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의 저실장

「레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있다가, 문득 기묘한 소리가 나는것을 알아챘다.

「……뭐야, 저실장인가」

화장실의 창에 있는 화분 안에, 그녀석이 있었다.

창문을 언제나 약간은 열어두고 있었으니, 밖에서 들어온 것일까.

「레후〜」

그녀석은 그저 짖으면서 화분 안을 돌아다녔다.

집어들기도 귀찮았던 나는 그녀석을 그대로 놔두었다.




「레후〜」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가면, 언제나 그녀석은 거기에 있었다.

무엇을 먹는지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서서히 줄어가는 관엽식물의 잎을 보고서야 그렇구나 하고 납득했다.

「레퍄퍄」

물을 뿌리면 그녀석이 기쁘다는 듯이 짖는다.

잎이 없어지면, 가끔씩 적당한 잎사귀를 채워주거나 했다.

「레후〜」

그러면 그녀석은 늘어지는 짖는 소리를 내고는, 잎을 먹었다.



얼마 있으니 저실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줄기 중 하나에 자그마한 고치가 생겨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저실장은 얼마간 있으면 고치를 만들고, 약 2주 정도 있으면 자실장으로 변태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한동안은 화장실에서 그녀석이 짖는 소리를 들을 일도 없다.

나는 오랜만에 조용해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다.

소변이 변기를 때리는 소리가 왠지 크게 울렸다.



어느 날 아침.

나는 화장실의 타일바닥 위에서 뭉개져 죽어있는 자실장을 발견했다.

줄기에 있던 고치는 반쪽으로 갈라져있어, 이 자실장이 그 저실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과 발이 생겨서, 세상이 넓어졌다는 것이 자실장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바보구나……정말로, 바보같은 생물이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실장의 사체를 치워서 화장실에 흘려보냈다.





그 이후, 나는 화장실 창문을 닫게 되었다.

찰나의 만남과 작별이 남기는 아픔을 걸어 잠그기라도 하는 것처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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