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다이빙

어느날 집에서 키우는 실장석 스이(翠)가 TV를 보면서 흥분하고 있었다.
TV 의 내용은 예능인이 열대 섬나라에서 스카이다이빙도 하고, 호화로운 요리도 먹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도 하는 사치의 끝을 달리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저도 저런거 해보고 싶어] 하고 말을 꺼낸다.

솔직히 TV 처럼 여행을 하면 돈을 물쓰듯 쓰게 될 게 뻔히 보인다.
그래서 스이에게는 [돈이 없어서 안돼]라고 했더니 어린애처럼 떼를 쓴다.
떼를 써도 소용없다고 엄하게 말하니 스이는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어 있다.

스이는 그럭저럭 훈육은 되어 있지만 어떻게 해도 자기 멋대로인 구석이 있다.
실장샵에서 가격대 성능비로 산 거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언제나처럼 적당히 혼낸 후, 콘페이토라도 주면 그런 건 잊어버리고 기분도 나아지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스이가 작은 목소리로

[한번이라도 좋으니 하늘을 날아 보고 싶었던데스]

하고 말하는 것이 링갈에 확실히 잡혔다.
나는 그걸 보고는 [어쩔수 없네]라고 생각하고 웃는 얼굴로 스이에게

[여행은 무리지만 스카이다이빙이라면 가능하다]

라고 했더니 스이는 눈을 빛나면서 기뻐한다.
기쁜 나머지 똥을 흘리길래 머리를 때렸지만 그것조차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기뻐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춤을 추어 댔다.

다음 휴일에 나는 근처에 있는 스카이다이빙스쿨에 방문했다.
거기서 간단한 강습을 받은 후 교관 한명과 함께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것이다.

곧장 훈련을 받았지만, 예상대로 스이는 강습을 듣는 데에는 전혀 집중하지 않고 하늘을 나는 자신의 모습을 망상하면서 활홀한 표정을 떠올릴 뿐이었다.
교관도 질렸다는 표정으로 강습을 진행했다.

강습으로부터 2시간 후 드디어 소형 비행기를 타고 상공 4000 m 지점에 도착했다.
거기서 트러블이 발생했다.
스이가 자기 혼자서 날겠다고 말을 안듣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혼내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교관에게 사정하여 부탁하니 단숨에 OK 라고 한다.
단, 사고가 발생해도 일절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받기는 했다.
스이에게는 고도계가 이 수치에 도달하면 이 끈을 당기라고 당부한 뒤 드디어 다이빙을 개시했다.

처음에 스이가 뛰고 다음에 나와 교관이 함께, 마지막에는 기념촬영용 카메라맨이 뛰었다.
솔직히 처음엔 부유감이 무서워서 눈을 감고 있었지만 교관이 눈을 뜨라고 외쳐서 조심조심 눈을 떠보니 경치가 감동적이었다.
그 후부터는 흥분상태가 지속되어 스카이다이빙하는 사람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그러던 중 교관이 갑자기 허둥댄다.
뭐 때문에 그러나 했더니 스이가 원인이었다.
스이는 엄청난 스피드로 낙하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인간보다 작다보니 공기저항을 적게 받아서인지 우리들보다 빠르게 낙하하는 모양이다.
카메라맨이 서둘러서 몸을 일직선으로 펴고 급강하하여 열심히 스이에게 뭔가를 지시한다.
그러나 스이는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설마 기절하고 있는 건가? 생각했더니 교관이

[젠장! 또야! 이래서 실장석은 싫다고!]

하고 말하는 것이 들린다.

카메라맨은 카메라를 돌리면서 뭔가를 찍고 있다.
아무래도 지시하는 걸 단념한 듯 하다.

잠시 후 내 낙하산이 펼쳐지고, 다음에는 카메라맨의 낙하산이 펼쳐졌다.
그러나 스이의 낙하산은 펼쳐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지면에 부딛혀 녹색의 얼룩과 작은 구덩이를 남기고 스이는 죽었다.

나는 교관에게 어째서 스이가 낙하산을 펼치지 않았는지 이 이유를 물어보니

[실장석 한마리에게 혼자서 스카이다이빙을 시키면 저런 녀석이 자주 있습니다.
 자신이 하늘을 날고 있다고 착각해서 자아도취된 상태로 죽는 실장석이.
 실제로는 하늘을 날고 있는게 아니라 떨어지고 있을 뿐인데.]

[뭐...]

[일단 댁의 실장석의 최후의 영상을 보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고 카메라맨이 찍은 영상을 보니,
스이는 완전히 망상속에 빠진 표정을 하고 있는게 확실히 보인다.
눈이 완전히 마약중독자같은 눈빛이 되어 왠지 기분나쁘게 웃고 있다.

카메라맨이

[어이! 정신차려. 그대로는 죽어버린다고!]

라고 말하자, 스이는 엄청 사나운 태도로

[시끄러운데스! 하늘을 나는 와타시가 죽을리가 없는데스! 죽는건 너데스. 빨리 뒈져버리는데스!]

스이의 언동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집에서도 다소 폭언을 할 때가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심한 폭언을 내뱉은 적은 없었던 스이가 도대체 왜?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그걸 눈치챈 교관이

[실장석에게는 행복회로라는 게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예]

[실은 하늘을 날 때 실장석은 뇌에서 마약물질이 이상할 정도로 많이 분비되는 모양입니다.
 그 탓에 뇌내마약물질이 행복회로에 작용해서 얼마나 똑똑한 실장석이던지 상관없이 다이빙하는 동안은 한방에 최저 최악의 분충으로 전락하는 모양입니다]

[뭐...]

[참고로 여기를 잘 봐주세요. 가랑이 부분이 미묘하게 부풀어 있고, 거기를 손으로 쥘려고 하고 있지요?]

[...예]

[저건 카메라맨에게 똥을 던지려고 한 겁니다.]

[....]

[예전에 국보석(스모용 거구 실장석)이 다이빙용 옷은 입지 않고 빤스 한장만 입고 뛰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댁의 실장석과 마찬가지로 되버려 주의를 주러 갔던 카메라맨에게 똥을 던졌었죠.
 그래도 이것만은 안심해 주세요.
 확실히 행복해하면서 죽었으니까요.]

나는 설명을 듣고 납득은 하지 못했지만 이해는 했기에 물러나기로 했다.
다이빙스쿨을 나오려고 할 때 경리가 나를 불렀다.
무슨일인가? 하고 가보니

[다이빙용 슈츠의 클리닝 비용 4만엔 되겠습니다.]




그 순간부터 나는 실장석이 싫어졌다.



-끝

댓글 3개:

  1. 개웃기넼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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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분충똥닝겐주인데스 지나가던 닝겐에 실장석이 맞으면 살인인데스? 잠재적 살인마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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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속보) 미도리 전 사육실장 두부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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