의 구제보다도 가혹한 계절에 일어난 일.

살갗이 찢어질 듯한 찬 바람이 부는 이른 아침......
트럭 한 대가 시민공원 앞에 멈추더니 짐칸에서 금속으로 된 골판지 상자 크기의 케이지가 내려진다.

인간 두 명이 그것을 좌우로 들고 공원 광장까지 나르고는
적당한 장소에서 케이지 입구를 개방하여 안에 든 것을 바닥에 털어놓는다.

「「「「「「「「「「테챠아아ーーーーーーーーー!!!!」」」」」」」」」」
「「「「「「「「「「테에에에에ーーーーーーーー!!!!!」」」」」」」」」
「「「「「「「「「「테치이이ーーーーーーーーー!!!!!」」」」」」」」」
「「「「「「「「「「챠아아아아ーーーーーーーー!!!!」」」」」」」」」」

인적 없는 공원에 독라 자실장 집단이 풀려난다.
마구잡이로 떨어진 자실장 중 몇몇은 낙하의 충격이나 동료에게 깔려 초장부터 죽어버린다.
인간들은 괴로워하는 자실장들이 마치 없는 것처럼 태연히 운반해온 케이지를 접어 마무리한다.

갑작스러운 처사에 불이 붙은 듯이 울부짖는 자실장들을 보면 어느 개체 하나 똥을 지린 것이 없다.
이 자실장들은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에 걸쳐 태어난 것들.
한 번도 식사를 하지 않아서 똥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똥이 나오지 않는 총배설구를 꼴사납게 벌름거리며 자실장들은 차가운 땅바닥 위에서 파닥파닥 투정을 부린다.

인간들은 울부짖는 자실장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재빠르게 트럭을 타고 떠났다...


한산한 공원에 방치된 갓 태어난 자실장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얼굴을 볼 새도 없이 헤어지게 된 어미에게 도움을 청한다.

「「「「「「「마마아ーーーーー!! 추운 테치이!! 아픈 테치!」」」」」」」
「「「「「「「테에에에ーーーーーーー엥!! 테에에에ーーーーーー엥!!」」」」」」」
「「「「「「「괴로운 테치이!! 추운 테치이!! 배고픈 테치이!!」」」」」」」
「「「「「「「치에에에에ーーーーー엥!!! 무서운 테치이!!! 마마 어딨는 테치이!!」」」」」」」
「「「「「「「추운 테치이!! 추운 테치이!!! 마마아!! 마마아!!」」」」」」」
「「「「「「「테에에에ーーーーーー엥!! 손 없는 테치이!! 아픈 테치이!!」」」」」」」

아무리 떠들어도 시설에서 길러지고 있는 친실장은 도우러 오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실장들은 본능이 명하는 대로 올 리가 없는 마마를 계속 불렀다...





......하늘이 밝아지고 태양이 떠오를 무렵이 되자
공원의 포장 바닥 위에서 울부짖던 자실장 집단에 변화가 보이게 된다.

다소 머리가 돌아가는 자실장은 한데 뭉쳐서 서로의 체온을 이용해 몸을 덥히려 하고,
도움을 바라며 계속 울기만 하던 자실장은 적은 체력을 다 쓰고서 차갑게 되었다.
뭉쳐서 몸을 녹이려고 해보는 자실장들은 차례차례 움직이지 않는 동족을 보고 겁에 질렸다.

"어... 어째서 안 움직이는 테치이... 아까까지 그렇게 떠들고 있었는데 테치이..."

"모르겠는 테치이... 다들 어떻게 된 거인 테치이..."

"테에에에... 마마는 어딨는 테치이... 추운 테치이..."

"마마아... 마마아... 구해주는 테치이... 마마아..."

"테에에에...... 아픈 테치이... 추운 테치이..."

"배고픈 테치이... 추운 테치이..."

살아남은 것은 고작 15마리.
갓 태어난 데다 먹이를 받아먹지 못한 독라 자실장이 이 계절 특유의 살을 에는 냉기에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30분 있으면 다 같이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사이좋게 떠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자실장들에게 불청객이 방문한다.


"마마 보는 테스우!!! 독라가 잔뜩 굴러다니는 테스우♪!!"

"데에!! 이게 뭐인 데스우..."


들실장 친자가 독라 자실장들의 냄새를 맡고 찾아왔다.
40cm급의 친실장과 25cm급의 자실장이 차가워진 독라 자실장들 곁으로 다가왔다.

"아~앙 테스우♪"

자실장은 아무런 경계도 없이 포장 바닥 위에서 절명한 독라 자실장을 주워 한 입 깨문다.

"뭐, 뭐 하는 데스우!!! 떨어진 건 함부로 먹지 말라고 가르쳤을 것인 데스요!!"

"그...그렇지만... 배가 고픈 테스... 맛있어 보이는 고기를 보면 먹어버리는 테스우♪"

"......닝겐의 함정이었으면 오마에는 이미 죽은 데스요? 그걸 알고 한 짓인 데스까?"

자실장은 멋쩍은 듯 베어 먹다 만 자실장을 버리고 딴청을 부린다.
어미의 말은 이해하지만 맛있는 것을 보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골이 난 표정을 짓는 자실장을 흘기며 친실장은 죽은 독라 자실장들의 냄새를 맡고 다닌다.

"...괜찮을 것 같은 데스네.
 이 녀석들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 같은 데스우.
 아기는 약하니까 닝겐이 나쁜 짓을 하면 금방 죽어버리는 데스.
 이 녀석들은 그냥 버려진 모양 데스네... 딱한 일인 데스."

"테프프프프... 그래도 덕분에 밥을 많이 얻은 테스우♪
 이걸로 며칠은 추운 바깥에 나오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테스우."

친자실장은 부랴부랴 가지고 있던 비닐봉지를 벌리고 차가워진 독라 자실장을 채워 넣는다.
자실장은 자신의 봉투에 독라 자실장을 한계까지 채우고는 조금 전 먹다 만 것을 주워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간식 먹듯이 자실장을 베어 먹으며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자실장은
백여 마리의 독라 자실장 시체가 흩어져 있는 와중에 불룩 올라온 장소를 발견한다.

"뭐...뭐인 테스우? 마마!! 마마!!!"

"뭐인 데스우!! 놀지 말고 밥을 제대로 모으는 데스우!!!"

"뭔가 이상한 게 있는 테스우! 이쪽으로 와보는 테스!"

친실장은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자실장이 부르는 방향으로 향한다.

"데... 무슨 일 있는 데스?"

"저거 테스. 저건 뭐인 테스우?"

친실장은 거침없이 불룩 올라온 장소로 향한다.
불룩한 곳을 응시하고 그 표면을 만지더니 발길을 돌려 자실장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이 바보벌레가!!! 저것도 아기의 시체 데스우!!
 놀고 있을 틈이 있으면 얼른 마저 짐 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데스!!
 농땡이 피우다간 닝겐한테 발견되어서 지독한 꼴을 보고 죽게 되는 데스!"

한가롭게 자실장을 먹는 자실장의 머리에 꿀밤을 쥐어박고 설교를 시작하는 친실장.

"테에에에에ㅡㅡㅡㅡ엥!!! 아픈 테스우!! 마마가 때린 테스우!!!"

"맞기 싫으면 아름다운 와타시의 말을 잘 듣는 데스우!!
 얼른 먹고 있는 걸 버리고 자기 짐을 드는 데스!
 해님이 완전히 뜨기 전에 여길 뜨는 데스요."

"테에에에... 알겠는 테스우..."

자실장은 먹다 남은 것을 화풀이하듯이 바닥에 내팽개치고 친실장의 뒤를 따랐다.

친자가 떠난 것을 보고 독라 자실장 한 마리가 시체의 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뭉쳐서 몸을 녹이려던 독라 자실장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 자실장은
바닥에 내팽개쳐져 찌그러진 시체 옆으로 가서 부서진 파편을 들고 가만히 응시한다.

"......아까 커다란 녹색 녀석은 이걸 먹고 있던 테츄... 이건 먹을 수 있는 거인 테츄까..."

흠칫흠칫 살점을 입에 나르고는 이빨 없는 입속에서 굴리고 나서 뱃속에 담았다.

"테에... 맛있는 테츄."

자실장은 몸을 웅크리고 고기 조각을 닥치는 대로 입으로 나르고 차례로 삼킨다.
본능이 이것을 먹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고 속삭인다.
자실장은 살아나가기 위해 무심하게 동료였던 것을 먹었다.



자실장은 소박한 식사를 끝내고는 들고 나를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팔다리 잔해를 두세 개 주워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잎이 떨어진 수풀의 그늘에 몸을 숨긴다.
밥이 될 것이 잔뜩 있지만 추운 장소에 있기보다는 이렇게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살을 에는 차가운 바람을 피해 맛있는 고기를 입에 넣고 빠는 독라 자실장은 조촐하게나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평온을 얻었다...





태양이 떠오르면서 공원을 찾는 들실장의 수가 늘어난다.
2~3마리의 자실장을 동반한 추레한 들실장이 흩어져있는 독라 자실장의 시체에 몰려들어
앞다투어 먹음직스러운 시체를 놓고 다툰다.

썩다 만 음식물 쓰레기보다 훨씬 맛있는 자실장 고기는 들실장에게도 최고의 진미 중 하나.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동족을 때려눕히건 자신이나 다른 실장의 자를 밟아 죽이건 관계없다.
한 마리라도 많이 맛있는 고기를 손에 넣어 배를 채우려고 애를 쓴다.

그럴 때 굳이 난전에 참여하지 않고 멀찍이서 꼴사나운 동족의 지능을 감상하는 영리한 놈도 나온다.
다른 들실장과 거리를 두는 그녀들이 노리는 것은 차가운 시체가 아닌, 살아있는 다른 실장의 자들이다.
난투 중인 친으로부터 떨어져 우왕좌왕하는 자실장을 교묘한 말로 속여 거처로 데리고 가 가축으로 기르는 것이다.

먹이는 자신이나 아이의 똥을 주고 먹이의 대가로 몸의 일부를 바치게 한다.
가축으로 전락한 자실장의 일은 고기의 헌상 외에도 기분전환을 위한 학대나 영리한 들실장끼리 물물교환을 할 때도 쓰인다.
똥만 먹이기에 가축의 수명은 짧지만 봄까지 허기를 면하기 위한 수단이기에 별문제는 못 된다.
고기가 시궁창 같은 냄새가 나더라도 미각이 조잡한 실장석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배를 채울 고기가 손에 들어오면 되는 것이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자실장들은 따라오면 달콤한 콘페이토를 먹게 해주겠다는 친절한 어른의 감언에 낚여
난투를 벌이는 멍청한 친을 내버려두고 영리한 들실장들의 안내에 따라 허겁지겁 공원을 떠나버린다.

............잠시 후 난투의 상황이 변한다.
다수의 들실장이 싸운다기보다 다수가 한 마리를 집중공격하는 양상이 되었다.
이른 아침의 친자보다 훨씬 지능이 낮아 보이는 친자가 독라의 시체를 너무 많이 담아서 주위의 동족에게 집단 린치를 받은 모양이다.
아이들은 괴롭힘당한 뒤에 전부 잡아먹히고, 친실장도 독라가 되어 양팔을 물어뜯기고 만다.

"못생긴 게 깝치니까 이렇게 되는 것인 데스. 분수를 알라는 데스우."

"데프프프프프프... 무능함에 걸맞은 꼬라지가 된 데스."

"정말 추한 놈인 데스우. 오마에처럼 천한 녀석이 고귀한 와타시랑 동족이라니 수치인 데스. 오마에는 벌로 산 채로 먹어주는 데스우."
 
들실장들은 실장석으로서의 자격과 재산을 잃은 바보를 비웃고는 그 고기를 먹는다.
가혹한 들생활에서 동족을 린치하는 것만큼 들실장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은 없다.
지능이 낮고 무력한 실장석이 유일하게 마음대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존재는 동족인 실장석뿐.
혼자일 때는 키울 마음이 없는 자신의 멍청한 자를, 집단일 때는 낙오자를 먹이로 삼는다.

"헤갸바!! 큐베부우!! 그...그만하는 데즈우!!!
 아픈 데즈! 와타시의 아름다운 몸이!!! 히베베베에!!!"

"데프프프프프프, 건방진 꼬맹이보단 맛이 없는 데스지만 썩은 음식쓰레기보단 맛있는 데스네♪"

"아름다운 와타시의 양분이 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데스우."

"추하게 살쪄가지곤... 닝겐한테 아양 떨어서 좋은 것을 먹고 있던 게 틀림없는 데스우!!
 진미를 헌상하는 노예는 고귀한 와타시에게나 어울리니까 죽기 전에 가르쳐주겠는 데스!"

배를 물어뜯기고 내장을 후루룩 빨리는 바보에게 들실장들의 농담을 들을 여유는 없다.

"생명의 돌은 어디 있는 데스우? 그걸 먹으면 기운이 나고 피부가 매끈해지는 데스."

"그건 와타시 것인 데스. 멍청이는 짜지는 데스우!

"닥치는 데스. 당연히 선착순인 데스우!
 하지만 신은 아름답고 요령이 좋은 와타시에게 그 행운을 줄 것인 데스우♪"

들실장들은 훨씬 전에 의식을 잃고 경련하기만 하는 고깃덩이 신세가 된 동족을 잡아 뜯어 위석을 찾는다.
위석은 맛은 없지만 영양가가 높다는 것을 실장석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위석은 실장석이 살아있는 동안만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기에, 대상이 죽어버리면 깨져서 사라진다.
자실장의 경우는 통째로 먹는 과정에서 고기째로 위석을 섭취할 수 있어서 문제없지만
성체의 경우는 산 채로 먹는 동안에 죽어버리는 일이 많기 때문에 위석을 섭취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실장석이 자실장 고기를 맛있다고 하는 것은 위석을 통째로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뇌를 후루룩거리며 못살게 굴고, 똥이 가득 찬 내장을 탐하며 동족의 목숨을 찾는다.
이미 음식물로 전락한 동족에게 인정을 베풀 놈은 없다.
몸 어딘가를 잃을 때마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바보는 크게 부릅뜬 눈을 빙글빙글 돌리고 쑥 내민 혀를 실없이 움직이며 괴로워한다.


......독라 자실장은 떨면서 공포의 광경을 보고 있었다.
이 떨림은 추위가 가져오는 떨림이 아니라 공포가 가져오는 떨림이다.

뭐야... 저건...
모두를 먹고 있어... 동료끼리 싸우고... 동료를 먹었어...
저 무서운 것은 뭐야...
마마... 무서워... 마마... 빨리... 데리러 와줘...

광란의 들실장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자실장은 수풀 안으로 더 기어들어가 몸을 둥글게 만다.
필사적으로 올 리가 없는 어미실장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들실장들이 어서 사라져달라고 빌었다...


소동이 일단락되자 배도 채우고 며칠 분의 먹이를 확보한 들실장들은 서둘러 공원을 떠났다.
난리법석이 끝나고 부족한 머리에 이성이 돌아오자 데려온 아이가 없어진 것을 겨우 알아차리는 들실장들.
생각이 모자란 친 몇 마리는 당황하는 동족을 힐끗 보며 자신의 자가 없어진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떠나버린다.

잠시 후 사라진 자를 찾아 공원 안을 배회하던 들실장들도 포기하고 떠난다.
공원에 너무 오래 있으면 인간이나 실창석에게 발견되어 지옥으로 보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는 소중하지만(비상식으로써) 자기 목숨은 더 소중한 법.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은 들실장이라도 인간의 공포를 이해하고 있다.
실창석에게 구제되면 편하게 죽지만 운 나쁘게 학대파에게라도 붙잡히면
태어난 것을 수백 번 후회해도 모자랄 정도의 고통과 절망을 맛보게 되고 나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많은 실장석은 인간이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하고는 있지만

'와타시는 귀여우니까 괜찮다' 따위의 지적 장애 수준의 낙관이 우선시되어버려 알아서 사지로 나아간다...


한때는 실장석의 안주의 땅이었던 공원도
지금은 줄어든 실장석을 찾는 학대파와 청소국의 실창석이 순회하는 위험지대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실장석이 공원에 집착하는 것은 살기 위해 필수적인 물을 얻기 위해서다.
정비된 인간의 거리 속에서 사는 실장석이 독자적인 수원을 얻기란 매우 어려운 일.
조금은 어떻게든 되더라도, 마실 물의 대부분은 각 공원에 있는 분수나 공중화장실을 쓰지 않으면 필요량을 채우기란 불가능하다.
세탁이나 목욕, 출산 때 필요한 수원 등을 공원 이외의 장소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실장석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공원을 찾아와야 한다.

정기적으로 세탁과 목욕을 하지 않으면 불결한 냄새 때문에 자신의 존재가 적에게 알려지고 만다.
출산 때 적당한 수원이 없으면 낳은 아이의 점막을 깨끗이 떼어주지도 못한다.
무언가에 의존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많은 불편이 따라다니는 것이다.




오전 9시가 지날 무렵, 독라 자실장의 시체는 들실장에게 거의 회수되었다.
몇 개 남은 피의 흔적과 살점만이 이곳에 투기된 자실장이 존재했다는 증거.

정적에 휩싸인 공원 수풀에 숨은 살아남은 자실장은 떨면서 어미의 구원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끌어안고 있던 살점도 8시를 넘기기 전에 다 빨아버려서 어쩔 도리가 없는 자실장은 힘없이 울며 어미를 부른다.

제발 마마 빨리 와줘...
추워... 아파... 배고파...

팔다리 끝은 추위로 마비되고, 식사로 채웠던 체력도 곧 바닥난다.
두 팔로 무릎을 감싸고 웅크려 앉아 찌르는 듯한 냉기를 견디는 자실장에게 머지않아 끝이 찾아온다.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 채 끝나는 것에 두려움을 품은 자실장은 허세를 부리며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본다.

곧 있으면 마마가 온다.
그렇게 되면 와타치의 진짜 삶이 시작되는 거야.
와타치는 움직이지 않게 된 녀석들하고 달라서 훌륭해.
선택받은 훌륭한 자니까 괜찮아.
마마 빨리 와타치를 데리러 와줘...

텅 빈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자실장.
마마가 오면 모든 사태가 호전되리라고 고집스럽게 믿으며 꺼져가는 목숨을 필사적으로 붙든다.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마마는 분명히 매우 강하고 다정하며 맛있는 것을 많이 먹게 해줄 것이라고.




의식이 몽롱한 자실장의 시야에 그동안 본 적 없는 것이 들어온다.
동족식을 하던 동족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대한 인간이 걸어온다.

자실장은 인간과 관련된 기억이 없다.
그래도 본능이 이렇게 속삭인다.

저것은 귀여운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라고...

자실장은 본능이 말하는 행복의 운반자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우둔하다는 것은 어느 의미로는 행복한 일.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어미와 갈라놓고 찬바람이 몰아치는 공원에 버린 것이 바로 인간들임에도...




인간을 응시하는 자실장의 눈에 하나 더 비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인간의 팔에 안긴 실장홍의 모습.
따뜻해 보이는 진홍색 코트로 몸을 감싸고 세련된 날개 달린 모자를 쓴 실장홍은 주인인 남자에게 안겨 졸고 있다.
졸고 있는 실장홍의 얼굴은 평온해서 일말의 불안함도 보이지 않는다.
자세한 것은 알기 어렵지만 적어도 이 주인과 실장홍의 관계가 양호한 것은 틀림없는 일.

뭐지?
저 빨간 녀석을 보고 있자니...
까맣고 꺼림칙한 것이 가슴 속에서 끓어올라서인지 뜨거워진다.

아무 지식도 없는 갓 태어난 자실장은 자세한 것은 몰랐지만
그동안 자신을 곤경에서 여러 번 구해줬던 본능이 격렬하게 고한다.

저 자리는 고귀한 자신에게나 어울리는 것, 방해자를 없애고 손에 넣어라.
자신은 행복하게 될 자격이 있다. 행복을 붙잡을 수 있는 사랑스러움과 영리함이 있다.
지금 당장 저 커다란 녀석을 쫓아가서 자신을 어필하라.
그렇게 하면 마마와 사는 것보다도 더욱 더 행복하게 될 수 있으리라...

행복을 누리는 실장홍에 대한 증오와 인간에게 주워지면 행복하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자실장의 차가워진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자실장은 본능이 명하는 대로 온힘을 쥐어짜서 수풀을 빠져나와 달린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소리를 있는 대로 지르며 실장홍을 안은 인간의 뒤를 죽기 살기로 쫓아간다.
하지만 그래봤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실장...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는 인간 앞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순식간에 20m 이상이나 벌어진다.
게다가 운 나쁘게도 인간이 귀마개형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기에
자실장의 가냘픈 소리로는 아무리 떠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어째서! 어째서 와타치가 다가가는데 돌아보지 않는 거야!
불쌍한 와타치가 이렇게 열심히 소리를 내고 있는데!

자실장은 비틀거리며 달린다.
제 딴에는 꽤 큰 소리를 내며 민첩하게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거북이 정도의 속도로 느릿느릿 달리며 스치는 휘파람 같은 소리로 속닥이는 자실장.

희망의 빛인 인간은 점점 멀어지고,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느낀다.

싫어! 싫어! 모두하고 똑같이 되고 싶지 않아!!
와타치는 행복하게 될 거야!
된다면 되는 거야!!

......자실장의 기도가 통했는지 인간이 멈춰 선다.
공원 밖으로 나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것 같다.

목표가 멈춘 것을 본 자실장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서둘러 인간에게 간다.
지금 분발하지 않으면 동료처럼 움직이지 않게 된다는 공포와
인간에게 도달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죽어가는 몸에 새로운 활력을 주입하여 자실장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

기진맥진한 마라토너처럼 자실장은 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10미터...
그 거리를 답파하면 인간의 발치에 도달한다.

조금 더... 조금 더 가면... 행복해질 수 있다...

믿음만으로 몸을 움직이는 자실장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인간만을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신호가 바뀌어 인간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다.

기, 기다려!!! 두고 가지 마!!!

움직이기 시작한 인간을 보고 경악한 자실장은 소리를 지르며 인간을 불러세우려 했지만
죽어가는 몸으로 자실장이 기대한 대로의 소리가 나올 리가 없다.
다시 점점 거리가 벌어진다......

싫어! 기다려! 두고 가지마!!
와타치는 행복하게 될 거야!! 행복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와타치를 두고 가지마!!

소리를 지르려고 쓸데없는 체력을 소모한 자실장은 이미 그로기 상태.
자력으로 서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
자실장이 간신히 횡단보도의 첫 번째 흰 선에 다다랐을 때는 마지막 희망인 인간은 이미 머리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기다려... 두고 가지 마...

유령처럼 흐느적거리며 나아가는 자실장은 손을 내밀어 행복을 가져다줄 인간을 요구한다.
하지만 자실장의 사정따윈 알 길이 없는 인간은 더욱 속도를 높여서 자실장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인간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순간, 자실장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되어버린다.
사력을 다해서 살아남을 노력을 했지만 결국 손이 닿지 않았다......
이 혹독한 사실이 자실장을 버티게 한 망상을 부숴버린다.

"테... 테에에..."

통행이 많은 차도 한가운데에서 힘이 빠져 주저앉은 자실장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린다.
마음의 버팀목과 체력을 전부 잃어버려서 행동불능에 빠진 듯하다.

행복...
맛있는 것...
따뜻함...
마마...

산 송장이 되어 차도에 주저앉아 있던 자실장은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오가는 차에 치여 죽는다.
자실장이 이 세상에 있었던 증거인 망가진 시체도 한 시간도 채 되기 전에 격렬한 차의 왕래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이 자실장은 친구들보다 행복한 죽음이었을 것이다.
잠깐이나마 자신의 의사로 살기 위한 선택을 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행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원에 버려진 독라 자실장들은 들실장 구제용으로 생산된 살아있는 미끼.
실창석만이 구분할 수 있는 냄새를 뿜는 남미산 미생물을 미리 기생시킨 자실장을 생산하도록
개조된 실험체에게서 태어난 것이 이 자실장들.

이 자실장을 먹은 실장석은 혈액 속에 미생물이 기생하여
피지나 침, 땀이나 대변 등에서 실창석만이 감지할 수 있는 냄새를 풍기게 된다.
지금 당장 대상을 몰아내지 않아도 미생물이 핏속에서 번식하고 축적되고
점점 강해지는 냄새는 결코 빠지지 않아서 대대손손 풀리지 않는 저주로 계승된다.
나머지는 냄새를 지표로 실창석들이 멍청한 들실장을 몰아내게 하면 된다.

이는 답답하고 시간이 걸리는 구제방법이지만
실장석 구제법이 시행되었던 당초처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살육해서 수를 줄이는 시대가 아니게 되었기에,
사회적 평판이나 뒤처리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고안된 시안 중 하나.

이 밖에도 몇 종류의 시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이것이 채용될 것이다.
모체는 공짜로 얻는 들실장을 사용, 메인인 미생물은 실장연구소에서 나눠준 것을 배양한다.
양식장은 청소국의 빈 부지에 가옥을 짓고, 척추를 자른 모체를 일정 간격으로 매달아 놓기만 하면 된다.
그 뒤는 모체가 목숨이 이어지는 한, 살아있는 미끼 자실장을 계속 생산하여 그것을 정기적으로 뿌려서 상황을 보아 구제하면 된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저 코스트에다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효과도 확실히 올릴 방법을 내버려둘 바보는 없다.


먹이가 극단적으로 적어지는 겨울철은 들실장의 규모를 줄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봐주지 않고 들실장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써야 할 것이다.
인간이 그다지 손을 쓰게 하지 않고 들실장 스스로 사형대에 올라와 준다면 더욱 그러하다.

오늘 죽은 자실장들의 여동생들이 사흘 뒤에 태평한 들실장들에게 대접 된다.
과연 그때의 자실장들은 얼마나 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지옥을 살아남아 똑똑한 들실장의 노예가 될 것인가?
인간에게 주워지는 행운을 얻는 녀석은 나올 것인가?

그것은 그때가 되지 않으면 모른다.


-끝

댓글 2개:

  1. 모든 실장석은 결국 분충이라는 진리를 가르쳐주는 갓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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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실장홍 직스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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