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차안


[나이스! 오늘도 더울것 같구만!!]


핸드백 크기의 보냉팩을 안은 한사람의 남자가 한여름의 하늘을 바라보며,
이제부터 할 짓이 성공할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남자는 보냉팩 안을 보며, 안의 날것들에게 말한다.

엄지손가락 사이즈의 그 날것들은, 보냉팩 안에서 오드아이인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다.


그렇다, 팩 안에는 차게 식힌 엄지실장이 41 마리 들어 있는 것이다.
좁아서 움직이기도 힘든 엄지실장들은, 일제히 불만스러운 얼굴로 남자를 향해 외쳐댄다.
엄지실장의 불만 따위 들어줄 생각도 없이,

[이제부터 너희 역할이다. 제대로 하라고!]

하고, 일방적으로 말한 뒤,
남자는 빠칭코 가게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 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 차로 다가간다.
남자는 그 빠칭코 가게의 종업원인데, 그 차의 주인에게 뭔가 원한이 있는 듯하다.

[이 불법개조 양아치 차는 헛갈릴래야 헛갈릴 수가 없지]

차종은 도요타의 셀시오(90년대 고급세단), 색은 은색이었지만...
프론트 범퍼가 지면에 닿을락 말락하게 풀 에어로 사양이라고 하는 말도 안되는 개조가 되어있다.
나머지는 당연한 듯이 사이드스텝, 뒷범버에 리어윙, 아이라인이 붙어 있다.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 셀시오라고 알아볼 수 없을 형태로 마개조되어있다.
세상은 넓고 양아치는 많지만 셀시오에 이런 개조를 하는 맛이 간 녀석은 극소수,
그야말로 양아치 중의 양아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남자는 비닐장갑을 끼고, 보냉팩에 손을 넣어 엄지실장을 적당히 한마리 꺼내, 지면에 내동댕이쳤다.

[테챠아!]

엄지실장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는 곧장 아스팔스 위에 적록의 얼룩이 되어버린다.
다음에는 엄지실장을 두 마리 꺼내어, 그 얼룩에 대고 비빈다.

[멈추는테치! 더러운 국물로 옷이 끈적끈적한테치!]
[야! 바보닌겐, 냄새나는테치! 기분나쁜테치!]

등등 멋대로 지껄이기 시작한다.
남자는 링갈의 스위치를 켜는 일따위 없이, 무시하고 묵묵히 작업에 착수한다.
우선, 집어든 두 마리의 발을 지면에서부터 프론트의 에어로 파츠, 본넷, 도어, 조수석 창문 순으로
철퍽철퍽하고 눌러 댄다.
옆에서 보면 실장석의 더러운 녹색 발자국이 이어져, 부자연스럽기는 하지만 실장석 여러마리가 지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남자는 그걸 확인하고는 조수석의 창을 옅본다.

[잘됐어, 언제나처럼 열려 있네]

잘 보면 운전석 측과 조수석 측의 창문이 2 센치 정도 열려 있다.
차주는 환기를 위해서인지, 닫는걸 잊어버렸는지 도난방지장치가 붙어서 안심하고 있는 것처럼 언제나 창을 이 상태로 열어 놓는다.
그 빈틈을 통해, 남자는 보냉팩에서 차례차례로 엄지실장을 꺼내어 차내에 풀어놓는다.
남자가 자실장보다도 작은 엄지실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다.
40 마리나 되는 엄지실장을 전부 풀어놓은 것을 확인하고는

[좋았어! 너희들! 이젠 차 안에다 열심히 지옥도를 그려달라고~]

하고 마무리 대사를 남기고는, 주위를 경계하면서 잰발로 사라진다.

남겨진 엄지실장들은 얼이 빠져서 주위를 둘러본다.
차 안을 두리번두리번 하고 둘러보면서, 부족한 뇌로 상황파악을 시작한다.

[바닥이 푹신푹신테치~♪]

몇 마리가 조수석의 시트 위에서 즐거운 듯이 점프하기 시작한다.
구더기보다는 낫다고 해도 내구성이 형편없는 엄지실장을 던져넣어도 즉사하지 않은 것은 이 시트 덕분이다.

[빤짝빤짝 빛나서 예쁜테치~♪]

입을 헤 벌리고 차 안의 인테리어를 바라보고 있는 놈도 있다.
그건 그냥 유리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샹데리아 비스므레한 것이다.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테치~♪]

담배냄새 제거용 방향제의 향기가 차 안에 가득차 있다.
당연히 음식냄새가 아닌 화학물질투성이의 향기에 가슴 설렌다....

[그래도, 너무나 더운테치...]


슬슬 태양이 높아지기 시작해, 여름의 햇볕이 본격적으로 내리쬐기 시작했다.

[시원한 그늘로 가는테치...]

엄지들은 시원한 장소에 숨으려고 이동을 시작한다.
보냉팩에서 나온지 2, 3 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더위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 엄지들은 원래 펫샵에서 팔다 남은 것을 남자가 왕창 사들인 것으로, 엄청 약한 들실장의 엄지보다도 더욱 약하다
게다가 남자가 일주일동안 돌본 장소는, 냉방을 최대로 한 방에서, 얼 것 같이 추운 환경에서였다.
주어진 먹이도 영양소가 거의 없는, 그대신 첨가물이나 감미료로 맛을 속인 중국제 싸구려 실장푸드뿐.
덕분에 원래 약한 신체는 점점 약해졌다.

마무리로, 주는 물의 양을 매일매일 줄여서 마침내 이틀간은 물한방울 주지 않았다.
싸구려 실장푸드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서, 죽지 않을정도로만 공급한 것이다.
덕분에, 엄지의 똥은 키우기 시작할 당시엔 수분을 포함한 무른 똥이어서

[똥 나오는테치~, 엉덩이 기분 좋은테치~ 좀 더 싸는테치~♪]

하며 행복한 배설행위였지만, 점점 고형화한 똥 밖에 싸지 못하게 되어

[똥 딱딱한테치! 엉덩이 아픈테치! 너 따위 내 안에서 얼른 나가는테치이이이!]

하고 단순한 고통이 되어버렸다.

똥을 참는 일이 불가능한 탓에 그 즉시 쌀 수 밖에 없는 실장석에게 있어서, 딱딱한 똥이라고 변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딱딱한 똥에 의해 총배설구를 상처내면서 싸는 배설행위는, 생명력도 점점 깎아먹는 결과가 된다.
남자가 수분을 주지 않았던 것은 탈수증상으로 즉시 죽게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의 효과로 식분에 의한 수분보급도 방지하고 있었다.

이 차는 본래 스모크글래스인 게 당연한 뒷좌석 창이나 뒷유리을 일부러 클리어 글라스로 바꾼 탓에, 여름엔 죽을 적도로 덥다.
외관을 중시한 탓에 거주성이 최악이 되어있다.

[이 틈에 들어가면 분명히 시원한테치...]

필사적으로 서늘한 곳을 찾아서 가죽시트 사이로 파고드는 몇마리가

[괴로운테치! 덥기는 마찬가지인테치!]

하고 다시 기어나온다.

다른 놈들은 우왕좌왕하며, 패닉상태에 빠져, 머리털을 쥐어뜬거나, 옷을 벗는 녀석도 있다.
그러나, 여름의 햇볕을 맨피부로 직접 받아서

[왠지 아까보다 더운테치... 거기다 왠지 아픈테치... 아파 더워... 테치이이이...]

때때로 자기 몸의 상태를 깨닫고, 옷을 다시 입고 두건을 깊게 눌러쓴다.

[이렇게 하는게 나은테치...]

마치 좀비같은 얼굴로 휘청휘청 돌아다니다, 결국에는 대부분의 엄지들이 바닥에 내려와 직사광선을 피하고 있다.
대부분이 본네트아래나 좌석의 아래로 갈라졌지만

[좁은테치! 너희들 오지마는테치!]
[너야말로 저리 가는테치!]
[숨막히는 추한 몸을 붙이지 마는테치!]

엄지라고는 해도 20 마리 가까이 좌석 아래의 제한된 공간에 밀집한 탓에 서로 밀치는 난투가 일어나고 있었다.

[너희들 나가테치!]

특히 약해져 있던 몇 마리가 마침내 쫓겨났다.

[테츄아아아아!!! 더운테치 더운테치...뜨거워...테치이이이....이....]

뒤집어져 직사광선을 직격으로 받은 다섯마리가 더위에 의한 괴로움에 파닥거리다가, 점점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똑바로 바라본 태양빛이 분부셔서, 허무하게 쇼크사한 것이다.
그러나, 엎드려서 아직 움직이는 녀석은 기면서 뒷좌석으로 파고든다.

[하아, 하아...간신히...살았다테치이이이..]

힘이 없는 목소리에, 아직 간신히 살아는 있지만 이제 죽음이 가까운 것이 뻔히 보인다.

즉사할 정도는 아닌 고통과 상황에서도, 정신적으로 [죽는다]라고 생각해버리면 쇼크사하고 마는 것이 실장석이지만
야금야금 확실한 죽음이 눈앞에 닥쳐오는 상황이면,
인간마저 뛰어넘을 정도로 보기흉하게 삶에 집착하고 발버둥치는 것이 실장석이다.

외부온도는 38.5 도, 차내온도는 50 도를 넘는 이 환경에서는 인간 어른도 항복할 정도다.
그러나 엄청 작은 엄지실장들은 열심히 삼아남을 궁리를 계속한다.

[바보닌겐이 와타치들을 넣었던 저 위의 빈틈으로 밖에 나가는테치!]
[그래도 저렇게 높은 곳엔 못오르는테치...]
[분명히 그 바보닌겐이 돌아오는테치!]

좌석 밑의 엄지들이 앞으로의 일을 상담하기 시작한다.
더위에 몽롱해서 머리가 잘 안돌아가는 상황에서는 좋은 생각따위 떠오르지 않는다.
어차피 자기 멋대로 지껄이다가, 행복회로에 접속하는 걸로 끝일 것이다.
뭐 원래부터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정도의 뇌를 갖고 있지 하다는 점이 실장석의 슬픈 점으로,
생각은 오로지 식욕에만 쏟아붓는 것이 통례다.

[뭔가 맛있는 고기같은 냄새가 나는 테치]

갑자기 한 마리가 발 밑에 있는 먼지투성이인 덩어리를 잡는다.
그건 술안주인 소고기 육포 조각이었다.
자 안에서 마시던 때에 흘렸던 것일 것이다.
그것은 말라비틀어져 있지만, 고기 냄새는 살짝 남아 있다.

[잘먹겠습니다테치]

반사적이라고 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아무생각도없이, 어리석게도 그걸 입에 넣는 엄지실장 한마리

[맛있는테츄~♪]

거기에 낚여서 그 자리에 있는 엄지실장 10 마리 전원은 앞다투어 발 밑에 있는 그럴싸한 것을 찾아서 입에 털어 넣는다.

[[[[맛있는테츄~♪]]]]

모두, 땀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몸에 수분이 없는 상황에서,
나오지 않을 터인 타액을 불가사의한 힘으로 분비하여 씹는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텟! 목이 마른테치! 말라붙은테치! 물테치! 무우우우우!!!]
[맛있는 건 아픈테치...어째서테치?...]
[우~보닌겐이 준 음식은 물이 없어도, 잔뜩, 잔뜩 먹었던 테치....이상한테치...]
[베...베료...노도...이아아아아...]

있을 턱이 없는 물을 찾아서 좌석 아래에서 버둥대며 괴로워하는 엄지들
남자가 준 [수분을 함유한 실장푸드]가 효과를 발휘하여, 목마름과 식욕이 시소관계에 있다는 걸 생각치 못한 것이다.
자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어리석은 행위로 살아남는 걸 스스로 포기했다.

한편, 본네트 아래에 살아남은 20 마리는 뭘 생각했는지 그늘에서 스스로 나와 대쉬보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휘청휘청하면서도 서로 협력하여 절벽을 오르는 것이나 다름없는 차 내부를 올라, 콘트롤 패널에 도착한다.
다음엔 흔들흔들하고 열려 있는 재떨이에 발을 걸치고, 에어컨 분출구를 기어올라 차례차례 대쉬보드 위에 올라간다.

열사병에 의한 환각상태였던 한 마리가

[저기에 마실것이 있는테치! 틀림없는테치!]

하고 외쳤던 탓이다.

그 시선은 대쉬보드 위에 놓여 있는 음료수 캔을 가리키고있다.
눈 앞의 좌석 아래에서 벌어진 [물을 내놔라] 대합창이 위기감을 부채질해서,
모두 괴로움에서 벗어나가 위해 그 환각에 따르고 말았다.

[테츄아아아아아아!!! 더운테치 더운테치...뜨거워...테치이이...이...]

몇번이나 불평을 외친 후에, 대쉬보드 위에 올라선 엄지들은 서투른 탭댄스를 미친듯이 춘다.
대쉬보드 위는 차 안에서 핸들과 더불어 가장 뜨거운 장소다.
외부온도가 40도를 넘어, 차내온도는 60도 가까이까지 상승하여
거기는 훨씬 뜨거운 80도 가까이 올라 있던 것이다.
바보같은 환각에 놀아나서 작열지옥에 스스로 올라선 것이다.
그 맹렬한 더위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대쉬보드로부터 차례차례 뛰어내리는 엄지들.
그러나, 최초에 내려선 시트와는 다르게 바닥의 매트는 충격을 완화시켜 주지 않았다.

[테챠!]
[테에에에!?]
[텟!]

떨어진 순서대로 차례차례 즉사해가는 엄지들은, 레밍스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그러던 중, 최초에 외친 [피리꾼], 동료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환각에 쩔은 엄지실장석은 음료수캔에 도달했다.
발에서 전해지는 열도 이젠 느끼지 못했지만, 잠꼬대처럼

[물테치이, 이걸 마시면 날아남는테치이...]

라고 말하고, 음료수캔에 손을 댄다.
물론 거기에는 물따위 있을리가 없어서, 엄지실장이 손을 대자 캔이 쓰러진다.
살아남은 마지막 한마리를 끌어들여, 바닥에 떨어지는 빈캔.

[물이 넘치는테치...마시는테치...맛있는테치...]

함께 떨어지는 실장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지 않고 죽었다.
뒷좌석으로 도망친 몇 마리도 한참 전에 쇠약사한 탓에, 이젠 차안에 생물의 기척은 남아 있지 않았다.

남자가 실장석을 차내에 넣는 테러를 생각해낸 것은, 친구들과 강가에 바베큐하러 갔을 때의 일이 계기였다.
병신같이 고기팩을 한 개 차 안에 놔두고 잊어버린 채로, 땡볕 아래에 차를 방치해둔 것이다.
1박2일 정도 놀다 지쳐서 돌아와서 문을 연 순간, 강렬한 고기썩는 냄새에 코가 삐뚤어지는 것 같아 탈 수조차 없었다.
업자에게 맡겨 청소한 후에도 일주일 정도는 냄새가 빠지질 않았을 정도였다.

[소고기가 저정도라면, 냄새가 더한 실장석의 사체라면 어떻게 될지 기대되는데]

남자는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이 마을을 떠났다.
물론 일주일 정도 엄지를 키운 아파트의 방도 빼 두었다.
다른 마을에서 다시 한번 재기할 생각이지만, 과연.....


-끝

댓글 5개:

  1. 생화학 무기는 국제법 위반인 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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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무리 원한이라고 해도 남의 차에 실장석을 던지다니 차라리 투분을 하라는뎃샤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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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cctv랑 블랙박스에 찍혀서 나중에 드럼통안에 시멘트로 채워져서 바다에 가라앉을 각인 데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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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은 생각보다 CCTV나 블랙박스 보급률이 낮은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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