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맛 2

이틀 정도 날씨가 궂었지만, 이제 겨우 풀렸다.
아침 일찍 뒤 대숲에 죽순이 났는지 보러갔다.
비 덕분에 죽순이 많이 자라있었다.
그러나 몇 개는 좀 웃자라 먹을 수 없게 돼 있다.
웃자란 죽순은 심이 굳고 아린 맛이 난다.

적당히 뿌리를 괭이로 두드려 꺾어둔다.
이렇게 해둬야 새 죽순이 나기 쉽다.

대나무를 지나치게 늘리면 뿌리가 막혀 내년 죽순이 나기 어려워진다.
적절히 솎아내는 것은 자연을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뿌리부터 예쁜 형태로 온전한 죽순은 이웃에 나누어 주려고 그냥 둔다.
괭이로 중간부터 꺾인 듯한 죽순을 집에서 요리해먹는다.
죽순 껍질을 벗기고, 진흙을 깨끗이 지워둔다.
안뜰의 콘크리트 블록과 돌로 만든 돌가마에 장작을 넣고 불을 붙였다.
장작은 근처의 제재소에서 공짜로 받아온 하등품이어서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냄비에 죽순과 재와 쌀겨를 넣고 삶아 떫은 맛을 제거해둔다.

점심부터는 이웃들에게 죽순을 나눠주러 다녀봤지만,
어느 집이나 여기저기서 먹지 못할 만큼 받고 있는지 별로 반가워 하지 않는다.
어차피 사정은 서로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이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이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이 있다.
잘 자라는 것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지만 진정한 의미는
『적을 때에는 귀중했던 물건이 많이 생겨서 가치가 없어지는 것』 아닐까.
지금의 상황이 바로 그 말의 유래와 꼭 맞아떨어져 쓴웃음을 지었다.

집에 돌아와 죽순의 떫은 맛을 제거하던 냄비를 가마에서 내렸다.
죽순에서 재와 쌀겨를 씻어내고 물에 담가 둔다.
죽순의 떫은 맛 제거가 끝나 돌가마와 냄비가 비었다.
지난 달 농협에서 구입해 온 성체 실장석 (이하 친실장)을 우리에서 쫓아낸다.

이 품종은 안정적으로 알을 낳는 닭처럼, 살집이 좋은 대형의 자실장을 낳는다.
이 시기의 실장석은 산의 삼나무, 편백나무의 꽃가루가 날아오니 마구 임신한다.
이 친실장도 구입부터 줄곧 두 눈이 녹색으로 되어,
매일 뎃데로데라고 불협화음의 노래를 하여 어쨌든 시끄럽다.
따뜻해지면 상해버릴 작년 고구마나 감자, 토란, 무 등을 냄비에 데쳐서 먹이고 있다.
어차피 상한 야채는 대숲에 구멍을 파고 묻어 버릴 뿐이니 친실장에게 원하는 만큼 배부르게 주고 있다.
영양이 충분하면 친실장은 바로 임신하므로, 매주 일요일엔 자실장이 가족의 식탁을 장식해 준다.

"데쟈!!데갸아아! 데에에!! 데에에??엥!"
(인간씨, 그만두는 데스! 이제 나의 자들을 데려가지 마는 데스우??!)

임신 1주일 정도인 친실장의 머리를 죽순을 파내던 괭이로 때려 두 눈을 피로 붉게 만들어 새끼를 낳게한다.
태내에서 자란 자실장이 다 태어나고, 구더기 강제 출산이 시작되면 친실장의 눈에 물을 뿌려 출산을 멈춘다.
태어난 자실장과 구더기는 체에 넣고 흐르는 물로 헹구고 점막을 씻는다.
자실장이 떠들며 구더기를 짓밟지 않게끔 다른 용기에 갈라놓는다.

"데...데데. 데즈우...데에에데스우……"
(그만……부탁인 데스... 모처럼 태어난 자들을 죽이지 마는 데스우……)

훌쩍이며 울다가 침울해진 친실장을 우리에 다시 집어 넣고 요리에 나선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아양떠는 자실장의 옷을 벗기고 머리를 잡아 뽑는다.
갓 태어난 자실장은 배에 아직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똥을 뺄 필요는 없지만 만약을 위해 총배설구를 넓히고 세척한다.
자실장의 손발을 잘라내서 총배설구멍에 떫은 맛을 뺀 죽순을 채워넣는다.
구더기 실장은 옷과 앞머리를 걷어내고, 마디를 뺀 죽순 안의 구멍에 넣는다.
그리고 잘라낸 자실장의 손발로 죽순의 구멍을 채워 마개로 한다.
죽순이 흉년이면 구더기 실장을 담은 죽순을 자실장에 박아넣기도 한다.

"테에에테츄테챠???! 텟츄이이이!"
(옷과 머리가 없어져 버린 테치??! 팔도 발도 싹둑 잘린 테치??!)

"테에에에쯔!테에에에! 테츄쯔!"
(아픈 테치! 아픈 테치! 사타구니 아픈 테 칫! 배 아픈 테 칫! 마마! 마마아??!)

"테츄?! 테쟈?! 테쟈쟈?!"
(마마 뭐 하는 테 지! 빨리 이 노예를 날려 버리는 테 치! 빨리 아타치를 돕는 테치!)

"레 후? 레 후? 레후우?"
(좁은 레후? 어두운 레후? 엄마의 배에 돌아간 것 같은 레후?)

죽순을 채운 자실장과 구더기 실장을 채운 죽순을 냄비에 넣는다.
잘린 손발과 구더기들로 채워넣은 죽순들도, 냄비의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죽순 넣은 자실장들도, 모두 위로 보게 한 뒤에 술과 간장으로 연하게 양념한 육수를 끼얹는다.
육수의 분량은 자실장의 얼굴이 가라앉지 않고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를 기준으로 하면 좋다.

"테에?엥! 테에에에??엥 테-차!"
(물에 가라앉아 버린 테치! 빠져 버린테치! 구해주는 테치!)

"테에에?엥...테에에에에...테스…ㄴ…"
(하늘도 이렇게 푸른 테치... 구름도 이렇게 하얀 테 치...싫은 테치... 죽는 것은 싫은 테치이...)

"테츄우쯔!! 테쟈아아아쯔!"
(바보 닝겐, 지금 이라면 용서해 주는 테치! 빌어먹을 닝겐, 바로 여기에서 꺼내 노예가 되는 테치!!)

"레후? 레후 레후 레후 레후"
(레후? 맛있는 냄새나는 물이 들어온 레후. 할짝할짝하는 레후)

돌가마에 냄비를 얹어 익힌다.
자실장의 냄새가 빠지기 쉽도록 처음에는 냄비 뚜껑을 열어 놓고 익히는 것이 좋다.
구더기 실장은 별로 냄새가 없어서 구더기 실장을 집어넣은 죽순만 삶는다면 처음부터 덮고 끓여서도 된다.

"테에에에쯔? 테챠아아쯔...?!"
(인간씨, 어째서인 테치이이이이이? 왜 이런 잔인한 일 하는테치이이...?!)

"테에에...테에에?...테에...테...테..."
(물이 점점 뜨거워져 오는 테치...와타치는 이대로 죽는 테차? 도와주는.. 마마...마마아……)

"테 차!!!!!!!!!아 아아 !!!!!!!!!!
아아 아아...테치이이이이이!……"
(아픈 테치. 뜨거운 테치. 괴로운 테치~~마마는 거짓말장이인 테치이?! 밖에 낙원 따윈 없는 테치,……)

"레후레훗! 레후우?!
프니 프니 레 퍄아아?????!"
(레후레훗! 죽고 싶지 않은 레훗?! 구더기 아직 한번도 프니프니 받지 못한 레후??!)


"데...데...데...데에에에?...엥...
데...데데. 뎃……데스데스우?……
오로로?ㅇ 오로로??ㅇ..."
(…… 심한 데스…또…또 자들이 모두 모두 저 냄비에서 "맛있게 되는" 데스...
어째서 이러는 데스 …인간씨는 음식을 잔뜩 가지고 있으면서 왜 귀여운 나의 자를 먹는 데스우……)



테치테치레후레후 시끄러운 냄비가 조용해지고 자실장의 냄새도 술의 알코올과 같이 날아가면 뚜껑을 덮는다.
이대로 푹 고아내기에 한참 시간이 걸린다.
주위에 흩어진 죽순 껍질과 찌꺼기, 자실장의 머리와 옷을 치운다.
죽순의 껍질과 자실장으로부터 걷어낸 옷은 장작 지필 때에 사용하는 거라서 버리지 않고 챙겨둔다.
자실장의 옷은 축축하기에 마르기 쉽도록 친실장의 우리 위에 펼쳐 놓았다.
그러자 우리에 매달려 김나는 냄비를 바라보던 친실장이 옷을 낚아채 우리 사이로 끌어들여 껴안는다.
낮에는 따뜻하지만 아직 아침 저녁엔 춥다.
샀을 때부터 독라였으니 신경을 쓰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추웠을 것이다.
자기가 못 입는 작은 옷이라도 좀 필요한 모양이구나.
곧 다음 새끼를 임신할 친실장을 위해 대량으로 삶아 놓은 고구마를 수북이 담아서 놓아 둔다.

죽순시즌은 다음 주까지이고, 이 시기에는 근처에서 여러가지 산나물도 많다.
다음 주 일요일은 어떤 요리로 할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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