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의 실장석 -1-


전철이 급브레이크를 건다.
객차 안이 웅성거림이 퍼져간다.

약간 감속한 후에, 전철은 다시 가속을 시작한다.
그리고 차장이 급브레이크를 건 것에 대해서 사과방송을 하지만 사고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대략 상황을 파악한다.
개나 고양이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는 실장석이 선로에 있었던 거겠지.


그 생물이 전철을 피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째서인지 실장석은 위험한 전철에 다가서고 싶어한다.
그리고,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비극적인 일을 당한다.

전철과 실장석. 이 정도로 상성이 나쁜 것은 없다.

그리고, 역과 실장석.
이것도 또한 비극을 낳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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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駅舎)의 실장석 (1/5)
  ~ 플랫홈의 실장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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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심지에 갈 용무가 생겼다.

방금 전에 열차가 떠난 탓인지, 플랫홈에도 벤치에도 인기척이 없다.
평일 낮인 탓에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잠깐 시간이 남아버렸다.
시간이나 죽일까 해서 매점으로 가, 한동안 읽지 않았던 만화잡지와 아몬드초콜렛을 산다.
주인공의 주변인물이 싹 물갈이된 파워 인플레이션 배틀 만화를 생각없이 보고 있었는데,
뭔가 표현하기 힘든 쉰 내가 코를 찌르길래 주위를 둘러봤다.

부랑자인가라고 생각했었지만, 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예상대로,

[데스-]  [테츄-]  [레후-]

실장석 친자가 있다.
내가 눈치챘다는 걸 알아채고는, 재빠르게도 아첨 포즈를 해온다.
짜증이 밀려왔지만, 단벌양복에 구두.
똥물이 튀어 묻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내 쪽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
상관하지 않는 게 좋은 거라고, 시선을 잡지로 돌리니

[데샤---!!]  [테츄아-!!]

하고 난리피우는 결말.
포기하고 잡지를 덮는다.
일단, 실장석의 흥미를 나에게서 돌리고 싶다.
적어도 뭔가 착각해서 투분이라도 당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

뭔가 해결책이 있을래나, 하고 주머니를 뒤지니 아까 샀던 아몬드초콜렛이 있다.
마침 잘 됐다.
주머니 안에서 포장을 벗기고, 한알 꺼내서, 조금 떨어진 곳에 던진다.
너무 멀게 던져 실장석이 알아채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노린 대로 5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굴러가는 아몬드초콜렛.

[데뎃스----웅!]

초콜렛을 향해서 루팡(애니 주인공)다이브처럼 자기 스타일을 드러내며 뛰어드는 친실장.
그걸 쫓아가는 자실장.
뭔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움츠리는 구더기실장.

[테챠-아 테챠-아]

조그마한 초콜렛은 친실장의 입안으로 사라지고, 자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친에게 매달려 있다.
씹는 소리가 소름끼친다. 어째서인지 자신의 자에게 과시하는 것처럼 초롤렛을 즐기며 먹는 친실장.
으엑, 도대체 어떻게 된 생물이길래, 하고 경멸스럽게 생각하면서, 그걸 곁눈질하는 채로 조금씩 실장석과 거리를 두었다.

[레레-  레레-]

어째서인지 구더기실장만은 내 쪽을 향해서 기어온다.
시선은 허리근처... 주머니를 향해있다.
이녀석... 자실장 녀석보다 감이 좋다.
초콜렛(이라는 건 모르고 있겠지만)을 얻기 위해서는, 친보다는 인간에게 매달리는 쪽이 좋다고 눈치채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전철이 플랫홈에 들어온다.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던 모양이다.

전철 안까지 따라와서는 곤란하다.
구더기만이라면 괜찮지만, 구더기의 행동을 눈치챈 친과 자가 와버려서는 귀찮아진다.

주머니를 뒤적거려, 초콜렛을 한알 더 꺼내서 던진다.

그러나, 구더기의 시선을 의식해서 던진 초콜렛은 철기둥에 맞고 튕겨나와, 하필이면 열려 있는 전철 문을 지나 전철 안으로 빨려들어가듯이 들어가버렸다.
사람이 없는 차 내부.
거기에 구르고 있는 한조각의 갈색 알갱이.

[레휴-!]

구더기는 필사적으로 초콜렛을 향해 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콜렛이 구르는 조그만 소리를, 걸신들린 자 쪽이 먼저 눈치채버렸다.

대쉬하는 자실장.
단숨에 구더기를 제치고, 그대로 차 안에 발을 들여 놓으려 하다가

[테챠-아!?]

주륵... 턱...

마침 열차와 플랫홈의 사이에 미끄러지듯 빠져서, 그대로 확 끼였다.
균형잡기 힘든 가분수 머리만이 전철과 플랫홈 사이에 걸려 있는 꼴이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마치 데스크로(레슬링기술: 머리를 잡고 들어올림)에 걸린 채로 고정된 것 같은 자실장이 운다.
그 위를, 마침 좋은 타이밍에 생긴 다리를 건너려고 구더기 실장이 지나가기 시작한다.

갑자기 눈앞에 벌러진 스펙타클한 액션에 전철에 타는 걸 잊은 나.
그리고 자실장이 없어진 걸 눈치챈 친실장이, 차내에 구르는 초콜렛 알갱이를 천리안 급의 시력으로 발견한 것은 발차 예비 신호가 울린 것과 동시였다.

[데뎃스-우!!]

헐레벌떡 열차 안으로 가는 친실장.
자실장의 머리를 밟은 탓에 자실장은 더 깊이 플랫홈 사이에 끼어버리고
고생한 끝에 자실장의 머리를 거의 다 건넌 구더기 실장은 친에게 채여서 깊은 플랫홈 아래로 사라졌다.

참고로 역은 고가 위에 있다.
아래에는 도시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순환도로가 달리고 있다.

[레에에에에]

들릴리가 없는 가느다란 구더기의 목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거기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내 눈 앞에서는 말 그대로 닫히는 문 사이에 친실장이 끼어 있다.
아무리 안전설계가 된 문이라고 해도, 나름대로 닫히는 힘이 있다.

푸쉬-  쿵

[데갸아아아!?]

마침 몸을 기울이고 슬라이딩 하듯이 차내에 들어가려 한 친실장의 몸체를 가로로 베는 것처럼 고무로 된 길로틴이 닫히며 후려친다.
그리고 이물질을 감지해서, 다시 열린다.

[데-  데-  데히이이이!?]

푸쉬-  쿵

고통에 몸부림치는 친실장이 다시 문에 끼인다.
이번에는 머리까지 통째로 케사기리촙(레슬링기술. 손날로 목을 비스듬이 치는 것)에 당하는 것처럼 눌려서 뭉개진다.
아픈 나머지 움질일 수 없는 탓인지, 사형장에 남겨진 실장의 몸을 문이 덮친다.
저반발 우레탄이라 불리우는 실장의 몸은 마치 판초콜렛(가나 초콜렛 같은 것)처럼 울퉁불퉁하게 가공된다.

푸쉬-  쿵

[데햐아아!]

푸쉬-  쿵

[데 데히 데]

푸쉬-  쿵

[데]

푸쉬-  쿵 쿵

실장의 몸은 너무나도 작아서 차장에게도 운전수에게도 보이지 않았겠지.

한층 더 큰 소리를 내고서는, 친실장의 몸은 두 개로 찢어져 버렸다.
스륵, 하고 문 밖으로 굴러나온 납작해진 머리가, 일순 나와 시선이 맞았다가,
그대로 구더기를 따르듯이 고가 아래로 사라졌다.

그리고 친실장의 동체를 태운 열차가 움직이자

[테햐아아아아아!]

이번엔 낀채로 있던 자실장이 비명을 지른다.


흰색 대기선 안에서 바라보니, 자실장의 머리가 회전하는 것처럼 갈려가고 있었다.
플랫홈과 전철의 폭은 일정하지 않다.
진행과 동시에 플랫홈과 전철 사이에 비틀리듯이 눌려 부서지는 실장.
가속과 동시에 조그만 머리는 점점 회전해서, 눈물인지 피인지 알수 없는 것이 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차량 한개 정도의 거리를 움직이는 동안 말려 올라간 자실장의 몸은,
차량 사이의 틈에 걸리자 그대로 튕겨서 플랫홈에 튀어올랐다.

입을 벌리고 멍하게 있는 내 옆을 부젓가락을 든 차장이 달려온다.
질척질척한 두루말이 처럼 된 자실장의 사체는 실장전용의 녹색 쓰레받기에 담겨져,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음 열차는 3 분 후에 왔다.



다음 역에서 플랫홈을 보니, 적색과 녹생의 더러운 흔적이 플랫홈에 남아있다.
이 역에서 탄 손님에게 걷어차였다고 추측되는 친의 몸을 상상한다.
아마 역무원에게 회수된 쓰레기는 전 구간 공통의 쓰레기 처리장에 모일 것이다.

머리는 저실장과 함께 고가 아래에
몸은 자실장과 함께 쓰레기 속에

차 안에서의 시간도 죽일겸, 너무나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실장친자의 말로를 생각하며 멍하게 보냈다.



-끝








 원래 제목은 역사의 실장석인데 역사를 보고 역건물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으므로 전철역으로 해뒀음.

 후... 나도 역사물 좋아하는데. 이 역사 말고.

댓글 2개:

  1. 실장 역사물도 있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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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s://dechajissou.blogspot.kr/2016/07/blog-post_958.html 뭐 이런거 있잖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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