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의 일상 (25~27) 대기실


【이건 대단히 영리한 엄지실장 2마리의 이야기다】





그 큰 수조는 언제나와 같이 대량의 엄지실장을 맞아들인다。

80여 마리의 엄지들은 레치레치 떠들면서 걸어다니며、새로운 환경에 흥분해하고 있었다。

그렇다곤 하나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낡은 탁구공 2개가 유일한 장난감이었다。

그 이외엔 화장실과 몸을 씻을 수 있는 작은 급수대와 급수기。




수조 외벽은 검은 필름으로 둘러싸여있었기에、주위에 뭐가 있는지 전혀 볼 수 없었지만、
천장이 없었기에 인간은 언제든지 엄지들을 볼 수 있었다。

좁은 세계에서의 체험이 끝나도 레치레치 떠드는 건 멈추지 않았다。

「마마? 마마는 어디 있는 레치ー」

「이모우토챠(여동생)! 오네챠(언니)는 여기있는 레치—」

「레챠———」

야단법석이었다。
떠들썩한 가운데、오른쪽 귀가 없는 엄지실장이 조금 큰 엄지에게 뛰어갔다。

「오네챠、찾은 레치」

「이모우토챠가 있어서 다행인 레치————」

그 엄지들은 자매였다。
그녀들은 생산시설에서 선별되었지만、어느새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모우토챠、귀가 없는 레치」

「닌겐상이 갑자기 뜯어버린 레치—」

꼼꼼히 불로 지져놓았기에 그 귀는 재생할 수 없었다。

「모두에게 솔깃한 이야기가 있는 레치!!」

갑자기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일제히 시선이 집중되자、조금 헤진 옷을 입고 있는、오른쪽 눈이 없는 엄지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여기에 온 모두는 대단히 행운아인 레치! 여기에서 착한 자로 있으면、닌겐상이 낙원으로 데려가주는 레치—!!」

갑작스런 이야기에 조용해진 엄지들。레후ー라고 어째선지 섞여버린 구더기가 내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에 신경 쓰지 않고 애꾸눈 엄지는 말을 이어갔다。

「이곳은、낙원으로 가기 전에 있는 대기실인 레치。착한 자로 있으면 순서대로 낙원에 가는 레치」

「낙원?」

「그런 레치。맛있는 밥이나 과자를 마음껏 먹을 수 있고、재밌는 장난감이 산더미처럼 있는 레치。
그래도 한 번에 다 같이 갈 수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레치。모두、착한 자니 이곳으로 데려와진 레치」

「・・・・・・대단한 레치」

간단히 믿어버린 엄지들은、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레치레치 떠들기 시작했다。

「빨리 가고 싶은 레치! 빨리!」

「너무 떠들어대면 데려가지지 않는 레치」

「레치!」

「친구들과 싸워대고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착한 자라고 할 수 없는 레치」

찌릿、거리는 시선으로 째려보며 엄지는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걱정하지 않아도、어지간히 나쁜 짓을 하지 않는 이상은 괜찮은 레치。그래도 빨리 낙원에 가고 싶다면、착한 자로 있지 않으면 안 되는 레치」

「착한 자라는 게 뭔지 모르겠는 레치」

「아까도 말했듯이」

상냥하게 말을 하는 애꾸눈 엄지。

「떠들지 않고、싸우지 않으며、저기 있는 물로 못과 옷을 깨끗이 하는 레치。
여기의 밥은 별로 맛있지 않은 레치、그래도 이런 것들을 참는다면 그게 바로 착한 자인 레치」

「와타치(나)、착한 자가 될 레치!」

「와타치도 레치」

「모두 낙원에 가는 레칫」

떠들어대는 것에 상관하지 않고 설명을 마친 엄지는、왠지 지친 표정으로 수조 구석으로 걸어가 주저앉았다。

왠지 그 엄지는 지친 노인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모우토챠、다행인 레치」

아까 전 자매 중에서 언니가 눈물을 흘렸다。

「이모우토챠와 만난 것만으로도 기쁜 레치。게다가 낙원까지 갈 수 있다니、기뻐서 눈물이 나오는 레치」

수조 구석을 바라보며、뭔가 생각에 잠긴 여동생이 고개를 들어올리고 언니에게 말했다。

「・・・・・・오네챠、와타치、저 자에게 뭐 좀 물어보고 오겠는 레치」

렛치렛치거리며 크게 환희하는 소리 속에서 걸어가는 한쪽 귀밖에 없는 엄지는、수조 벽을 등진 엄지가 있는 곳 앞까지 걸어가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는 레치、아까 전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은 레치」

「・・・・・・뭐든지 대답해주겠는 레치」

「아나타(당신)는 어디서 그 이야기를 들은 레치」

「닌겐상이 말해줬던 레치、와타치는 닌겐상의 말을 대강 이해할 수 있는 레치」

「어째서 한꺼번에 낙원에 갈 수 없는 레치?」

「낙원은 대단히 커다란 레치、그래도 한꺼번에 들어가는 데엔 한계가 있어서 순서대로 가게 되는 레치。
걱정하지 않아도 모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레치、들어가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인 레치」

「그 이야기 진짜인 레치?」

「잠시 있으면 닌겐상이 낙원에 갈 자를 고를 레치」 

뭐라 형용하기 힘든 표정으로、

「그 때가 되면 오마에(너)는 와타치의 말이 올발랐다고、알게 될 레치」

한쪽 귀의 질문 공세에도 애꾸눈은 막히지 않고 대답해주었다。

「감사한 레치」

그렇게나 질문해댔던 것이다、꽤나 영리했던 한쪽 귀는 이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떠나갔다。

애꾸눈 엄지는 그 뒷모습을 쭉 바라봤다。

・・・・・・오마에는 와타치를 구해주러 온 존재인 레치




*************************************




저녁은 양식장에서 먹었던 것보다 한참 질이 떨어지는 최저의 실장 푸드였다。
갉작갉작 소리를 내며 엄지들은 푸드를 먹기 시작했다。
위에서 보명 꽤 상쾌한 광경일지도 모르겠다。80여 마리가 일제히 식사하는 모습은。

「맛없는 레치・・・・・・」

푸념을 끝낸 차였다。

「나쁜 자는 낙원에 갈 수 없는 레치!」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진 엄지。

「마、맛있는 레치」

1마리가 안고 있던 푸드를 집어들고 웃는 표정을 지었다。

「와타치도 맛있는 레치」

「맛있는 레치—」

맛있다、맛있다라고 말하며 먹으며 생각을 바꿔나자가、자연스럽게 엄지들은 웃는 표정으로 식사를 하게 됐다。

한쪽 귀는 웃는 언니를 제쳐두고、구석에 있던 애꾸눈 엄지가 「나쁜 자는・・・」이란 말을 놓치지 않았다。

식사 후、드러눕고 멍하니 있으니、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닌겐상인 레치————————!」

누군가가 외쳤다。
무리는 크게 소란을 피웠다。놀라서 도망가는 놈、일어서는 놈、기겁해서 주저앉은 놈・・・・・・。

그러나 눈치있는 일부는 중앙으로 가서 양팔을 벌렸다。

「낙원 레치! 낙원 레치—」

「와타치를 선택하란 레치!」

그 즉시 낙원에 가길 지원하는 2마리가 나타났다。
그러자 인간의 손은 그 2마리를 슬쩍 집어올렸다。

레햐아아아、라고 그 광경을 바라보며 소리치는 놈이 있었다。누구나、수조 안에 있던 누구나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와타치、선택된 레치!」

「모두、먼저 가겠는 레치이」

순식간에 2마리는 사라졌고、수조는 다시 조용하게 되었다。

잠시 후、

「그 이야긴 진짜였던 레치!」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장난감! 과자아!」

「낙원! 낙원 레치이ー」

엄지 자매는 손을 마주잡고 기뻐했다。

「정말로 갈 수 있었던 레치!」

「함께 가잔 레치」

그러나、한쪽 귀는 보고 말았다。구석에 있던 애꾸눈 엄지가 우울한 표정을 짓고 한숨을 쉬고 있던 모습을。

애꾸눈 엄지에게선 뭔가 정체모를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낙원에 가는 놈은 1일에 2,3마리 정도로 별로 많지 않았다。게다가 매일 데려가는 게 아니라 3일간 데려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때엔 연일 데려가기도 했다。

부정기적이라는 점이、오히려 좋게 작용한 건지、착한 자로 지내는 것은 굳게 지켜지고 있었다。

싸움을 하지 않고、한다고 해도 주위에서 중재하여 싸움을 말렸다。먹이인 푸드는 수조 위에 붙어 있는 기계에서 자동적으로 공급되었지만、엄지들은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여럿이서 탁구공을 가지고 놀았기에 일단 엄지들은 지루해하지 않았고、이는 좋은 운동이 되기도 했다。

누군가 나쁜 짓을 하려고 하면、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닌겐상이 어디선가 보고 있을 레치・・・・・・」

그걸로 충분했다、그 말로 수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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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 안에선 안정된 나날이 이어졌다。
가끔씩 「낙원 행」이 선택됐기에、엄지들은 이제 선택되면 운이 좋다는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착한 자로 지내기만 하면、그 누구도 마지막엔 선택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더욱 나쁜 자가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만 했다。

유일한 장난감인、탁구공을 가지고 놀 때、한쪽 귀는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있던 애꾸눈 엄지에게 놀자고 했다。

이번으로 몇 번째일까、애꾸눈 엄지는 한쪽 귀 엄지에게 물어봤다。

「왜 이렇게 와타치를 신경 쓰는 레치」

「노는 게 즐겁기 때문인 레치、그런 곳에서 앉아있는 것보다 말인 레치」

「・・・・・・여기에 앉으란 레치」

애꾸눈은 한쪽 귀를 앉히고、지져진 귀를 진지하게 쳐다봤다。

「왜 그러는 레치?」

「와타치도 오마에와 같았던 레치」

뭐가、라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한쪽 귀는 뭔가 짐작이 갔기에 입을 열지 않았다。

「왠지 피곤해 보이는 레치、도와줘도 되겠는 레치?」

「오마에가 도와준다면 고맙게 받아들이겠는 레치、하지만 거절한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겠는 레치」

거창한 대답에 쓴웃음을 짓는 한쪽 귀。

「와타치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는 레치」

애꾸눈은 왠지 다른 엄지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이 순간만큼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표정을 짓고 고뇌하고 있었다、그리고 말을 꺼냈다。

「정말로 와타치를 돕고 싶다면、다음 낙원 행을 뽑을 때、즉시 와타치가 있는 곳으로 와줬으면 하는 레치」

「그런 거라면 손쉬운 일인 레치—」

한쪽 귀는 웃어보였다。



「먼저 가겠는 레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빨리 오란 레치—」

다음날 낮、즉시 낙원 행이 뽑혔다。

정들었던 동료들과의 이별은、아무리 낙원 행에 당첨됐다고 해도 쓸쓸한 감정을 남겼다。
먼저 간 놈、남겨진 놈은 손을 흔들고 이별에 아쉬워했다。
낙원에 간 놈이 사라지자、남겨진 놈은 저마다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그것은 매일 낙원 행을 뽑을 때마다 일어나는 습관적인 일이었다。

낙원에 간 놈이 없어져서 쓸쓸하다던가、낙원엔 어떤 장난감이 있을까、하는 걸로 떠들어댔다。

즐겁게 떠드는 무리에서 벗어나、한쪽 귀는 애꾸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자、온 레치」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절대 누구에게도 발설해선 안 되는 레치」

「알겠는 레치」

쓱、하고 애꾸눈이 일어서자、그곳엔 검은 필름이 벗겨져있었던 것이 아닌가!。

「벽이!」

「쉿!」

애꾸눈은、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동료들을 바라봤지만 그 누구도 둘의 대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

「자、여기로 바깥 광경을 보란 레치」

재촉 받아 한쪽 귀가 밖을 바라보자、크고 작은 수조나 우리、상자가 있었다。
인간의 입장이었다면 애완동물 가게라고 부를 공간이었다。

놀랄 틈도 없었다、낙원 행이었던 2마리는 인간에 손에 의해 각자 다른 큰 수조로 들어가게 됐다。

수조엔 원래부터 있던 생물이 있었다。

그 생물은 굴드-왕도마뱀이라 불리는 크기 70cm인 커다란 도마뱀이었다。
이 생물은 오스트레일리아・뉴기니에서 서식하는 사나운 생물로 알려져 있었다。
과실 등을 먹기도 했지만 작은 동물도 즐겨 먹으며、애완동물로서 기를 경우엔 쥐 같은 걸 주기도 한다。

맨 처음、커다란 수조에 들어갈 때엔、낙원 행인 엄지는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봤다。
잠시 있자、느릿느릿、굴드-왕도마뱀이 다가왔다。
한쪽 귀는 낙원 행인 엄지가 도마뱀의 커다란 입이 열리는 것을 보고、작게 지르는 비명 소리를 들었다。

생먹이인 엄지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그러나、금세 수조 벽에 부딪쳐、황급히 옆으로 달아나려고 했지만 이미 도마뱀이 쫓아와、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씹히면서 위로 들어 올려진 엄지가 절규했다。
그리고 너무 날뛰어댄 탓에、뚝하고 수조 바닥에 떨어졌다。

하반신 전부와 상반신 일부가 씹어 먹힌 채로 절규하며、바닥을 기어갔다。
기어가며 도망치는 모습을、살점을 삼키며 바라보는 도마뱀。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대체、어째서、낙원은 어디인 레치!! 누군가 도와 레치!!!

패닉에 빠진 상태로 도움을 요청하는 엄지는、또 다시 벽과 마주치게 됐다。
그리고 아래 수조의 필름 사이로 자신을 보는 한쪽 귀와 눈이 마주쳤다。
좁은 수조 안이었기에 모르는 사이도 아니었고、몇 번이나 놀았던、그 둘은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살려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뒤에서 도마뱀이 쫓아왔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참으면서、한쪽 귀는 쭈그려앉았다。
낙원에 갔을 터인 친구들이 먹여 죽었기 때문이다。

・・・・・・아니、낙원은? 저건 뭐인 레치!

「오마에는 영리한 레치、대단히 영리한 레치」

칭찬하면서도 매몰찬 한마디를 하는 애꾸눈。

「만약 이 걸 모두에게 알린다면 패닉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될 레치」

양손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한숨을 쉬는 한쪽 귀。

「오마에는 진정한 세계를 알게 된 레치」

「저、저건 뭐인 레치」

숨을 거칠게 쉬면서 한쪽 귀는 어떻게든 말을 꺼냈다。

「오마에가 본 대로인 레치。
여긴 닌겐이 여러 생물을 기르는 곳인 레치。
여기서 와타치타치(우리들)는 먹이가 되는 레치。
매일 저 녀석들이 직접 먹을 리는 없는 레치、매일 살아있는 걸 닌겐이 줘서 그런 레치。
쥐라던가、와타치타치라던가・・・」

「그럴 리가 없는 레치!」

큰 소리에 몇 마리가 뒤를 돌아봤으나、2마리가 조용히 있자、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낙원은 어디 있는 레치! 오마에가 낙원에 대해 말했던 레치」

「알고 있었을 터인 레치、전부 거짓말인 레치 여긴 먹이 우리인 레치、먹히는 걸 기다리는 장소인 레치」

한쪽 귀는 바닥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겠는 레치、오마에도 지쳤을 레치」

애꾸눈은 슬쩍 한쪽 귀와 떨어져、평소처럼 한 쪽 구석에 앉았다。
그러자 필름 사이가 완전히 가려졌다。그 누구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고개를 숙인 채 애꾸눈은 말했다。

「오마에가 괴로워하는 건 이해하는 레치、와타치도 한 때 그랬던 레치」

그 말을 들으며、한쪽 귀는 비틀거리며 떠나갔다。

이유 없이、다른 엄지들의 웃음소리가 역겹게 느껴졌다。

・・・・・・그래도 오마에는 와타치의 구세주인 레치

애꾸눈의 울고 싶은 마음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날 밤、조명이 꺼지고 조용해져도、한쪽 귀는 잠들 수  없었다。
푹 자고 있던 언니의 옆에서 뒤척이다가、때때로 물을 마시고、어느 새인가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한쪽 귀가 눈을 뜨자、이젠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바뀐 건 하나도 없이、수조 안에서 동료들이 놀고、물로 몸을 씻고、잠을 자고 있었다。
첫날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동료들의 수가 줄어든 게 유일한 변화였지만、그 진상을 알아버린 한쪽 귀는 겁에 질려버렸다。


    『여기서 와타치타치는 먹이가 되는 레치』


애꾸눈의 겁에 질린 소리가 머리에 맴돌자、한쪽 귀의 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이미 세계 전체가 맥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전전긍긍하며 한쪽 귀는 그날을 보냈다。
언제、닌겐의 손에 잡혀 『낙원행』이 될지 모르는 노릇이다。

・・・・・・그 손으로부터 달아나면 어떨 레치?
아니、언젠가 모두 낙원에 데려가질 거 아닌 레치、낙원으로

그런 레치、그 누구도 마지막엔 데려가지는 것만큼은 당연한 레치。

(한쪽 귀는 이 이름을 몰랐지만)도마뱀에게 산 채로 먹힌 동료。
또 다른 1마리도 어디에선가 먹였을 테지만、한쪽 귀는 볼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애꾸눈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거짓말을 하고 틈을 가리는 것일까?

겁에 질려 몸을 떨면서、한쪽 귀는 생각했다。



한쪽 귀는 어느 정도 냉정함을 되찾은 뒤、애꾸눈이 있는 곳으로 갔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레치」

오로지 고개를 끄덕이는 애꾸눈。

그 옆에 앉으면서 한쪽 귀가 질문했다。

「왜 모두에게 알리지 않고 와타치에게만 알려준 레치、왜 모두에게 거짓말을 한 레치」

「이미 알아차렸을 거라 생각하지만、차례대로 말해주겠는 레치

와타치가 이에 대해 알게 됐을 때、대단히 고민하면서 모두에게 말했었던 레치。
처음엔 모두 믿지 않았지만 이 틈으로 진실을 봐버린 레치。
그리고 소란이 일어났고、쇼크로 죽어버린 자마저 있는 레치。
어디론가 도망치려고도 했지만、벽은 높고 튼튼해서 도망칠 수 없었던 레치。
그리고 다음엔 모두、닌겐에게 애원한 레치、먹이로 삼지 말아달라고。
그래도 닌겐은 애원을 들어주지 않은 레치、당연한 레치、먹이로 삼기 위해 와타치타치를 데려왔으니 말인 레치。
그로부터의 나날은 일생 중에서 가장 괴로웠던 시기였던 레치、닌겐이 손을 뻗으면 동료들이 서로 밀치며、자신만은 살아남으려고 했던 레치。
이제 동료도 친구도 아니게 됐던 레치。살아남겠단 일념만 남았던 레치。
누군가 데려가진 뒤、귀를 기울이자 엄청난 비명 소리가 들린 레치。
그러자 모두 울면서 달려대고・・・・・・。
닌겐에게 몇 마리가 위협을 가했지만、곧바로 뚜둑하고 목을 꺾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먹이로 삼은 레치。
잡힌 자가 닌겐의 손을 깨물거나 때려댔지만 꿈적도 하지 않은 레치。
그렇게 와타치 이외엔 모두 먹혀버린 레치。
닌겐이 오지 않고、와타치 이외에 아무도 없을 때 무섭고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던 레치、떨면서 살았던 레치。
언제 닌겐의 손이 뻗칠지、모르는 레치。
모두 공포에 떨며 일생을 마친 레치

그 때부터 와타치가 한 행복한 거짓말을 믿고、먹히기 직전까지 그 말을 믿는게 훨씬 행복한 레치

모두를 속인 건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인 레치。
고통을 받을 바에야、와타치가 나쁜 놈이 돼서 모두를 속이는 게 나은 레치。
그나마 죽을 때까진 무서워하지 않도록、거짓말을 하는 레치。
적어도 이곳에선 다툼이나 고통은 없는 레치。
이 거짓말은 와타치가 생각해낸 게 아니지만、잘 먹혀들은 레치。
모두 믿고있는 레치。

오마에게만 말한 이유는、오마에가 영리하기 때문인 레치。오마에라면 와타치를 구원해줄 수 있을 레치」

애꾸눈은、 엄지실장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말재주가 좋고 영리한 면모를 보였다。

쭉、한쪽 귀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마치고、애꾸눈은 고개를 숙였다。

한쪽 귀는 수조 안을 바라보자、많은 동료가 낙원에 가는 날을 기대하며 사는 모습이 보였다。

잔혹한 이야기였다。
어쨌든 간에 마지막엔 덧없이 먹혀버린다니。

한쪽 귀는 감정을 짜내、한마디 했다。

「잔혹한、레치」

「그런 레치 잔혹한 일인 레치。그래도、오마에에게 한 마디 해두겠는 레치。오마에가 자청하지 않는 한、오마에가 먹힐 일은 절대로 없는 레치」

위안하는 건가、라고 한쪽 귀가 애꾸눈을 바라봤지만 그런 의도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한쪽 귀도 그녀가 시답지 않은 말을 꺼내는 개체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이유는 아직 말해주지 않겠는 레치、우선 다음 낙원 행을 고를 때에도 이곳으로 오란 레치、약속인 레치」



그로부터 낙원 행이 결정될 때마다、한쪽 귀는 애꾸눈의 옆에서 진짜 세계를 봐갔다。



무시무시한 광연이었다。애완동물들은 가차없이 엄지를 포식해갔다。

희생자가 지르는 비명은、큰 소리로 떠드는 동료들의 소리에 묻혀 엄청나게 주의하지 않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아이러니했다。
한 쪽은 조각나 먹혀 죽고、또 다른 쪽에선 큰 소리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동료가 죽는 걸 그저 보기만 하면서、한쪽 귀는 완전히 염세적으로 변했다。
「이젠 지겨운 레치。아나타를 구하다니 무리인 레치」

하지만 의문은 해소되었다。
「그 아나타는 누구에게서 그 거짓말을 배운 레치?」

「괜찮을 레치、오마에는 와타치를 구원할 레치。와타치도 아나타를 가르칠 수 있으니、전혀 문제없는 레치」

수조는 대단히 넓어졌다。
그것도 그렇다、엄지의 수가 이미 반까지 줄었으니 말이다。
1마리 섞여들어온 구더기가、언니의 팔에 안긴 채로、잠들어 레후—라고 소리 냈다。

그날의 낙원 행은 특히 더 잔혹한 최후를 맞이했다。
악어에게 하반신을 먹힌 엄지가 기어 도망치려고 발버둥을 치고、비명을 질렀기 때문이다。
10분 후 상반신도 자그마한 얼룩을 남긴 채 사라졌고、그걸 본 한쪽 귀는 신경쇠약에 걸렸다。

그렇다곤 하나、눈을 돌리는 건 왠지 불가능했다。
한쪽 귀는 뭐에 홀린 듯이 동료의 최후를 지켜보다가、마지막엔 수조 구석에서 떠들어대는 동료들에게서 떨어져 떨어댔다。

「이모우토챠! 이번엔 와타치가 가겠는 레치、이제 슬슬 가도 될 것 같은 레치—」

어느 날 한쪽 귀의 언니가 화색이 아주 기쁜 얼굴로 단언했다。

「오네챠、그건 조금만 기다려보란 레치—!」

안색이 새파래진 채로 외친 한쪽 귀의 말에 미소로 돌려주는 언니。

「외로워질지도 모르겠지만、곧 만나게 될 레치」

「아닌 레치、그렇지 않은 레챠아!」

역시 진실을 알고 있던 한쪽 귀는、언니의 마음을 바꾸려고 필사적이었다。

「그래도 여긴 질린 레치、슬슬 가고 싶은 레치、먼저 가서 이모우토챠가 있을 곳을 마련해두겠는 레치。
다음에、닌겐상이 오면 맨 앞에 서겠는 레치—」

라고、말을 마치며 목이 말랐는지、언니는 물을 마시러 갔다。

「안 되는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절규하는 한쪽 귀를、애꾸눈이 구석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오네챠! 안 되는 레챠아! 낙원 따윈 거짓말인 레치、
닌겐상에게 잡히면 무서운 생물한테 먹혀버리는 레치!」

동요한 한쪽 귀는 엉겁결에 진실을 말해버리고 말았다。

「・・・・・・・・・・・・・・・・」

언니도、다른 엄지도 조용히 있다가・・・

「「「「「레햐햐햐햐!」」」」

폭소했다。
이곳에서의 생활로 완전히 얌전해진 엄지들은、한쪽 귀가 농담을 하는 것이라고 단정지었던 것이다。

「아닌 레치、진짜인 레치!」

자매의 위기에 한쪽 귀는 냉정을 잃었다。그리고 애꾸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애꾸눈은 표정하나 바꾸지 않은 채

「그만두는 게 좋은 레치」
라고 말했으나

「오네챠의 위기인 레치!」

그렇게 한쪽 귀는 애꾸눈을 밀치고、필름 사이에 난 틈을 모두에게 보게 했다。

「여기로 무서운 생물에게 먹히는 건 볼 수 있는 레치!」

우르르 모여든 엄지들은 신기하게 가게 안을 쳐다봤다。
때마침、애완동물들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반 위로 수조와 케이지들이 늘어선 풍경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레치・・・・・・」

「말도 안 되는 레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다음엔 와타치가 가보겠는 레치」

1마리가 앞으로 나섰다。자신이 간 다음 모두 이곳에서 지켜보라、고。

「이모우토챠도 금방 알아차릴 거짓말은 해선 안 되는 레치、좋은 자가 될 수 없는 레치」

언니 엄지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도와、도와 레치이——! 레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 소릴 남긴 채 엄지는 먹혀 죽었다。
그걸 보고만 엄지 무리는、얼마 지나지 않아、일제히 소리질렀다。


「레챠아아—————————————————!!」

「저 괴물은 뭐인 레치이!」

「먹혀버린 레치、먹혀버린 레치이이이이!」

「괴물인 레치、괴물인 레치이!」

「낙원은 어디에 있는 레치、낙원은 어떻게 된 것인 레치이————!!」

「쩝쩝 먹혀버린 레치! 쩝쩝 씹어먹혀진 레치이!」

파킨、이란 작은 소리를 내며 쓰러진 놈도 있었으나、그 누구도 그걸 깨닫지 못했다。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곤 하나、조용해지고、분위기는 무서울 정도로 얼어붙었다。

누구나 쭈그려 앉고、가끔씩 조용히 뭔가를 말했지만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죽은 엄지는 방치되어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죽었다는 걸 알았지만 손대려고 하지 않고、더군다나 자신들의 목숨이 경각에 처해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레치」

언니가 중얼거리자 한쪽 귀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본 대로인 레치、와타치타치는 순서대러 저 녀석들의 먹이가 될 뿐인 레치。와타치타치에겐 손쓸 방도가 없는 레치」

「그런 말도 안 되는・・・・・・먹히고 싶지 않은 레치」

「어쩔 도리가 없는 레치」

영리한 만큼 한쪽 귀는 손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깨닫고 있었다。

누군가 외쳤다

「뭐가 낙원인 레챠아! 거짓말쟁이는 쳐 죽여주겠는 레챳!」

그 엄지는 핏발이 선으로 주위를 둘러봤지만、아무래도 애꾸눈이 그 말을 했다는 걸 기억하진 못했나 보다。

한쪽 귀는 애꾸눈이 말했다고 하지 않았다。
린치당할 걸 뻔히 알고 있었고、그녀의 행동은 나름대로 이해가 갈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꾸눈이 한 일을 이해하는 건 별개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져、1마리 1마리씩 잠들어갔다・・・・・・。

며칠 동안、엄지들은 벌벌 떨면서 살아갔다。
꿈이 아닐까、사실은 낙원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헛된 기대가 퍼져가기 시작할 무렵。




*************************************




이전과 같이、갑자기 위로부터 인간의 손길이 뻗쳐왔다。

「레챠아—————————————————————아!!」

1마리가 지른 비명에 맞춰、모두 도망쳐다녔다。
눈물을 흘리며、안전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수조 안을 우왕좌왕。
평소와 다른 모습에 점원은 쓴웃음을 지으며、문득 알아차렸다。
1마리가 죽어있다는 것을。

그리고 몸을 굽혀 최대한 몸을 움츠리려는 엄지 앞에서、시체를 휙 집어올렸다。

그 다음 이런이런、거리며 그 시체를 가지고 사라졌다。

잠시 있자、몸을 움츠렸던 엄지가 일어서、시체가 있던 장소와 위쪽을 번갈아 봤다。

「해낸 레치! 오늘은 저 녀석의 시체로 끝난 레챠아!」

「살아났어? 살아난 레치?」

「살아난 레챠앗!」

거의 대부분이 목숨을 건졌다는 것에 미친 듯이 기뻐하며 날뛰어댔다。

특히 움츠려있던 개체는 더욱 더。
침을 튀기며 말했다。

「이러는 사이에 뭔가 수단을 마련해 둬야 하는 레치! 어떻게든 살아날 방법을・・・」

말하는 개체에게 무리 전체의 시선이 집중됐다。
높이 떠오른 개체는 자신보다 아래쪽에 있는 동료들에게 이야길 계속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점점 동료들과의 거리는 멀어져갔다。

그 개체는 그대로 피라니아가 있는 수조에 내던져졌다。

「생먹이가 아니면 의미가 없으니까」



제삿날처럼 정숙해진 무리。
결국 추가적으로 1마리가 생먹이가 됐으니 그럴만도 했던 것이다。

「와타치가 해치워주겠는 레치」

그럭저럭 체격이 큰 개체가 일어서、주위를 둘러봤다。

「와타치가 닌겐을 해치워주겠는 레치」

그 즉시、영리하다고 여겨지는 개체가 일어섰다。

「닌겐상에게 대적할 수 있을 리가 없는 레치、여기선 대화로・・・・・・」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는 레치!」

「화가 나면 큰일이 나는 레치」

「더 이상 어쩌란 레치! 오마에타치(너희들)、결정하란 레치、겁쟁이가 될 건지、와타치를 따라나설 건지 레치!」

유달리 체격이 좋은 2마리가 일어섰다。

「오마에의 말대로 닌겐을 해지우잔 레치!」

「그런 레치! 와타치타치가 한꺼번에 덤벼들면 어떻게든 될 레치!」

「안 되는 레치、닌겐상에게・・・」

말을 꺼낸 순간、영리한 개체는 몸집이 커다란 개체에게 쳐 날려졌다。

「약한 놈은 닥치란 레치!」

한편 갑작스러운 소동에 걱정하는 개체도 많은 상황이었다、무엇보다 지금까지 싸움 한 번  없었던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에、정신적 충격 때문에 그저 조용히 있던 개체도 많았지만 말이다。



2일 후。

「닌겐이 온 레챠아————————————————!」

눈을 부릅뜨고 절규하는 개체의 소리에 무리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마에타치、따라오란 레치」

체격이 좋은 개체가 자신에게 동조한 2마리를 데리고 수조 중앙으로 뛰쳐나가、이빨을 드러내보였다。

「「「레쨔———————————————————!!!」」」

3마리가 함께、힘껏 위협을 가했다。잡으려는 인간은、딱 멈춰섰다。

「해낸 레치!」

어디선가、희망찬 소리가 났다。
해낸 것이다、위협으로 인간의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이걸로 먹이가 되는 일이 없이、잘하면 좋은 대우를 받아 이곳을 낙원으로 삼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무리의 기대가 부풀어갔다。
주위에서 지켜보는 동료들을 둘러싸여、아직 위협을 가하는 3마리가。

「이건 아직 시작에 불과한 레치! 레쨔—————————————!!」

라고 위협하자、점원은 기쁘게  양손을 뻗어 아무렇게나 그 3마리를 집어、뱀・악어・피라니아가 들어있는 수조로 내던졌다。

「오늘은 싱싱한 게 있어서 다행이네、너희들」

「사、살려 레챠아아아아—————————————!!」

「마마! 마마! 마아마!」

「레햐—아—————아—————!」



간단히 절망하게 된 무리。
떠들며、절망하다 조용해지자、영리해보이는 개체가 일어섰다。

「・・・・・・다음에 닌겐상이 오면 애원해보는 테치、와타치가 말해볼 테니 모두 응원해줬으면 하는 레치」

말은 그렇게 한다지만 겁에 질렸는지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무서워하고 있던 개체가 고개를 들고 물어봤다。

「어떻게 애원하려는 레치?」

「닌겐상을 도울테니  먹이로 삼지 말고、먹히게 하지 말아달라고 말하려는 레치。
분명 말하면 반드시 통할 레치」

한쪽 귀이 애꾸눈을 보자、아무래도 좋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전에도 이런 광경을 본 것처럼 말이다。

「와타치타치에게도 살아갈 자격이 있는 레치、마마나 자매가 있는 레치、중요한 사실을 제대로 전하는 것뿐인 레치」


다음날、또 다시 점원의 손이 수조 안으로 뻗쳐왔다。

누구나 될 수 있으면 중앙으로부터 멀리 달아나는 와중에、영리한 개체는 중앙에 우뚝 서있었다。

「닌겐상、부탁할 게 있는 레치。부디 와타치타치를 먹이로 삼지 말아달란 레치。
와타치타치는 먹히고 싶지 않은 레치、죽고 싶지 않은 레치。
다시 한 번 마마와 오네챠와 이모우토타치(여동생들)와 만나고 싶은 레치。
닌겐상의 도울 수 있다면、뭐든지 하겠는 레치!」

다른 엄지들도 입을 모아 말했다。

「부탁、부탁드리는 레치。먹이로 삼지 말아달란 레치이!」

「죽는 건 싫은 레치이、살려달란 레치————!」

「부탁드리는 레치、뭐든지 하겠는 레챠아아아!」

점원은 일절 무시한 채、말하고 있던 엄지를 집어、평소와 같이 수조로부터 떠나갔다。

아직 엄지의 말이 들려왔다。

「분명 잘 선택했다고 닌겐상도 생각할 레치、도움이 되겠는 레치、와타치타치도 마마도 대단히 감사드리고 있는 레치。
그리고 뭐든지 하겠는 레치。・・・그、그、그러니까、먹이로 삼지 말란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먹히는 건 싫은 레챠앗!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두란————————————레치!」

잠시 후 단말마와 씹히는 소리가 났다。



상황은 절망적이었다、이제 인간의 자비에 매달리는 것도 공격하는 것도 쓸데없다는 것으로 인해。
아니、그랬다간 오히려 먹이로 선택돼버리고 만다。

수조엔 절망밖에 남지 않았다。

또 다른 어느 날、손이 뻗쳐왔다。

레챠—라고 소란을 피우는 엄지들。
밀고 쳐대면서、자신만은 살아남겠다고、살아남아야겠다고 몸부림쳤다。
도망치는 쪽에 동료가 있으면 밀어 넘어뜨린 다음 밟고 도망쳤다。
쳐 받는 일을 당연한 일이였다。
점원의 손이 유쾌하게 움직일 때마다、엄지들은 추한 꼴을 보이며 이리저리 도망쳐다녔다。

드디어、1마리가 등을 꾹 붙잡혔다。그 개체는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앞에 있던 다른 개체를 꽉 붙잡았다。

「싫은 레챠아! 오마에가! 오마에가 대신 먹히란 레챠아!」

붙잡힌 개체는、필사적으로 떨쳐내려고 발버둥을 쳤다。눈물을 흘리고 고함을 지르면서。
「놔! 놓으——란 레챠———!」

붙잡힌 개체는 이미 미친 듯이 소리질러대고 있었다。붙잡은 쪽은 엄지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무관계한 개체를 놓지 않았다。

「무슨 개소리인 레치! 오마에가 먹이가 되란 레치!」

「먹히는 건 오마에인 레치! 빨리 먹혀서 똥이나 되란 레챠아아!!!」

「먹이는 오마에인 레챠!」

「뭐하고 있는 레치! 이 녀석 돌아버린 레치! 오마에타치、와타치를 도우란 레치! 도우란 레챠아아아아!」

관여되기 싫었기에 그 누구도 신경쓰려하지 안았다。
오히려 선정되지 않은 것에 크게 안도하고 있었다。

「빨리 도우란 레치! 도와달란 레치! 제발 도와달란 레챠아아아아아」

레챠레챠 떠드는 2마리 모두 생먹이가 되었다・・・・・・。



이렇게 되자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됐다。

이 일이 있은 후、별 것 아닌 일로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식사할 때、잘 곳을 정할 때、물을 마시는 법이나 몸짓하나가 싸움의 원인이 되었다。
말리는 놈도 없이、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와중、한쪽 귀는 애꾸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와타치가 바보였던 레치。모두에게 진실을 알려 준 건 실책이었던 레치・・・」

애꾸눈이 말한 것처럼 돼버린 것이다、비참한 현실을 알게 된 이상 두 번 다시 수조엔 평온이 찾아오진 않을 것이다。
별것 아닌 소리에 겁을 먹고、동료들끼리 욕을 해대며、그럴 때마다 두려움에 우왕좌왕해댔다。

「어쩔 수 없는 레치。서로 소란을 피워댄 건 자업자득이고、애초에 이렇게 된 원인은 오마에에게 있지 않은 레치」

애꾸눈은、왠지 현실을 남일처럼 여기고 있었다。이제 이런 일엔 불감증마저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옛날엔 와타치도 그렇게 고뇌했던 레치。그래도 거짓말을 함으로써 어느 정도 편하게 된 레치。
그래도 그건 거짓의 세계인 레치、모두를 속이는 것뿐인 레치、이번엔 속이는 게 괴로웠던 레치。
그 틈으로 모두의 최후를 지켜보는 건 괴로운 일인 레치。
그래도、누군가 봐주지 않으면、아무도 모르게 죽어가는 레치・・・・・・。그건 훨씬 불쌍한 일이라 생각하는 레치」

그러나、지켜보던 그녀도 정신을 마모시키고 있는 듯이 보였다。
언뜻 보면 달관한 것 같이 보이는 그녀는、한계를 맞이한 것 같았다。

「어째서 아나타는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선택되지 않은 레치」

「・・・・・・그 대답은 좀 있다 알려주겠는 레치。지금은 오너쨩의 옆에 있어주란 레치」

2마리가 보니、언니 엄지가 벽을 맞대고 앉아、무언갈 중얼거리고 있었다。
최근의 일로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초췌해져 있었다、그리고 그건 모든 개체에 해당되는 말이었다。

「대답을 들을 때까지 와타치가 살아있으면 좋으련만인、레치」

「그건 걱정하지 말란 레치、와타치를 믿으란 레치、오마에는 절대 먹이로 선택되지 않는 레치」

위안의 말을 듣고、한쪽 귀는 웃어보였지만 애꾸눈은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걸로 걱정하는 개체도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오로지 고개를 끄덕인 채 한쪽 귀는 떠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애꾸눈이 중얼거렸다。

「오마에 덕에 와타치도 겨우 해방될 수 있는 레치」






그것은 이상한 풍경이었다。


엄지 몇 마리가 손발을 땅에 대고、그 위에서 목말을 하고 있는 엄지도 있었다。
어떻게든 수조 벽을 넘어가려고、언쟁을 하던 사이에 이런 상황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체중이 가볍다고 해도、그것은 빈약한 체력을 가진 엄지로 이루어진 사다리였다、여기저기가 부들부들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참가하지 않았던 녀석들이 안색을 바꾸기 시작했다。
게다가、이 행위를 비웃던 녀석도 있었지만、성공한다면 이야기는 다르게 된다。

그렇기에 그런 놈들도 자신이 한 말을 잊고、뻔뻔하게 엄지 사다리에 매달렸다。
아니、사다리를 만들고 있던 녀석들을 밀치기 시작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남아있지 않아있었다。

토대가 된 엄지들은、불가항력으로 밟히거나 밀쳐지게 되었다。

「아픈 레치! 그만두란 레치!」

외쳐 봐도 움직일 수 없었기에 그 엄지들의 말은 효과가 없었다、애초에 탈출을 도모하는 현재 그 엄지들은 말 그대로 발판에 지나지 않았다。

혼란한 상황에서 몇 마리가 사다리에서 삐져나왔다。
그런 와중에도 올라간 엄지는 동료들이 만든 흔들리는 사다리를 기어올라、겨우、벽 끝 쪽을 잡았다。

「해낸 레치!」

그 엄지는 벽 위로 무리하게 올라갔다。그러나、예상과는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이 수조 자체가 높은 탁상 위에 놓여 있었기에、벽 끝 쪽에서 바닥까진 1m 가까이는 됐다。
그리고 1m 정도에서 추락하면 엄지 따윈 산산조각난다。

「빨리 올라가란 레치、빨리!!」

2등이 선두를 재촉했다。선두에 있던 엄지는 망설였다。
좁은 벽 끝을 겨우 잡았는데、자신에게 매달리는 2등 때문에 몸의 균형이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오마에는 오지 말란 레치!」

「오마에만 살아남으려는 속셈인 레치!」

의심암귀에 사로잡힌 이상 손쓸 방도는 없었다。2등은 좁은 벽 끝을 무리하게 올라타、선두에 있던 엄지에게 매달렸다。

「와타치를 잡지말란 레치!」

「시끄러워、시끄러운 레치!」

레치레치 2마리는 떠들어댔지만、엄지는 상대적으로 머리가 큰 만큼 안정성이 취약하다。

「아、아、아、아、레챠아———!」

아———————————————!라고 선두에 있던 엄지가 긴 비명을 남기고、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얼룩이 되었다。

2등은 좀 나은 편이었다、수조 안으로 떨어졌다。애초에、선두와 같이 얼룩이 됐다는 것엔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게다가 이 소동으로、엄지 사다리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빨리、내려가란 레치!」

「무리인 레치————!!」

「흔들지 말란 레치 오마에라아(너희드을)!」

「오마에가 흔드니깐 그런 레챠!」

사다리가 크게 기울었다・・・・・・。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

내던져진 엄지들은、공중에서 잠시 버둥거리며 저항한 뒤、바닥으로 떨어졌다。
몇 마리는 얼룩이 되었고、나머지도 손발을 잃는 큰 부상을 입었다。
다시、떨어지는 동료와 부딪쳐、큰 얼룩이 된 놈도 있었다。

게다가 선두에 있던 엄지가 지른 비명 소리로 미루어、엄지들은 수조 건너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리하여 엄지들은 두 번 다시 벽을 넘으려고 하지 않게 됐다。




*************************************




도망치는 것도 소용없다。
저항하는 것도 소용없다。
교섭하는 것도 소용없다。
탈출하는 것도 소용없다。
그저 먹이가 되는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엄지들。

「레햐아아————————————아아아아아」

수조 안에서 미친 엄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엄지들은 갑자기 소리치며 달려댔다。

그러나 이미 익숙해졌는지、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한쪽 귀는 미친 엄지 옆을 지나가、애꾸눈에게 말을 걸었다。

「지난번에 그랬던 레치、와타치가 아나타를 구한다고 말인 레치」

「그 말대로인 레치、그리고 오마에도 먹히지 않는 레치」

아무 말 없이 한쪽 귀는 언니를 쳐다봤다。언니 엄지는 머리를 감싸않고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오네챠만큼은 살리고 싶은 레치


한쪽 귀는 열 몇 마리밖에 안남은 동료를 보며 결의했다。
그녀는 애꾸눈 엄지의 말에 넘어가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이 지옥에서 구원받아、탈출할 방법이 있다면、스스로를 희생해서라도 언니를 구하자고、말이다。

「・・・・・・아타나를 구원하는 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레치、그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레치」

한쪽 귀는 일단 언니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말하면 거절당할 테니 말이다。

「오마에는 딱히 뭘 할 필요는 없는 레치。그게 가장 중요한 레치」

애꾸눈 엄지의 말은 짐작할 수 없었지만、추궁하면 의심을 살 것 같았기에 한쪽 귀는 이 이상 질문하지 않기로 했다。

그 날도 다시 3마리만이 생먹이가 되었다。
목숨을 구걸하고 절규했지만、변한 건 전혀 없었다。


며칠이 지나자 드디어 소수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여동생인 저실장을 달래는 언니 엄지。
한쪽 귀와 언니 엄지。
애꾸눈。
뛰어다니는 놈 1마리。
마지막으로 정신이 나간 놈 1마리。

엄지 6마리와 구더기 1마리。수조는 꽤나 넓어져 있었다。
그 넓어진 것을 느낌에 따라 그녀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실감하고 있었다。

「오늘은 어떤 놈으로 할까나ー」

한가한 목소리와 함께 인간의 손이 수조로 뻗쳐왔다。

애꾸눈을 제외한 모든 엄지실장이 비명을 지르며、이리저리 달아났다。
정신이 나간 놈이 먼저 잡혀、집어 올려졌다。

「레뺘햐아아아아아아아!!!!」

그 개체는 괴성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지르며、애완동물이 들어있는 케이지로 집어넣어졌다。

「레、레햐아!」

「오네챠、이쪽인 레치!」

한쪽 귀는 언니를 애꾸눈이 있는 곳 옆으로 데려온 뒤、조금이라도 안전을 확보하려 했다。
다음으로 손이 뻗쳐진 곳은、엄지와 구더기 자매가 있는 곳이었다。

손이 뻗쳐지자、언니인 엄지가 안고 있던 여동생인 저실장을 들어올려 인간에게 보여줬다。

「닌겐상、우지챠(구더기쨩)만큼은 살려주길 바라는 레챠아!
우지챠는 아무것도 모르는 레치! 아무것도 모른단 레치—————!」

「레후———————?」

평소와 다름없이、자매는 간단히 붙잡혀、여우가 들어있던 케이지에 집어넣어졌다。

「레햐아!!!」

「레후ー!」

압도적인 사이즈 차이로 언니는 빵콘했다。
코를 킁킁거리며 여우가 다가오자、살짝 저실장을 바닥에 내려놓고、그곳으로부터 떨어졌다。
여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저실장에게 관심을 가졌는지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네챠、어디 가는 레후。우지챠도 데려가 달란 레후」

「・・・・・・우지챠는 거기에 있으란 레치」

「그래도 1마리만 있는 건 외로운 레후」
저실장이 언니의 뒤를 쫓아가려하자、언니의 안색이 바뀌었다。

「됐으니까 움직이지 말란 레치!」

「알겠는 레후」

여우가 저실장의 뒤를 쫓았다。그리고 앞발을 내밀었다。

「레후——————————! 아픈 레후! 오네챠아아아아아아아아!!」

저실장이 장난감 대용으로 해체되는 동안、언니는 달려댔다。
그리고 여우와 케이지 벽 사이를 지나가 여우의 뒤로 돌아간 뒤 수건 아래에 숨었다。
언니 엄지는 보신을 위해 저실장을 버렸던 것이다。

「레후아아아아아———・・・!」

저실장의 비명은 금세 그쳤다。여우가 아직 움찔대는 몸을 심심풀이로 박살내고、고개를 돌려 자신의 수건을 쳐다봤다。

・・・・・・오지 마、오지 마、오지 말란 레치

수건 아래쪽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머리를 감싸고 조금이라고 몸을 말기 위해 노력했지만、악취와 수건이 떨리고 있단 점이 여우의 흥미를 끌었다。

살며시 다가오는 발소리가 바닥으로 전해져 엄지에게도 들려와졌다。

・・・・・・도와줘、누군가 좀 도와달란 레치! 마마! 신님!

수건이 들춰지자、무정하게도 엄지는 발견되고 말았다。

「레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낼 거였는지、인간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광경을 수조 안에 있던 엄지 모두가 필름 사이로 바라보았다。

애꾸눈이 중얼거렸다

「이곳은 지옥의 밑바닥인 레치」

「레히이———————!」

한쪽 귀의 언니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한쪽 귀는 급히 언니를 쫓아갔다。

「불쌍한 녀석인 레치」

지금까지 뛰어다니기만 했던 개체가 깔보는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애꾸눈에게 손지검을 하며 말을 내뱉었다。

「저 녀석들은 죽을 레치、오마에도 죽을 레치」

「오마에도 먹힐 레치」

「레햐햐햐! 와타치는 발이 빠른 레치! 도망치면 되는 레치!
지금까지 그래왔던 레치、발이 느린 바보가 먹히는 레치。
와타치 1마리밖에 안남아도 도망쳐서 살아남아보이겠는 레치!!」

애꾸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대신 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괜찮은 레치? 오네챠」

「더 이상 못 견디겠는 레치!」

따라잡힌 언니는 따라오던 여동생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바꿨다。

「무서운 레치、먹히고 싶지 않은 레치! 왜 먹히지 않으면 안 되는 레치!
그렇게나 많던 동료는 더 이상 없는 레챠아—————!
먹이가 되는 건 싫은 레챠———————————!
죽고 싶지 않은 레챠———————————!
무서운 레챠아————————!」

한쪽 귀는 평정심을 잃은 언니를 껴안았다。
그리고 언니가 조금 침착하자、작은 소리로 말을 했다。

「오네챠、이건 비밀인 레치・・・・・・」

그리고 애꾸눈에게 들었던 모든 것을 전부 털어놓았다。

「그럼、살아날 방법이 있는 레치!」

「쉿! 그래도 말한대로인 레치。저 엄지는 자신과 와타치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던 레치。
그래도 와타치는 오네챠도 살릴 생각인 레치」

「이모우토챠・・・・・・」

「그래도 지금 이 계획이 발각된다면 곤란하게 될지도 모르는 레치」

흘낏、애꾸눈의 모습을 살핀 뒤 한쪽 귀는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그 날이 올 때까지 조용히 있으란 레치、지금도 오네챠는 가만히 있었으면 하는  레치」

언니는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여동생의 영리함을 아는 것 같았다。

「그 때까지 자매끼리 힘내잔 레치〜」

애꾸눈이 웃는 자매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날、다시 인간의 손이 뻗쳐왔다。

오늘도 죽을힘을 다해 달려대는 위타천(매우 빨리 달리는 사람을 일컬음) 엄지・・・・・・그러나 간단히 붙잡혔다。

「레챠아아아아! 와타치가 붙잡힐 리가 없는 레치!」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무리 빠르다고는 하나 엄지실장、인간에게 있어선 멈춰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니、느린지 빠른지조차도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레햐아—————————————!」

단말마에 아랑곳하지 않고、점원이 수조로 돌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즉 다시 먹이를 고른다는、것이었다!

「부탁인 레치、오네챠도 함께 살려주길 바라는 레치!」

애꾸눈은 한쪽 귀의 호소에 동요하지 않았다。

「역시 그 말을 할 줄 알았던 레치。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무리인 레치。오마에에게 구원 받는 건 와타치뿐인 레치、
그 후 먹히지 않는 건 오마에뿐인 레치、애초부터 오마에는 착각하고 있었던 레치」

「오네챠 1마리 정도면 놓쳐줘도 되지 않냔 레치————!」

「부탁인 레치! 와타치도 살려달란 레치、죽고 싶지 않은 레치이!」

언니 엄지가 애꾸눈의 발에 매달렸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인 레치。그리고 다시 말하는 거지만 오마에는 착각하고 있는 레치、구원받는단 건・・・・・・」

말하던 도중에도、점원이 수조에 와 손을 넣고 있었다。

「「레햐아!」」

자매가 서로를 얼싸안으며 비명을 질렀지만、점원은 한쪽 귀만을 잡이 집어 올렸다。
언니 엄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점원이 한쪽 귀를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아닌 모양이네」

그리고、무려 수조로 돌려놓는 게 아니겠는가。
자매가 놀라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이어 애꾸눈에게 손을 뻗쳤지만、그것도 그만두고 한쪽 귀의 언니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레햐아!」

눈앞에 다가오는 손앞에서、한쪽 귀의 언니는 여동생을 뒤에서 어깨 사이로 손을 넣어 안아 올린 다음 입을 크게 벌리고 고함을 쳤다。

「닌겐상! 이 녀석을 먹이로 하란 레치! 그러니 와타치를 먹이로 삼지 말란 레치!」

「오네챠」

「이 녀석으로 하란 레치! 이 녀석을 먹이로 삼으면 되는 레챠아아아!」

「오네」

「이 녀석이 더 좋은 먹이가 될 레챠아아!」

「・・・・・・・・・・・・・・・・・・・」

점원이 떠드는 언니의 손을、떼어놓고 위로 집어올렸다。
마구 손발을 흔들며、언니는 날뛰어댔지만、그대로 피라니아가 있는 수조로 내던져졌다。

긴 비명과 물소리가 들렸지만、곧 그것도 잠잠해졌다。

한쪽 귀는 육친과의 이별을 최악의 형태로 경험했다。



*************************************



희미한 빛을 남기고 조명이 꺼졌다。

밤이었다。

그러나 한쪽 귀는 수조 속을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언니가 자주 앉았던 장소。
모두 함께 놀았던 장소。
물을 마시는 곳。
잡담을 나누던 곳・・・・・・엔 굴러 떨어진 동료였던 얼룩이 있었다。
맨 처음 즐거워하며 「낙원행」을 자처한 장소。

그리고 애꾸눈과 반대쪽에 앉아、넓고 넓은 수조 안을 둘러봤다。
소란스러웠던 처음 때와는 너무나 다른 광경이었다。
자신과 반대편에 있는 1마리뿐이라니。

생기를 잃은 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이윽고 애꾸눈이 있는 곳에 오게 됐다。

「오마에가 나쁜 건 아닌 레치、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레치、단념하란 레치」

「다 끝난 레치、이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레치、아나타를 구하는 것도 무리인 레치」

「그래도 아직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 않냔 레치・・・・・・」



다음날 아침、어느 새인가 잠들어버린 한쪽 귀가 눈을 떴다。
애꾸눈은 물로 몸을 씻고、일어난 한쪽 귀가 있는 곳으로 왔다。

「아마 오늘 오마에 덕에、와타치는 구원받을 레치。일단 감사의 말을 표하고 싶은 레치」

「이미 무리라고 하지 않았냔 레치、와타치는 죽고 싶은 레치」

「죽고 싶으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레치。그래도 마음을 바꿀 거라 생각하는 레치。그리고、오마에가 여기 있는 것 자체가 와타치를 이미 구원한 거나 다름이 없는 레치」

애꾸눈은 조금 뜸을 들였다。

「와타치도 같은 방식으로 교대를 한 레치。지금부터는 오마에가 같은 일을 해서、조금이라도 동료들을 괴롭지 않게 해줘야하는 레치。
와타치는 이제 지친 레치、차가운 수조에서 죽어가는 동료를 속이고、계속 봐온 것에・・・」

「무슨 소리인 레치이?」

「지금까지 대대로 영리한 놈이 차례대로 계승해서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죽을 때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역할을 했던 레치。
와타치도 드디어 역할을 마친 레치。오마에에게도 지칠 때가 오면、영리한 동료가 와줄 레치。
와타치와 똑같이 계승하면 되는 레치、와타치의 고생은 드디어 끝나는 레치、

편해지게 된 레치」


그렇게 말하며、애꾸눈은 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슨 소리인 레치!」

한쪽 귀는 말의 흐름을 잡지 못한 채 서있을 뿐이었다。

「구원이란 건 여기에서 탈출하는 게 아니었던 레치!?」

애꾸눈은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웃어 보였다。

「여기에서 나갈 수 있을 리가 없는 레치。역할을 마치는 게 구원받는 것인 레치。
역할을 넘길 동료가 없으면、이곳에선 자살도 할 수 없는 레치
낙원행을 고를 때、오마에를 옆에 둔 건 만에 하나 잘못 선택할까봐 그랬던 것인 레치
오마에도 이걸 잊지 말아야하는 레치」

애꾸눈은 정말로 레치레치거리며 기쁘게 웃고 있었다。

「와타치의 최후는 봐주지 말아줬으면 하는 레치、역시 꼴사나울 거라 생각하는 레치。

라고 애꾸눈은 말했다、왠지 수줍어하는 듯이。
2마리의 이야길 적당히 들은 것처럼 때마침 점원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이번엔 주저 없이 애꾸눈에게 손을 뻗었다。

오랜 시간 동안 바라왔던 해방이었기 때문일까。
애꾸눈은 소란을 피우지 않고、스스로 점원의 손바닥 위로 올라가 정좌했다。

깨달은 성자와 같이、조용히 운명을 받아들였다。

역시 한쪽 귀가 놀라며 쫓아오려고 했으나、애꾸눈은 차분하게、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데려가졌다。

이렇게 애꾸눈은 죽음을 두려워하며、죽는 걸 봐오다가 죽음을 동경하는 삶을 끝마치려고 했다。

그러나、한쪽 귀는 급히 필름 사이로 가、어쨌든 간에 최후를 지켜보기로 했다。

아직 손바닥 위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애꾸눈의 모습이 보였다。

오랫동안 괴로웠던 생애를 마친 것에 감사하는 것처럼・・・・・・。

「・・・・・・싫은 레치」

애꾸눈은 남겨진 한 눈을 열고、조용히 점원을 쳐다봤다。

「・・・・・・싫은 레치、역시 싫은 레치」

소리를 질렀다。

「・・・・・・싫은 레치 죽고 싶지 않은 레치! 살고 싶은 레치!!!」

처음엔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얌전하게 있었지만、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며、피눈물도 흘리고 있었다。

「좁은 수조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레치! 딱딱한 밥하고 차가운 물만으로도 만족하는 레치!」

눈을 무릅뜨고 일어서 소리쳤다。

「수조로 돌려달란 레챠아아아아———————! 지금까지처럼 동료를 속일 테니 살려달라안 레치! 뭐든지 하겠는 레치이이!
저 녀석과 바꿔달란 레챠아아아!! 와타치가 더 동료들을 잘 속일 수 있는 레챠!!!!!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점원은 아무것도 못봤다는 듯이 반응하지 않았다。애꾸눈을 그대로 도마뱀이 있는 수조로 집어넣었다。







「싫어어 먹이가 되는 건 싫은 레치이!!!!!!!!」

수치심도 체면도 잊고 외쳐댔다。

「손! 손을 먹지 말란 레챠아아아아아아앗아아아!!!」

「마마아! 도와 마마아、마마、마맛」

「발!! 발이 없는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렉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펏 아픈 레챠우아우아우아우아!!!!!!!!」

「먹지 말아줘! 먹지 말라고 하지 않냔 레챠아아아아!」

「레치이이이이이!! 레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아펏! 레치이! 레챠ーーー아아아ーー!」

「레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타치가 죽어 버리는 레챠! 죽어버리는 레치이!!!!!!!!!!!!」

「레챳、레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쨔아아이아이이이아아아!!!!!!!」

「레챠—————————!!!!!!!!!!!!!」

「레칫!?레챠아————————! 죽는 건 싫다고 말하지 않았냔 레챠아!!!!」

「레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레쨔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결국 애꾸눈은 10분 이상 고통과 공포로 목숨을 구걸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했다。

얼어붙은 채로 한쪽 귀는 모든 것을 지켜봤다。
조금 전만해도 「죽고 싶다」란 기분 따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아있는 건 압도적이기까지 한 죽음에 대한 공포。
그것을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나 죽음을 갈망하던 애꾸눈조차、막상 죽음을 맞이하자 죽고 싶지 않다고 하는 모습을 봤으니 말이다。

잠시 그대로 얼어붙어 있다가、한쪽 귀는 피눈물을 흘리며 떨면서 빵콘했다。

・・・・・・

・・・・・・・・・

・・・・・・・・・・・・



다음날。

수조엔 다시 새로운 엄지들이 들어왔다。
레치레치 떠들며 격하게 심장이 뛰는 걸 느끼면서、한쪽 귀는 앞으로 걸어나왔다。

「이곳에 온 모두는 정말로 행운아인 레치、이곳에서 착한 자로 있으면、닌겐상이 낙원으로 데려가주는 레치—」

「이곳은、낙원에 가기 전에 있는 대기실인 레치。착한 자는 순서대로 낙원에 가는 레치」

「맛있는 밥이나 과자를 마음껏 먹을 수 있고、재미있는 장난감이 산더미처럼 있는 레치。
그래도 한 번에 모두를 데려갈 수 없으니까、이곳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레치。모두、착한 자이니 이곳에서 데려가질 레치」

외우고 있던 대사를 머리 속으로 반복했다。
감정을 지배하는 건 「와타치는 저렇게 죽기 싫은 레치」란 집착이라고 할 정도의 삶에 대한 소망이었다・・・・・・。



점장은 한쪽 귀가 레치레치거리며 신참들에게 말하는 것을 확인하고 수조로부터 떠나갔다。

「정말이지 편리한 방법이구만。영리한 놈을 넣어두는 것만으로 건강하고 청결하게 살아주게 하니 말이야」

가끔씩 영리한 놈을 바꾸는 건 귀찮고 돈이 들어가지만、라고 중얼거리는 점장。

눈이나 귀에 흠집을 내는 건、영리한 엄지를 오인하여 생먹이로 삼지 않으려는 방법으로、전국에 있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보통 쓰고 있는 방법이다。






END

댓글 5개:

  1. 데프픗 실장석다운 최후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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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깊은 맛이 있는 스크네요. 죽음으로 삶을 마치고싶다가도 막상 죽음을 앞에 두면 발버둥치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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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똑똑해봐야 결국 분충인 데숭. 데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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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가슴깊이 따뜻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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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도마뱀은 뭔죄를 지었길래 실장석이나 먹고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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