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액화제


편의점 비닐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안에 들어 있던 자실장을 집어서 꺼냈다.
버둥버둥하고 날뛰는 놈을 두꺼운 종이 위에 올려 놓았다.
편의점 근처에서 탁아당한 놈이다.

[테치이! 테치이!]

양손을 들고 항의하는 자실장.
어째서 먹을 것이 들어 있지 않냐고 말하는 거겠지.


비닐봉투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미끼용 봉투였으니까 당연하지만.


[그래그래, 조용히 하렴.]

딱밤으로 조용히 시킨다.
얻어맞은 배를 문지르는 자실장은 겁먹은 것처럼 보인다.

[치이이...]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탁아따위 당해도 실장석을 키우는 인간따위 없다고.
 살해당하던가 버려지던가 어찌됐든 제대로 된 최후는 없다.]

히죽하고 웃어준다.

[최근에는 일부러 탁아를 유도하는 학대파가 늘고 있는 모양이라서.
 손쉽게 자실장을 입수하고 그녀석을 학대하다 마무리 지을 쯤에 친실장이 찾아오지.
 ...하하, 내 얘기다.]

나는 자실장의 눈 앞에 주사기를 들이댄다.



.........◇



데스- 데스-
현관을 여니 실장석이 있다.
어제 그 자실장의 친실장이겠지. 덤으로 자실장도 3 마리.

[어서 오렴. 기다렸단다.]

나는 씨익 하고 웃어주었다.

[데스-데스데스, 데스-.]

오른손을 들고 아우성치는 실장석.

와타시의 자는 잘 지내는데스? 식의 말이라도 하는 거겠지.
때마침 링갈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헛소리는 무시하고 실장석을 관찰한다.
신장은 40센치 정도로 표준. 자실장의 신장은 15센치 정도.
어디에라도 있는 평범한 실장석 친자다.
옷은 거의 더럽혀 있지 않고, 털도 그럭저럭 깨끗하다.
자실장도 비슷한 상태로, 나름 똑똑한 부류의 친자에 속하겠지.
뭐 탁아를 한다는 게 자체가 똑똑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건 제쳐놓고.

[데스-!]
[아, 실례, 실례 너희들은 합격이다. 축하한다.]

나는 뒤에 감추어 두었던 분무기로 실장친자에게 액체를 구석구석 뿌렸다.
소량의 코로리(살상용 약)와 시비레(마취용 약)의 혼합액이다.
이걸 들이 마시더니 단숨에 가사상태에 빠진다.

[자 그럼 밑 준비를 할까나.]



...........◇



[여기에서 꺼내는데스-! 자를 돌려주는데스-!]

수조의 벽을 두들기는 친실장.
자실장들은 친실장 뒤에 숨어 있다.
정성들여 똥을 빼고, 거실에 준비한 수조에 풀어 놓았다.
머리털이나 옷에는 손대지 않았다. 이건 나중의 즐거움이다.
쓸데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거실.
그 한가운데에 앉아 나는 실장친자를 바라보고 있다.
부모님도 없다.
팔리지 않는 작가라 가능한 작업이다.

[하나 물어보는데 말이지, 탁아를 왜 하는 거냐? 정말 키워 줄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혹시나 자들과 함께 키워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데스.
 안된다면 자들을 돌려받아 다른 데를 알아볼 참이었던데스!]

배짱 좋게 수조를 두둘기며 대답한다.
계획성이 있는 듯 하기도 하고 없는 듯 하기도 하다.
나는 근처에 놓아둔 도구함에서 작은 상자를 꺼낸다.

[아이가 살해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냐?]

[와타시의 자들은 똑똑하니까 괜찮은데스!]

이해할 수 없는 자신감이다.

[뭐 어쨌든 네 아이는 이렇게 됐다.]

나는 상자에서 꺼낸 것을 수조 앞에 놓았다.
정육면체 모양의 물체다.
손바닥에 올려놓을 정도의 크기. 표면은 피부색으로 생물의 피부처럼 보인다.
그리고 윗면은 자실장의 얼굴.

[마, 마마......? 드디어 만난테치....]

그 물체는 조그많게 소리를 낸다.
친실장은 가만히 그 물체를 바라보다 드디어 그것이 무멋인지를 이해했다.

[데샤아아아아! 와타시의 자가, 자가! 닌겐!
 와타시의 자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데에에스!]

[알려주도록 하지.]

라고 말한 후, 나는 자실장을 한 마리 붙잡았다.
한 손으로 신문지를 펼치고 도구함에서 면도기와 메스, 핀셋, 작은 병을 꺼낸다.

[치이이이이! 마마아아아!]

[와타시의 자를 돌려주는데스우우!]

친실장은 무시하고 신속하게 자실장의 옷과 빤스, 신을 벗긴다.
면도기를 손에 들고 뒷머리와 앞머리를 단숨에 깎아낸다.
신체를 쥐고 위석의 위치를 확인한 뒤 메스로 절개, 작은 틈으로 핀셋을 쑤셔넣어 위석을 적출.
전부 십여초 정도에 끝내고 신문지에 내려놓는다.

[치이이이.]

순식간에 전재산을 잃은 자실장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문지의 위에 흩어진 털이나 옷을 열심히 모으고 있지만 의미 없는 짓이다.
나는 핀셋으로 집어낸 위석을 작은 병의 보호액에 넣는다.

강력영양제 (200g, 1500엔), 실장활성제 염가판(50g, 750엔)
위석자괴방지제 염가판 (40g, 6500엔), 실장정신안정제 염가판 (50g, 5600엔)
알콜 ,생리식염수의 혼합액.

내가 학생이었을 때는 링겔에 넣어 두는 것으로 충분했는데.
최근의 학대파는 돈이 억수로 깨지는구만.

[데아아아! 이 똥닌겐, 와타시의 자를 지금 당장 원래대로 돌려놓는데스우우!]

[자, 꺼낸 건 이 용기와 주사액. 시끄럽다. 닥쳐.]

[......우우.]

친실장은 내가 노려보자 조용해졌다. 식은 땀을 훌리면서 입을 다문다.
나는 울고 있는 자실장을 잡아 들어 용기에 담는다.
자실장의 신체가 쏙 들어갈 정도의 아크릴 용기. 원통형으로 바닥은 평평하게 되어있다.
안쪽에는 엹게 액체가 발라져 있다. 깊이는 자실장의 머리가 살짝 튀어나올 정도.
어제 자실장의 크기를 재어 놓았기에 딱 맞는 크기다.

[닌겐씨, 꺼내주는테치이.]

[아- 있다가 꺼내줄테니까 잠깐 기다리...렴!]

주사기를 자실장의 머리에 꽂아 주사바늘이 심장에 닿을 때까지 찔러 넣는다.
피스톤을 눌러서 내용물을 주입한다.
바늘을 뽑은 뒤 용기를 친실장의 눈 앞에 놓는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이 바라보는 와중에 주사를 맞은 자실장의 신체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데데데.......]

[치.......]

공포에 떠는 친자실장.
자실장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간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 채 방심상태로 액체가 되어가는 자실장.
나는 주사바늘 끝으로 머리를 굴려서 얼굴이 위를 바라보게 만든다.
30 초 정도 지나자 자실장은 액체처럼 녹아 용기에 고여있다.
주사기를 하나 더 꺼내서 내용물을 주입한다.

1 분 정도 지나서 용기를 뒤집으니
미리 발라두었던 이형제 덕분에 간단히 미끄러져 나온다.

[이렇게 된 거지.]

[...마, 마아. 와타치 어떻게 된테치...?
 몸이 안움직이는테치...손도 발도 없어진 것 같은 테치...? 치이이...]

[데에에....]

새파랗게 질린 찬자실장.
소리도 안나오는 모양이다.

[내가 주사한건 실장액화제다. 알기 쉽게 말하면 도로리(녹이는 약)의 일종이다.
 본 대로 세포결합을 파괴해서 액상으로 만들지.
 그 뒤에는 적당한 틀에 흘려 담아서 고정에를 주사해서 완성.]

나는 씨익 하고 웃어주었다.

[똥빼기를 하지 않으면 체내에서 똥이 부패해 곤란해지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지.
 추가로 이 혼합액에 위석을 넣어두면 반불사신에 정신붕괴하는 일도 없다고.
 제품판은 염가판이 아닌 약을 사용하지만.]

[너는 악마인...데스우.]

[악마? 예술가라고 해줘. 실장 장식품. 일부 학대파에게는 꽤 괜찮은 가격에 팔린다고.
 기분 나빠하는 사람도 있지만. 볼래?]

도리도리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친실장을 무시하고 나는 거실에서 나간다.



한아름 정도 크기의 상자를 가지고 돌아 온다.
수조의 구석에서 떨고있는 친자실장을 바라보면서 장식품을 꺼낸다.

[! 데에.]


커다란 지구본의 틀에 지구 대신 끼워신 육면체의 실장석.
한번 녹인 성체실장을 굳힌 것이다.
단, 그 여섯면 전부 실장석의 얼굴이 붙어 있다.

[이제 싫은데스......]
[배가 고픈데스우.]
[누군가 원래의 몸으로 돌려주는데스우....]
[죽고싶은데스, 죽고싶은데스.]
[닌겐,씨...부탁데스. 죽여주시는데스우.]
[누구라도 이 악마를 죽여주시는데스우.]

각각의 얼굴이 독립해서 사고를 가지고, 말하고 있다.
나는 육면체실장에 손을 대고 아무렇게나 돌린다.

[데에에에아아아! 어지러운데스우우!]

[이녀석들은 한번 가사상태로 만들어서 머리를 자른 놈들을 녹혀서 섞어 만들었지.
 자세한 사항은 기업비밀이지만. 심장도 폐도 전원 공유하고 있다고.]

친자실장은 웅크리고 떨고 있다. 듣고 있지 않다.
나는 손을 멈추고 어지러워하는 육면실장을 바라본다.

[안심해. 너희들을 죽이는 일은 없어. 샘플이거든.]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나의 말에 양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기뻐하는 육면실장들.
그 모습이 되어서 1개월 째, 구경거리가 되거나 학대를 받거나 이래저래 바쁘다.
예전의 샘플은 2 년 반 정도 사용한 뒤 망가져서 처분했다.

문득 떠오른게 있어서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나를 가지고 "악마"라고 말한 놈은 누구냐? 정직히 말해라.
 확실히 따끔하게 혼내줄테니까.]

[........]

[묵비냐. 그럼 연대책임이다.]
[데샤아아아!]

비명과 함께 변명이나 아첨 욕을 쏟아낸다.
나는 턱을 문지르며 잠시 생각한 뒤

[뭐 좀 먹을까? 먹은 게 녹아들어가 폐나 내장 따위에서 부패해서 큰일나겠지만.
 일주일 지나면 제대로 게로리 원액을 주사하고 알콜로 씻어주도록 하지.]

[싫은데스우우우!]

[그러면, 이걸로 하지.]

나는 도구함에서 도료를 꺼낸다.
가까운 한마리의 눈을 녹색으로 칠한다.

[데, 데데데!]

육면실장은 비명을 지른다. 전원의 눈이 녹색으로 변한다.
임신상태. 그러나 원래라면 태아가 있을 위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몸의 여기저기에 태아가 발생한다.
피부아래, 근육이나 내장 속 등등 정해지지 않은 장소에서.

나는 빨간 도료를 눈에 칠한다.

[데교오오오오!]

더욱 기운찬 비명소리가 들린다.
발생한 태아를 출산하려고 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총배설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태아가 있는 곳은 원래라면 발생할 수 없는 위치다 보니 몸 속의 태아를 밖에 배출하려고 해도 몸 자체가 막고 있다.
이래서야 배출할 수가 없다.

[데데데데, 데가아가가가! 데가가아!]

전신의 조직이 원래라면 일어날 리 없는 동작을 하고 있다.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감촉이겠지.
육면실장은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격렬하게 부들거리고 있다.
나는 육면실장을 상자에 담아서 친자실장에게 말을 건다.

[어이, 거기 친자. 나는 네놀들도 잊지 않았어.]

[데아!]

움찔 하고 떨면서 쳐다본다.

[안심하라고. 확실히 풀어줄테니까. 죽이지는 않아.]

[...정말데스까? 닌겐씨.]

[아아. 정말이라니까.]



.....◇



[준비완료.]

[치이이이이.]
[치이에에에.]

자실장은 전부 원뿔자실장이 되어 있다.
원통자실장도 육면체자실장도 다시 녹여서 원뿔모양으로 만들었다.
전원 울면서 신문지 위에 구르고 있다.
덧붙여 한번 녹인 상태에서 체조직의 절반정도를 제거해 부피가 반으로 줄었다.
몸의 팔할 정도는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절반이 되어도 문제는 없다.
나는 기절할 것 같아하는 친실장에게 말한다.

[자... 친실장. 옷을 벗어라.]

[...싫다고 말하면 어떻게 되는데스까?]

[그대로 양동이에 넣고 액화제를 주사해주마.
 얼굴도 몸도 눈도 내장도 뇌도 옷도 머리털도 이빨도 똥도 전부 섞은  고깃덩어리가 될 뿐이다.
 죽는 일은 없어도 의식과 끝나지 않는 고통만은 남겠지.]

친실장은 서둘러서 옷을 벗어 버린다.
친실장을 수조 밖으로 꺼내고 신문지 위에 눕힌다.
여기서 도망치면 죽는 것보다 무서운 꼴을 당하는 걸 알고 있어서인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굳어 있다.
친실장의 가슴 근처에 액화제를 주사한다.
동시에 원뿔실장을 한 마리 집어서 액화제를 주사한다.

[서, 설마...데스우!]

친실장의 가슴 근처가 녹아서 반액체상태가 된다.
자실장도 적당히 녹아 있다.
나는 단숨에 원뿔실장을 친실장의 가슴에 박아 넣는다.
녹은 조직들이 서로 얽혀서 일체화한다.
거기에 고정제를 주사하고 굳힌다.
얼굴방향이 반대이기는 해도 친실장과 자실장은 융합한다.

[....치이이이. 마마아아아...]

[와타시의 자가, 와타시의 몸이이! 붙은 데스우...붙은데스우!]

자실장의 얼굴에 얼굴을 부비면서 비명을 지르는 친실장.

[도망치려고 하면, 고깃덩어리다.]

[데히!]

친실장의 배에도 액화제를 주사한다.
그리고 자실장을 한마리 집어서 액화제를 주사한다.

두 마리가 적당히 녹았을 때 잽싸게 붙인다.
얼굴이 90도 정도 돌아가 있지만.

[데에에...와타시의 자가...]

[자. 다음.]

친실장을 뒤집는다.

[치베에.]
[츄바아.]

친실장의 아래에 깔린 자실장이 무게에 비명을 지른다.
무시하고 남은 두 마리를 등과 머리에 붙인다.
마지막으로 자실장들의 위석을 재어둔 병을 들어 안의 보호액에 겔화제를 넣은 뒤 뚜껑을 닫는다.
이걸로 수개월은 죽는 일이 없을 것이다.
친실장의 목근육을 상하로 절개해서 거기에 병을 넣어둔다.
상처를 테이프로 막고서, 수술 종료.



............◇



[데에에에.]

현관문 앞에서 나는 친실장을 보내고 있다.
절망의 표정을 띄고 있는 친실장.
네 마리 자실장은 의식을 가진채로 친실장의 몸의 일부가 되어 있다.
녹색의 실장복 속에서 괴로워하는 자실장의 소리가 들린다.
오른손에는 콘페이토가 가득한 주머니를 들고 있지만 전혀 기뻐하고 있지 않다.

[데에에에......]

[혹시나 해서 말해두지만. 자실장이 죽으면 그 부분부터 몸이 썩기 시작하니까 조심하라고.
 살아있는 채로 전신이 썩어가는 게 좋다면 안말리겠지만.
 그리고 자실장들은 위장이나 뭐나 전부 뒤섞여 있으니까 주의해라.
 뭔가 먹였다가는 위장이나 폐나 심장에 먹을게 껴서 거기서부터 부패가 시작될 거다.]

[데에에에.]

친실장은 절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으음. 정말 좋은 표정이다.

[그럼. 이만.]

나는 손을 흔들면서 문을 닫는다.
자실장이 성장을 시작하면 거기가 또 재미있지만, 키우면서 관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마감이 가까워서 슬슬 놀고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기지개를 켜고 샌달을 벗어놓았다.




-끝


명작

댓글 4개:

  1. 무서운데스 학대가 아니라 예술인데스
    저 닌겐은 후대에 칭송받을것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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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키메라 실장의 가능성이 보인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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