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이 있는 풍경 2 봄의 재난


어느날 들실장홍을 보았다.
밭에 토마토와 피망의 모종을 심고 있을 때, 뒤에 있는 대나무숲 근처에서 붉은 것이 바스락거리고 있다.
아무래도 차 나무의 새싹을 따고 있는 것 같다.
옛날에는 어느 집에서도 차는 자기 집에서 손수 만든 것을 먹었다. 내가 어릴 때에는 이 시기가 되면 죽은 할아버지들이 찻잎을 따와서 밤 늦게까지 찻잎을 비비던 것을 기억한다.(*주 : 발효차는 찻잎을 잘 비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함) 지금은 호기심으로라도 저런 손이 많이 가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시골에서도 거의 없다. 옛날에는 차밭이었던 곳에 지금은 누구도 찻잎 따기도 손질도 되지 않은 차나무가 계속 죽지 않고 남아있다.
한눈 팔지 않고 부지런히 차의 새싹을 따는 실홍. 조금 작은 것으로 보아 작년에 막 독립한 젊은 개체인가.
먹지도 않지만 누구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생물이므로 내버려둔다.
절차를 밟으면 고급 홍차를 만들 수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집에서 홍차는 별로 마시지 않는다.
논밭의 해수인 실장석과 달리 실장홍은 번식력이 낮아 개체수 자체가 적다. 또 실홍은 자생하고 있는 차나무만 있으면 생존 가능하다. 재배된 차가 있는 곳에는 주위에 자생하는 차나무도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지능이 높은 야생의 실홍 중 일부는 산림에서 차를 직접 재배하여 수확하는 것조차 관찰되고 있다.
그 때문에 실홍이 찻잎을 먹어 해를 입혔다는 소리는 차의 명산지에서조차 거의 들리지 않는다. 같은 실장 생물이라도 들실장석은 인간의 생활권에 끼치는 극단적인 악영향 때문에 철저히 구제된다. 그러나 들실홍은 털색이 다른 들고양이 정도의 취급으로, 방제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드디어 모종을 다 심고 한숨 돌리고 있었더니, 요란한 새 소리와 함께 실홍의 비명이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괭이를 가지고 급히 달려가자, 날개색이 선명한 수컷 꿩에게 쫓겨서 실장홍이 도망쳐 다니고 있었다.

케켓~~~ 케켓~~ 케켓케켓~~~~
챠밧?! 나노다왓! 다와다와아아아앗!

잘 모르겠지만 손에 쥐고 있던 괭이로 꿩을 쫓아 버린다.
집요하게 부리로 쪼이고 며느리 발톱으로 걷어 차인 실장홍은 상당히 엉망이 되어 있었다.
실장석에 비해 진귀한 생물이므로, 만신창이가 되어 기절한 실장홍을 보호한다.

실장석이 까마귀에게 습격 당하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실홍을 꿩이 공격한 이유를 모르겠다.
마음에 걸려서 근처에 사는 포수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따르면, 봄에 번식기를 맞은 수컷 꿩은 암컷을 놓고 다툰다고 한다.
수컷 꿩은 세력권에 있는 움직이는 붉은 것을 동족인 수컷이라고 인식하고 덤벼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실홍은 크기도 꿩에게 라이벌로 인식받을 만하다.
어느새 대숲에 서식하던 꿩은 그 실홍을 세력권을 침범한 다른 수컷 꿩이라고 착각한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자, 기절한 실홍이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
헛간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푸른색의 비옷을 대충 줄여서 입힌다. 그래도 헐렁헐렁해서 질질 끌지 않도록 비닐 로프로 어깨 띠를 해서 묶어 둔다. 하는 김에 옛날 여행지의 선물 가게에서 사왔지만,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그물 망대 삿갓을 씌운다.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실홍에게, 이 모습을 하고 있으면 그 새에게 습격당하지 않을 거라고 가르쳐 주었다.
머리 좋은 실홍은 바로 내 말을 이해했다.

다음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찻잎을 따고 있는 실홍을 발견했다. 실홍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일본의 농촌풍경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잠시 후 그 실홍이 왜인지 신차를 선물해 주었다.
뜨거운 열탕을 넣지 않으면 색도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는 미숙한 신차에서는 그리운 맛이 났다.


-끝

댓글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