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풍경 · 밭태우기의 계절

도시에서는 이젠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시골에서는 지금도 초봄이 되면 목초지와 경작전의 밭에서 밭태우기를 행하곤 한다.

산업폐기물을 몰래 태우는 것과는 다른 것으로, 마른 풀을 태워서 초원에 새로운 새싹의 성장을 촉진하고 태운 후에 생기는 재 등의 영양분이 경작지의 생산력의 재생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요즘은 다이옥신의 발생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밭태우기를 멋대로 하는 것은 법률로 금지되어있다.

그럼에도 실장석에 의한 피해가 빈번한 경우, 각 지자체의 판단으로 밭태우기에 의한 실장석의 일제구제가 허가되는 것이 통례로 되어있다.



밭태우기는 고래로부터 농지를 개간할때 행해져온 방법이지만, 벌채의 수고를 줄인다는 것 이외에도 해충구제의 목적도 있다.

해충에는 들실장도 포함되어있다는 것은 말할것도 없을것이다.

봄에 뿌려진 목초와 밭작물의 씨에서 튼 새싹을 녀석들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서도, 사전에 일대의 실장석을 전멸시켜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덤으로 실장석을 철저히 구제할수도 있으니 농가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이다.



그리고 여기, 후타바시 후타바지구에서도 매년 치러지는 밭태우기를 하려고 하고있다.



이곳의 농가도 다른곳 못지않게 초봄의 실장석의 식해에 고민해왔다.

하지만 밭태우기를 하게 된 이후로는 작물이 어느정도 튼튼하게 생장했고 거기에 그물망을 친다든가 해서 실장석에 먹혀버린다는 일은 없어졌다.

여기에서도 실장석퇴치를 위한 밭태우기는 초봄의 명물이 되어있었다.



밭태우기를 위해서 1주일 정도를 들여서 농가 총출동으로 밑준비가 행해진다.

일단은 밭태우기를 하는 구획에 실장석을 몰아넣는 몰이꾼이 시작이다.

각자 한말들이 깡통이나 양동이 등의 큰 소리를 내는 것을 들고, 그것을 성대하게 울리면서 실장석을 위협해서 쫓아낸다.

보통은 멧돼지나 실장 사냥에 쓰이는 사냥개도 이 날은 실장석을 둥지에서 쫓아내는 데에 활약한다.

이 지역의 실장석은 도시의 공원과 달리 무리를 짓거나 골판지하우스의 콜로니를 만든다든가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족 단위로 독립해서 영역을 만든다.

그리고 버려진 폐가나 차를 점거하거나 다른 동물이 만든 둥지를 가로챈다든가 해서 지역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그 실장석의 가족들이 커다란 소리에 쫓겨서 여기저기 도망치기 시작한다.

「시, 시끄러운데스ー! 대체 무슨일인데스우?!」

「닝겐이 쳐들어온데스! 모두 빨리 도망치는데스!」

「마마 기다리는테치이! 우지쨩이…아야야야 밟지마는테치! 테챠아아아!」

부랴부랴 자실장을 안고 반미치광이 상태로 도망치는 친실장.

월동식량으로 남겨두었던 구더기를 입에 물고 도망치는 산실장 등 다양한 모습이다.



여기에 사는 실장석들은 대부분이 작년의 밭태우기 뒤에 여기에 들어와서 새끼를 친 놈들이다.

매년 밭태우기를 하기 때문에 실장석들은 이 지역에서 없어져버린다.

그리고 수개월이 지나면 공백이 된 후타바지구에 다른 지역의 실장석이 『이주』해와서 정착한다는 사이클을 매년 되풀이하고있다.

도망친 끝에 자신들이 어떤 결말을 맞는지 아는 놈은 아무도 없다.

숨을 죽이고 밭태우기가 끝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경험이 일천한 그들에게는 생각도 못 할 일인 것이다.



몰이꾼들은 구더기 한마리 빠져나갈 틈도 남겨놓지 않으면서도 가족을 데리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가질수 있도록 포위망을 좁혀간다.

올해에 밭태우기를 행하는 장소는 10 헥타르 정도의 억새 초원으로, 세 방향이 농도와 농업용수로로 둘러싸있다.

수로의 폭은 약 1m, 수심을 생각하면 실장석이 그것을 넘어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능숙하게 포위망을 이동시켜서 대부분의 실장석을 밭태우기 지역에 몰아넣으면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머지 한 변에 도랑을 판다.

트랙터와 포크레인으로 콱콱 파면 실장석은 두번다시 자신의 둥지로 돌아갈수 없게된다.

몰이꾼들의 보고를 취합해보면 올해에도 백마리 이상의 성체실장석, 그리고 그 몇배에 이르는 자실장과 엄지, 저실장들을 목적지에 몰아넣은 모양이다.



실장석들은 소리가 멈추자 일단 안도한다.

도망치느라 지쳐서 잔뜩 빵콘한 똥 위에 주저앉아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지금 것은 대체 뭐인데스… 닝겐에게 사죄와 아마아마한 콘페이토를 요구하는데스!」

「그건 그렇고 여기는 어디인데스? 풀이 많아서 주위가 보이질 않는데스… 오마에들 미아가 되니까 돌아다니지 마는데스!」

「왠지 여기는 실장석이 잔뜩 있는데스… 아아 귀찮은데스〜」

당연하게도 이제부터 내려질 재난을, 그들이 알 도리가 없다.

물론 알게된다 하더라도 도망친다든가 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지만.

그렇게 실장석을 완전히 몰아넣은 것을 확인하면 밭태우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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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태우기는 맑고 되도록 바람이 없는 날을 골라 행해진다.

방재용 무선스피커에서 밭태우기가 행해진다는 요지의 연락방송이 흐른다.

「금일, 후타바지구에서 실장석퇴치를 위한 밭태우기가 실시됩니다. 화재가 아니므로 주의해주십시오.
  또한 오전중에는 빨래를 밖에 널지말아주십시오. 반복합니다…」

밭태우기의 연기는 구역 외에도 꽤 퍼지기 때문에 빨래를 넌다든가 하면 즉시 실장냄새가 배어버려서 쓸데없는 불만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밭태우기 지역에 모여든다.

삼월이라고는 해도 아직도 이른아침의 추위가 몸에 스며든다.

마을에서 수십명이 참가했고, 점화팀과 소화팀으로 나뉘어 불을 콘트롤하게 되어있다.

여자들은 아침부터 참가자들을 위해 밥을 짓느라 정신이 없다.

산실장이 발견될 때에는 그 자리에서 해체해서 신선한 산실장요리가 나오는 일도 드물지않다.

연회에 대한 기대를 품고, 일을 끝내기 위해서 각자 정해진 위치로 이동한다.

리더에게 준비완료라는 연락이 왔다.

「9시인가… 그럼 슬슬 시작합시다! 모두들 잘 부탁합니다」

시작의 신호와 함께 점화팀이 눈 앞의 마른풀에 불을 붙여간다.

건조한 기후때문에 마른 풀은 순식간에 불타오르고, 불꽃이 새로운 풀을 차례차례 삼키며 넓어져간다.

여기저기에 흰 연기가 오르고, 넓어져가는 화염이 연결되어 한층 온도를 올리면서 한 장의 화염벽이 되어 초원을 나아간다.

마치 오렌지색 뱀이 굼틀거리면서 기어가는 모양이 꽤나 장관이다.

더 대규모로 행해지는 밭태우기들이 일본 각지에서 관광행사가 되는것도 납득이 되는 이야기이다.



한창 불타오르고 있는 초원에는 실장석들의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펼쳐져있다.

어디에서건 매캐한 탄내가 나고 마른 풀에서 연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실장석 사이에서도 불안한 목소리가 나온다.

「데뎃,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스… 뭔가 이상한데스… 오마에들 여기에 모이는데스!」

보통의 야생동물에 비해서 신변의 위험에 둔감한 실장석이라도 불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민감하지 않을수 없다.

알려진 바 대로, 아무리 재생능력이 뛰어난 실장석의 몸이라도 불로 태워진 상처는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들에 있어 불은 스스로의 죽음과 직결된다.

여기저기에서 자실장들의 훌쩍임이 들리기 시작하고, 성대하게 빵콘하는 브리브리 소리가 울린다.

궁지에 몰렸는지 날뛰는 새끼를 두들겨패고 핏발선 눈을 두리번거리는 친실장.

불안에 떠는 가족들 앞에 갑자기, 문자그대로 불이 붙은 실장석의 무리가 뛰어든다.

밭태우기로 퍼져가는 불꽃에 전신이 휩싸여서, 뜨거움과 아픔에 손을 휘두르면서 차례차례 이쪽으로 달려든다.

「아゛아゛아゛!!! 와타시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이이이! 옷이이이이이!」

「갸아아아아아!! 뜨거운데스우! 타버리는데스우우우우! 살려줘어어어!!!!」

「데데에! 오마에들 저기로 가는데스!! 갹! 부, 불이 옮겨붙은데스우우우!!!」

브리브리 하면서 빵콘한 대량의 똥을 뒤에 남기면서 산채로 태워지는 뜨거움에 몸을 비비꼬면서 불꽃에서 도망치려고 그들은 달린다.

기름이 많은 아마색의 머리카락은 근원부터 불타버리고, 녹색의 옷은 타서 검은 재가 되고, 알몸이 되어서도 그들은 불타오른다.

피부가 타서 벗겨지고, 월동을 위해 비축한 피하지방이 활활 타면서 눈알이 열로 팽창파열하고 검게 비어있는 눈구멍에서 연기가 올라온다.

뇌는 고열로 끓어올라서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흘러나오고, 마지막으로는 위석이 열로 쪼개져서 죽음에 이르게되지만, 실장석은 반사적으로 달린다.

그리고 공포로 다리가 꼬여서 실장석의 가족에 기세좋게 부딛히고, 죽음의 질주는 겨우 움직임을 멈춘다.

도미노 쓰러뜨리기처럼 불이 옮겨붙은 가족은, 서로의 애정도 날아가버리고 브레이크샷을 한 당구공처럼 절규하면서 조금이라도 불에서 도망치기 위해 사방팔방 흩어진다.

그렇게 퍼져나간 불꽃이 또다시 마른 풀을, 그리고 또다른 실장석을 태워간다.

「히, 히이이이이이! 오마에들 얼른 도망치는데스! 여기에 있어도 살아남을수 없는데스!」

순간 정신을 차린듯, 실장석의 친자들이 그 자리에서 도망친다.

하지만 운좋게 아수라장에서 도망쳤다고해도, 키가 큰 풀에 발을 잡히고 짙은 연기에 시야가 가려져서 움직이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않는다.

그들은 어느쪽이 타고있는지 알지도 못한채로 막무가내로 달리는 수 밖에 없다.



그러는동안 아장아장 달리던 자실장의 치마에 날아든 불똥이 옮겨붙어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며 타기 시작한다.

「마마, 마마아!! 엉덩이에 불이 붙은테치이이이! 뜨거, 뜨거운테치이이이!!」

친실장은 바로 속옷에 손을 집어넣고는 막 빵콘한 똥을 엉덩이에 불이 붙은 자실장에게 던진다.

수분이 들어있는 똥을 전신에 바르자 간신히 자실장에 붙었던 불이 꺼졌다.

똥덩어리에 손을 뻗어서 하얀 연기를 내는 자실장을 끌어당긴 친실장은 계속 도망친다.

하지만 불이 퍼지는 속도는 바람이 있는경우 사람이 달리는 속도에 이를때도 있다.

실장석정도의 발로는 도망칠수 없고, 그렇기에 달리기가 느린 자실장부터 차례대로 불꽃에 따라잡혀 불타오른다.

「코, 콜록, 더 빨리 달리는데스ー!」

「테에에! 뜨거…쥿!」

화재현장에서는 불꽃의 연소온도가 1천도를 넘는 일도 드물지않다.

신장 10cm 정도의 자실장따위는 5초도 버티지못하고 불타버린다.

「데에에에ー엥! 너무하는데스!!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는데 어째서 이런 꼴을 당하는데스우우우우!!!」

소중하게 키워온 자실장들이 차례대로 불타죽는것을 목격한 친실장은 피눈물을 흘린다.

그 피눈물도 흐르자마자 증발하고, 연기가되어 불타버린다.

이미 공기자체도 화재로 달궈져서 고온이 되었고, 실장석의 기도를 태워 목소리도 낼수없게 되었다.

이젠 달릴수도 없어서 목을 쥐어뜯으면서 구르는 친실장.

그리고 대기 자체의 온도가 발화점을 넘은 순간, 친실장은 온몸에서 불을 내뿜으며 타오르는 오렌지색 오브제가 되었다.



설령 실장석이 운좋게 밭태우기 구역의 끝에 도달한다해도, 거기에는 소화부대가 대기하고있다.

날아든 불씨를 끄고 불이 붙은 실장석이 구역 밖으로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오오ー 꽤 보기좋게 타오르는구만ー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고ー」

「거기 실장석이 달려온다! 놓치지말고 처리해ー」

「맡겨만두라고ー!」

용수로에 뛰어들어 화상을 입은 몸을 식혀서 안심하는 것도 한순간, 그들은 모조리 빠루같은 것으로 박살이 났다.

아무리 용써서 도망쳤다고 생각해도, 둥둥 뜬 시체가 되는것이 결말인 것이다.



실장석의 사체는 다시 불타는 밭태우기 안에 던져져서 형체도 없이 타버린다.

밭태우기 구역 안의 모든것이 타서 없어질때까지는 2시간 반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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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탄 들판에는 움직이는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군데군데 검은 덩어리가 있는 것은 실장석들이 모여서 불을 버텨보려고 한 흔적일까.

어중간하게 태우면 심하게 냄새가 나는 실장석의 똥도 깨끗하게 태워졌는지, 불탄 자리에서는 마른 풀이 탄 냄새 외에는 나지 않는다.

고온으로 태웠기에 실장석의 똥에 포함된 기름성분이 연소촉진제가 된것인지도 모른다.



동네의 소방단원들이 지휘하는 뒷처리부대가 불탄 흔적을 확인한다.

여기저기에서 이글거리는 잔불처럼 불타고있는 실장석을 발견하면 몽둥이 끝으로 세심하게 두들겨서 불을 끈다.

다시 불이 올라와서 예상밖의 화재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실장석이 틀림없이 죽은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뒷처리는 빼놓을수 없다.

「어이ー, 슬슬 밥먹자!」

「산실장도 괜찮게 익었으니까ー 모두들 오세요ー」

올해도 몇마리인가 괜찮은 산실장을 찾게되었다.

참가자들이 모인 모닥불 주변에는 여자들이 밭태우기 도중에 잡은 산실장을 솜씨좋게 요리하고있다.



적당한 크기의 싱싱한 산실장을 도돈파로 똥을 뺴고, 손발을 식칼로 솜씨좋게 때려 꺾는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고 위석을 꺼내서는 영양제에 넣어둬서 되도록이면 조리중에 죽지않도록 하는것이 맛을 좋게하는 비결이라는 모양이다.

거기에 저실장과 산나물을 버무린 간장으로 맛을 낸 쌀을 채워넣는다.

희미하게 소리를 지르는 산실장을 알루미늄 포일로 한마리씩 세심하게 감싸고, 고온의 잉걸불 안에 휙휙 집어넣는다.

「데에에ー! 뜨거워뜨거워뜨거워! 살려주는데스으으으으!」

「아゛아゛아゛아゛ 불타불타불타불타 아파아파아파 죽어죽어죽어기이이이이!」

가끔씩 불을 휘저으면서 굽고있으면 잠시 후에 파킨!파킨!하는 소리를 내면서 적출해둔 위석이 깨진다.

그것이 적당하게 익어서 먹을때가 되었다는 신호이다.

큰 냄비에 많이 만들어둔 『버섯과 저실장의 된장찌개』와 구워낸 산실장을 한명씩 받아든다.

검게 그을린 뜨끈뜨끈한 포일을 열면 맛있어보이는 간장냄새가 피어오르고, 갈색으로 구워진 산실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배를 열면 따끈따끈한 저실장넣어 지은 밥이 만들어져있다.



여기저기에서 건배소리가 들리고, 청주를 따르면서 다같이 산실장요리를 맛본다.

사냥에서 활약한 사냥개도 산실장의 찌꺼기를 받게되었고, 기쁘게 머리를 먹어치운다.

별로 먹는 사람도 없어서 버려지는 산실장의 머리도 그들에 있어서는 1년에 한번 있는 별미이다.

예리한 이빨로 두개골을 물어부수고, 안면을 물어뜯어서 잘 익어 말랑말랑해진 뇌수를 으적거린다.

이걸로 올해의 봄도 농작물의 순조로운 생육이 약속되는 것이다.



언제나 한가로운 일본의 풍경의 한 장면이다…


-끝

댓글 2개:

  1. 이런 행사가 있으면 귀농해서 매년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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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훈훈한 시골의 정겨운 풍경 참 보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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